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잘린 아이의 일을 의논하다
지의금부사 유보(柳溥)와 동지의금부사 심언경(沈彦慶)이 아뢰기를,
"한덕을 데리고 아이에게 가서 보이며 ‘누가 네 발을 잘랐는가?’ 하니 ‘한덕이다’ 하였습니다. 한덕과 중덕(仲德)을 같이 앉혀놓고 다시 ‘어느 사람이 네 발을 잘랐는가?’ 하고 물으니, 또 한덕을 가리켰습니다. ‘무엇으로 잘랐는가?’ 하니 ‘칼이다.’하였고, ‘어디에서 잘랐는가?’하니 ‘방안에서 잘랐다 하였으며 ‘언제 잘랐는가?’ 하니 ‘낮에 잘랐다. 두 손을 묶고 솜으로 입을 막았다.’ 하였습니다.
이로 보면 한덕이 한 짓이 틀림없어서 이제 한덕을 추문할 것으로 공사를 만들었는데, 계하(啓下)하셨습니다. 그러나 한덕의 초사(招辭)에 ‘지난 정월 초10일께 길에 버려진 아이를 보고 주인집으로 데리고 왔더니 주인은 꾸짖었으므로 곧 버렸다. 그런데 대궐에서 쫓겨나 이웃에 사는 수은(水銀)이란 사람이 데리고 갔고, 그 뒤에는 손금(孫今)이 데리고 갔다.’ 하였고, 수은의 초사에는 ‘지난 정월에 종 영대(英臺)가 여자아이 하나를 업고 왔는데 두 발이 동상(凍傷)에 걸렸고 형체도 더러워 영대에게 곧 버리라고 했다.’ 하였고, 손금의 초사에는 ‘지난 정월에 여자아이가 두발이 동상에 걸려 검게 부어오른 채 울고 있으므로 주인집에 데리고 왔다. 그러나 주인이 꾸짖으므로 곧 버렸는데 그뒤 무녀(巫女) 귀덕이 데리고 갔다.’ 하였고, 무녀 귀덕의 초사에는 ‘정월 27일 어린아이가 두 발이 동상에 걸려 있으므로 데리고 집으로 왔는데 이달 초5일에 발 하나가 동상으로 빠졌고 초8일에는 또 다른 발이 동상으로 빠졌다. 자질금(者叱今)과 을비(乙非) 등이 이것을 보았다.’ 하였고, 자질금의 초사에는 ‘무녀 귀덕이 과연 아이를 데리고 와 살렸는데 그때는 두 발이 완전하였으며 동상으로 빠졌을 때는 보지 못했다.’ 하였고, 을비의 초사에는 ‘정월 26∼27께 귀덕이 두 발이 동상에 걸린 아이를 살리는 것은 보았지만 발이 빠졌을 때는 보지 못했다.’ 하였습니다. 귀덕이 처음에는 아이의 발이 빠졌을 때 자질금과 을비 등이 보았다고 했는데 자질금과 을비는 보지 못했다고 하니, 이렇게 단서가 서로 어긋난 것으로 보아 귀덕은 추문해야 하고 한덕은 풀어주어야 하겠지만, 그 아이가 분명히 한덕이 잘랐다고 하므로 한덕은 내보낼 수 없습니다. 오늘 귀덕을 아이에게 보이며 ‘제가 이 사람을 아는가?’ 하니 고개를 끄덕였고, 또 ‘발을 자른 자가 이 사람인가?’ 하니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또 ‘이 사람이 너를 살렸는가?’ 하니 고개를 끄덕였고, 또 ‘이 사람이 너를 데리고 갔을 때 네 발이 이미 잘린 채였었는가?’ 하니 ‘아니다.’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한덕이 발을 자르지 않은 것이 또한 분명합니다. 또 손금·자질금·수은·을비의 말로 보아도 한덕은 혐의가 없는 듯합니다. 다만 여자아이가, 분명히 한덕이 발을 잘랐다고 말하니 한덕은 의당 추문해야 하지만, 4∼5세의 미욱한 아이의 말만 믿고 형추(刑推)하는 것이 사체에 어떨는지 모르겠습니다. 율(律)에도 ‘80세 이후와 10세 이전 사람의 말은 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귀덕이 아이의 발이 아직 잘리지 않았을 때 데리고 간 것이 명백하니, 한덕이 자르지 않은 것을 이로써도 분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를 먼저 추문해야 합니까? 본사의 당상관 두 사람이 피혐할 일이 있어 집에 갔으므로, 신들 두 사람만으로는 참작하여 조처하지 못하겠습니다.
더구나 지금 이 일이 관계된 바가 지극히 긴급하고도 중요한 일이면 우리 둘이라도 결정하겠지만, 추문하는 일도 긴급하지 않고, 또 이같이 의심스러운 옥사는 신들끼리 장관도 없이 독단하기가 매우 곤란합니다. 그들을 출사(出仕)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전교하였다.
