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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8권, 선조 7년 2월 29일 甲戌 3/3 기사 / 1574년 명 만력(萬曆) 2년

이이가 공안의 개정, 성혼의 인물됨, 현자를 격외로 대우해야 함을 아뢰다

국역

상이 이이에게 이르기를,

"한 문제(漢文帝)가 어찌하여 가의(賈誼)를 쓰지 않았는가?"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한 문제가 비록 현명하기는 했지만 지취(志趣)가 고매하지 못했기에, 가의의 말을 듣고서 큰 의심이 나서 쓰지 않은 것입니다. 무릇 사람이란 큰 뜻이 있은 다음에야 큰일을 해 낼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주인은 두어 칸의 작은 집을 지으려고 하는데 공사(工師)는 큰 집을 지으려고 한다면, 공사의 말을 들으려 하겠습니까."

하고, 이어 이이가 아뢰기를,

"요사이 재변이 자주 일어납니다. 만일 지금이 무도한 세상이라면 성명(聖明)께서 위에서 항시 다스리려는 마음을 가지셔야 할 것이고, 만일 도(道)가 있는 세상이라면 민생의 곤궁이 날로 심해지고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참으로 장차 어지러워지기 전에 다스려야 할 때이므로 단지 공구 수성(恐懼修省)한다고만 말하고 실상이 없어서는 안 됩니다. 요사이 전교가 참으로 훌륭하기는 하지만 실효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어떻게 하면 실효가 있겠는가?"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상께서 매양 변통하는 것을 어렵게 여기시기 때문에 끝내 실효가 없었습니다. 경장(更張)하지 않으면 나라를 다스릴 수 없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조종(祖宗)의 법이 아니라면 경장하기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조종 이래의 법을 모두 고치려는 것이 아닙니다. 공안(貢案) 같은 것에 있어서는 곧 연산(燕山) 때에 늘려 정해 놓은 것이지 조종의 법이 아닙니다. 신이 경장하기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민생들이 병든 것을 구제해 주려는 것입니다. 만일 오늘날의 국정을 바로잡으려면 반드시 일을 할 수 있는 인재를 구하여야 할 것입니다. 다시 바로 잡지 않는다면 현명한 사람을 구한들 어디에 쓰겠습니까. 요사이 상께서 노수신에게 은총을 베푸시는데도 노수신이 병을 핑계하고 나오지 않으니 이는 역시 뜻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노수신이 젊어서부터 훌륭한 명성이 있어서 아직 정승이 되지 않았을 때에도 당시 사람들이 모두 ‘이 사람이 정승이 된다면 태평한 세상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었는데 정승자리에 있으면서는 별로 건명(建明)한 것이 없으므로 사람들이 모두 직분을 다하지 못한다고 비웃게 되었습니다. 노수신이 건백하려고 하면 상의 마음은 변통하지 않으려고만 하시어 진퇴가 지극히 어려웠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물러나기를 청한 것입니다."

하였는데, 상이 이르기를,

"우스운 일이다. 이 사람이 건백한 것은 내가 들어주지 않은 것이 별로 없다."

하였다. 이이가 아뢰기를.

"이 사람이 경제(經濟)할 재주가 있는지는 신이 알 수 없습니다마는 아속(雅俗)을 진정시키는 일에 있어서는 넉넉히 해 갈 것이니, 상께서는 그가 물러나는 것을 윤허하지 마소서."

하였는데, 상이 이르기를,

"아속을 진정시킬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역시 학문이 있는 사람인데 임금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것뿐이다."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어찌 그런 것이겠습니까. 물러나는 것을 윤허하지 마시고 그의 말을 들어주소서."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내가 그의 뜻을 보니 역시 바로잡으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옛적부터 성현들은 때를 따라 변통해 왔습니다. 천운(天運)으로 말하더라도 해가 오래되면 역수(曆數)가 반드시 바뀌는데 그때마다 사람이 나와 개정하였습니다. 만일 때에 따라 개정하지 않는다면 천상(天象)이 어긋나고 사시의 절서(節序)도 바뀔 것입니다."

