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실록42권, 선조 26년 9월 1일 壬子 2/14 기사 / 1593년 명 만력(萬曆) 21년
세자가 선위의 명을 거두기를 청하다
국역
세자가 새벽에 대궐에 나아가 땅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면서 아뢰기를,
"신이 어제 엎드려 호소하였으나 아직까지 윤허를 받지 못하였으므로 물러가서 삼가 생각하니 깊은 구렁에 떨어지는 듯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신이 어리석고 용렬함을 다시 하나하나 거론하여 성청(聖聽)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현재의 국사로 말씀드리면 노적(老賊)이 아직 변방 지역을 점거하고 있으므로 흉악한 계략을 예측할 수가 없고 중국 장수는 도로에 잇따라 왕래하므로 접대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입니다. 옛것을 복구하고 떠도는 백성을 구제하는 일은 비록 성상의 큰 덕과 지극한 인(仁)으로서도 잘 해낼 수가 있을지 걱정이 되는데, 더구나 신처럼 용렬하고 불초한 자야 말해 뭐하겠습니까. 아무리 반복해서 헤아려 보아도 결코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신이 죄를 얻는 것은 의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종사(宗社)에 대해서는 어떻게 되며 백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미미한 성의를 제대로 아뢰지 못하여 성상의 마음을 돌이키지 못하였으니 이는 실로 신이 무상(無狀)한 탓입니다. 움츠려지고 떨려서 몸둘 곳을 모르겠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성상께서는 다시 성은(聖恩)을 베푸시어 속히 허락한다는 한 말씀을 내려주소서. 황공하고 망극한 심정을 금할 수 없어 땅에 엎드려 아룁니다."
하니, 답하기를,
"지금 역수(曆數)442) 가 세자에게 있으니 세자는 사양하지 말라. 나는 실로 병이 고질이 되었으니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만일 하루만이라도 물러나 쉴 수가 있다면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하겠다. 나와 세자는 마음이 서로 통하는데 아직도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날씨가 좋지 않으니 빨리 돌아가서 잘 조섭하도록 하라."
하였다.
- [註 442] 역수(曆數) : 제왕(帝王)이 천명(天命)을 받아 임금이 되는 운(運)을 말한다.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
원문
○世子晨詣闕下, 伏地涕泣而啓曰: "臣昨日伏地籲呼, 尙未蒙允。 退伏思惟, 不勝隕越之至。 臣之愚劣, 不復枚擧, 更瀆天聽, 顧以方今國事言之, 老賊尙據邊場, 而兇謀莫測; 天將絡繹道路, 而接遇甚艱。 至如光復舊物, 濟恤遺民, 雖以聖明之大德至仁, 恐或不能。 況如臣駑劣不肖者乎? 反覆揆量, 決不可堪。 臣之獲戾, 固不念, 其於宗社何, 民生何? 微誠莫白, 未回天聽, 此實由於臣之無狀, 蹜踧震慄, 無地自容。 伏願聖慈, 更加聖思, 亟賜一兪。 無任兢惶罔極之至, 謹伏地以聞。" 答曰: "今曆數在世子, 世子其無辭。 予實病痼, 若之何能堪? 如得一日退休, 志願畢矣。 予與世子, 肝膽相照, 尙不諒予意耶? 今日風日不好, 宜急還善調。"
선조 26년 (1593) 9월 1일
- 해주에 머물다
- 세자가 선위의 명을 거두기를 청하다
- 영중추부사 심수경 등이 선위의 명을 거두기를 청하다
- 심수경 등이 선위의 명을 거두기를 청하자 논집 대상이 아니라 답하다
- 심수경이 세 번째 선위의 명을 거두기를 청하다
- 헌부가 황정욱·황혁의 일을 아뢰고 구빈·유희규를 논핵하다
- 간원이 황정욱·황혁의 일을 아뢰다
- 정원이 선위하라는 전교를 받들 수 없다고 아뢰다
- 비변사가 소서비 통과 문제로 자문을 보내는데 반대하다
- 해주 고을의 효자, 덕행 있는 이, 무력있는 이를 추천하라 명하다
- 호종한 공으로 박동량을 특별히 승지에 제수하다
- 비변사가 중국군의 군량, 군사의 차출 및 식량 운송 등의 일을 아뢰다
- 우승지 유몽정의 서장으로 인해 환도 문제를 의논하다
- 객성이 천창성 동쪽에 있다
