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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90권, 선조 30년 7월 22일 辛亥 4/5 기사 /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대신들의 무기력을 질책하고 분발을 촉구하는 비망기를 비변사에 내리다

국역

비망기로 정원에 전교하기를,

"오늘날 조정의 대신들이 사기를 잃고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으니, 아, 슬프도다. 평일에는 사리를 논의하는 데에 날카롭고 국사를 계획하는 데에도 있는 계책을 다하여 심지어 모두가 도성을 지키자고 하고 나를 겁쟁이라고 기롱하더니 오늘에 이르러서는 어찌하여 이와 같이 사기가 상실되었는가. 마음 속으로 근심만 한다고 왜적이 저절로 물러갈 것인가. 옛날에 육수부(陸秀夫)는 애산(厓山)에 표류해 있을 때도 오히려 국사를 도모하였다.215) 오늘날 국사가 비록 절박하다고 하나 위로는 부모와 같은 중국이 있고 또 중국 장수가 중외에 배치되어 있으니 어찌 우리 나라가 끝내 일어나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 그리고 싸움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의 상사이니 한산에서 전패한 것은 근심할 필요가 없다. 한 고조(漢高祖)는 열 번 싸워 아홉 번 패하였으나 끝내 천하를 차지하였으며, 팽성(彭城) 전투에서 50만 군이 항우(項羽)에게 전멸을 당했어도 한나라 조정 대신들이 이 때문에 사기가 꺾였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또한 옛 제왕과 장상(將相)들 중에 혹 단기(單騎)로 도망하여 여러 날 먹지 못해 죽을 지경에 이른 자도 많았으나 대부분은 넘어졌다가도 다시 일어나서 성공을 거두었다. 내가 비록 불민하기는 하나 중국 장수의 뒤를 따라 동서로 치빙(馳騁)하기를 원할 뿐이요 사민(士民)들로 하여금 홀로 죽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대신들이 무기력한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되니 어쨌든 이런 때일수록 여러 가지 처사를 주밀하게 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뜻을 비변사에 이르라."

하였는데, 비변사가 회계하기를,

"삼가 하교(下敎)를 받드니 성상의 그 분발하신 뜻은 군신들의 위축된 사기를 다시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이에 신들은 너무도 감격되고 부끄러운 마음 금할 길 없어 도리어 아뢸 바를 모르겠습니다. 신들은 극히 어리석으나 오늘의 상황은 나가면 한 번 죽는 것이요 물러나더라도 돌아갈 곳이 없으니, 자신을 독려하고 분발함으로써 죽을 땅에서 삶을 찾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신들이 외람하게도 국가 기밀을 담당하는 중지에 있으면서 계책을 잘못하여 국사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하였으니, 이 때문에 망설이며 사기가 저하되어 물음을 받고도 답할 바를 모른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상의 교지를 받들고 보니 중외의 인심이 어느 누가 사기를 돋우지 않겠습니까. 옛날에 대업을 이룬 자는 백 번 싸워 백 번 패하더라도 지기(志氣)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성상의 뜻이 이와 같으니 왜적의 환난은 염려할 것도 없습니다. 다만 신들이 어리석은 탓으로 밝으신 상의 교지를 받들어 이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지 못할까 두려울 뿐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임금과 신하는 죽게 되면 같이 죽는 것이다. 경들은 별로 실책한 일이 없을 뿐더러 더구나 성패는 하늘에 달려 있는 것이니, 경솔하게 좌절하지 말고 더욱 계획을 치밀하게 구성하고 조치하도록 하라."

하였다.

  • [註 215] 육수부(陸秀夫)는 애산(厓山)에 표류해 있을 때도 오히려 국사를 도모하였다. : 육수부는 남송(南宋) 말의 대신. 덕우(德祐) 2년(1276) 원(元)의 침입으로 중국 대륙이 거의 함락되고 공제(恭帝)도 사로잡혀 송나라의 국운이 이미 기운 때에 육수부는 복주(福州)에서 장세걸(張世傑) 등과 단종(端宗)을 황제로 옹립하고 계속 원에 대항하였으며, 경염(景炎) 3년(1278)에 단종이 죽자 또 8세 된 위왕(衛王)을 옹립하고 좌승상(左丞相)이 되어 끝까지 송나라의 명맥을 지키다가 이듬해 2월에 애산(厓山:지금의 광동(廣東) 신회(新會)의 남쪽)에서 원의 장수 장홍범(張弘范)의 침공을 받아 위왕을 등에 업고 바다에 뛰어들어 죽었다. 《송사(宋史)》 권451 육수부전(陸秀夫傳).

