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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59권, 중종 22년 7월 14일 己丑 1/1 기사 / 1527년 명 가정(嘉靖) 6년

사간원 대사간 정응린 등이 올린 임금의 도리에 관한 상소문

국역

사간원 대사간 정응린(鄭應麟) 등이 상소하기를,

"신들은 모두 어리석은 자질로 간관(諫官)에 대죄(待罪)하고 있사오니, 의리상 마땅히 정성과 생각을 다하여 선한 일을 진달하고 그른 일을 규검하여 우리 임금에게 허물이 없도록 해야 하였습니다. 그런데 위로는 성상의 총명을 보도(輔導)하지 못하고 아래로는 조정 정사에 도움을 주지 못하였으니, 자리만 차지하고 녹만 타먹는다는 비난을 진실로 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선 듣고 본 대로의 것을 삼가 조목별로 열거하여 아뢰겠습니다.

경연(經筵)은 임금이 널리 물어서 의리의 근원을 궁구하고 상하의 정을 통하게 하여 치화(治化)를 이루게 하는 곳으로서, 옛날의 현명한 임금은 스스로 자만하지 않고 부지런히 경연에 나아가 다스리는 도리를 강마하였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라 해도 폐지하지 않았으니, 어찌 뜻이 없었겠습니까? 전하께서도 즉위하신 이래로 부지런히 경연에 나아가시어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랐으며, 묻기를 좋아하여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근자에는 삼가는 마음이 조금 해이되어 강론하는 일을 파철(罷輟)하신 지 이미 3개 월이 넘었습니다. 그리하여 상하의 뜻이 막혔으므로 여러 사람들의 심정이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전하께서는 학문이 고명하시고 덕이 완숙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다시 강론을 필요로 할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국가에 일이 없다 할 수 없으니, 아래서 어찌 한 마디 아뢸 말이 없겠으며, 위에서도 어찌 한 가지의 일이라도 자문할 것이 없겠습니까? 지금과 같은 무더위에는 옥체를 수고롭게 할까 두려워서 감히 품청(稟請)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서늘한 아침을 택하여 신료(臣僚)들을 맞이하여 자문하신다면, 항상 내시나 부인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과는 또한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더구나 지금은 삼복 더위가 이미 물러가고 신량(新涼)이 점점 다가오고 있으니, 진실로 경연을 전폐해서는 안 됩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성학(聖學)이 이미 밝고 정사가 이미 잘 다스려지고 있다고 여기지 마시고, 빨리 경연에 나아가시어 유신(儒臣)을 인견하여 다스리는 도리를 물으심으로써 상하의 정을 통하게 하고 광명한 학문을 계속 빛내신다면 이보다 더 다행함이 없겠습니다.

세자(世子)는 나라의 근본이니 보도(輔導)함에 있어 삼가지 않을 수 없음은 물론, 도(道)로써 보도함에 있어 진실로 선후가 완급의 차서가 있습니다. 먼저 덕성을 훈도(薰陶)하여 성취시키고 계속하여 고금(古今)의 사변(事變)으로 치란(治亂)을 거울삼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학문은 사전(史傳)을 널리 열람하는 것만 귀하게 여겨서는 안 되기 때문에 옛사람은 학문을 강론함에 있어서도 차서를 두어 문란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삼가 살피건대 세자는 천자(天資)가 숙성(夙成)하여 학문하는 방법을 이미 통달하였으니, 이때야말로 삼가 보도하여야 할 시기입니다. 지금 《사략(史略)》을 이미 읽었으니 사변에 통달하였다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또 《통감(通鑑)》을 진강하게 하면 이는 사서(史書)만을 급하게 여기고 본성을 함양(涵養)하는 학문은 완만히 하는 것이니, 보도하는 방법이 제대로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만일 섭렵(涉獵)하기만을 힘쓴다면 글을 아는 환관(宦官)으로도 넉넉히 권강(勸講)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니, 요속(僚屬)을 선택하여 보도(輔導)하는 자리에 충당할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옛날에 세자 보양하던 방법을 거울삼아서 요좌(僚佐)를 가려 임명하여 교양하는 방도에 전력을 기울이게 하소서. 그리고 전하께서도 더욱 보도하는 방도에 힘을 기울이시어 한가한 여가에 조용히 교계(敎戒)하심으로써 언어는 반드시 바르고 행동은 반드시 근엄하게 가지도록 하소서. 무릇 성의(誠意)·정심(正心)·수신(修身)·제가(齊家)의 요결은 전하께서 몸소 행하시는 것으로 이미 효험이 있으니 힘써 사모하여도 이를 수 없는 것과 뉘우쳐도 면할 수 없는 일도 함께 세세히 나열하여 다 가르치신다면, 전하께서 마음으로 전하는 오묘를 체득시킬 수 있고, 종묘 사직의 편안함을 끝없이 계속되어 가게 할 수 있겠습니다.

옛사람이 와언(訛言)은 상서롭지 못하다고 하였습니다. 와언은 형체가 없는 데서 생겨나지만 인심의 동요는 흙이 무너져 내리듯 하니 그 변고가 어찌 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전번 궐내에서 숙직하던 군사 중 한 사람이 가위눌려 외치자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미혹되어 귀요(鬼妖)라 여겨 와언이 꼬리를 물고 전파, 온 도성안 사람들이 미친듯이 떠들면서 소란을 일으켜 밤에도 중지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변이(變異)의 발생이 이보다 더 심한 적은 없었습니다. 옛날 진(晉)나라에 귀요(鬼妖)가 있자 사광(師曠)이 지혜로 진정시켰고, 송(宋)나라에 와언이 일자 장방평(張方平)이 안정한 자세로 진정시켰습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진정시키는 방법을 시행하지 않고 갑자기 이어(移御)하겠다는 명을 내리시니, 이것이 비록 자전(慈殿)의 뜻이라서 부득이한 일이었습니다만 그러나 인심의 의혹이 이로 인하여 더욱 고조되었습니다. 지금 비록 와언 퍼뜨린 사람을 죄주고 또 중외에 효유하였지만 어리석은 백성은 미혹되기는 쉽고 깨닫기는 어려운 것이라서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생각이 혹 풀리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상서롭지 못한 실상을 통찰하시고 더욱 진정시키는 방도를 생각하시면 더없는 다행이겠습니다.

