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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실록31권, 명종 20년 12월 7일 庚午 1/2 기사 / 1565년 명 가정(嘉靖) 44년

정언 이이의 사직 상소

국역

정언 이이(李珥)가 상소하기를,

"삼가 생각하건대 위에서 벼슬을 시키는 것이 단지 은택으로써 우대하기 위함만이 아니고 앞으로 그 재목을 쓰고자 함이라면, 그 능력을 헤아려 직책을 제수해야 합니다. 아래에서 벼슬을 구하는 것이 한갓 작록으로써 호구지책을 삼기 위함만이 아니고 앞으로 자신의 도를 펴려고 하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헤아려 명을 받는 것입니다. 《맹자》에 ‘좌우가 모두 어질다 해도 되지 않고 여러 대부들이 모두 어질다 해도 되지 않고 국인이 모두 어질다 한 뒤에 이를 살펴 어진 줄 안 후에 등용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 좌우와 여러 대부 및 국인이 모두 어질다고 하였는데도 오히려 또 깊이 살펴 서서히 등용한다 함은 대개 살핌이 밝으므로 택함이 정밀하고, 택함이 정밀하므로 앎이 깊고, 앎이 깊으므로 믿음이 돈독해지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한다면 간언(諫言)이 실천되고 받아들여져 정치의 혜택이 백성에게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만약 위에서 정밀한 선택을 못하고 아래에서 스스로를 헤아리지 못하여 잘못 거용하여 재목을 쓴 효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무릅쓰고 나가 도를 펴는 뜻이 없게 된다면, 시위 소찬하고 직무를 폐기하여 임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 또한 당연합니다.

신은 본래 하찮은 선비로서 시무에 통달하지 못하였으며 거기에다 의지도 연약하고 재주도 모자라서, 배움에서 이룬 바가 없습니다. 집안이 가난해 녹을 구하기 위해 구차히 과거에 응했는데, 외람되이 천은을 입어 수석으로 뽑히니, 밤낮으로 전전긍긍 두려워 그 짐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낭서(郞署)의 직도 오히려 감당치 못할까 두려운데 하물며 언책(言責)이라는 무거운 지위이겠습니까. 신은 본직을 제수받은 이래로 누워도 자리가 편치 않고 먹어도 맛이 달지 않으며 자신을 돌아볼수록 두렵고 근심되어 춥지도 않은데 떨립니다. 더구나 지금의 국사는 마치 큰 병을 치른 뒤 원기가 아직 회복되지 못해 마디마다 아프고 저린 것 같아 한번 조섭을 잘못하면 곧바로 위급한 상태로까지 될 지경에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위로 성상의 마음을 바르게 보필하고 아래로 민의를 소통시켜 파탄된 폐단들을 잘 다스려지게 하는 책임이 간관에게 있습니다. 마땅히 충직한 선비를 뽑아서 그 직책을 다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어찌 신진의 열등한 자를 무거운 책임에 무릅쓰고 있게 하여, 조정에 나아감에 미덥지 못한 혐의가 있고 조정에서 물러남에 소인이 군자의 지위에 있다는 비방을 생각하게 하겠습니까. 죄와 허물을 면하려고 해도 겨를이 없는데 더구나 충언을 다 올려 임금을 보좌하기를 바라겠습니까. 신의 직을 체직하라 명하시고 백집사(百執事)의 직을 제수하여 분에 맞도록 한다면 조정에는 잘못 거용하는 실책이 없게 될 것이고, 소신은 무릅쓰고 벼슬에 나가 있다는 비난을 면하게 될 것입니다."

하니, 답하기를,

"본직에 합당하지 않았으면 전조(銓曹)에서 주의(注擬)할 수 있었겠는가. 사퇴하지 말라."

하였다.

원문

○庚午/正言李珥上疏曰:

伏以, 上之官人, 不特以恩澤, 爲眷遇而已, 將以用其材, 則量能而授職。 下之求仕, 不徒以爵祿, 爲哺啜而已, 將以達其道, 故量己而受命。 孟子有言曰: ‘左右皆曰賢, 未可也。 諸大夫皆曰賢, 未可也。 國人皆曰賢, 然後察之, 見賢, 然後用之。’ 夫左右諸大夫國人, 皆曰賢矣, 猶且深察, 而徐用之。 蓋察之明, 故擇之精; 擇之精, 故知之深; 知之深, 故信之篤。 夫如是, 則諫行言聽, 膏澤之及人, 固其宜也。 若使上不精擇, 下不自量, 謬擧而無用材之效, 冒進而無達道之志, 則尸位曠官, 鼎餗之顚覆, 亦其宜也。 今臣本一竪儒, 不通時務, 加之以志軟才下, 學無所成。 家貧干祿, 苟應科擧, 濫蒙天恩, 擢置上第, 夙夜戰兢, 懼不克荷。 郞署之職, 尙恐不堪, 況忝言責重地乎? 自臣除本職以來, 寢不安席, 食不甘味, 撫躬畏憂, 不寒亦慄。 況今國事, 譬如大病之餘, 元氣未復, 百節疼痛, 一失調護, 便至危急。 於此之時, 上格宸衷, 下達輿情, 釐保穿弊, 責在諫官。 當擇忠直之士, 俾盡其職, 豈可使新進下劣之流, 冒居重任, 進有未信之嫌, 退思負乘之誚, 冀免罪辜之不暇, 況望進盡忠言, 以補袞職哉? 伏望, 命遞臣職, 授以百執事之任, 俾安其分, 則庶朝廷無謬擧之失, 小臣免冒進之譏矣。"