원문

○備忘記, 傳于政院曰:

今日筵中大臣, 喪氣不能出聲。 嗚呼! 平日銳於論議, 算無遺策, 至於莫不欲守都城, 譏予恇怯, 何今日氣餒如此? 若憂悶結於中心而已, 則賊將退耶? 古者陸秀夫, 當飄泊崖山, 尙欲有爲。 今日國事雖迫, 上有父母之國, 次有天將, 布列中外, 我國寧有終不振之理乎? 勝負, 兵家常事, 閑山之敗, 不足憂也。 漢 高祖十戰九敗, 終有天下。 彭城之戰, 覆沒五十萬衆, 未聞漢廷大臣, 以此而氣沮也。 古之帝王、將相, 或單騎而走, 或累日不食, 濱死者多矣。 然跲而復奮, 終能成功。 予雖不敏, 願將天將之後, 東西騁騖, 不但使士民獨死也。 當此之時, 大臣不當如是, 第於其間, 處置曲折, 則不可不周密。 此意, 言于備邊司。

備邊司回啓曰: "伏承下敎, 聖志奮發, 足以振起群臣衰縮之氣。 臣等不勝慙愧感激之至。 臣等雖至愚, 亦知今日之勢, 進有一死, 退無所歸, 策勵自奮, 死中求生之外, 無他善策。 但臣等參在機密重地, 計策失宜, 使國事至此, 此所以徊徨氣塞, 承問而不知所答也。 今承聖敎, 中外人心, 孰不增氣? 古之能濟大業者, 百戰百敗, 而志氣不挫。聖志旣如此, 賊患有不足慮也。 第恐臣等, 終是愚下, 無以奉承明敎, 以濟艱難耳。" 上曰: "君臣死則同死。 卿等別無所失策之事, 況成敗在天, 未可輕爲沮喪。 更加規畫措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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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90권, 선조 30년 7월 22일 辛亥 4/5 기사 /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대신들의 무기력을 질책하고 분발을 촉구하는 비망기를 비변사에 내리다

국역

비망기로 정원에 전교하기를,

"오늘날 조정의 대신들이 사기를 잃고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으니, 아, 슬프도다. 평일에는 사리를 논의하는 데에 날카롭고 국사를 계획하는 데에도 있는 계책을 다하여 심지어 모두가 도성을 지키자고 하고 나를 겁쟁이라고 기롱하더니 오늘에 이르러서는 어찌하여 이와 같이 사기가 상실되었는가. 마음 속으로 근심만 한다고 왜적이 저절로 물러갈 것인가. 옛날에 육수부(陸秀夫)는 애산(厓山)에 표류해 있을 때도 오히려 국사를 도모하였다.215) 오늘날 국사가 비록 절박하다고 하나 위로는 부모와 같은 중국이 있고 또 중국 장수가 중외에 배치되어 있으니 어찌 우리 나라가 끝내 일어나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 그리고 싸움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의 상사이니 한산에서 전패한 것은 근심할 필요가 없다. 한 고조(漢高祖)는 열 번 싸워 아홉 번 패하였으나 끝내 천하를 차지하였으며, 팽성(彭城) 전투에서 50만 군이 항우(項羽)에게 전멸을 당했어도 한나라 조정 대신들이 이 때문에 사기가 꺾였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또한 옛 제왕과 장상(將相)들 중에 혹 단기(單騎)로 도망하여 여러 날 먹지 못해 죽을 지경에 이른 자도 많았으나 대부분은 넘어졌다가도 다시 일어나서 성공을 거두었다. 내가 비록 불민하기는 하나 중국 장수의 뒤를 따라 동서로 치빙(馳騁)하기를 원할 뿐이요 사민(士民)들로 하여금 홀로 죽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대신들이 무기력한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되니 어쨌든 이런 때일수록 여러 가지 처사를 주밀하게 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뜻을 비변사에 이르라."