군율(軍律)은 엄명히 하여야 하는 것으로 해이해서는 안 됩니다. 병법(兵法)에 ‘나를 두려워하는 군졸은 적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을 두려워하는 군졸은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나를 두려워하게 하려면 위엄이 애정을 견제하지 못하면 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지금은 기율이 밝지 못하여 부오(部伍)에 질서가 없기 때문에 장수는 군율을 모르고 졸병은 군령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기강이 무너질 대로 무너져 통제되지 않고 있으니, 진실로 급변(急變)이 있을 때에 어떻게 쓸 수 있겠습니까? 근일 궐내의 군졸이 와언 때문에 밤에 놀라 떠든 소리가 대내(大內)에까지 들렸지만 장수가 이를 금하지 못했고, 군졸들은 영(令)을 따르지 않은 채 여러번 경동하여 마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기율이 있었다면 어찌 이렇게까지 되었겠습니까? 군진(軍陣)의 경우엔 마음대로 진퇴할 수 없는 법이고, 악수(惡獸)를 구축하면서도 조정 명령을 어기면 바로 파직시켜 버리는 법입니다. 그리고 사졸을 출입(出入)시키는 데에는 당연히 표신(標信)에 의하여야 하는 것인데도 단지 작은 문서 쪽지를 근거로 하여 군사를 잡아 서리에게 넘겼으니, 크게 장수의 체모를 잃은 처사입니다. 이는 모두가 승평(昇平)했던 탓으로 전혀 무예를 강습하지 않아서 기강이 지지 부진한 소치입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군정(軍政)의 중함을 생각하고 능이(陵夷)하는 폐해를 살피시어, 한가한 때를 이용하여 수시로 강명함으로써 스스로 엄숙히 하고 환란에 대비하게 하시면 더없는 다행이겠습니다.

임금이 사람을 기용하는 것은 장인(匠人)이 나무를 쓰는 것과 같아서, 짧고 긴 것을 재량하여 알맞게 써야 하는 것입니다. 진실로 임용(任用)이 제대로 되고 있다면 어찌 사람이 모자람을 근심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지금 전조에서 정사(政事)213) 를 함에 있어서 재기(才器)는 헤아리지 않고 구차스럽게 자급(資級)의 순서214) 만 따른다면 호오(好惡)가 엇갈리고 용사(用捨)가 제대로 되지 않음은 물론 직위가 그 사람에게 맞지 않아 폐기되는 일이 많게 됩니다. 전조가 이렇게 주의(注擬)하면서도 사람이 모자란다고 하면 되겠습니까? 또 전왕조에서는 문관이 잘못을 저질렀으면 으레 외직을 제수하여 폄척(貶斥)하는 뜻을 보였습니다. 때문에 모두 외직에 보임되는 것을 수치로 여겼으므로 외직을 구하여 나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6품에 승진하자마자 먼저 고을을 얻어 나가려고 급급한데, 어버이를 봉양하는 일로 핑계를 대고는 있지만 제몸을 위하여 구하는 자 또한 많습니다. 그래서 고을 자리가 하나 비면 앞을 다투어 요구하므로 분경(奔競)215) 이 풍속을 이루고 있는데, 문관도 이러하니 잡료(雜僚)야 더구나 말해 뭐하겠습니까? 이들을 다 청반(淸班)에 둘 수는 없지만 문음(門蔭)에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마땅히 감(監)이나 시(寺)의 직책에 제수하여야 합니다. 그런데도 거개가 사사로운 의사에 따라 내직을 가벼이 여기고 있습니다. 이래서 용렬한 무리가 섞어 나와서 걸핏하면 물론을 받아 5∼6품의 반열에 적체(積滯)하여 녹봉만을 허비하면서 사로(仕路)를 크게 해치고 있습니다. 한몸을 위해서는 영행(榮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국가가 책임을 맡긴 뜻은 어찌되겠습니까?

선왕은 벼슬에 임명함에 있어 그 직에 오래 있게 하기 때문에 반드시 성적(成績)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사가 번다하여 금방 제수하였다가 금방 체직시키기 때문에 모두들 고식적(姑息的)인 생각만 지닌 채 직책을 삼가지 않으므로 마침내 기강이 무너지게 되었으니, 지금의 폐단은 그 형세가 구제하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국가에서 관청을 설치하여 직책을 나누어 놓고 품계에는 반드시 등급을 두어, 참상(參上)과 참외(參外)216) 는 달 수가 차야 가자(加資)하고 공로가 있을 때에는 특별히 가자하고 있습니다만, 이는 근만(勤慢)을 상고해서 권징(勸懲)을 보이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그 사이에 사정(私情)을 개입시켜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조 낭관(銓曹郞官)은 달 수를 계산하지 않고 스스로 자급을 더하면서도 전혀 거리낌이 없으며, 낭관을 경유하여 나온 자는 높여 선생(先生)이라 합니다. 그리하여 자급보다 직책이 훨씬 높지만 공공연히 준례로 제수하면서 괴이하게 여기지 않고 있습니다. 외람된 풍습이 이 지경에 이르러 유폐가 이미 극심합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이런 몇 가지 폐단을 유념, 전조를 신칙하여 전선(銓選)의 길을 밝히고 조급히 진출하는 문을 막게 하시면 더없는 다행이겠습니다.