하였다. 이이가 상께 묻기를,

"전일에 경석(經席)에서 조정기(趙廷機)가 신의 말로 ‘성혼(成渾)은 일동 일정(一動一靜)을 반드시 법도대로 한다.’고 아뢰었다는데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하였는데, 상이 이르기를,

"마침 물으려고 했다가 미처 묻지 못했다. 성혼은 어떠한 사람인가?"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이 사람은 신이 익히 아는 사람으로 곧 성수침(成守琛)의 아들입니다. 일찍부터 가정에서 교훈을 받아 박잡한 말은 듣지 않았으며 자질이 순후하며 선(善)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학문에 힘쓴다고 한다면 괜찮지만 학문이 이루어지고 덕이 확립되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어찌 일동 일정이 법도에 맞을 정도가 되었겠습니까. 다만 그가 병이 많아 지평의 직은 결코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나는 마음을 다스리면 병이 없어진다고 들었다. 학문을 한 사람도 병이 있는가?"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비록 학문을 한 사람이라도 타고난 기질이 심히 박약하면 병이 없을 수 없습니다. 옛적에 백우(伯牛)가 병이 나자 공자가 명(命)이라고 한 것은 스스로 불러들인 것이 아님을 밝힌 것입니다. 성혼은 타고난 기질이 박약한데다가 걸린 병이 매우 무거운 것이었는데도 그가 죽지 않은 것은 또한 마음을 다스린 공효이었습니다. 만일 마음이 방종한 사람이 성혼과 같은 병이 있었다면 어찌 일찍 죽지 않았겠습니까. 만일 전하께서 반드시 이 사람을 보려고 하신다면 그의 관직을 체직하고서 올라오도록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대저 선비를 대우하는 도리가 임용할 만하면 임용할 것이며 임용할 수 없다면 물러가 편히 있도록 허락하고 그의 절조를 포장하여 고매하게 산림에서 지내도록 하는 것이 또한 사기를 양성하는 한 가지 방도일 것입니다."

하고, 김우옹(金宇顒)이 아뢰기를,

"성혼 같은 사람은 불러 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고, 이이가 아뢰기를,

"‘출신(出身)하지 못한 사람에게 관직을 제수할 적에는 반드시 《대전》대로 한다.’는 것은, 문음(門蔭)을 가리켜 한 말입니다. 만일 산림에 있는 현자라면 마땅히 격외(格外)로 특별히 대우해야지 어찌 문음처럼 할 수 있겠습니까. 현자로써 불러놓고 문음으로 대우하는 것은 현자를 대우하는 도리가 아닙니다. 경연을 겸대하는 것이 법에 벗어난 일이기는 하지만 또한 할 수는 있습니다. 나라를 다스리려면 근본을 세워야 하는 것이니 반드시 현명한 선비들을 널리 모아 임금의 덕을 보필하게 해야 합니다. 상께서는 성명한 자질을 지니셨는데 아래에 서로 닦아 가며 보양할 사람이 없으니 이것이 신이 근심하는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말해 보라. 나의 자품이 어떠한가? 큰일을 할 수 있겠는가?"

하니, 김우옹이 아뢰기를,

"기질(氣質)의 작용은 적고 학문의 공효는 큽니다. 진실로 학문만 잘한다면 천하에 할 수 없는 일이 없습니다. 성상께서는 자질이 영명하시어 역대의 제왕보다 뛰어나시니 학문을 겸하신다면 어찌 하지 못할까를 걱정하겠습니까. 단지 하지 않으시는 것을 걱정할 뿐입니다."

하였다. 상이 그 말이 과분하다고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만일 역대의 제왕보다 뛰어나시다고 한다면 그 말은 과연 지나칩니다. 그러나 전하께서는 영명하시고 욕심이 적으신 것으로 보아서 틀림없이 큰일을 할 수 있는 자품이시니 잘 다스리지 못하는 것은 하지 않아서이지 자질 때문이 아니십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근본이 있고 말단이 있습니다. 반드시 상께서 학문을 힘쓰시어 사리에 밝고 인재를 알아보시게 된 다음에야 현명한 사람을 임용하고 유능한 사람을 부리게 되어 민생에게 혜택이 미칠 것입니다. 요사이 신하들이 시급하게 향약(鄕約)을 행하자고 청하므로 상께서 행하도록 명하셨습니다마는, 신의 생각에는 향약을 행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고 여겨집니다. 민생을 기르는 것이 먼저할 일이고 민생을 교육하는 것은 다음에 할 일입니다. 민생들의 곤궁이 오늘날보다 심한 때가 없었으니 시급하게 폐해를 바로잡아 우선 급박한 상황을 해소한 다음에야 향약을 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덕으로 교화함은 곧 고량 진미(膏粱珍味)와 같은 것입니다마는, 만일 비위(脾胃)가 극도로 손상되어 미음도 내려가지 않는다면 고량 진미가 아무리 좋더라도 먹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유희춘이 아뢰기를,

