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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70권, 중종 26년 1월 5일 庚寅 2/3 기사 / 1531년 명 가정(嘉靖) 10년

헌부가 파방할 것을 아뢰다

국역

헌부가 파방에 대한 일로 상차(上箚)하였다.

"엎드려 생각건대 과거(科擧)는 한(漢)나라 때부터 설치했는데 후세에 사람을 등용하는 데 있어서도 오로지 과거에만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위에서 인재를 취하는 데도 이것에 의하지 않으면 정(正)이 될 수 없고 아래에서 진출함에 있어서도 이것에 의하지 않으면 역시 정(正)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대공 지정(大公至正)한 규칙을 만들어 게시하면 박학(博學)하고 굉재(宏才)한 자들도 이것에 의하여 세상에 쓰이게 되는 것이니, 나라를 소유한 자가 마땅히 중하게 여겨야 할 것입니다. 국가에서 사람을 등용하는 문(門)이 비록 많다고는 하나 또한 과거로 뽑는 것을 중하게 여기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조종조에서 제도(制度)를 정하면서부터 규모가 점점 조밀하고 절목(節目)이 더욱 자세하며 그 사이에 금지하고 방지하는 조항도 엄격하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근자에는 조정의 기강이 해이하고 인심이 간사하고 행동이 오만해서, 시험보는 날에 서얼들이 함부로 참예하여 어진 사람의 진로를 막고, 서리(書吏)가 함부로 들어와 대서(代書)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권(試券)을 채점하는 기간이 수일(數日)을 지나지 않으니, 옥(玉)과 돌[石]이 반드시 취사(取捨)하는 과정에서 희미하게 되며, 시험 문제가 구제(舊制)에서 거듭 나오고 있으므로 인재를 가리는 과정에서 보잘것없는 사람이 많이 섞이게 됩니다. 경시(京試)만 그런 것이 아니고 향선(鄕選)도 역시 그러하므로 공도가 무너져서 보고 듣기에 해괴하고 경악스럽습니다. 전에는 이런 것들이 하나만 여기에 끼어도 오히려 모두 파하고 의심없이 고쳤었는데, 하물며 지금처럼 불공(不公)하고 부정(不正)한 것이 이처럼 많은 경우이겠습니까.

그런데 대신과 육경이 만세의 폐단을 생각하지 않고 일시의 습속만을 바루고자 하여 힘써 고식적인 의논만 하고 있으니, 그 또한 구차스러운 임시 방법일 뿐입니다. 사습(士習)이 간사하냐 올바르냐는 사실상 위에서 통솔하는 데에 달린 것인데, 과목(科目)은 사대부가 출신(出身)하는 정당한 길이고 보면 먼저 과거법(科擧法)을 바루는 것이 사습을 바루는 근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평소에 올바르게 통솔하지 않아서 이처럼 간교한 습속을 이루게 되었는데 또 그대로 부정한 시험을 인정하여 사습을 진정하는 계책으로 삼고자 하고 있으니, 이것은 본말이 전도되고 경중이 걸맞음을 상실한 것이기에 신들은 그윽이 의혹스럽게 여깁니다. 신들이 논한 것이 만약 익명서(匿名書) 이후의 일이어서 무뢰배에게 동요당했다면 진정한다는 의논이 오히려 옳다 하겠습니다마는, 지난번에 이른바 불공부정이라는 것이 공론에서 나왔고 중외에서 추국, 핵실하여 모두 이미 그 실상을 알아 내어 단연코 의심할 만한 것이 없는데, 어찌하여 고식적인 의논만을 따라 만세의 공정한 규칙을 훼손한단 말입니까. 만약 조정 의논과 같이 고식적인 자세만 취하고 고치지 않는다면 훗날의 폐단이 이로 말미암아 더욱 불어나서 홍분(紅粉)의 기롱001) 을 다시 오늘날에 얻게 될 것입니다. 전하께서 쾌히 공론을 따르시어 빨리 잘못 선출된 것을 파방시켜 정당하게 취하신다면 국가와 공도(公道)에 다행한 일입니다."

전교하였다.

"파방하는 일을 대신에게 의논케 했더니 대신이 안 된다 하였고, 육경에게 물어보았더니 육경도 안 된다 하여, 조정 의논이 모두 동일하므로 모름지기 파하지 않기로 하였다."

  • [註 001] 홍분(紅粉)의 기롱 : 홍분방(紅粉榜)의 준말로, 나이가 어린 권문(權門)의 자제가 과거에 급제한 것을 기롱하는 말. 고려 우왕(禑王) 11년(1385) 감시(監試)에 시원(試員) 윤취(尹就)가 뽑은 99인 가운데 세가(勢家)의 젖내나는 붉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 많은 까닭으로 생긴 말.