그리고 임금이 하는 일은 하늘과 서로 통하는 것이어서 한 가지 덕이 닦여지면 하늘이 반드시 상서를 내려 아름답게 찬미하고 한 가지 일이 잘못되면 하늘이 반드시 재변을 내려 견책을 고하는 것으로 감응(感應)하는 이치가 털끝만큼도 어긋남이 없는 것이니 두렵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삼가 보건대 금년은 봄부터 여름까지 계속 가물어서 삼농(三農)217) 이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성념(聖念)이 조심하고 두려워하시어 빌지 않은 신이 없었던 결과 가까스로 한 번의 비를 보았고 그 덕분에 마른 곡식이 조금 소생하여 가을 수확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입추(立秋) 이래로 한발(旱魃)이 더욱 심하여 낮에는 찬바람이 많고 밤에는 이슬 기운이 없음에 따라 벼는 이삭이 패지도 못한 채 거의 다 말라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백성들이 수심에 잠겨 웅성거리면서 죽음에서 벗어날 계책을 세우기에 여념이 없는 실정입니다. 이런 가뭄의 재변은 고금에 드문 일인데 전하께서는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계십니까? 밤낮으로 걱정하는 것이 비록 지극하시다고는 하지만 조정에는 아직도 하자가 있는 일이 많아서 사치의 해와 낭비의 폐단 등 이루 헤일 수 없을 정도입니다. 풍년이라도 오히려 방해가 되는 일인데 하물며 지금 국고가 다 비어 중국에서 사들이는데야 말해 뭐하겠습니까? 그리고 공사(公事)를 빙자하여 사사(私事)를 경영하는 짐바리가 줄을 잇고 있는데, 이는 역로(驛路)에만 폐를 끼칠 뿐 아니라 중국 사람들에게도 경멸당하고 있으니, 또한 부끄러운 일입니다. 심지어는 쌀 한 섬의 저축도 없는 사서인(士庶人)까지도 다투어 사치한 일을 본받아 혼인과 상사·장례에 분수에 지나친 참람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혼인하는 자는 비단과 금옥이 아니면 사용하지를 않고 상사나 장례를 치르는 자는 유밀과(油蜜果)로 차린 성대한 제수가 아니면 제사지내려 하지 않으면서, 다투어 아름답게 보이는 것만을 숭상함으로써 귀한 물건을 부질없이 낭비하고 있습니다. 이러므로 집이 가난하면 제때에 시집가지 못하고 장사도 기한 안에 치르지 못합니다. 폐해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탄식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근일 두서너 명의 재상이 졸(卒)하였는데 여기에 가서 조제(弔祭)하는 자들이 유밀과(油蜜果) 등 여러 가지 물품의 제수를 거창하게 진열하였습니다. 이런 자들이 줄을 이어 가로(街路)를 메웠었으니 겉치레를 꾸미노라 낭비하는 것이 너무 심했습니다. 이것은 국고(國庫)에서 나온 것이 아닐지라도 역시 백성에게 폐해가 없다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관한 법식은 분명하게 법령[令甲]에 실려 있으니, 마땅히 거듭 밝혀 금억하여야 할 일입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위로는 재해가 거듭 이른 것을 생각하고 아래로는 민생의 간난을 살피시어 감할 수 있는 비용은 감하고 제거해야 할 폐단은 제거하시어, 백성의 생활을 넉넉하게 하고 하늘의 재앙을 없애게 해 주시다면 더없는 다행이겠습니다."

하였는데, 다음과 같이 회답하였다.

"근자에 사고(事故)와 성서(盛暑) 때문에 오래도록 일을 보지 못해서 나도 미안하게 여기고 있다. 내가 보건대 세자의 학문이 점점 고명하여 가니 시강원(侍講院)과 사부(師傅)가 함께 의논하여 읽을 글을 결정하도록 하라. 옛부터 와언이 한 번 발동하면 안정되고 저력이 있는 이가 아니면 반드시 미혹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요괴로움은 바름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니, 만일 바른 것으로 통솔한다면 진정시키는 데 어려울 것이 뭐 있겠는가? 근래 군율이 엄하지 못한데 나도 항상 이 점을 염려하고 있다. 그래서 자주 하관(夏官)218) 에게 말하였다. 사람을 잘 쓰고 못쓰는 것은 치란(治亂)에 관계되니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근자 문관을 외직에 보임하는 폐해가 또한 심하니, 전조(銓曹)에서는 이런 점을 알아서 잘 조처해야 할 것이다. 전조 낭관이 스스로 가자(加資)하는 것은 그 유폐가 너무 심하니 반드시 규찰하여 조처할 것이다. 가을 가뭄에 비를 비는 일은 근고에 못듣던 일인데, 지금 또 있으니 가을 수확을 바라기가 어렵다. 따라서 내가 더욱 진념(軫念)하는 바이다. 사서인의 혼인과 상사·장례에 사치가 풍속을 이루고 있는 이즈음 재상가에서 마땅히 먼저 금지하여야 할 것인데도 금지하지 않았으니, 이 또한 법사(法司)에서 규찰(糾察)해야 할 것이다."

  • [註 213] 정사(政事) : 인사 행정.
  • [註 214] 자급(資級)의 순서 : 자급에만 따라서 벼슬을 주는 격식(格式)으로, 현우(賢愚)를 막론하고 연한(年限)이 차면 자급을 올려주는 것이다.
  • [註 215] 분경(奔競) : 엽관 운동(獵官運動).
  • [註 216] 참상(參上)과 참외(參外) : 참상은 6품 이상 종3품 이하의 계급을 일컫는 통칭이고, 참외는 7품 이하의 계급을 일컫는 통칭으로, 참하(參下)라고도 한다.
  • [註 217] 삼농(三農) : 평지농(平地農)·산농(山農)·택농(澤農)이라고도 하고, 춘경(春耕)·하운(夏耘)·추수(秋收)라고도 한다.
  • [註 218] 하관(夏官) : 병조.

원문

○己丑/司諫院大司諫鄭應麟等上疏曰:

臣等俱以顓蒙, 待罪諫官, 義當畢精竭慮, 陳善糾謬, 納吾君於無過之地, 而上不能輔導聰明; 下不得裨益朝政, 尸素之譏, 誠所未逭。 然姑以耳聞目見, 謹條列以聞。 經筵, 人君所以廣詢博訪, 窮義理之源, 通上下之情, 用成治化者也。 古之明君誼辟, 不自滿暇, 孜孜臨御, 講劘治道, 雖當暑月, 尙不廢輟, 豈無其意? 殿下卽祚以來, 勤御經筵, 舍己從人; 好問不怠。 近者, 惕念少弛, 罷輟講論, 已踰三月, 上下阻隔, 群情悶默。 殿下學就高明; 德造罔覺, 似無待於講論, 然國家不可謂無事, 下豈無一言之敷奏; 上豈無一事之咨詢? 當此盛暑, 恐勞玉體, 不敢稟請, 然擇其淸涼之朝, 延訪臣僚則其與常昵寺婦, 亦大有間矣。 況今伏熱已退, 新涼漸至, 固不可專廢也。 伏願殿下, 勿謂聖學之已明; 朝政之已理, 亟御經筵, 引接儒臣, 咨訪治道, 以通上下之情; 以緝熙光明之學, 幸甚。 世子, 國本, 輔導不可不謹。 輔之以道, 固有先後緩急之序, 先之以薰陶德性, 變化成就; 繼之以古今事變, 鑑戒治亂, 其學不獨貴於博覽史傳而已也。 故古人論學, 亦有次第而不紊。 伏見, 世子天資夙成, 學已通方, 此正謹其輔導之幾也。 今者, 已讀《史略》, 可謂通達事變, 而又進講《通鑑》, 是徒以史記爲急, 而緩於涵養之學, 可謂輔導之得其方耶? 若只以涉獵爲務, 則知書宦寺, 亦足以備勸講、充輔導, 何必擇僚屬哉? 伏願殿下, 鑑往古輔養之道, 選置僚佐, 俾盡敎養之方。 殿下亦宜益加保護之道, 淸讌之暇, 從容敎戒, 使之言語必正; 擧動必莊。 凡誠正、修齊之要, 殿下之所服行, 而已有效, 與其勉慕而未能及; 愧悔而未能免者, 傾倒羅列, 悉以敎之則有以得乎殿下心傳之妙, 而宗社之安, 永永無窮矣。 古人云: "訛言不祥。" 訛言之作, 起於無形, 而人心動搖, 有同土崩, 其爲變, 豈不大哉? 頃者, 闕內直宿軍士, 一卒叫魘, 千人驚惑, 以爲鬼妖, 以訛傳訛, 遂至都下之人, 狂奔喧擾, 夜不能止, 變異之作, 莫此爲甚。 昔秦有鬼妖, 師曠以智靜之; 宋有言,張方平以靜鎭之。 殿下不擧鎭靜之方, 遽下移御之命。 此雖出於慈旨, 不能獲已, 人心疑惑, 因此益滋。 今雖已罪訛言之人, 又曉諭中外, 然愚民易惑, 而難曉, 疑怵之念, 恐或未解。 伏願殿下, 洞察不祥之實, 益念鎭靜之道, 幸甚。 軍律, 所當嚴明, 而不可解弛。 兵法曰: "畏我者, 不畏敵; 畏敵者, 不畏我。" 使之畏我, 非威克厥愛, 其何能濟? 今者, 紀律不明, 部伍無統, 將不知律; 卒不畏令, 委靡頹墮, 無所管攝, 苟有緩急, 將焉用之? 近日闕內軍卒, 訛言夜驚, 聲徹大內, 將不能禁, 卒莫從令, 屢驚不止。 若少有紀律, 何至此極? 至如軍陣, 不可率意進退, 而驅逐惡獸, 遽違朝令, 徑自罷去。 士卒出入, 當從標信, 只據寸牒, 拿士付吏, 大失將體。 此皆由於昇平, 專不講習, 頹靡不振之致。 伏願殿下, 念軍政之重; 察陵夷之弊, 及其閑暇, 時以講明, 使自嚴肅, 有備無患, 幸甚。 人君之用人, 猶匠之用木, 較短量長, 惟器是適, 苟任用得道, 何患乏人? 今者, 銓曹政事之際, 不度才器, 苟循資格, 好惡紛紜, 用舍失當, 位不稱人, 事多曠廢。 銓曹若是而謂之乏人, 可乎? 且在先王朝, 文官有失, 例授外職, 以示貶斥。 故皆以補外爲恥, 莫肯求去。 今則纔陞六品, 先急乞郡。 雖托養親, 爲己求之者亦多, 一邑有闕, 爭先求之, 奔競成風。 文官尙爾, 況雜僚乎? 此雖不可盡置淸班, 比諸門蔭則大有逕庭。 當授監寺之職, 以責其任可也, 而率循私意, 馴致內輕。 以是, 闒冗雜進, 動被物論, 積滯五六品之班, 徒費廩祿, 大妨士路。 一身之奉, 雖曰榮幸, 其於國家責任之意何? 先王任官, 久於其職, 故必有成績。 今則政事煩數, 旋授旋遞, 爭懷姑息, 不謹乃職, 竟成頹墮, 當今之弊, 勢將難救。 國家設官分職, 資必有級, 參上參外, 准朔乃加, 其功勞時有特資, 所以考勤慢, 而示勸徵也。 少不可行私於其間, 而銓曹郞官, 不計朔數, 自加其級, 略無顧忌, 由郞官而出者, 尊之爲先生。 資不及職, 公然例授, 不以爲怪。 濫習至此, 流弊已甚。 伏願 殿下, 念此數弊, 申勑銓曹, 以淸銓選之路; 以杜躁進之門, 幸甚。 且人君所爲, 與天相通。 一德修則天必降祥, 以休美之; 一事失則天必降災, 以譴告之, 感應之理, 無毫髮差爽, 可不懼哉? 伏見, 今年之旱, 自春徂夏, 三農悶鬱。 聖念兢惕, 靡神不禱, 僅見一霖, 焦稼少蘇, 庶獲西成。 立秋以來, 旱魃尤虐, 晝多凄風, 夜無露氣, 禾未發穗, 幾盡焦枯。 萬民嗷嗷, 救死不贍。 旱乾之變, 今古所罕, 未知殿下, 其何以爲心? 宵旰惕念, 雖曰已至, 朝廷之間, 疵政尙多, 而奢侈之害; 冗費之弊, 無有紀極。 其在豐稔, 尙且有妨, 況今帑藏告竭, 轉貿中國; 假公營私, 駄載相望, 非但貽弊於驛路, 華人之唾罵輕賤, 亦可愧也。 至於士庶, 家無甔石之儲, 而競效豪侈之事, 婚姻、喪葬, 奢僭踰分。 婚姻者, 非綾段、金玉, 不以爲用; 喪葬者, 非油蜜果盛奠, 莫肯祀事, 爭尙觀美, 徒殄天物。 以是, 貧者嫁不以時; 葬不及期。 弊至於此, 可勝嘆哉? 近日, 二三宰相之卒, 侁祭者, 油蜜之果、庶品之羞, 高排(陳別)〔陳列〕 。 絡繹不絶, 塡塞街路, 務飾虛美, 冗費尤甚。 此雖不出於公廩, 亦不可謂無弊於民也。 此皆著在甲令, 所當申明而禁抑也。 伏願殿下, 上念災沴之荐臻; 下察民生之艱窘, 省其所當省之費; 祛其所當袪之弊, 以裕民生; 以弭天災, 幸甚。

答曰: "近因事故及盛暑, 久未視事, 予亦未安。 予嘗觀世子學問, 漸至高明。 侍講院與師傅, 議定所讀之書可也。 自古, 訛言一動, 非有定力, 必爲所惑。 然妖不勝正, 若率以正, 何難鎭靜? 近來, 軍律不嚴, 予嘗念慮。 故數言于夏官矣。 用人得失, 繫於治亂, 可不愼乎? 近者, 文官補外, 其弊亦甚, 銓曹所當知之。 銓曹郞官, 自加其加, 流弊已甚, 必有糾處。 秋旱祈雨, 近古未聞, 今亦有之, 西成難望, 予尤軫念。 士庶之家婚姻、喪葬, 奢侈已成。 宰相之家當先禁戢, 而不爾, 此亦法司糾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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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간원 대사간 정응린 등이 올린 임금의 도리에 관한 상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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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간원 대사간 정응린(鄭應麟) 등이 상소하기를,

"신들은 모두 어리석은 자질로 간관(諫官)에 대죄(待罪)하고 있사오니, 의리상 마땅히 정성과 생각을 다하여 선한 일을 진달하고 그른 일을 규검하여 우리 임금에게 허물이 없도록 해야 하였습니다. 그런데 위로는 성상의 총명을 보도(輔導)하지 못하고 아래로는 조정 정사에 도움을 주지 못하였으니, 자리만 차지하고 녹만 타먹는다는 비난을 진실로 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선 듣고 본 대로의 것을 삼가 조목별로 열거하여 아뢰겠습니다.