선조실록42권, 선조 26년 9월 1일 壬子 2/14 기사 / 1593년 명 만력(萬曆) 21년
세자가 선위의 명을 거두기를 청하다
국역
세자가 새벽에 대궐에 나아가 땅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면서 아뢰기를,
"신이 어제 엎드려 호소하였으나 아직까지 윤허를 받지 못하였으므로 물러가서 삼가 생각하니 깊은 구렁에 떨어지는 듯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신이 어리석고 용렬함을 다시 하나하나 거론하여 성청(聖聽)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현재의 국사로 말씀드리면 노적(老賊)이 아직 변방 지역을 점거하고 있으므로 흉악한 계략을 예측할 수가 없고 중국 장수는 도로에 잇따라 왕래하므로 접대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입니다. 옛것을 복구하고 떠도는 백성을 구제하는 일은 비록 성상의 큰 덕과 지극한 인(仁)으로서도 잘 해낼 수가 있을지 걱정이 되는데, 더구나 신처럼 용렬하고 불초한 자야 말해 뭐하겠습니까. 아무리 반복해서 헤아려 보아도 결코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신이 죄를 얻는 것은 의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종사(宗社)에 대해서는 어떻게 되며 백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미미한 성의를 제대로 아뢰지 못하여 성상의 마음을 돌이키지 못하였으니 이는 실로 신이 무상(無狀)한 탓입니다. 움츠려지고 떨려서 몸둘 곳을 모르겠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성상께서는 다시 성은(聖恩)을 베푸시어 속히 허락한다는 한 말씀을 내려주소서. 황공하고 망극한 심정을 금할 수 없어 땅에 엎드려 아룁니다."
하니, 답하기를,
"지금 역수(曆數)442) 가 세자에게 있으니 세자는 사양하지 말라. 나는 실로 병이 고질이 되었으니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만일 하루만이라도 물러나 쉴 수가 있다면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하겠다. 나와 세자는 마음이 서로 통하는데 아직도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날씨가 좋지 않으니 빨리 돌아가서 잘 조섭하도록 하라."
하였다.
- [註 442] 역수(曆數) : 제왕(帝王)이 천명(天命)을 받아 임금이 되는 운(運)을 말한다.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
원문
○世子晨詣闕下, 伏地涕泣而啓曰: "臣昨日伏地籲呼, 尙未蒙允。 退伏思惟, 不勝隕越之至。 臣之愚劣, 不復枚擧, 更瀆天聽, 顧以方今國事言之, 老賊尙據邊場, 而兇謀莫測; 天將絡繹道路, 而接遇甚艱。 至如光復舊物, 濟恤遺民, 雖以聖明之大德至仁, 恐或不能。 況如臣駑劣不肖者乎? 反覆揆量, 決不可堪。 臣之獲戾, 固不念, 其於宗社何, 民生何? 微誠莫白, 未回天聽, 此實由於臣之無狀, 蹜踧震慄, 無地自容。 伏願聖慈, 更加聖思, 亟賜一兪。 無任兢惶罔極之至, 謹伏地以聞。" 答曰: "今曆數在世子, 世子其無辭。 予實病痼, 若之何能堪? 如得一日退休, 志願畢矣。 予與世子, 肝膽相照, 尙不諒予意耶? 今日風日不好, 宜急還善調。"
원본
선조 26년 (1593) 9월 1일
- 해주에 머물다
- 세자가 선위의 명을 거두기를 청하다
- 영중추부사 심수경 등이 선위의 명을 거두기를 청하다
- 심수경 등이 선위의 명을 거두기를 청하자 논집 대상이 아니라 답하다
- 심수경이 세 번째 선위의 명을 거두기를 청하다
- 헌부가 황정욱·황혁의 일을 아뢰고 구빈·유희규를 논핵하다
- 간원이 황정욱·황혁의 일을 아뢰다
- 정원이 선위하라는 전교를 받들 수 없다고 아뢰다
- 비변사가 소서비 통과 문제로 자문을 보내는데 반대하다
- 해주 고을의 효자, 덕행 있는 이, 무력있는 이를 추천하라 명하다
- 호종한 공으로 박동량을 특별히 승지에 제수하다
- 비변사가 중국군의 군량, 군사의 차출 및 식량 운송 등의 일을 아뢰다
- 우승지 유몽정의 서장으로 인해 환도 문제를 의논하다
- 객성이 천창성 동쪽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