원문

○憲府以罷榜事上箚曰:

伏以, 科擧之設, 出自漢時。 後世之用人, 專倚焉, 故上之取, 不由乎此, 不以爲正; 下之進, 不由乎此, 亦不以爲正。 揭以爲大公至正之規, 而博學宏材, 亦由是而爲世用, 有國者之所當重也。 國家用人, 雖曰多門, 亦未嘗不以科選爲重, 自祖宗朝定制, 規模漸密, 節目益詳, 其間禁防, 亦不爲不嚴矣。 近者朝綱解弛, 人心媮慢, 考試之日, 庶孽冒售而防賢, 書吏濫入而代書。 考(卷)〔券〕 不滿數日, 則玉石必迷於取舍; 試題重出舊製, 則葫蘆多混於揀掄。 非徒京試乃爾, 鄕選亦然。 公道毁滅, 見聞駭愕。 前此有一於此, 尙皆罷改不疑。 況今不公不正者, 如此之多乎? 大臣六卿, 不計萬世之弊, 欲矯一時之習, 務爲因循之議, 其亦苟且姑息而已。 士習邪正, 實係上之所率, 而科目, 爲士夫出身之正路, 則先正科法, 正士習之本也。 今者不素率以正, 致此媮巧之習, 而又欲仍用不正之試, 爲鎭定士習之計, 本末顚倒, 輕重失宜, 臣等竊惑焉。 臣等所論, 若在匿名書之後, 而爲無賴輩所動, 則鎭定之議, 猶或可也, 向所謂不公不正者, 出於公論, 而中外鞫覈, 皆已得實, 斷無可疑者。 豈宜徒循姑息之議, 毁萬世公正之規哉? 若如廷議, 因而不改, 則異日之弊, 由是益滋, 而紅粉之譏, 將復見於今日。 伏願殿下, 快從公論, 亟罷謬選, 取之以正, 國家幸甚, 公道幸甚。

傳曰: "罷榜事, 議于大臣, 而大臣不可, 詢于六卿, 而六卿亦不可, 朝議僉同, 不須罷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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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70권, 중종 26년 1월 5일 庚寅 2/3 기사 / 1531년 명 가정(嘉靖) 10년

헌부가 파방할 것을 아뢰다

국역

헌부가 파방에 대한 일로 상차(上箚)하였다.

"엎드려 생각건대 과거(科擧)는 한(漢)나라 때부터 설치했는데 후세에 사람을 등용하는 데 있어서도 오로지 과거에만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위에서 인재를 취하는 데도 이것에 의하지 않으면 정(正)이 될 수 없고 아래에서 진출함에 있어서도 이것에 의하지 않으면 역시 정(正)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대공 지정(大公至正)한 규칙을 만들어 게시하면 박학(博學)하고 굉재(宏才)한 자들도 이것에 의하여 세상에 쓰이게 되는 것이니, 나라를 소유한 자가 마땅히 중하게 여겨야 할 것입니다. 국가에서 사람을 등용하는 문(門)이 비록 많다고는 하나 또한 과거로 뽑는 것을 중하게 여기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조종조에서 제도(制度)를 정하면서부터 규모가 점점 조밀하고 절목(節目)이 더욱 자세하며 그 사이에 금지하고 방지하는 조항도 엄격하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근자에는 조정의 기강이 해이하고 인심이 간사하고 행동이 오만해서, 시험보는 날에 서얼들이 함부로 참예하여 어진 사람의 진로를 막고, 서리(書吏)가 함부로 들어와 대서(代書)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권(試券)을 채점하는 기간이 수일(數日)을 지나지 않으니, 옥(玉)과 돌[石]이 반드시 취사(取捨)하는 과정에서 희미하게 되며, 시험 문제가 구제(舊制)에서 거듭 나오고 있으므로 인재를 가리는 과정에서 보잘것없는 사람이 많이 섞이게 됩니다. 경시(京試)만 그런 것이 아니고 향선(鄕選)도 역시 그러하므로 공도가 무너져서 보고 듣기에 해괴하고 경악스럽습니다. 전에는 이런 것들이 하나만 여기에 끼어도 오히려 모두 파하고 의심없이 고쳤었는데, 하물며 지금처럼 불공(不公)하고 부정(不正)한 것이 이처럼 많은 경우이겠습니까.