"이이의 말이 옳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당초에 나도 역시 어려우리라는 것을 알았었다. 이제 이미 행하도록 명해 놓고 중지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민생을 기른 다음에 향약을 행해야 한다는 것이니 중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일을 상께서 마땅히 몸소 솔선하셔야지 그렇지 않으면 백성이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나는 자질이 거친 사람인데 어찌 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매양 강론할 적이면 상께서 하시는 말씀이 남들의 생각보다 뛰어나시었는데 어찌 일을 할 수 있는 자질이 아니겠습니까."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향약을 지금 중지하도록 명하는 것이 비록 물리어 거행하려는 것이기는 하지만, 백성들이 믿지 않을는지 어찌 알겠는가."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향약을 중지해 놓고 민생을 기르는 정책을 거행하지 않는다면 백성들이 믿지 않을 것이지만, 백성을 기르는 정책을 거행한다면 백성들은 반드시 믿을 것입니다."

하였다.

원문

○上謂李珥曰: "漢 文帝, 何以不用賈誼乎?" 珥對曰: "文帝雖賢, 志趣不高, 見賈誼言, 大疑而不用耳。 凡人有大志, 然後可以做大事。 譬如主人欲搆數間小屋, 而工師乃欲搆大廈, 則豈肯聽其言乎?" 珥因曰: "今者災變累作, 若以爲無道之世, 則聖明在上, 常存圖治之心, 若以爲有道之世, 則民生困悴, 日以益甚。 此眞將治未亂之幾, 不可徒曰恐懼修省, 而無其實也。 近來傳敎儘善, 而實效則未之見也。" 上曰: "何以則有實效耶?" 珥曰: "自上每以變通爲難, 故終無實效。 若不更張, 無以爲國。" 上曰: "若非祖宗法, 則更張何難?" 珥曰: "非欲盡變祖宗之法也。 至如貢案, 是燕山所加定, 非祖宗法也。 臣非好更張, 欲救民瘼也。 若欲改紀今日之政, 則必求有爲之才, 若不復紀, 則求賢何用? 近日自上眷注於盧守愼, 而守愼謝病不出, 此亦有意云。 守愼少有善名, 前此未相, 時人皆曰: ‘此人作相, 則太平可致。’ 而及居相位, 別無建明, 人皆笑其不職。 守愼欲有所建白, 則上意不欲變通, 進退極難, 故不得已乞退也。" 上曰: "此可笑也。 此人建白, 予別無不聽之事也。" 珥曰: "此人有經濟之才, 則臣未之知也。 至於坐鎭雅俗, 則優爲之矣。 願上勿許退休也。" 上曰: "非但坐鎭雅俗, 亦是學問之人也。 但不得其君耳。" 珥曰: "豈其然乎? 但願勿許其退, 而聽其言也。" 上曰: "予見其意, 亦欲改紀者也。" 珥曰: "自古聖賢, 隨時變通。 以天運言之, 歲久則曆數必差, 代各有人, 出而改正, 若不隨改, 則天象差謬, 四時易序矣。" 珥問上曰: "前日經席, 趙廷機以臣言啓曰: ‘成渾一動一靜, 必以規矩。’ 云。 有之乎?" 上曰: "方欲問之, 而未及也。 成渾何如人耶?" 珥對曰: "此人臣所熟知, 是成守琛之子也。 早承家庭之訓, 不聞駁雜之說, 資質醇厚, 可以爲善。 謂之勉於學問, 則可也; 不可謂之學成德立也。 奚至於一動一靜, 必以規矩乎? 但其人多病, 持平之職, 決不能堪也。" 上曰: "予聞治心, 則無病。 學問之人, 亦有病乎?" 珥曰: "雖學問之人, 受氣甚薄, 則未免有病。 昔者伯牛有疾, 孔子以爲命, 明其非所自致也。 渾以受氣之薄, 嬰疾甚重, 其能不死者, 亦治心之功也。 若放心者有渾之疾, 則豈不遄死乎? 若殿下必欲見此人, 則遞其職, 而使之上來, 可也。 大抵待士之道, 可用則用之, 不能用, 則許其恬退, 褒其節操, 使之守高山林, 亦養士氣之一道也。" 金宇顒曰: "如成渾者, 不可不召也。" 珥曰: "未出身人除官, 必從《大典》者, 此指門蔭也。 若山林賢者, 則當以格外殊待也。 豈可視以門蔭乎? 招之以賢者, 而待之以門蔭, 非用賢之道也。 兼帶經筵, 雖是法外, 亦可爲也。 爲治當立根本, 必廣聚賢士, 以輔君德。 上有聖明之質, 而下無交修輔養之人, 此臣之所憂也。" 上曰: "試言之, 予質稟何如? 可以有爲耶?" 宇顒曰: "氣質之用少, 學問之功多, 苟能學問, 則天下之事, 無不可爲。 聖質英明, 超出百王之上, 加之以學問, 則何患不能? 只患不爲耳。" 上曰: "此言過矣。" 珥曰: "若謂之出超出百王, 則其言果過矣。 但殿下英明寡慾, 決是有爲之資, 其不能善治者, 不爲也, 非資質之過也。 爲治有本有末, 必須自上勉於學問, 明理而知人, 然後可以任賢使能, 惠及生民矣。 近日群臣, 急請行鄕約, 故自上命行之。 臣意以爲, 行鄕約太早也。 養民爲先, 敎民爲後, 民生憔悴, 莫甚於今日, 汲汲救弊, 先解倒懸, 然後可行鄕約也。 德敎是梁肉, 若脾胃極傷, 糜粥不下, 則粱肉雖好, 其能食乎?" 柳希春曰: "李珥之言是也。" 上曰: "當初予亦知其難矣。 今已命行而中止, 何如哉?" 珥曰: "養民然後, 乃行鄕約, 此非中止也。 凡事自上當躬率之, 不然, 則民必不從。 上曰: "予資質鹵莽, 何能有爲?" 珥曰: "每於講論之際, 自上所言, 超出人意, 豈非可爲之質乎?" 上曰: "鄕約, 今命中止, 則雖欲退行, 安知百姓不之信耶?" 珥曰: "旣停鄕約, 而不擧養民之政, 則民必不信。 若擧養民之政, 則民必信之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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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8권, 선조 7년 2월 29일 甲戌 3/3 기사 / 1574년 명 만력(萬曆) 2년

