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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21권, 선조 20년 12월 28일 壬午 1/2 기사 / 1587년 명 만력(萬曆) 15년

비변사가 북도 오랑캐를 처리하는 일에 관해 비밀히 입계하다

국역

비변사가 비밀히 아뢰기를,

"전번에 본도(本道)의 병사(兵使)의 계문(啓聞)에 따라 ‘본부(本府)가 적호(賊胡)를 사로잡고자 도모할 적에 만약 일의 기미가 이미 누설되었다면 중도에서 잡아 가두고 만일 누설된 일이 없고 적의 괴수를 데려올 길이 있다면 돌아가도록 허용하여 후사(後事)를 도모하라.’는 뜻으로 회계하여 이를 벌써 하유(下諭)했으니, 병사는 반드시 참작하여 시행할 것입니다. 다만 중도에서 잡아 가두는 일은 과연 온당치 않기에 지금 ‘만일 누설된 일이 없을 경우에는 전번 공사(公事)에 따라 돌아가도록 허용해 주고, 만약 누설되었다면 할 수 없이 사로잡게 되더라도 또한 중도에서 잡아 가두지는 말라. 계문에 의거하여 그들이 장차 관문을 나올 때 군문(軍門)으로 잡아와 변방에서 들었던 것을 가지고 득실(得失)을 끝까지 캐물어 자백을 받아 정죄(定罪)하고, 복죄(服罪)되는 자들로 하여금 이것이 속임수로 잡으려는 꾀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주지시키라.’고 회유해야 합니다. 그러면 사리에 맞을 듯합니다. 병사에게 아울러 하유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뛰어난 병법이나 비상한 임기응변술에 대해서는 나의 얕은 지혜로 헤아리지 못할 바이나 본연(本然)의 권도(權度)로 추구해보면 또한 다소 이를 말이 있다. 지금 이 두 오랑캐를 잡아 묶는 일은 당초 변장(邊將)의 궤계(詭計)에서 나온 것이어서 조정이 알고 있던 일이 아니다. 조정은 변장들이 하는 대로 맡겨두어 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면 비록 도중에서 잡아 죽인다 해도 오히려 괜찮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 왕복하며 지시하지 않는 것이 없는데도 ‘장차 관문을 나올 때 잡아들여 정죄하고 복죄되는 자들로 하여금 결코 속임수로 잡는 계책이 아니었다는 것을 주지시키라.’고 하니, 이것이 무슨 말인가.

옛사람이 말한 ‘군대란 오직 속임수를 귀히 여긴다.’는 것은 대개 용병(用兵)할 즈음에 임기 응변하여 병졸들의 이목(耳目)을 어리석게 만들고 적군에게는 아군의 전말을 헤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 어찌 이와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겠는가. 저들이 비록 금수와 같다고 하나 폐백을 받들고 입조(入朝)하였으니, 왕자(王者)는 마땅히 지극한 정성으로 대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 여러 신하들과 함께 잡아 죽일 것을 가만히 꾀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수치스러운 계책을 꾸미는 것을 나는 실로 부끄럽게 생각한다. 설사 두 오랑캐의 생사(生死)에 북쪽 변방의 존망이 달려 있다고 하여도 오히려 그렇게 할 수가 없거늘 하물며 저 어리석고 용렬한 오랑캐로 우리 장수의 칼날을 더럽히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대저 조정에서는 비분 강개(悲憤慷慨)한 정신으로 적을 토벌하여 기필코 그 치욕을 씻어내고 북쪽 변방을 평정함으로써 우리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며 커다란 위훈(偉勳)을 세워 이름을 청사에 드리워야 한다. 이 일을 마음 먹는다면 저 두 오랑캐를 손님의 예로 접대해도 되고 고관(高官)으로 존중해 주어도 또한 괜찮은 일이다. 그렇지 아니하고 한결같이 고식전(姑息的)인 시책을 동원, 이번처럼 할 경우 나는 저 발을 절뚝거리는 오랑캐들까지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싸우고자 할까 두렵다. 두 오랑캐야 죽일 수 있다지만 막북(漠北)에 또 다른 두 오랑캐가 없겠는가.

