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종실록46권, 중종 17년 12월 3일 乙亥 2/4 기사 / 1522년 명 가정(嘉靖) 1년
대간을 대우하는 예에 관한 대사헌 조순 등의 차자문
국역
대사헌 조순(趙舜) 등이 다음과 같이 차자를 올렸다.
"삼가 생각하건대 임금은 깊숙한 궁중에 처하여 수많은 정무를 대하게 되므로 총명이 미치지 못하거나 문견이 닿지 못한 바가 있습니다. 그런 때문에 대간을 두어 이목을 삼으니 이는 시청(視聽)을 넓히고 대중의 의견을 통찰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대간의 말을 즐겨 듣지 않으면 공론이 막혀 화환(禍患)이 생길 것인데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신 등이 삼가 보건대 일전에 양사(兩司)가 대궐에 들어간 시간이 비록 제시간을 어기기는 했지만, 그것은 곧 많은 업무를 다루다가 해저문 줄을 깨닫지 못한 것으로 미세한 과실이니 전하께서는 마땅히 용서하여 너그러운 아량을 보이셔야 할 터인데 이에 엄격한 말씀으로 추고하고 체직하도록 명하시기까지 하였으니, 중외에서 그 소식을 듣고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자신만만해 하는 성음(聲音)과 안색(顔色)은 아예 사람을 천리 밖에서부터 막는 격인데 그것은 성상의 덕에 어찌 큰 누가 아니겠습니까?
예로부터 임금이 대간에게 막중한 권한을 빌려주고 그를 존중하는 것은 장차 임금의 총명이 가린 것을 틔우고 조정의 형세를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이런 때문에 간언이 승여(乘輿)에 미치면 천자가 태도를 고치고, 지적한 일이 낭묘(廊廟)에 관련되면 재상이 대죄(待罪)합니다. 대간을 대우하는 예가 이처럼 존중되지 않으면 경홀하는 마음이 생기고 경홀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 폐단은 반드시 외탄(畏憚)하지 않게 되고 외탄하지 않으면 나의 말이면 무엇이든지 어기지 않을 것이라 하여 못할 바가 없게 될 것이니, 그 화환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간언을 들으시는 성의가 점점 처음만 못해 가고 대간은 일을 논하는데 혹 미루어 두는 폐단을 면하지 못합니다. 대간의 말을 즐겨 듣는 성의를 보이지 않으시고 대간의 조그마한 실책에 뇌정(雷霆) 같은 위엄을 보여 쟁신(諍臣)의 기를 꺾기까지 하시니, 간언을 싫어하시는 조짐이 이미 여기에서 나타났습니다. 아, 부드러운 안색으로 대하고 허심 탄회하게 받아들이신다 하더라도 대간들은 오히려 두려워하여 감히 말을 못하는데, 더구나 위엄으로 누르시면 누가 기꺼이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드려 헤아리지 못할 화를 입으려 하겠습니까? 언로가 통하고 막힘에는 실로 치란이 관계됩니다. 만일 언로가 막힌다면 궁궐 밖은 전하의 이목이 미치지 못하는 바인데, 비록 지대한 일과 절박한 화가 있다 하더라도 전하께서는 어디를 좇아 아실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종묘 사직에 복될 일이 아닙니다.
대저 명기(名器)란 세상을 격려하는 것이니 부당한 사람에게 가벼이 주어서는 안됩니다. 김극개(金克愷)는 출신한 지 오래지 않은데 갑자기 초선관(貂蟬官)369) 에 승진시키고, 지사(知事)는 중요한 직위인데 물망이 없는 조윤손(曺閏孫)에게 제수하였고, 서지(徐祉)는 변방의 직임을 사임하였는데 높은 품계를 지나치게 제수하였고, 이종인(李宗仁)은 탐욕을 멋대로 부리고 백성의 재물을 심하게 약탈한 자인데 여러 번 변방의 중요한 직임을 제수하였고, 조영걸(趙英傑)은 별로 현능(賢能)치 못한 사람인데 지나치게 5품직을 제수하였습니다. 전의상(全義常)은 늙고 병든데다 혼매하고 용렬하니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김우한(金佑漢)은 성품이 본래 용렬한데다 술을 좋아하여 주정이 심하므로 뭇사람이 수군거리고 여론이 비등합니다. 대간이 논한 것은 실로 공론에 맞는데 여러 날을 끌어 논란하는데도 성상께서는 막연히 들으시므로 아직까지 윤허를 받지 못하니 신 등은 몹시 실망됩니다. 삼가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성심으로 간언을 들으시고 사정(私情)으로 저지하시거나 뜻을 거스른다고 꺼려하지 마시며 간언을 순순히 받아들여 속히 유음(兪音)을 내리소서."