경연(經筵)은 임금이 널리 물어서 의리의 근원을 궁구하고 상하의 정을 통하게 하여 치화(治化)를 이루게 하는 곳으로서, 옛날의 현명한 임금은 스스로 자만하지 않고 부지런히 경연에 나아가 다스리는 도리를 강마하였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라 해도 폐지하지 않았으니, 어찌 뜻이 없었겠습니까? 전하께서도 즉위하신 이래로 부지런히 경연에 나아가시어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랐으며, 묻기를 좋아하여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근자에는 삼가는 마음이 조금 해이되어 강론하는 일을 파철(罷輟)하신 지 이미 3개 월이 넘었습니다. 그리하여 상하의 뜻이 막혔으므로 여러 사람들의 심정이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전하께서는 학문이 고명하시고 덕이 완숙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다시 강론을 필요로 할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국가에 일이 없다 할 수 없으니, 아래서 어찌 한 마디 아뢸 말이 없겠으며, 위에서도 어찌 한 가지의 일이라도 자문할 것이 없겠습니까? 지금과 같은 무더위에는 옥체를 수고롭게 할까 두려워서 감히 품청(稟請)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서늘한 아침을 택하여 신료(臣僚)들을 맞이하여 자문하신다면, 항상 내시나 부인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과는 또한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더구나 지금은 삼복 더위가 이미 물러가고 신량(新涼)이 점점 다가오고 있으니, 진실로 경연을 전폐해서는 안 됩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성학(聖學)이 이미 밝고 정사가 이미 잘 다스려지고 있다고 여기지 마시고, 빨리 경연에 나아가시어 유신(儒臣)을 인견하여 다스리는 도리를 물으심으로써 상하의 정을 통하게 하고 광명한 학문을 계속 빛내신다면 이보다 더 다행함이 없겠습니다.

세자(世子)는 나라의 근본이니 보도(輔導)함에 있어 삼가지 않을 수 없음은 물론, 도(道)로써 보도함에 있어 진실로 선후가 완급의 차서가 있습니다. 먼저 덕성을 훈도(薰陶)하여 성취시키고 계속하여 고금(古今)의 사변(事變)으로 치란(治亂)을 거울삼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학문은 사전(史傳)을 널리 열람하는 것만 귀하게 여겨서는 안 되기 때문에 옛사람은 학문을 강론함에 있어서도 차서를 두어 문란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삼가 살피건대 세자는 천자(天資)가 숙성(夙成)하여 학문하는 방법을 이미 통달하였으니, 이때야말로 삼가 보도하여야 할 시기입니다. 지금 《사략(史略)》을 이미 읽었으니 사변에 통달하였다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또 《통감(通鑑)》을 진강하게 하면 이는 사서(史書)만을 급하게 여기고 본성을 함양(涵養)하는 학문은 완만히 하는 것이니, 보도하는 방법이 제대로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만일 섭렵(涉獵)하기만을 힘쓴다면 글을 아는 환관(宦官)으로도 넉넉히 권강(勸講)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니, 요속(僚屬)을 선택하여 보도(輔導)하는 자리에 충당할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옛날에 세자 보양하던 방법을 거울삼아서 요좌(僚佐)를 가려 임명하여 교양하는 방도에 전력을 기울이게 하소서. 그리고 전하께서도 더욱 보도하는 방도에 힘을 기울이시어 한가한 여가에 조용히 교계(敎戒)하심으로써 언어는 반드시 바르고 행동은 반드시 근엄하게 가지도록 하소서. 무릇 성의(誠意)·정심(正心)·수신(修身)·제가(齊家)의 요결은 전하께서 몸소 행하시는 것으로 이미 효험이 있으니 힘써 사모하여도 이를 수 없는 것과 뉘우쳐도 면할 수 없는 일도 함께 세세히 나열하여 다 가르치신다면, 전하께서 마음으로 전하는 오묘를 체득시킬 수 있고, 종묘 사직의 편안함을 끝없이 계속되어 가게 할 수 있겠습니다.

옛사람이 와언(訛言)은 상서롭지 못하다고 하였습니다. 와언은 형체가 없는 데서 생겨나지만 인심의 동요는 흙이 무너져 내리듯 하니 그 변고가 어찌 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전번 궐내에서 숙직하던 군사 중 한 사람이 가위눌려 외치자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미혹되어 귀요(鬼妖)라 여겨 와언이 꼬리를 물고 전파, 온 도성안 사람들이 미친듯이 떠들면서 소란을 일으켜 밤에도 중지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변이(變異)의 발생이 이보다 더 심한 적은 없었습니다. 옛날 진(晉)나라에 귀요(鬼妖)가 있자 사광(師曠)이 지혜로 진정시켰고, 송(宋)나라에 와언이 일자 장방평(張方平)이 안정한 자세로 진정시켰습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진정시키는 방법을 시행하지 않고 갑자기 이어(移御)하겠다는 명을 내리시니, 이것이 비록 자전(慈殿)의 뜻이라서 부득이한 일이었습니다만 그러나 인심의 의혹이 이로 인하여 더욱 고조되었습니다. 지금 비록 와언 퍼뜨린 사람을 죄주고 또 중외에 효유하였지만 어리석은 백성은 미혹되기는 쉽고 깨닫기는 어려운 것이라서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생각이 혹 풀리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상서롭지 못한 실상을 통찰하시고 더욱 진정시키는 방도를 생각하시면 더없는 다행이겠습니다.