"아뢴 뜻은 알았다. 과연 귀덕의 일을 보면 귀덕을 먼저 형추해야 옳을 것 같다. 귀덕이 아이가 쓸모없다고 하여 돈독(敦篤)을 시켜서 버리게 하였으니, 이로 보면 발이 잘리지 않았을 때 데리고 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먼저 형추해야 한다. 한덕의 공사를 보니, 80세 이후와 10세 이전 사람의 말은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못된다고 한 말이 옳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아이에게 보이며 ‘이 사람이 네 발을 잘랐는가?’ 하면 모두 ‘아니다.’ 하고, 한덕을 보이면 ‘내 발을 자른 사람은 이 사람이다.’ 한다고 하니, 이 아이가 귀덕과 한덕에게 무슨 애증(愛憎)이 있어서 그런 말을 하겠는가. 단지 그 얼굴을 보고서 그 사람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금의 초사를 보면 아직 자르기 전에 데리고 갔다 하고, 돈독은 귀덕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데려다 기르다가 나중에는 도로 버렸다고 하니, 귀덕과 돈독은 형추해야 한다. 그러나 보인 사람이 많은데도 아이는 단지 한덕만을 가리키니, 내 생각에 한덕이 아이를 버리고 나서 다른 사람을 모해하기 위하여 가서 다시 발을 자른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발이 칼에 잘린 것이니, 저절로 빠진 것인지는 분명히 분변할 수 있으니, 자세히 살펴보라. 그리고 처음에는 용산(龍山)의 무녀 집 고개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아요고개(阿要古介)의 무녀촌(巫女村)이라고 하여 아이를 버린 곳이 각기 다르니, 두 장소의 거리가 같은가, 다른가를 물으라. 김근사(金謹思)와 김안로(金安老) 등은 피혐할 일이 긴요하면 피혐하고 긴요하지 않으면 피혐하지 말라는 뜻을 이미 그들에게 말했다. 손금과 자질금에게 긴급하게 물을 일이 없으면 유(柳)·심(沈) 두 당상이 참여하여 추국하는 것이 옳다. 근년에 경성(京城) 가까운 곳에서 잔혹하게 해치는 일이 매우 많이 발생하니 이 어찌 작은 변괴인가. 속히 추문하도록 하라."
- 【태백산사고본】 37책 73권 56장 B면【국편영인본】 17책 395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풍속-풍속(風俗)
○知義禁府事柳溥、同知義禁府事沈彦慶啓曰: "以漢德入示兒曰: ‘何人斷汝足乎?’ 曰: ‘漢德也。’ 令漢德與仲德同坐, 更問何人斷爾足乎? 則指漢德也。 問何物以斷之乎。 則曰: ‘刀子也。’ 問何處, 則曰: ‘房內也。’ 問何時, 則曰: ‘晝也。’ 兩手縶結, 以綿塞口云。 分明漢德之所爲, 故方推漢德, 爲公事啓下矣。 然漢德招辭, 去正月初十日間, 道見棄兒, 收來于主家, 厥主讓之, 因卽棄之, 隣居出闕人水銀率去, 其後孫今率去云。 水銀招辭: ‘去正月間, 婢英臺負一兒女而來, 兩足凍傷, 形體陋汚, 卽令英臺棄之。’ 孫今招辭: ‘去正月, 女兒有兩足凍傷, 浮黑而啼, 率來于主家, 主乃叱責, 故卽棄, 其後巫女貴德, 率去。’ 云。 巫女貴德招辭: ‘正月二十七日, 有兒兩足凍傷, 因率而來家, 今月初五日, 一足凍落, 初八日, 又一足凍落, 者叱今、乙非等見之。’ 者叱今招辭: ‘巫女貴德, 果收兒救活, 兩足完固, 至於凍傷脫落時, 未見也。’ 乙非招辭: ‘正月二十六七日間, 見貴德兩足凍傷之兒救活, 至於脫落時, 未見也。’ 貴德初云: ‘兒足脫落時, 者叱今、乙非等見之, 而者叱今、乙非則曰: ‘未見, 是則違端也。’ 貴德當推, 而漢德似脫矣, 其兒分明云, 漢德割之, 此不可棄也。 今日以貴德示兒曰: ‘汝知此人乎?’ 則點頭, 又問: ‘割足者此人乎?’ 則不答, 又問: ‘此人救活汝乎?’ 點頭。 又: ‘此人收汝去時, 汝是已斷乎?’ 則曰: ‘未也。’ 以此觀之, 漢德之不割, 亦明矣。 又以孫今、者叱今、水銀、乙非之言觀之, 漢德似脫矣, 但女兒分明言漢德割之, 漢德固當推矣, 而以四五歲迷劣兒言, 刑推何如? 律亦云: ‘八十以後, 十歲以前, 不可取實。’ 云。 貴德兒足未割時, 率去明白, 則漢德之不割, 自此可辨, 然何者, 當先推詰乎? 司堂上二人, 避嫌而入, 臣等二人, 恐未適中參酌。 況事干若緊則已矣, 所問似不緊, 如此疑獄, 臣等無長官, 獨斷甚難。 令出仕何如?" 傳曰: "所啓之意, 知道。 果以貴德之事見之, 貴德, 先刑推似可矣, 貴德, 以兒無用, 使敦篤棄之。 以此觀之, 足之不斷時, 率去明矣, 則先刑推可也。 以漢德公事見之, 八十歲以後, 十歲以前, 無足取實之說, 可矣。 然以他人示兒曰: ‘此人割汝足乎?’ 則皆曰非也。 示於漢德則曰: ‘斷吾足者, 此人也。’ 兒於貴德、漢德, 有何愛憎而然哉? 只能見其面, 而記其人。 但以孫今招辭見之, 未割時收去, 敦篤, 以貴德之言, 始而養之, 終而棄之。 當刑推貴德、敦篤可也。 然示人者多, 而兒之所指, 獨在漢德, 意漢德旣棄之後, 欲謀害他人, 往復割之也。 且足之刀割自脫, 分明可辨, 細見之可也。 初言龍山巫女家嶺, 後言阿要古介巫女村, 棄兒處各異, 兩地相距, (異)〔遠〕 耶、近耶? 問之。 金謹思、金安老等避嫌, 緊則避之, 不緊則勿避之意, 已說之矣。 孫今、者叱今, 果無緊問之事, 二堂上、參鞫可也。 近年京城近地, 殘害之事甚多, 此豈小變? 速推可也。"
- 【태백산사고본】 37책 73권 56장 B면【국편영인본】 17책 395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풍속-풍속(風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