이 뿐만이 아니다. 저 두 오랑캐가 녹둔도(鹿屯島)에 침범해 왔다는 것은 사실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고, 변방의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할 따름이다. 만에 하나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원통함이 어찌 끝이 있겠는가. 두 오랑캐의 머리를 얻으려다가 수많은 오랑캐들의 마음을 잃을 것이니, 곡직(曲直)과 경중(輕重)이 관계된 바가 작지 않다. 정원(政院)은 매우 중요한 자리이니 나라를 위한 훌륭한 계책을 잘 마련하기를 깊이 기대하고 있다. 정확한 의논을 듣고자 하니 의논하여 아뢰라."

하였다. 정원이 회계하기를,

"신들 대여섯 명은 서생(書生)에 불과할 따름인데 무슨 일득(一得)이 있어 위로 성명(聖明)을 도울 수 있겠습니까. 거듭 비밀히 하유할 것을 요청한 일에 대해서 참으로 온당치 않다고 여겼습니다. 이제 하교(下敎)를 받드니 그 정대(正大)하고 광명한 말씀은 바로 삼대(三代) 이상 성왕(聖王)들의 가르침입니다. 신들은 감히 다시 더할 것이 없습니다. 하교하신 말씀을 비변사에 일러 다시금 헤아려 생각한 다음 의논해 아뢰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아뢴 대로 하라고 전교하였다.

원문

○壬午/備邊司秘密啓曰: "前因本道兵使啓聞, 以本府圖捕賊胡時, 若已漏洩事機, 則中路捉囚, 若無漏洩之事, 魁賊如有可致之路, 竝命許還, 以圖後事之意回啓, 已爲下諭, 兵使必參酌爲之。 但中路捉囚, 果爲未安, 今當回諭以: ‘若無漏洩之事, 則依前公事, 竝令許還, 若已漏洩, 則雖不得不爲捕捉, 而亦勿中路捉囚。 依啓聞, 將出口子之際, 拿致軍門, 將邊上所聞, 窮問得失, 取服定罪, 使服罪, 知其不出於誑執之計。’ 則似合事宜。 兵使處, 竝爲下諭, 何如?" 傳曰: "兵謀韜略, 機變異常, 非予淺智所能及, 然求之以本然之權度, 則亦庶乎! 有可言者矣。 今此兩箇胡雛縛執之事, 初出於邊將之詭計, 非朝廷所知也。 朝廷任其所爲, 罔敢知于玆, 則雖或中路捕誅, 猶之可矣。 今乃相與往復, 無不指授, 而乃曰: ‘將出口子之際, 拿致定罪, 使服罪者, 知其不出於誑執之計。’ 是何言也? 古人所謂: ‘唯兵貴詐。’ 云者, 蓋於用兵之際, 臨機運籌, 愚士卒耳目, 使敵人莫惻吾之端倪也, 豈謂是哉! 渠雖禽獸, 奉琛來朝, 王者當待以至誠。 豈可與群臣, 陰謀捕誅? 爲此可羞之計, 予實恥之。 正使兩胡, 其生其死, 足以繫北鄙之存亡, 尙不可如是, 況迷胡庸醜, 不足以汗我將士之劍者乎? 大抵朝廷, 慷慨討賊, 期必雪恥, 平定北鄙, 奠安生民, 建立勳策, 垂名竹帛。 以此爲心, 則此兩胡, 待以客禮可也, 尊以高官, 亦可也。 不然而一向退靡姑息, 如今日之爲, 則予恐胡兒之跛躄者, 亦足以爭攘其袖矣。 二胡可誅, 漠北其無二胡者乎? 不但此也。 彼兩胡之來犯鹿屯, 實無可據之驗, 是不過塞上無根之言耳。 萬一不然, 其爲冤痛, 寧有紀極? 得二胡之首, 而失千萬胡之心, 曲直輕重, 所關非細。 政院在樞要之地, 密贊嘉猷, 深有所望。 欲聞的確之論, 議啓。" 政院回啓曰: "臣等五六書生耳, 有何一得, 可以上贊聖明? 至於至請密諭之事, 則固以爲未穩。 今承下敎, 正大光明, 三代以上聖王之訓也。 臣等不敢更贅。 請以下敎之辭, 言于備邊司, 更爲商量議啓, 何如?" 傳曰: "依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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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21권, 선조 20년 12월 28일 壬午 1/2 기사 / 1587년 명 만력(萬曆) 15년