군율(軍律)은 엄명히 하여야 하는 것으로 해이해서는 안 됩니다. 병법(兵法)에 ‘나를 두려워하는 군졸은 적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을 두려워하는 군졸은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나를 두려워하게 하려면 위엄이 애정을 견제하지 못하면 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지금은 기율이 밝지 못하여 부오(部伍)에 질서가 없기 때문에 장수는 군율을 모르고 졸병은 군령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기강이 무너질 대로 무너져 통제되지 않고 있으니, 진실로 급변(急變)이 있을 때에 어떻게 쓸 수 있겠습니까? 근일 궐내의 군졸이 와언 때문에 밤에 놀라 떠든 소리가 대내(大內)에까지 들렸지만 장수가 이를 금하지 못했고, 군졸들은 영(令)을 따르지 않은 채 여러번 경동하여 마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기율이 있었다면 어찌 이렇게까지 되었겠습니까? 군진(軍陣)의 경우엔 마음대로 진퇴할 수 없는 법이고, 악수(惡獸)를 구축하면서도 조정 명령을 어기면 바로 파직시켜 버리는 법입니다. 그리고 사졸을 출입(出入)시키는 데에는 당연히 표신(標信)에 의하여야 하는 것인데도 단지 작은 문서 쪽지를 근거로 하여 군사를 잡아 서리에게 넘겼으니, 크게 장수의 체모를 잃은 처사입니다. 이는 모두가 승평(昇平)했던 탓으로 전혀 무예를 강습하지 않아서 기강이 지지 부진한 소치입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군정(軍政)의 중함을 생각하고 능이(陵夷)하는 폐해를 살피시어, 한가한 때를 이용하여 수시로 강명함으로써 스스로 엄숙히 하고 환란에 대비하게 하시면 더없는 다행이겠습니다.

임금이 사람을 기용하는 것은 장인(匠人)이 나무를 쓰는 것과 같아서, 짧고 긴 것을 재량하여 알맞게 써야 하는 것입니다. 진실로 임용(任用)이 제대로 되고 있다면 어찌 사람이 모자람을 근심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지금 전조에서 정사(政事)213) 를 함에 있어서 재기(才器)는 헤아리지 않고 구차스럽게 자급(資級)의 순서214) 만 따른다면 호오(好惡)가 엇갈리고 용사(用捨)가 제대로 되지 않음은 물론 직위가 그 사람에게 맞지 않아 폐기되는 일이 많게 됩니다. 전조가 이렇게 주의(注擬)하면서도 사람이 모자란다고 하면 되겠습니까? 또 전왕조에서는 문관이 잘못을 저질렀으면 으레 외직을 제수하여 폄척(貶斥)하는 뜻을 보였습니다. 때문에 모두 외직에 보임되는 것을 수치로 여겼으므로 외직을 구하여 나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6품에 승진하자마자 먼저 고을을 얻어 나가려고 급급한데, 어버이를 봉양하는 일로 핑계를 대고는 있지만 제몸을 위하여 구하는 자 또한 많습니다. 그래서 고을 자리가 하나 비면 앞을 다투어 요구하므로 분경(奔競)215) 이 풍속을 이루고 있는데, 문관도 이러하니 잡료(雜僚)야 더구나 말해 뭐하겠습니까? 이들을 다 청반(淸班)에 둘 수는 없지만 문음(門蔭)에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마땅히 감(監)이나 시(寺)의 직책에 제수하여야 합니다. 그런데도 거개가 사사로운 의사에 따라 내직을 가벼이 여기고 있습니다. 이래서 용렬한 무리가 섞어 나와서 걸핏하면 물론을 받아 5∼6품의 반열에 적체(積滯)하여 녹봉만을 허비하면서 사로(仕路)를 크게 해치고 있습니다. 한몸을 위해서는 영행(榮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국가가 책임을 맡긴 뜻은 어찌되겠습니까?

선왕은 벼슬에 임명함에 있어 그 직에 오래 있게 하기 때문에 반드시 성적(成績)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사가 번다하여 금방 제수하였다가 금방 체직시키기 때문에 모두들 고식적(姑息的)인 생각만 지닌 채 직책을 삼가지 않으므로 마침내 기강이 무너지게 되었으니, 지금의 폐단은 그 형세가 구제하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국가에서 관청을 설치하여 직책을 나누어 놓고 품계에는 반드시 등급을 두어, 참상(參上)과 참외(參外)216) 는 달 수가 차야 가자(加資)하고 공로가 있을 때에는 특별히 가자하고 있습니다만, 이는 근만(勤慢)을 상고해서 권징(勸懲)을 보이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그 사이에 사정(私情)을 개입시켜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조 낭관(銓曹郞官)은 달 수를 계산하지 않고 스스로 자급을 더하면서도 전혀 거리낌이 없으며, 낭관을 경유하여 나온 자는 높여 선생(先生)이라 합니다. 그리하여 자급보다 직책이 훨씬 높지만 공공연히 준례로 제수하면서 괴이하게 여기지 않고 있습니다. 외람된 풍습이 이 지경에 이르러 유폐가 이미 극심합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이런 몇 가지 폐단을 유념, 전조를 신칙하여 전선(銓選)의 길을 밝히고 조급히 진출하는 문을 막게 하시면 더없는 다행이겠습니다.