이이가 공안의 개정, 성혼의 인물됨, 현자를 격외로 대우해야 함을 아뢰다

국역

상이 이이에게 이르기를,

"한 문제(漢文帝)가 어찌하여 가의(賈誼)를 쓰지 않았는가?"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한 문제가 비록 현명하기는 했지만 지취(志趣)가 고매하지 못했기에, 가의의 말을 듣고서 큰 의심이 나서 쓰지 않은 것입니다. 무릇 사람이란 큰 뜻이 있은 다음에야 큰일을 해 낼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주인은 두어 칸의 작은 집을 지으려고 하는데 공사(工師)는 큰 집을 지으려고 한다면, 공사의 말을 들으려 하겠습니까."

하고, 이어 이이가 아뢰기를,

"요사이 재변이 자주 일어납니다. 만일 지금이 무도한 세상이라면 성명(聖明)께서 위에서 항시 다스리려는 마음을 가지셔야 할 것이고, 만일 도(道)가 있는 세상이라면 민생의 곤궁이 날로 심해지고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참으로 장차 어지러워지기 전에 다스려야 할 때이므로 단지 공구 수성(恐懼修省)한다고만 말하고 실상이 없어서는 안 됩니다. 요사이 전교가 참으로 훌륭하기는 하지만 실효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어떻게 하면 실효가 있겠는가?"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상께서 매양 변통하는 것을 어렵게 여기시기 때문에 끝내 실효가 없었습니다. 경장(更張)하지 않으면 나라를 다스릴 수 없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조종(祖宗)의 법이 아니라면 경장하기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조종 이래의 법을 모두 고치려는 것이 아닙니다. 공안(貢案) 같은 것에 있어서는 곧 연산(燕山) 때에 늘려 정해 놓은 것이지 조종의 법이 아닙니다. 신이 경장하기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민생들이 병든 것을 구제해 주려는 것입니다. 만일 오늘날의 국정을 바로잡으려면 반드시 일을 할 수 있는 인재를 구하여야 할 것입니다. 다시 바로 잡지 않는다면 현명한 사람을 구한들 어디에 쓰겠습니까. 요사이 상께서 노수신에게 은총을 베푸시는데도 노수신이 병을 핑계하고 나오지 않으니 이는 역시 뜻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노수신이 젊어서부터 훌륭한 명성이 있어서 아직 정승이 되지 않았을 때에도 당시 사람들이 모두 ‘이 사람이 정승이 된다면 태평한 세상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었는데 정승자리에 있으면서는 별로 건명(建明)한 것이 없으므로 사람들이 모두 직분을 다하지 못한다고 비웃게 되었습니다. 노수신이 건백하려고 하면 상의 마음은 변통하지 않으려고만 하시어 진퇴가 지극히 어려웠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물러나기를 청한 것입니다."

