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실록54권, 선조 27년 8월 16일 辛酉 4/7 기사 / 1594년 명 만력(萬曆) 22년
항복한 왜인 제정을 회유하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도록 하다
국역
비변사가 아뢰기를,
"왜인 제정(諸正)에게 ‘연이어 온 서신을 받아본 바, 맹세를 되풀이하여 귀신에게도 질정할 만하니 아의(雅意)의 소재가 실로 혈성(血誠)에서 나온 것이어서,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하게 한다. 일찍이 듣건대, 하늘의 도는 순함을 도와주고 사람의 꾀는 잘하는 자를 편든다고 한다. 군사의 약하고 강함을 곡직(曲直)에 있으니, 한 때의 강함은 믿을 것이 못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혜로운 사람은 사기(事機)에 따라 변통할 줄 알고 용맹스러운 자는 옳은 것을 보면 반드시 해내는 것이다. 이해(利害)의 분변을 밝게 하고 거취(去就)의 시기를 살펴서 몸은 큰 공을 세우고 이름은 후세에 드리워져 복록이 자손에게까지 뻗치게 되면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우리 나라와 일본은 2백년 동안 서로 좋게 교류하며 틈이 없었는데 뜻밖에 흉패한 사람이 하늘의 뜻을 거슬리고 순리를 범하여 멀리서 전쟁을 일으켜 살상을 자행함으로써 두 나라의 죄없는 백성을 이와 같이 도탄(塗炭)에 빠지게 하였으니, 사람들의 마음만 분해 하고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천지 귀신에게도 용납을 얻지 못할 것이다. 족하(足下)가 이러한 때에 깊이 생각하고 염려하여 역순(逆順)의 소재를 통찰하고 선뜻 마음을 고쳐 위태로움을 버리고 안전한 데로 나와서 공명을 역사에 남기고자 하니, 열사(烈士)의 마음이 있지 않다면 어찌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 장부의 한마디 말이 금석(金石)도 끊을 수 있으니 피차간 서로 흉금을 터놓으면 말이 필요하지 않다. 오직 바라건대 족하는 빨리 큰 계책을 결단하도록 하고 혹시라도 의심하거나 늦추어서 기회를 놓치지 말라. 일이 이뤄지는 날 공로에 보답하는 은전은 조정에서 지극히 융숭하게 대우할 것이며, 주군(州郡)의 직임도 오직 족하의 재능과 기량(器量)에 따라 하겠다. 백일(白日)이 위에 있으니 절대로 식언(食言)하지 않을 것이다. 또 족하의 큰 공적을 중국 조정에 아뢴다면 성황제(聖皇帝)도 반드시 국사(國士)로 대우하실 것이어서 평생의 큰 뜻을 펼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찌 다만 철중 쟁쟁(鐵中錚錚)한 자에게 비견할 뿐이겠는가. 일은 의심하지 않는 데 있으니, 여러 말을 늘어놓을 필요가 없다. 나머지 일은 다 말하지 못하고 회답을 손꼽아 기다리겠다.’라는 내용으로 회답하라는 뜻을 경상 감사에게 하유하시고, 관교도 내려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상이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54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328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원문
○備邊司啓曰: "‘連得來書, 申之以約誓, 質之以鬼神, 雅意所在, 實出血誠, 令人感嘆。 嘗聞天道助順, 人謀與能。 師之老壯, 在於曲直, 一時强梁, 不足恃也。 夫然故, 智者因機而達權, 勇者見義而必爲。 明於利害之分, 審於去就之際, 身立殊功, 名流後世, 而福祚延於子孫, 豈不美哉? 我國與日本, 二百年交好無間, 不意兇悖之人, 逆天犯順, 遠起兵端, 干戈糜爛, 使兩國無辜生靈, 塗炭至此, 非徒人心所共憤疾, 於天地鬼神, 有所不容。 足下於此, 能深思遠慮, 洞曉逆順所在, 飜然改圖, 去危就安, 垂功名於竹帛。 非有烈士心腸, 安能如此? 男子一言, 可斷金石。 彼此相照, 不待言喩。 惟願足下, 早決大計, 毋或遲疑, 以誤事機。 事成之日, 酬勞報功之典, 朝廷當極隆厚, 州郡之任, 惟足下才器所及。 白日在上, 必不食言。 且以足下懋功偉績, 保奏於天朝, 聖皇帝必有國士之遇, 以展平生之志。 豈止與鐵中錚錚者, 比肩而已乎? 事在不疑, 毋煩縷悉, 自餘機宜, 不能盡布。 立竢回報云云’, 以此意回答諸正之意, 下諭于慶尙監司, 而官敎亦下送何如?" 上從之。
- 【태백산사고본】 32책 54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328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선조실록54권, 선조 27년 8월 16일 辛酉 4/7 기사 / 1594년 명 만력(萬曆) 22년