- 【태백산사고본】 23책 46권 35장 B면【국편영인본】 16책 177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 [註 369] 초선관(貂蟬官) : 여기서는 우부승지(右副承旨)를 가리킨다.
원문
○大司憲趙舜等上箚曰:
伏以, 人主居深宮之中, 莅萬機之繁, 聰明有所不逮; 聞見有所不周, 故置臺諫以爲耳目之責, 所以廣視聽, 而通衆情也。 苟無樂聞之實, 則公議鬱滯, 而禍患有之, 豈不深可懼哉? 臣等伏覩, 日者, 兩司諸闕, 雖或愆時, 直以務繁事劇, 不覺其日暮, 則是特細過耳。 殿下當加貰貸, 以示優容之量, 乃敢嚴辭, 至命推遞, 中外見聞, 莫不驚愕。 訑訑之聲音顔色, 拒人於千里之外, 其於聖德, 豈非大累? 自古人主之於臺諫, 借其重權, 而尊禮之者, 將以決壅, 蔽而重朝廷之勢耳。 是以。 言及乘輿, 則天子改容; 事關廊廟, 則宰相待罪。 其待遇之禮, 苟不能如是之尊且重, 則有以生輕忽之心, 輕忽之心生, 則其弊必至於不足爲畏憚, 不足爲畏憚, 則惟予言而莫之違, 無所不至, 其患有不可勝言。 殿下聽諫之誠, 漸不如初, 臺諫論事, 或不免於留難, 未見有樂聞之實。 至以小失, 而乃見諸雷霆之威, 以折諍臣之氣, 厭諫之端, 已兆于此。 嗚呼! 和顔以受之; 虛懷以納之, 士猶畏懦, 而不敢言, 況又震之以威; 壓之以重, 誰肯進逆耳之言, 以犯不測之禍哉? 夫言路通塞, 實關治亂。 若言路堙塞, 則禁闥之外, 殿下耳目之所不及者, 雖有至大之事; 迫切之禍, 殿下何從而知之? 此非宗社之福也。 大抵, 名器所以礪世磨鈍, 不可輕授非人, 金克愷出身未久, 驟陞貂蟬。 知事重職, 而曺閏孫素無物望。 徐祉坐辭邊任, 而濫授崇階, 李宗仁貪汚無狀, 剝割尤甚, 而累授邊寄。 趙英傑別無賢能, 而濫授五品。 全義常老病昏庸, 不克莅事。 金佑漢性本庸劣, 崇飮使酒, 人情噂, 物議喧騰。 臺諫所論, 實愜公議, 而累日論列, 天聽邈然, 迄未蒙允, 臣等不勝缺望。 伏願殿下, 聽言納誨, 一出於誠, 不以私恩而沮之; 不以逆意而憚之, 從諫弗咈, 亟賜兪音。
- 【태백산사고본】 23책 46권 35장 B면【국편영인본】 16책 177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중종실록46권, 중종 17년 12월 3일 乙亥 2/4 기사 / 1522년 명 가정(嘉靖) 1년
대간을 대우하는 예에 관한 대사헌 조순 등의 차자문
국역
대사헌 조순(趙舜) 등이 다음과 같이 차자를 올렸다.
"삼가 생각하건대 임금은 깊숙한 궁중에 처하여 수많은 정무를 대하게 되므로 총명이 미치지 못하거나 문견이 닿지 못한 바가 있습니다. 그런 때문에 대간을 두어 이목을 삼으니 이는 시청(視聽)을 넓히고 대중의 의견을 통찰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대간의 말을 즐겨 듣지 않으면 공론이 막혀 화환(禍患)이 생길 것인데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신 등이 삼가 보건대 일전에 양사(兩司)가 대궐에 들어간 시간이 비록 제시간을 어기기는 했지만, 그것은 곧 많은 업무를 다루다가 해저문 줄을 깨닫지 못한 것으로 미세한 과실이니 전하께서는 마땅히 용서하여 너그러운 아량을 보이셔야 할 터인데 이에 엄격한 말씀으로 추고하고 체직하도록 명하시기까지 하였으니, 중외에서 그 소식을 듣고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자신만만해 하는 성음(聲音)과 안색(顔色)은 아예 사람을 천리 밖에서부터 막는 격인데 그것은 성상의 덕에 어찌 큰 누가 아니겠습니까?