그리고 임금이 하는 일은 하늘과 서로 통하는 것이어서 한 가지 덕이 닦여지면 하늘이 반드시 상서를 내려 아름답게 찬미하고 한 가지 일이 잘못되면 하늘이 반드시 재변을 내려 견책을 고하는 것으로 감응(感應)하는 이치가 털끝만큼도 어긋남이 없는 것이니 두렵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삼가 보건대 금년은 봄부터 여름까지 계속 가물어서 삼농(三農)217) 이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성념(聖念)이 조심하고 두려워하시어 빌지 않은 신이 없었던 결과 가까스로 한 번의 비를 보았고 그 덕분에 마른 곡식이 조금 소생하여 가을 수확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입추(立秋) 이래로 한발(旱魃)이 더욱 심하여 낮에는 찬바람이 많고 밤에는 이슬 기운이 없음에 따라 벼는 이삭이 패지도 못한 채 거의 다 말라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백성들이 수심에 잠겨 웅성거리면서 죽음에서 벗어날 계책을 세우기에 여념이 없는 실정입니다. 이런 가뭄의 재변은 고금에 드문 일인데 전하께서는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계십니까? 밤낮으로 걱정하는 것이 비록 지극하시다고는 하지만 조정에는 아직도 하자가 있는 일이 많아서 사치의 해와 낭비의 폐단 등 이루 헤일 수 없을 정도입니다. 풍년이라도 오히려 방해가 되는 일인데 하물며 지금 국고가 다 비어 중국에서 사들이는데야 말해 뭐하겠습니까? 그리고 공사(公事)를 빙자하여 사사(私事)를 경영하는 짐바리가 줄을 잇고 있는데, 이는 역로(驛路)에만 폐를 끼칠 뿐 아니라 중국 사람들에게도 경멸당하고 있으니, 또한 부끄러운 일입니다. 심지어는 쌀 한 섬의 저축도 없는 사서인(士庶人)까지도 다투어 사치한 일을 본받아 혼인과 상사·장례에 분수에 지나친 참람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혼인하는 자는 비단과 금옥이 아니면 사용하지를 않고 상사나 장례를 치르는 자는 유밀과(油蜜果)로 차린 성대한 제수가 아니면 제사지내려 하지 않으면서, 다투어 아름답게 보이는 것만을 숭상함으로써 귀한 물건을 부질없이 낭비하고 있습니다. 이러므로 집이 가난하면 제때에 시집가지 못하고 장사도 기한 안에 치르지 못합니다. 폐해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탄식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근일 두서너 명의 재상이 졸(卒)하였는데 여기에 가서 조제(弔祭)하는 자들이 유밀과(油蜜果) 등 여러 가지 물품의 제수를 거창하게 진열하였습니다. 이런 자들이 줄을 이어 가로(街路)를 메웠었으니 겉치레를 꾸미노라 낭비하는 것이 너무 심했습니다. 이것은 국고(國庫)에서 나온 것이 아닐지라도 역시 백성에게 폐해가 없다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관한 법식은 분명하게 법령[令甲]에 실려 있으니, 마땅히 거듭 밝혀 금억하여야 할 일입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위로는 재해가 거듭 이른 것을 생각하고 아래로는 민생의 간난을 살피시어 감할 수 있는 비용은 감하고 제거해야 할 폐단은 제거하시어, 백성의 생활을 넉넉하게 하고 하늘의 재앙을 없애게 해 주시다면 더없는 다행이겠습니다."

하였는데, 다음과 같이 회답하였다.

"근자에 사고(事故)와 성서(盛暑) 때문에 오래도록 일을 보지 못해서 나도 미안하게 여기고 있다. 내가 보건대 세자의 학문이 점점 고명하여 가니 시강원(侍講院)과 사부(師傅)가 함께 의논하여 읽을 글을 결정하도록 하라. 옛부터 와언이 한 번 발동하면 안정되고 저력이 있는 이가 아니면 반드시 미혹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요괴로움은 바름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니, 만일 바른 것으로 통솔한다면 진정시키는 데 어려울 것이 뭐 있겠는가? 근래 군율이 엄하지 못한데 나도 항상 이 점을 염려하고 있다. 그래서 자주 하관(夏官)218) 에게 말하였다. 사람을 잘 쓰고 못쓰는 것은 치란(治亂)에 관계되니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근자 문관을 외직에 보임하는 폐해가 또한 심하니, 전조(銓曹)에서는 이런 점을 알아서 잘 조처해야 할 것이다. 전조 낭관이 스스로 가자(加資)하는 것은 그 유폐가 너무 심하니 반드시 규찰하여 조처할 것이다. 가을 가뭄에 비를 비는 일은 근고에 못듣던 일인데, 지금 또 있으니 가을 수확을 바라기가 어렵다. 따라서 내가 더욱 진념(軫念)하는 바이다. 사서인의 혼인과 상사·장례에 사치가 풍속을 이루고 있는 이즈음 재상가에서 마땅히 먼저 금지하여야 할 것인데도 금지하지 않았으니, 이 또한 법사(法司)에서 규찰(糾察)해야 할 것이다."

  • [註 213] 정사(政事) : 인사 행정.
  • [註 214] 자급(資級)의 순서 : 자급에만 따라서 벼슬을 주는 격식(格式)으로, 현우(賢愚)를 막론하고 연한(年限)이 차면 자급을 올려주는 것이다.
  • [註 215] 분경(奔競) : 엽관 운동(獵官運動).
  • [註 216] 참상(參上)과 참외(參外) : 참상은 6품 이상 종3품 이하의 계급을 일컫는 통칭이고, 참외는 7품 이하의 계급을 일컫는 통칭으로, 참하(參下)라고도 한다.
  • [註 217] 삼농(三農) : 평지농(平地農)·산농(山農)·택농(澤農)이라고도 하고, 춘경(春耕)·하운(夏耘)·추수(秋收)라고도 한다.
  • [註 218] 하관(夏官) : 병조.

원문

○己丑/司諫院大司諫鄭應麟等上疏曰:

臣等俱以顓蒙, 待罪諫官, 義當畢精竭慮, 陳善糾謬, 納吾君於無過之地, 而上不能輔導聰明; 下不得裨益朝政, 尸素之譏, 誠所未逭。 然姑以耳聞目見, 謹條列以聞。 經筵, 人君所以廣詢博訪, 窮義理之源, 通上下之情, 用成治化者也。 古之明君誼辟, 不自滿暇, 孜孜臨御, 講劘治道, 雖當暑月, 尙不廢輟, 豈無其意? 殿下卽祚以來, 勤御經筵, 舍己從人; 好問不怠。 近者, 惕念少弛, 罷輟講論, 已踰三月, 上下阻隔, 群情悶默。 殿下學就高明; 德造罔覺, 似無待於講論, 然國家不可謂無事, 下豈無一言之敷奏; 上豈無一事之咨詢? 當此盛暑, 恐勞玉體, 不敢稟請, 然擇其淸涼之朝, 延訪臣僚則其與常昵寺婦, 亦大有間矣。 況今伏熱已退, 新涼漸至, 固不可專廢也。 伏願殿下, 勿謂聖學之已明; 朝政之已理, 亟御經筵, 引接儒臣, 咨訪治道, 以通上下之情; 以緝熙光明之學, 幸甚。 世子, 國本, 輔導不可不謹。 輔之以道, 固有先後緩急之序, 先之以薰陶德性, 變化成就; 繼之以古今事變, 鑑戒治亂, 其學不獨貴於博覽史傳而已也。 故古人論學, 亦有次第而不紊。 伏見, 世子天資夙成, 學已通方, 此正謹其輔導之幾也。 今者, 已讀《史略》, 可謂通達事變, 而又進講《通鑑》, 是徒以史記爲急, 而緩於涵養之學, 可謂輔導之得其方耶? 若只以涉獵爲務, 則知書宦寺, 亦足以備勸講、充輔導, 何必擇僚屬哉? 伏願殿下, 鑑往古輔養之道, 選置僚佐, 俾盡敎養之方。 殿下亦宜益加保護之道, 淸讌之暇, 從容敎戒, 使之言語必正; 擧動必莊。 凡誠正、修齊之要, 殿下之所服行, 而已有效, 與其勉慕而未能及; 愧悔而未能免者, 傾倒羅列, 悉以敎之則有以得乎殿下心傳之妙, 而宗社之安, 永永無窮矣。 古人云: "訛言不祥。" 訛言之作, 起於無形, 而人心動搖, 有同土崩, 其爲變, 豈不大哉? 頃者, 闕內直宿軍士, 一卒叫魘, 千人驚惑, 以爲鬼妖, 以訛傳訛, 遂至都下之人, 狂奔喧擾, 夜不能止, 變異之作, 莫此爲甚。 昔秦有鬼妖, 師曠以智靜之; 宋有言,張方平以靜鎭之。 殿下不擧鎭靜之方, 遽下移御之命。 此雖出於慈旨, 不能獲已, 人心疑惑, 因此益滋。 今雖已罪訛言之人, 又曉諭中外, 然愚民易惑, 而難曉, 疑怵之念, 恐或未解。 伏願殿下, 洞察不祥之實, 益念鎭靜之道, 幸甚。 軍律, 所當嚴明, 而不可解弛。 兵法曰: "畏我者, 不畏敵; 畏敵者, 不畏我。" 使之畏我, 非威克厥愛, 其何能濟? 今者, 紀律不明, 部伍無統, 將不知律; 卒不畏令, 委靡頹墮, 無所管攝, 苟有緩急, 將焉用之? 近日闕內軍卒, 訛言夜驚, 聲徹大內, 將不能禁, 卒莫從令, 屢驚不止。 若少有紀律, 何至此極? 至如軍陣, 不可率意進退, 而驅逐惡獸, 遽違朝令, 徑自罷去。 士卒出入, 當從標信, 只據寸牒, 拿士付吏, 大失將體。 此皆由於昇平, 專不講習, 頹靡不振之致。 伏願殿下, 念軍政之重; 察陵夷之弊, 及其閑暇, 時以講明, 使自嚴肅, 有備無患, 幸甚。 人君之用人, 猶匠之用木, 較短量長, 惟器是適, 苟任用得道, 何患乏人? 今者, 銓曹政事之際, 不度才器, 苟循資格, 好惡紛紜, 用舍失當, 位不稱人, 事多曠廢。 銓曹若是而謂之乏人, 可乎? 且在先王朝, 文官有失, 例授外職, 以示貶斥。 故皆以補外爲恥, 莫肯求去。 今則纔陞六品, 先急乞郡。 雖托養親, 爲己求之者亦多, 一邑有闕, 爭先求之, 奔競成風。 文官尙爾, 況雜僚乎? 此雖不可盡置淸班, 比諸門蔭則大有逕庭。 當授監寺之職, 以責其任可也, 而率循私意, 馴致內輕。 以是, 闒冗雜進, 動被物論, 積滯五六品之班, 徒費廩祿, 大妨士路。 一身之奉, 雖曰榮幸, 其於國家責任之意何? 先王任官, 久於其職, 故必有成績。 今則政事煩數, 旋授旋遞, 爭懷姑息, 不謹乃職, 竟成頹墮, 當今之弊, 勢將難救。 國家設官分職, 資必有級, 參上參外, 准朔乃加, 其功勞時有特資, 所以考勤慢, 而示勸徵也。 少不可行私於其間, 而銓曹郞官, 不計朔數, 自加其級, 略無顧忌, 由郞官而出者, 尊之爲先生。 資不及職, 公然例授, 不以爲怪。 濫習至此, 流弊已甚。 伏願 殿下, 念此數弊, 申勑銓曹, 以淸銓選之路; 以杜躁進之門, 幸甚。 且人君所爲, 與天相通。 一德修則天必降祥, 以休美之; 一事失則天必降災, 以譴告之, 感應之理, 無毫髮差爽, 可不懼哉? 伏見, 今年之旱, 自春徂夏, 三農悶鬱。 聖念兢惕, 靡神不禱, 僅見一霖, 焦稼少蘇, 庶獲西成。 立秋以來, 旱魃尤虐, 晝多凄風, 夜無露氣, 禾未發穗, 幾盡焦枯。 萬民嗷嗷, 救死不贍。 旱乾之變, 今古所罕, 未知殿下, 其何以爲心? 宵旰惕念, 雖曰已至, 朝廷之間, 疵政尙多, 而奢侈之害; 冗費之弊, 無有紀極。 其在豐稔, 尙且有妨, 況今帑藏告竭, 轉貿中國; 假公營私, 駄載相望, 非但貽弊於驛路, 華人之唾罵輕賤, 亦可愧也。 至於士庶, 家無甔石之儲, 而競效豪侈之事, 婚姻、喪葬, 奢僭踰分。 婚姻者, 非綾段、金玉, 不以爲用; 喪葬者, 非油蜜果盛奠, 莫肯祀事, 爭尙觀美, 徒殄天物。 以是, 貧者嫁不以時; 葬不及期。 弊至於此, 可勝嘆哉? 近日, 二三宰相之卒, 侁祭者, 油蜜之果、庶品之羞, 高排(陳別)〔陳列〕 。 絡繹不絶, 塡塞街路, 務飾虛美, 冗費尤甚。 此雖不出於公廩, 亦不可謂無弊於民也。 此皆著在甲令, 所當申明而禁抑也。 伏願殿下, 上念災沴之荐臻; 下察民生之艱窘, 省其所當省之費; 祛其所當袪之弊, 以裕民生; 以弭天災, 幸甚。

答曰: "近因事故及盛暑, 久未視事, 予亦未安。 予嘗觀世子學問, 漸至高明。 侍講院與師傅, 議定所讀之書可也。 自古, 訛言一動, 非有定力, 必爲所惑。 然妖不勝正, 若率以正, 何難鎭靜? 近來, 軍律不嚴, 予嘗念慮。 故數言于夏官矣。 用人得失, 繫於治亂, 可不愼乎? 近者, 文官補外, 其弊亦甚, 銓曹所當知之。 銓曹郞官, 自加其加, 流弊已甚, 必有糾處。 秋旱祈雨, 近古未聞, 今亦有之, 西成難望, 予尤軫念。 士庶之家婚姻、喪葬, 奢侈已成。 宰相之家當先禁戢, 而不爾, 此亦法司糾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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