하였는데, 상이 이르기를,

"우스운 일이다. 이 사람이 건백한 것은 내가 들어주지 않은 것이 별로 없다."

하였다. 이이가 아뢰기를.

"이 사람이 경제(經濟)할 재주가 있는지는 신이 알 수 없습니다마는 아속(雅俗)을 진정시키는 일에 있어서는 넉넉히 해 갈 것이니, 상께서는 그가 물러나는 것을 윤허하지 마소서."

하였는데, 상이 이르기를,

"아속을 진정시킬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역시 학문이 있는 사람인데 임금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것뿐이다."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어찌 그런 것이겠습니까. 물러나는 것을 윤허하지 마시고 그의 말을 들어주소서."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내가 그의 뜻을 보니 역시 바로잡으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옛적부터 성현들은 때를 따라 변통해 왔습니다. 천운(天運)으로 말하더라도 해가 오래되면 역수(曆數)가 반드시 바뀌는데 그때마다 사람이 나와 개정하였습니다. 만일 때에 따라 개정하지 않는다면 천상(天象)이 어긋나고 사시의 절서(節序)도 바뀔 것입니다."

하였다. 이이가 상께 묻기를,

"전일에 경석(經席)에서 조정기(趙廷機)가 신의 말로 ‘성혼(成渾)은 일동 일정(一動一靜)을 반드시 법도대로 한다.’고 아뢰었다는데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하였는데, 상이 이르기를,

"마침 물으려고 했다가 미처 묻지 못했다. 성혼은 어떠한 사람인가?"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이 사람은 신이 익히 아는 사람으로 곧 성수침(成守琛)의 아들입니다. 일찍부터 가정에서 교훈을 받아 박잡한 말은 듣지 않았으며 자질이 순후하며 선(善)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학문에 힘쓴다고 한다면 괜찮지만 학문이 이루어지고 덕이 확립되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어찌 일동 일정이 법도에 맞을 정도가 되었겠습니까. 다만 그가 병이 많아 지평의 직은 결코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나는 마음을 다스리면 병이 없어진다고 들었다. 학문을 한 사람도 병이 있는가?"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비록 학문을 한 사람이라도 타고난 기질이 심히 박약하면 병이 없을 수 없습니다. 옛적에 백우(伯牛)가 병이 나자 공자가 명(命)이라고 한 것은 스스로 불러들인 것이 아님을 밝힌 것입니다. 성혼은 타고난 기질이 박약한데다가 걸린 병이 매우 무거운 것이었는데도 그가 죽지 않은 것은 또한 마음을 다스린 공효이었습니다. 만일 마음이 방종한 사람이 성혼과 같은 병이 있었다면 어찌 일찍 죽지 않았겠습니까. 만일 전하께서 반드시 이 사람을 보려고 하신다면 그의 관직을 체직하고서 올라오도록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대저 선비를 대우하는 도리가 임용할 만하면 임용할 것이며 임용할 수 없다면 물러가 편히 있도록 허락하고 그의 절조를 포장하여 고매하게 산림에서 지내도록 하는 것이 또한 사기를 양성하는 한 가지 방도일 것입니다."