비변사가 북도 오랑캐를 처리하는 일에 관해 비밀히 입계하다

국역

비변사가 비밀히 아뢰기를,

"전번에 본도(本道)의 병사(兵使)의 계문(啓聞)에 따라 ‘본부(本府)가 적호(賊胡)를 사로잡고자 도모할 적에 만약 일의 기미가 이미 누설되었다면 중도에서 잡아 가두고 만일 누설된 일이 없고 적의 괴수를 데려올 길이 있다면 돌아가도록 허용하여 후사(後事)를 도모하라.’는 뜻으로 회계하여 이를 벌써 하유(下諭)했으니, 병사는 반드시 참작하여 시행할 것입니다. 다만 중도에서 잡아 가두는 일은 과연 온당치 않기에 지금 ‘만일 누설된 일이 없을 경우에는 전번 공사(公事)에 따라 돌아가도록 허용해 주고, 만약 누설되었다면 할 수 없이 사로잡게 되더라도 또한 중도에서 잡아 가두지는 말라. 계문에 의거하여 그들이 장차 관문을 나올 때 군문(軍門)으로 잡아와 변방에서 들었던 것을 가지고 득실(得失)을 끝까지 캐물어 자백을 받아 정죄(定罪)하고, 복죄(服罪)되는 자들로 하여금 이것이 속임수로 잡으려는 꾀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주지시키라.’고 회유해야 합니다. 그러면 사리에 맞을 듯합니다. 병사에게 아울러 하유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뛰어난 병법이나 비상한 임기응변술에 대해서는 나의 얕은 지혜로 헤아리지 못할 바이나 본연(本然)의 권도(權度)로 추구해보면 또한 다소 이를 말이 있다. 지금 이 두 오랑캐를 잡아 묶는 일은 당초 변장(邊將)의 궤계(詭計)에서 나온 것이어서 조정이 알고 있던 일이 아니다. 조정은 변장들이 하는 대로 맡겨두어 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면 비록 도중에서 잡아 죽인다 해도 오히려 괜찮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 왕복하며 지시하지 않는 것이 없는데도 ‘장차 관문을 나올 때 잡아들여 정죄하고 복죄되는 자들로 하여금 결코 속임수로 잡는 계책이 아니었다는 것을 주지시키라.’고 하니, 이것이 무슨 말인가.

옛사람이 말한 ‘군대란 오직 속임수를 귀히 여긴다.’는 것은 대개 용병(用兵)할 즈음에 임기 응변하여 병졸들의 이목(耳目)을 어리석게 만들고 적군에게는 아군의 전말을 헤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 어찌 이와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겠는가. 저들이 비록 금수와 같다고 하나 폐백을 받들고 입조(入朝)하였으니, 왕자(王者)는 마땅히 지극한 정성으로 대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 여러 신하들과 함께 잡아 죽일 것을 가만히 꾀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수치스러운 계책을 꾸미는 것을 나는 실로 부끄럽게 생각한다. 설사 두 오랑캐의 생사(生死)에 북쪽 변방의 존망이 달려 있다고 하여도 오히려 그렇게 할 수가 없거늘 하물며 저 어리석고 용렬한 오랑캐로 우리 장수의 칼날을 더럽히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대저 조정에서는 비분 강개(悲憤慷慨)한 정신으로 적을 토벌하여 기필코 그 치욕을 씻어내고 북쪽 변방을 평정함으로써 우리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며 커다란 위훈(偉勳)을 세워 이름을 청사에 드리워야 한다. 이 일을 마음 먹는다면 저 두 오랑캐를 손님의 예로 접대해도 되고 고관(高官)으로 존중해 주어도 또한 괜찮은 일이다. 그렇지 아니하고 한결같이 고식전(姑息的)인 시책을 동원, 이번처럼 할 경우 나는 저 발을 절뚝거리는 오랑캐들까지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싸우고자 할까 두렵다. 두 오랑캐야 죽일 수 있다지만 막북(漠北)에 또 다른 두 오랑캐가 없겠는가.

