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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실록9권, 명종 4년 3월 24일 甲午 1/3 기사 / 1549년 명 가정(嘉靖) 28년

좌상 황헌 등이 전경 문신의 나태를 책망한 일로 체직을 청하나 불윤하다

국역

좌상 황헌(黃憲)과 우상 심연원(沈連源)이 아뢰기를,

"어제 상의 전교를 들으니 전경 문신이 나태한 것과 근래 인심과 풍속이 아름답지 못한 것과 백관이 해이해진 것을 모두 자책하셨으니 신들은 그저 송구하여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성상께서 즉위하신 이래로 위로는 자전을 받들고 아래로는 재보(宰輔)들을 의지하여 날마다 정신을 가다듬어 부지런히 다스려지기를 도모하였으니 비록 옛 성왕(聖王)이라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의 폐단은 아랫사람이 성덕(聖德)을 잘 받들지 못한 탓입니다. 신들은 모두 변변치 못한 무리로 위로는 성덕을 잘 보좌하지 못하고 아래로는 여러 관료들을 잘 통제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조정에 기율이 없어 모든 일이 나태해졌으니 이는 모두 신들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소치입니다.

경술(經術)과 문장(文章)은 나라를 빛내는 데 관계된 것인데 근래에 습속이 경박하여 젊을 적에 학업을 부지런히 닦지 않음은 물론 벼슬을 하기만 하면 즉시 경서 강독을 전폐하니, 웅재(雄才)나 석학(碩學)이 나오지 않는 것이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고무 진작시키는 방법이 제대로 된다면 옛날처럼 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흉년이 들고 풍속이 각박해져 공도(公道)를 무시하고 이욕(利欲)만 추구하므로 매양 근심하는 글을 위에서 내려도 이를 봉행하는 데 태만한 까닭에 구차스런 일이 많습니다. 사치가 풍조를 이루어 의복·음식과 혼인(婚姻)·상제(喪祭)에 있어 모두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조정의 상하(上下)에 기강이 쓸어버린듯이 없어져 아전은 관원을 업신여기고 낭관은 당상관을 능멸하여, 그 폐단이 심지어 역류(逆類)에 관계된 자를 두호하고 국사(國事)에 힘쓰는 자를 의심하기까지에 이르렀습니다. 붕우(朋友) 사이의 사정(私情)은 대단하게 여기면서 군신(君臣) 사이의 대의(大義)는 망각하므로 이 때문에 죄를 짓는 자가 속출하여도 괴이하게 여기지 않으니 어찌 가슴 아픈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형법(刑法)으로 다스리는 것은 덕례(德禮)로 다스리는 것만 못하다고 하였습니다. 위에서 공도(公道)를 넓히고 권강(權綱)을 총람하여 호오(好惡)를 밝히고 시비(是非)를 정하신다면, 기강이 서지 않고 백사가 해이해진 것을 근심할 것이 뭐 있겠습니까? 신들은 명색이 정승의 자리에 있으나 재주와 식견이 천박하여 일을 처리할 줄은 모르면서 녹을 탐하고 은총만 믿으니, 솥발이 부러질까044) 두렵습니다. 신들을 체직시키고 어질고 덕 있는 이를 가려서 맡기소서."

하니, 답하기를,

"백관이 해이해지고 인심과 풍습이 각박하기가 지금처럼 심한 적이 없는 것은 곧 위에서 덕화(德化)가 없기 때문이요, 대신들의 보좌가 지극하지 못한 때문이 아니니 사직하지 말라."

하였다. 다시 아뢰기를,

"신들은 백관을 통솔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능히 책임을 다하지 못한 죄가 큽니다. 더구나 지금은 농사철인데도 구름만 낄 뿐 비가 내리지 않으므로 파종을 하지 못했으니, 이 또한 신들이 음양을 섭리(燮理)하지 못한 탓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자책하심이 이와 같으니 신들은 직에 있기가 미안합니다. 어질고 덕이 있는 이를 기용하여 정승의 자리에 두신다면 인심과 풍속이 저절로 바르게 될 것입니다."

하니, 답하기를,

"대신들이 어찌 마음을 다하지 않았겠는가? 천재(天災)와 시변(時變)은 다 내가 부덕한 탓이요 경들의 잘못이 아니니 사직하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책 9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629면
  • [註 044] 솥발이 부러질까 : 정승이 맡은 일을 다하지 못하여 나랏일을 그르친다는 뜻. 《역경(易經)》 정괘(鼎卦) 구사.