항복한 왜인 제정을 회유하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도록 하다
국역
비변사가 아뢰기를,
"왜인 제정(諸正)에게 ‘연이어 온 서신을 받아본 바, 맹세를 되풀이하여 귀신에게도 질정할 만하니 아의(雅意)의 소재가 실로 혈성(血誠)에서 나온 것이어서,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하게 한다. 일찍이 듣건대, 하늘의 도는 순함을 도와주고 사람의 꾀는 잘하는 자를 편든다고 한다. 군사의 약하고 강함을 곡직(曲直)에 있으니, 한 때의 강함은 믿을 것이 못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혜로운 사람은 사기(事機)에 따라 변통할 줄 알고 용맹스러운 자는 옳은 것을 보면 반드시 해내는 것이다. 이해(利害)의 분변을 밝게 하고 거취(去就)의 시기를 살펴서 몸은 큰 공을 세우고 이름은 후세에 드리워져 복록이 자손에게까지 뻗치게 되면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우리 나라와 일본은 2백년 동안 서로 좋게 교류하며 틈이 없었는데 뜻밖에 흉패한 사람이 하늘의 뜻을 거슬리고 순리를 범하여 멀리서 전쟁을 일으켜 살상을 자행함으로써 두 나라의 죄없는 백성을 이와 같이 도탄(塗炭)에 빠지게 하였으니, 사람들의 마음만 분해 하고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천지 귀신에게도 용납을 얻지 못할 것이다. 족하(足下)가 이러한 때에 깊이 생각하고 염려하여 역순(逆順)의 소재를 통찰하고 선뜻 마음을 고쳐 위태로움을 버리고 안전한 데로 나와서 공명을 역사에 남기고자 하니, 열사(烈士)의 마음이 있지 않다면 어찌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 장부의 한마디 말이 금석(金石)도 끊을 수 있으니 피차간 서로 흉금을 터놓으면 말이 필요하지 않다. 오직 바라건대 족하는 빨리 큰 계책을 결단하도록 하고 혹시라도 의심하거나 늦추어서 기회를 놓치지 말라. 일이 이뤄지는 날 공로에 보답하는 은전은 조정에서 지극히 융숭하게 대우할 것이며, 주군(州郡)의 직임도 오직 족하의 재능과 기량(器量)에 따라 하겠다. 백일(白日)이 위에 있으니 절대로 식언(食言)하지 않을 것이다. 또 족하의 큰 공적을 중국 조정에 아뢴다면 성황제(聖皇帝)도 반드시 국사(國士)로 대우하실 것이어서 평생의 큰 뜻을 펼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찌 다만 철중 쟁쟁(鐵中錚錚)한 자에게 비견할 뿐이겠는가. 일은 의심하지 않는 데 있으니, 여러 말을 늘어놓을 필요가 없다. 나머지 일은 다 말하지 못하고 회답을 손꼽아 기다리겠다.’라는 내용으로 회답하라는 뜻을 경상 감사에게 하유하시고, 관교도 내려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상이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54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328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원문
○備邊司啓曰: "‘連得來書, 申之以約誓, 質之以鬼神, 雅意所在, 實出血誠, 令人感嘆。 嘗聞天道助順, 人謀與能。 師之老壯, 在於曲直, 一時强梁, 不足恃也。 夫然故, 智者因機而達權, 勇者見義而必爲。 明於利害之分, 審於去就之際, 身立殊功, 名流後世, 而福祚延於子孫, 豈不美哉? 我國與日本, 二百年交好無間, 不意兇悖之人, 逆天犯順, 遠起兵端, 干戈糜爛, 使兩國無辜生靈, 塗炭至此, 非徒人心所共憤疾, 於天地鬼神, 有所不容。 足下於此, 能深思遠慮, 洞曉逆順所在, 飜然改圖, 去危就安, 垂功名於竹帛。 非有烈士心腸, 安能如此? 男子一言, 可斷金石。 彼此相照, 不待言喩。 惟願足下, 早決大計, 毋或遲疑, 以誤事機。 事成之日, 酬勞報功之典, 朝廷當極隆厚, 州郡之任, 惟足下才器所及。 白日在上, 必不食言。 且以足下懋功偉績, 保奏於天朝, 聖皇帝必有國士之遇, 以展平生之志。 豈止與鐵中錚錚者, 比肩而已乎? 事在不疑, 毋煩縷悉, 自餘機宜, 不能盡布。 立竢回報云云’, 以此意回答諸正之意, 下諭于慶尙監司, 而官敎亦下送何如?" 上從之。
- 【태백산사고본】 32책 54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328면
- 【분류】군사-군정(軍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