이 뿐만이 아니다. 저 두 오랑캐가 녹둔도(鹿屯島)에 침범해 왔다는 것은 사실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고, 변방의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할 따름이다. 만에 하나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원통함이 어찌 끝이 있겠는가. 두 오랑캐의 머리를 얻으려다가 수많은 오랑캐들의 마음을 잃을 것이니, 곡직(曲直)과 경중(輕重)이 관계된 바가 작지 않다. 정원(政院)은 매우 중요한 자리이니 나라를 위한 훌륭한 계책을 잘 마련하기를 깊이 기대하고 있다. 정확한 의논을 듣고자 하니 의논하여 아뢰라."

하였다. 정원이 회계하기를,

"신들 대여섯 명은 서생(書生)에 불과할 따름인데 무슨 일득(一得)이 있어 위로 성명(聖明)을 도울 수 있겠습니까. 거듭 비밀히 하유할 것을 요청한 일에 대해서 참으로 온당치 않다고 여겼습니다. 이제 하교(下敎)를 받드니 그 정대(正大)하고 광명한 말씀은 바로 삼대(三代) 이상 성왕(聖王)들의 가르침입니다. 신들은 감히 다시 더할 것이 없습니다. 하교하신 말씀을 비변사에 일러 다시금 헤아려 생각한 다음 의논해 아뢰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아뢴 대로 하라고 전교하였다.

원문

○壬午/備邊司秘密啓曰: "前因本道兵使啓聞, 以本府圖捕賊胡時, 若已漏洩事機, 則中路捉囚, 若無漏洩之事, 魁賊如有可致之路, 竝命許還, 以圖後事之意回啓, 已爲下諭, 兵使必參酌爲之。 但中路捉囚, 果爲未安, 今當回諭以: ‘若無漏洩之事, 則依前公事, 竝令許還, 若已漏洩, 則雖不得不爲捕捉, 而亦勿中路捉囚。 依啓聞, 將出口子之際, 拿致軍門, 將邊上所聞, 窮問得失, 取服定罪, 使服罪, 知其不出於誑執之計。’ 則似合事宜。 兵使處, 竝爲下諭, 何如?" 傳曰: "兵謀韜略, 機變異常, 非予淺智所能及, 然求之以本然之權度, 則亦庶乎! 有可言者矣。 今此兩箇胡雛縛執之事, 初出於邊將之詭計, 非朝廷所知也。 朝廷任其所爲, 罔敢知于玆, 則雖或中路捕誅, 猶之可矣。 今乃相與往復, 無不指授, 而乃曰: ‘將出口子之際, 拿致定罪, 使服罪者, 知其不出於誑執之計。’ 是何言也? 古人所謂: ‘唯兵貴詐。’ 云者, 蓋於用兵之際, 臨機運籌, 愚士卒耳目, 使敵人莫惻吾之端倪也, 豈謂是哉! 渠雖禽獸, 奉琛來朝, 王者當待以至誠。 豈可與群臣, 陰謀捕誅? 爲此可羞之計, 予實恥之。 正使兩胡, 其生其死, 足以繫北鄙之存亡, 尙不可如是, 況迷胡庸醜, 不足以汗我將士之劍者乎? 大抵朝廷, 慷慨討賊, 期必雪恥, 平定北鄙, 奠安生民, 建立勳策, 垂名竹帛。 以此爲心, 則此兩胡, 待以客禮可也, 尊以高官, 亦可也。 不然而一向退靡姑息, 如今日之爲, 則予恐胡兒之跛躄者, 亦足以爭攘其袖矣。 二胡可誅, 漠北其無二胡者乎? 不但此也。 彼兩胡之來犯鹿屯, 實無可據之驗, 是不過塞上無根之言耳。 萬一不然, 其爲冤痛, 寧有紀極? 得二胡之首, 而失千萬胡之心, 曲直輕重, 所關非細。 政院在樞要之地, 密贊嘉猷, 深有所望。 欲聞的確之論, 議啓。" 政院回啓曰: "臣等五六書生耳, 有何一得, 可以上贊聖明? 至於至請密諭之事, 則固以爲未穩。 今承下敎, 正大光明, 三代以上聖王之訓也。 臣等不敢更贅。 請以下敎之辭, 言于備邊司, 更爲商量議啓, 何如?" 傳曰: "依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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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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