원문

○甲午/左相黃憲、右相沈連源啓曰: "昨聞上敎, 以專經文臣懶慢及近來人心風俗不淑, 百執事解弛, 皆引躬自責, 臣等祗懼罔措。 聖上自卽位以來, 上承慈殿, 下倚宰輔, 勵精圖理, 惟日孜孜, 雖古聖王, 無過於此。 方今之弊, 在下不能奉承聖德故也。 臣等俱以無似, 上不能輔導聖德, 下不能摠攝群僚。 朝無紀律, 庶事隳哉, 皆臣等不職之致也。 經術文章, 華國所關, 近來習尙浮薄, 年少之時, 不勤學業, 及其釋褐, 便廢講讀, 雄才碩學, 無怪乎不出。 然若在上鼓舞振作之得其道, 則何難復古? 但歲飢俗薄, 滅公趨利, 憂勤之書每下, 而慢於奉行, 事多苟且。 至於奢侈成俗, 衣服飮食婚姻喪祭, 無不過度。 不特此也。 朝廷上下, 紀綱掃如, 吏典侮其官員, 郞舍凌其堂上, 其弊至於干逆類者容護之, 勉國事者置疑焉。 朋友之私情勝, 君臣之大義忘, 以此被罪相繼, 而不以爲怪, 豈不痛心? 然治之以刑法, 不若齊之以德禮。 自上廓擧公道, 摠攬權綱, 明好惡定是非, 則何患紀綱不立, 百司解弛乎? 臣等備員端揆, 才識譾薄, 罔知克濟, 貪祿怙寵, 鼎折可懼。 請遞臣等之職, 簡授賢德。" 答曰: "百執事解弛, 人心風俗薄惡, 未有甚於此時, 是上無德化故也, 非大臣輔導之不至也, 勿辭。" 再啓曰: "臣等職在表率百官之地, 不能盡責任之罪大矣。 況今農月, 密雲不雨, 種不入土, 此亦臣等不盡燮理而然也。 自上自責如此, 而臣等在職未安。 請擧賢德, 置之相位, 則人心風俗, 自歸於正。" 答曰: "大臣豈不盡心? 天災時變, 皆由予否德, 非卿等所失, 勿辭。"

  • 【태백산사고본】 7책 9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6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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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실록9권, 명종 4년 3월 24일 甲午 1/3 기사 / 1549년 명 가정(嘉靖) 28년

좌상 황헌 등이 전경 문신의 나태를 책망한 일로 체직을 청하나 불윤하다

국역

좌상 황헌(黃憲)과 우상 심연원(沈連源)이 아뢰기를,

"어제 상의 전교를 들으니 전경 문신이 나태한 것과 근래 인심과 풍속이 아름답지 못한 것과 백관이 해이해진 것을 모두 자책하셨으니 신들은 그저 송구하여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성상께서 즉위하신 이래로 위로는 자전을 받들고 아래로는 재보(宰輔)들을 의지하여 날마다 정신을 가다듬어 부지런히 다스려지기를 도모하였으니 비록 옛 성왕(聖王)이라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의 폐단은 아랫사람이 성덕(聖德)을 잘 받들지 못한 탓입니다. 신들은 모두 변변치 못한 무리로 위로는 성덕을 잘 보좌하지 못하고 아래로는 여러 관료들을 잘 통제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조정에 기율이 없어 모든 일이 나태해졌으니 이는 모두 신들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소치입니다.

경술(經術)과 문장(文章)은 나라를 빛내는 데 관계된 것인데 근래에 습속이 경박하여 젊을 적에 학업을 부지런히 닦지 않음은 물론 벼슬을 하기만 하면 즉시 경서 강독을 전폐하니, 웅재(雄才)나 석학(碩學)이 나오지 않는 것이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고무 진작시키는 방법이 제대로 된다면 옛날처럼 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흉년이 들고 풍속이 각박해져 공도(公道)를 무시하고 이욕(利欲)만 추구하므로 매양 근심하는 글을 위에서 내려도 이를 봉행하는 데 태만한 까닭에 구차스런 일이 많습니다. 사치가 풍조를 이루어 의복·음식과 혼인(婚姻)·상제(喪祭)에 있어 모두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조정의 상하(上下)에 기강이 쓸어버린듯이 없어져 아전은 관원을 업신여기고 낭관은 당상관을 능멸하여, 그 폐단이 심지어 역류(逆類)에 관계된 자를 두호하고 국사(國事)에 힘쓰는 자를 의심하기까지에 이르렀습니다. 붕우(朋友) 사이의 사정(私情)은 대단하게 여기면서 군신(君臣) 사이의 대의(大義)는 망각하므로 이 때문에 죄를 짓는 자가 속출하여도 괴이하게 여기지 않으니 어찌 가슴 아픈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형법(刑法)으로 다스리는 것은 덕례(德禮)로 다스리는 것만 못하다고 하였습니다. 위에서 공도(公道)를 넓히고 권강(權綱)을 총람하여 호오(好惡)를 밝히고 시비(是非)를 정하신다면, 기강이 서지 않고 백사가 해이해진 것을 근심할 것이 뭐 있겠습니까? 신들은 명색이 정승의 자리에 있으나 재주와 식견이 천박하여 일을 처리할 줄은 모르면서 녹을 탐하고 은총만 믿으니, 솥발이 부러질까044) 두렵습니다. 신들을 체직시키고 어질고 덕 있는 이를 가려서 맡기소서."