하였는데, 비변사가 회계하기를,

"삼가 하교(下敎)를 받드니 성상의 그 분발하신 뜻은 군신들의 위축된 사기를 다시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이에 신들은 너무도 감격되고 부끄러운 마음 금할 길 없어 도리어 아뢸 바를 모르겠습니다. 신들은 극히 어리석으나 오늘의 상황은 나가면 한 번 죽는 것이요 물러나더라도 돌아갈 곳이 없으니, 자신을 독려하고 분발함으로써 죽을 땅에서 삶을 찾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신들이 외람하게도 국가 기밀을 담당하는 중지에 있으면서 계책을 잘못하여 국사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하였으니, 이 때문에 망설이며 사기가 저하되어 물음을 받고도 답할 바를 모른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상의 교지를 받들고 보니 중외의 인심이 어느 누가 사기를 돋우지 않겠습니까. 옛날에 대업을 이룬 자는 백 번 싸워 백 번 패하더라도 지기(志氣)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성상의 뜻이 이와 같으니 왜적의 환난은 염려할 것도 없습니다. 다만 신들이 어리석은 탓으로 밝으신 상의 교지를 받들어 이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지 못할까 두려울 뿐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임금과 신하는 죽게 되면 같이 죽는 것이다. 경들은 별로 실책한 일이 없을 뿐더러 더구나 성패는 하늘에 달려 있는 것이니, 경솔하게 좌절하지 말고 더욱 계획을 치밀하게 구성하고 조치하도록 하라."

하였다.

  • [註 215] 육수부(陸秀夫)는 애산(厓山)에 표류해 있을 때도 오히려 국사를 도모하였다. : 육수부는 남송(南宋) 말의 대신. 덕우(德祐) 2년(1276) 원(元)의 침입으로 중국 대륙이 거의 함락되고 공제(恭帝)도 사로잡혀 송나라의 국운이 이미 기운 때에 육수부는 복주(福州)에서 장세걸(張世傑) 등과 단종(端宗)을 황제로 옹립하고 계속 원에 대항하였으며, 경염(景炎) 3년(1278)에 단종이 죽자 또 8세 된 위왕(衛王)을 옹립하고 좌승상(左丞相)이 되어 끝까지 송나라의 명맥을 지키다가 이듬해 2월에 애산(厓山:지금의 광동(廣東) 신회(新會)의 남쪽)에서 원의 장수 장홍범(張弘范)의 침공을 받아 위왕을 등에 업고 바다에 뛰어들어 죽었다. 《송사(宋史)》 권451 육수부전(陸秀夫傳).

원문

○備忘記, 傳于政院曰:

今日筵中大臣, 喪氣不能出聲。 嗚呼! 平日銳於論議, 算無遺策, 至於莫不欲守都城, 譏予恇怯, 何今日氣餒如此? 若憂悶結於中心而已, 則賊將退耶? 古者陸秀夫, 當飄泊崖山, 尙欲有爲。 今日國事雖迫, 上有父母之國, 次有天將, 布列中外, 我國寧有終不振之理乎? 勝負, 兵家常事, 閑山之敗, 不足憂也。 漢 高祖十戰九敗, 終有天下。 彭城之戰, 覆沒五十萬衆, 未聞漢廷大臣, 以此而氣沮也。 古之帝王、將相, 或單騎而走, 或累日不食, 濱死者多矣。 然跲而復奮, 終能成功。 予雖不敏, 願將天將之後, 東西騁騖, 不但使士民獨死也。 當此之時, 大臣不當如是, 第於其間, 處置曲折, 則不可不周密。 此意, 言于備邊司。

備邊司回啓曰: "伏承下敎, 聖志奮發, 足以振起群臣衰縮之氣。 臣等不勝慙愧感激之至。 臣等雖至愚, 亦知今日之勢, 進有一死, 退無所歸, 策勵自奮, 死中求生之外, 無他善策。 但臣等參在機密重地, 計策失宜, 使國事至此, 此所以徊徨氣塞, 承問而不知所答也。 今承聖敎, 中外人心, 孰不增氣? 古之能濟大業者, 百戰百敗, 而志氣不挫。聖志旣如此, 賊患有不足慮也。 第恐臣等, 終是愚下, 無以奉承明敎, 以濟艱難耳。" 上曰: "君臣死則同死。 卿等別無所失策之事, 況成敗在天, 未可輕爲沮喪。 更加規畫措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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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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