하고, 김우옹(金宇顒)이 아뢰기를,

"성혼 같은 사람은 불러 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고, 이이가 아뢰기를,

"‘출신(出身)하지 못한 사람에게 관직을 제수할 적에는 반드시 《대전》대로 한다.’는 것은, 문음(門蔭)을 가리켜 한 말입니다. 만일 산림에 있는 현자라면 마땅히 격외(格外)로 특별히 대우해야지 어찌 문음처럼 할 수 있겠습니까. 현자로써 불러놓고 문음으로 대우하는 것은 현자를 대우하는 도리가 아닙니다. 경연을 겸대하는 것이 법에 벗어난 일이기는 하지만 또한 할 수는 있습니다. 나라를 다스리려면 근본을 세워야 하는 것이니 반드시 현명한 선비들을 널리 모아 임금의 덕을 보필하게 해야 합니다. 상께서는 성명한 자질을 지니셨는데 아래에 서로 닦아 가며 보양할 사람이 없으니 이것이 신이 근심하는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말해 보라. 나의 자품이 어떠한가? 큰일을 할 수 있겠는가?"

하니, 김우옹이 아뢰기를,

"기질(氣質)의 작용은 적고 학문의 공효는 큽니다. 진실로 학문만 잘한다면 천하에 할 수 없는 일이 없습니다. 성상께서는 자질이 영명하시어 역대의 제왕보다 뛰어나시니 학문을 겸하신다면 어찌 하지 못할까를 걱정하겠습니까. 단지 하지 않으시는 것을 걱정할 뿐입니다."

하였다. 상이 그 말이 과분하다고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만일 역대의 제왕보다 뛰어나시다고 한다면 그 말은 과연 지나칩니다. 그러나 전하께서는 영명하시고 욕심이 적으신 것으로 보아서 틀림없이 큰일을 할 수 있는 자품이시니 잘 다스리지 못하는 것은 하지 않아서이지 자질 때문이 아니십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근본이 있고 말단이 있습니다. 반드시 상께서 학문을 힘쓰시어 사리에 밝고 인재를 알아보시게 된 다음에야 현명한 사람을 임용하고 유능한 사람을 부리게 되어 민생에게 혜택이 미칠 것입니다. 요사이 신하들이 시급하게 향약(鄕約)을 행하자고 청하므로 상께서 행하도록 명하셨습니다마는, 신의 생각에는 향약을 행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고 여겨집니다. 민생을 기르는 것이 먼저할 일이고 민생을 교육하는 것은 다음에 할 일입니다. 민생들의 곤궁이 오늘날보다 심한 때가 없었으니 시급하게 폐해를 바로잡아 우선 급박한 상황을 해소한 다음에야 향약을 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덕으로 교화함은 곧 고량 진미(膏粱珍味)와 같은 것입니다마는, 만일 비위(脾胃)가 극도로 손상되어 미음도 내려가지 않는다면 고량 진미가 아무리 좋더라도 먹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유희춘이 아뢰기를,

"이이의 말이 옳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당초에 나도 역시 어려우리라는 것을 알았었다. 이제 이미 행하도록 명해 놓고 중지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민생을 기른 다음에 향약을 행해야 한다는 것이니 중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일을 상께서 마땅히 몸소 솔선하셔야지 그렇지 않으면 백성이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나는 자질이 거친 사람인데 어찌 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매양 강론할 적이면 상께서 하시는 말씀이 남들의 생각보다 뛰어나시었는데 어찌 일을 할 수 있는 자질이 아니겠습니까."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향약을 지금 중지하도록 명하는 것이 비록 물리어 거행하려는 것이기는 하지만, 백성들이 믿지 않을는지 어찌 알겠는가."

하니, 이이가 아뢰기를,

"향약을 중지해 놓고 민생을 기르는 정책을 거행하지 않는다면 백성들이 믿지 않을 것이지만, 백성을 기르는 정책을 거행한다면 백성들은 반드시 믿을 것입니다."

하였다.