하니, 답하기를,

"백관이 해이해지고 인심과 풍습이 각박하기가 지금처럼 심한 적이 없는 것은 곧 위에서 덕화(德化)가 없기 때문이요, 대신들의 보좌가 지극하지 못한 때문이 아니니 사직하지 말라."

하였다. 다시 아뢰기를,

"신들은 백관을 통솔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능히 책임을 다하지 못한 죄가 큽니다. 더구나 지금은 농사철인데도 구름만 낄 뿐 비가 내리지 않으므로 파종을 하지 못했으니, 이 또한 신들이 음양을 섭리(燮理)하지 못한 탓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자책하심이 이와 같으니 신들은 직에 있기가 미안합니다. 어질고 덕이 있는 이를 기용하여 정승의 자리에 두신다면 인심과 풍속이 저절로 바르게 될 것입니다."

하니, 답하기를,

"대신들이 어찌 마음을 다하지 않았겠는가? 천재(天災)와 시변(時變)은 다 내가 부덕한 탓이요 경들의 잘못이 아니니 사직하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책 9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629면
  • [註 044] 솥발이 부러질까 : 정승이 맡은 일을 다하지 못하여 나랏일을 그르친다는 뜻. 《역경(易經)》 정괘(鼎卦) 구사.

원문

○甲午/左相黃憲、右相沈連源啓曰: "昨聞上敎, 以專經文臣懶慢及近來人心風俗不淑, 百執事解弛, 皆引躬自責, 臣等祗懼罔措。 聖上自卽位以來, 上承慈殿, 下倚宰輔, 勵精圖理, 惟日孜孜, 雖古聖王, 無過於此。 方今之弊, 在下不能奉承聖德故也。 臣等俱以無似, 上不能輔導聖德, 下不能摠攝群僚。 朝無紀律, 庶事隳哉, 皆臣等不職之致也。 經術文章, 華國所關, 近來習尙浮薄, 年少之時, 不勤學業, 及其釋褐, 便廢講讀, 雄才碩學, 無怪乎不出。 然若在上鼓舞振作之得其道, 則何難復古? 但歲飢俗薄, 滅公趨利, 憂勤之書每下, 而慢於奉行, 事多苟且。 至於奢侈成俗, 衣服飮食婚姻喪祭, 無不過度。 不特此也。 朝廷上下, 紀綱掃如, 吏典侮其官員, 郞舍凌其堂上, 其弊至於干逆類者容護之, 勉國事者置疑焉。 朋友之私情勝, 君臣之大義忘, 以此被罪相繼, 而不以爲怪, 豈不痛心? 然治之以刑法, 不若齊之以德禮。 自上廓擧公道, 摠攬權綱, 明好惡定是非, 則何患紀綱不立, 百司解弛乎? 臣等備員端揆, 才識譾薄, 罔知克濟, 貪祿怙寵, 鼎折可懼。 請遞臣等之職, 簡授賢德。" 答曰: "百執事解弛, 人心風俗薄惡, 未有甚於此時, 是上無德化故也, 非大臣輔導之不至也, 勿辭。" 再啓曰: "臣等職在表率百官之地, 不能盡責任之罪大矣。 況今農月, 密雲不雨, 種不入土, 此亦臣等不盡燮理而然也。 自上自責如此, 而臣等在職未安。 請擧賢德, 置之相位, 則人心風俗, 自歸於正。" 答曰: "大臣豈不盡心? 天災時變, 皆由予否德, 非卿等所失, 勿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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