그런데 대신과 육경이 만세의 폐단을 생각하지 않고 일시의 습속만을 바루고자 하여 힘써 고식적인 의논만 하고 있으니, 그 또한 구차스러운 임시 방법일 뿐입니다. 사습(士習)이 간사하냐 올바르냐는 사실상 위에서 통솔하는 데에 달린 것인데, 과목(科目)은 사대부가 출신(出身)하는 정당한 길이고 보면 먼저 과거법(科擧法)을 바루는 것이 사습을 바루는 근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평소에 올바르게 통솔하지 않아서 이처럼 간교한 습속을 이루게 되었는데 또 그대로 부정한 시험을 인정하여 사습을 진정하는 계책으로 삼고자 하고 있으니, 이것은 본말이 전도되고 경중이 걸맞음을 상실한 것이기에 신들은 그윽이 의혹스럽게 여깁니다. 신들이 논한 것이 만약 익명서(匿名書) 이후의 일이어서 무뢰배에게 동요당했다면 진정한다는 의논이 오히려 옳다 하겠습니다마는, 지난번에 이른바 불공부정이라는 것이 공론에서 나왔고 중외에서 추국, 핵실하여 모두 이미 그 실상을 알아 내어 단연코 의심할 만한 것이 없는데, 어찌하여 고식적인 의논만을 따라 만세의 공정한 규칙을 훼손한단 말입니까. 만약 조정 의논과 같이 고식적인 자세만 취하고 고치지 않는다면 훗날의 폐단이 이로 말미암아 더욱 불어나서 홍분(紅粉)의 기롱001) 을 다시 오늘날에 얻게 될 것입니다. 전하께서 쾌히 공론을 따르시어 빨리 잘못 선출된 것을 파방시켜 정당하게 취하신다면 국가와 공도(公道)에 다행한 일입니다."

전교하였다.

"파방하는 일을 대신에게 의논케 했더니 대신이 안 된다 하였고, 육경에게 물어보았더니 육경도 안 된다 하여, 조정 의논이 모두 동일하므로 모름지기 파하지 않기로 하였다."

  • [註 001] 홍분(紅粉)의 기롱 : 홍분방(紅粉榜)의 준말로, 나이가 어린 권문(權門)의 자제가 과거에 급제한 것을 기롱하는 말. 고려 우왕(禑王) 11년(1385) 감시(監試)에 시원(試員) 윤취(尹就)가 뽑은 99인 가운데 세가(勢家)의 젖내나는 붉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 많은 까닭으로 생긴 말.

원문

○憲府以罷榜事上箚曰:

伏以, 科擧之設, 出自漢時。 後世之用人, 專倚焉, 故上之取, 不由乎此, 不以爲正; 下之進, 不由乎此, 亦不以爲正。 揭以爲大公至正之規, 而博學宏材, 亦由是而爲世用, 有國者之所當重也。 國家用人, 雖曰多門, 亦未嘗不以科選爲重, 自祖宗朝定制, 規模漸密, 節目益詳, 其間禁防, 亦不爲不嚴矣。 近者朝綱解弛, 人心媮慢, 考試之日, 庶孽冒售而防賢, 書吏濫入而代書。 考(卷)〔券〕 不滿數日, 則玉石必迷於取舍; 試題重出舊製, 則葫蘆多混於揀掄。 非徒京試乃爾, 鄕選亦然。 公道毁滅, 見聞駭愕。 前此有一於此, 尙皆罷改不疑。 況今不公不正者, 如此之多乎? 大臣六卿, 不計萬世之弊, 欲矯一時之習, 務爲因循之議, 其亦苟且姑息而已。 士習邪正, 實係上之所率, 而科目, 爲士夫出身之正路, 則先正科法, 正士習之本也。 今者不素率以正, 致此媮巧之習, 而又欲仍用不正之試, 爲鎭定士習之計, 本末顚倒, 輕重失宜, 臣等竊惑焉。 臣等所論, 若在匿名書之後, 而爲無賴輩所動, 則鎭定之議, 猶或可也, 向所謂不公不正者, 出於公論, 而中外鞫覈, 皆已得實, 斷無可疑者。 豈宜徒循姑息之議, 毁萬世公正之規哉? 若如廷議, 因而不改, 則異日之弊, 由是益滋, 而紅粉之譏, 將復見於今日。 伏願殿下, 快從公論, 亟罷謬選, 取之以正, 國家幸甚, 公道幸甚。

傳曰: "罷榜事, 議于大臣, 而大臣不可, 詢于六卿, 而六卿亦不可, 朝議僉同, 不須罷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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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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