원문

○上謂李珥曰: "漢 文帝, 何以不用賈誼乎?" 珥對曰: "文帝雖賢, 志趣不高, 見賈誼言, 大疑而不用耳。 凡人有大志, 然後可以做大事。 譬如主人欲搆數間小屋, 而工師乃欲搆大廈, 則豈肯聽其言乎?" 珥因曰: "今者災變累作, 若以爲無道之世, 則聖明在上, 常存圖治之心, 若以爲有道之世, 則民生困悴, 日以益甚。 此眞將治未亂之幾, 不可徒曰恐懼修省, 而無其實也。 近來傳敎儘善, 而實效則未之見也。" 上曰: "何以則有實效耶?" 珥曰: "自上每以變通爲難, 故終無實效。 若不更張, 無以爲國。" 上曰: "若非祖宗法, 則更張何難?" 珥曰: "非欲盡變祖宗之法也。 至如貢案, 是燕山所加定, 非祖宗法也。 臣非好更張, 欲救民瘼也。 若欲改紀今日之政, 則必求有爲之才, 若不復紀, 則求賢何用? 近日自上眷注於盧守愼, 而守愼謝病不出, 此亦有意云。 守愼少有善名, 前此未相, 時人皆曰: ‘此人作相, 則太平可致。’ 而及居相位, 別無建明, 人皆笑其不職。 守愼欲有所建白, 則上意不欲變通, 進退極難, 故不得已乞退也。" 上曰: "此可笑也。 此人建白, 予別無不聽之事也。" 珥曰: "此人有經濟之才, 則臣未之知也。 至於坐鎭雅俗, 則優爲之矣。 願上勿許退休也。" 上曰: "非但坐鎭雅俗, 亦是學問之人也。 但不得其君耳。" 珥曰: "豈其然乎? 但願勿許其退, 而聽其言也。" 上曰: "予見其意, 亦欲改紀者也。" 珥曰: "自古聖賢, 隨時變通。 以天運言之, 歲久則曆數必差, 代各有人, 出而改正, 若不隨改, 則天象差謬, 四時易序矣。" 珥問上曰: "前日經席, 趙廷機以臣言啓曰: ‘成渾一動一靜, 必以規矩。’ 云。 有之乎?" 上曰: "方欲問之, 而未及也。 成渾何如人耶?" 珥對曰: "此人臣所熟知, 是成守琛之子也。 早承家庭之訓, 不聞駁雜之說, 資質醇厚, 可以爲善。 謂之勉於學問, 則可也; 不可謂之學成德立也。 奚至於一動一靜, 必以規矩乎? 但其人多病, 持平之職, 決不能堪也。" 上曰: "予聞治心, 則無病。 學問之人, 亦有病乎?" 珥曰: "雖學問之人, 受氣甚薄, 則未免有病。 昔者伯牛有疾, 孔子以爲命, 明其非所自致也。 渾以受氣之薄, 嬰疾甚重, 其能不死者, 亦治心之功也。 若放心者有渾之疾, 則豈不遄死乎? 若殿下必欲見此人, 則遞其職, 而使之上來, 可也。 大抵待士之道, 可用則用之, 不能用, 則許其恬退, 褒其節操, 使之守高山林, 亦養士氣之一道也。" 金宇顒曰: "如成渾者, 不可不召也。" 珥曰: "未出身人除官, 必從《大典》者, 此指門蔭也。 若山林賢者, 則當以格外殊待也。 豈可視以門蔭乎? 招之以賢者, 而待之以門蔭, 非用賢之道也。 兼帶經筵, 雖是法外, 亦可爲也。 爲治當立根本, 必廣聚賢士, 以輔君德。 上有聖明之質, 而下無交修輔養之人, 此臣之所憂也。" 上曰: "試言之, 予質稟何如? 可以有爲耶?" 宇顒曰: "氣質之用少, 學問之功多, 苟能學問, 則天下之事, 無不可爲。 聖質英明, 超出百王之上, 加之以學問, 則何患不能? 只患不爲耳。" 上曰: "此言過矣。" 珥曰: "若謂之出超出百王, 則其言果過矣。 但殿下英明寡慾, 決是有爲之資, 其不能善治者, 不爲也, 非資質之過也。 爲治有本有末, 必須自上勉於學問, 明理而知人, 然後可以任賢使能, 惠及生民矣。 近日群臣, 急請行鄕約, 故自上命行之。 臣意以爲, 行鄕約太早也。 養民爲先, 敎民爲後, 民生憔悴, 莫甚於今日, 汲汲救弊, 先解倒懸, 然後可行鄕約也。 德敎是梁肉, 若脾胃極傷, 糜粥不下, 則粱肉雖好, 其能食乎?" 柳希春曰: "李珥之言是也。" 上曰: "當初予亦知其難矣。 今已命行而中止, 何如哉?" 珥曰: "養民然後, 乃行鄕約, 此非中止也。 凡事自上當躬率之, 不然, 則民必不從。 上曰: "予資質鹵莽, 何能有爲?" 珥曰: "每於講論之際, 自上所言, 超出人意, 豈非可爲之質乎?" 上曰: "鄕約, 今命中止, 則雖欲退行, 安知百姓不之信耶?" 珥曰: "旣停鄕約, 而不擧養民之政, 則民必不信。 若擧養民之政, 則民必信之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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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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