答曰: "不合本職, 則銓曹其可注擬乎? 勿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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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실록31권, 명종 20년 12월 7일 庚午 1/2 기사 / 1565년 명 가정(嘉靖) 44년

정언 이이의 사직 상소

국역

정언 이이(李珥)가 상소하기를,

"삼가 생각하건대 위에서 벼슬을 시키는 것이 단지 은택으로써 우대하기 위함만이 아니고 앞으로 그 재목을 쓰고자 함이라면, 그 능력을 헤아려 직책을 제수해야 합니다. 아래에서 벼슬을 구하는 것이 한갓 작록으로써 호구지책을 삼기 위함만이 아니고 앞으로 자신의 도를 펴려고 하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헤아려 명을 받는 것입니다. 《맹자》에 ‘좌우가 모두 어질다 해도 되지 않고 여러 대부들이 모두 어질다 해도 되지 않고 국인이 모두 어질다 한 뒤에 이를 살펴 어진 줄 안 후에 등용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 좌우와 여러 대부 및 국인이 모두 어질다고 하였는데도 오히려 또 깊이 살펴 서서히 등용한다 함은 대개 살핌이 밝으므로 택함이 정밀하고, 택함이 정밀하므로 앎이 깊고, 앎이 깊으므로 믿음이 돈독해지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한다면 간언(諫言)이 실천되고 받아들여져 정치의 혜택이 백성에게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만약 위에서 정밀한 선택을 못하고 아래에서 스스로를 헤아리지 못하여 잘못 거용하여 재목을 쓴 효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무릅쓰고 나가 도를 펴는 뜻이 없게 된다면, 시위 소찬하고 직무를 폐기하여 임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 또한 당연합니다.

신은 본래 하찮은 선비로서 시무에 통달하지 못하였으며 거기에다 의지도 연약하고 재주도 모자라서, 배움에서 이룬 바가 없습니다. 집안이 가난해 녹을 구하기 위해 구차히 과거에 응했는데, 외람되이 천은을 입어 수석으로 뽑히니, 밤낮으로 전전긍긍 두려워 그 짐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낭서(郞署)의 직도 오히려 감당치 못할까 두려운데 하물며 언책(言責)이라는 무거운 지위이겠습니까. 신은 본직을 제수받은 이래로 누워도 자리가 편치 않고 먹어도 맛이 달지 않으며 자신을 돌아볼수록 두렵고 근심되어 춥지도 않은데 떨립니다. 더구나 지금의 국사는 마치 큰 병을 치른 뒤 원기가 아직 회복되지 못해 마디마다 아프고 저린 것 같아 한번 조섭을 잘못하면 곧바로 위급한 상태로까지 될 지경에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위로 성상의 마음을 바르게 보필하고 아래로 민의를 소통시켜 파탄된 폐단들을 잘 다스려지게 하는 책임이 간관에게 있습니다. 마땅히 충직한 선비를 뽑아서 그 직책을 다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어찌 신진의 열등한 자를 무거운 책임에 무릅쓰고 있게 하여, 조정에 나아감에 미덥지 못한 혐의가 있고 조정에서 물러남에 소인이 군자의 지위에 있다는 비방을 생각하게 하겠습니까. 죄와 허물을 면하려고 해도 겨를이 없는데 더구나 충언을 다 올려 임금을 보좌하기를 바라겠습니까. 신의 직을 체직하라 명하시고 백집사(百執事)의 직을 제수하여 분에 맞도록 한다면 조정에는 잘못 거용하는 실책이 없게 될 것이고, 소신은 무릅쓰고 벼슬에 나가 있다는 비난을 면하게 될 것입니다."

하니, 답하기를,

"본직에 합당하지 않았으면 전조(銓曹)에서 주의(注擬)할 수 있었겠는가. 사퇴하지 말라."

하였다.

원문

○庚午/正言李珥上疏曰:

伏以, 上之官人, 不特以恩澤, 爲眷遇而已, 將以用其材, 則量能而授職。 下之求仕, 不徒以爵祿, 爲哺啜而已, 將以達其道, 故量己而受命。 孟子有言曰: ‘左右皆曰賢, 未可也。 諸大夫皆曰賢, 未可也。 國人皆曰賢, 然後察之, 見賢, 然後用之。’ 夫左右諸大夫國人, 皆曰賢矣, 猶且深察, 而徐用之。 蓋察之明, 故擇之精; 擇之精, 故知之深; 知之深, 故信之篤。 夫如是, 則諫行言聽, 膏澤之及人, 固其宜也。 若使上不精擇, 下不自量, 謬擧而無用材之效, 冒進而無達道之志, 則尸位曠官, 鼎餗之顚覆, 亦其宜也。 今臣本一竪儒, 不通時務, 加之以志軟才下, 學無所成。 家貧干祿, 苟應科擧, 濫蒙天恩, 擢置上第, 夙夜戰兢, 懼不克荷。 郞署之職, 尙恐不堪, 況忝言責重地乎? 自臣除本職以來, 寢不安席, 食不甘味, 撫躬畏憂, 不寒亦慄。 況今國事, 譬如大病之餘, 元氣未復, 百節疼痛, 一失調護, 便至危急。 於此之時, 上格宸衷, 下達輿情, 釐保穿弊, 責在諫官。 當擇忠直之士, 俾盡其職, 豈可使新進下劣之流, 冒居重任, 進有未信之嫌, 退思負乘之誚, 冀免罪辜之不暇, 況望進盡忠言, 以補袞職哉? 伏望, 命遞臣職, 授以百執事之任, 俾安其分, 則庶朝廷無謬擧之失, 小臣免冒進之譏矣。"

答曰: "不合本職, 則銓曹其可注擬乎? 勿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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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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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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