예로부터 임금이 대간에게 막중한 권한을 빌려주고 그를 존중하는 것은 장차 임금의 총명이 가린 것을 틔우고 조정의 형세를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이런 때문에 간언이 승여(乘輿)에 미치면 천자가 태도를 고치고, 지적한 일이 낭묘(廊廟)에 관련되면 재상이 대죄(待罪)합니다. 대간을 대우하는 예가 이처럼 존중되지 않으면 경홀하는 마음이 생기고 경홀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 폐단은 반드시 외탄(畏憚)하지 않게 되고 외탄하지 않으면 나의 말이면 무엇이든지 어기지 않을 것이라 하여 못할 바가 없게 될 것이니, 그 화환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간언을 들으시는 성의가 점점 처음만 못해 가고 대간은 일을 논하는데 혹 미루어 두는 폐단을 면하지 못합니다. 대간의 말을 즐겨 듣는 성의를 보이지 않으시고 대간의 조그마한 실책에 뇌정(雷霆) 같은 위엄을 보여 쟁신(諍臣)의 기를 꺾기까지 하시니, 간언을 싫어하시는 조짐이 이미 여기에서 나타났습니다. 아, 부드러운 안색으로 대하고 허심 탄회하게 받아들이신다 하더라도 대간들은 오히려 두려워하여 감히 말을 못하는데, 더구나 위엄으로 누르시면 누가 기꺼이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드려 헤아리지 못할 화를 입으려 하겠습니까? 언로가 통하고 막힘에는 실로 치란이 관계됩니다. 만일 언로가 막힌다면 궁궐 밖은 전하의 이목이 미치지 못하는 바인데, 비록 지대한 일과 절박한 화가 있다 하더라도 전하께서는 어디를 좇아 아실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종묘 사직에 복될 일이 아닙니다.
대저 명기(名器)란 세상을 격려하는 것이니 부당한 사람에게 가벼이 주어서는 안됩니다. 김극개(金克愷)는 출신한 지 오래지 않은데 갑자기 초선관(貂蟬官)369) 에 승진시키고, 지사(知事)는 중요한 직위인데 물망이 없는 조윤손(曺閏孫)에게 제수하였고, 서지(徐祉)는 변방의 직임을 사임하였는데 높은 품계를 지나치게 제수하였고, 이종인(李宗仁)은 탐욕을 멋대로 부리고 백성의 재물을 심하게 약탈한 자인데 여러 번 변방의 중요한 직임을 제수하였고, 조영걸(趙英傑)은 별로 현능(賢能)치 못한 사람인데 지나치게 5품직을 제수하였습니다. 전의상(全義常)은 늙고 병든데다 혼매하고 용렬하니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김우한(金佑漢)은 성품이 본래 용렬한데다 술을 좋아하여 주정이 심하므로 뭇사람이 수군거리고 여론이 비등합니다. 대간이 논한 것은 실로 공론에 맞는데 여러 날을 끌어 논란하는데도 성상께서는 막연히 들으시므로 아직까지 윤허를 받지 못하니 신 등은 몹시 실망됩니다. 삼가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성심으로 간언을 들으시고 사정(私情)으로 저지하시거나 뜻을 거스른다고 꺼려하지 마시며 간언을 순순히 받아들여 속히 유음(兪音)을 내리소서."
- 【태백산사고본】 23책 46권 35장 B면【국편영인본】 16책 177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 [註 369] 초선관(貂蟬官) : 여기서는 우부승지(右副承旨)를 가리킨다.
원문
○大司憲趙舜等上箚曰:
伏以, 人主居深宮之中, 莅萬機之繁, 聰明有所不逮; 聞見有所不周, 故置臺諫以爲耳目之責, 所以廣視聽, 而通衆情也。 苟無樂聞之實, 則公議鬱滯, 而禍患有之, 豈不深可懼哉? 臣等伏覩, 日者, 兩司諸闕, 雖或愆時, 直以務繁事劇, 不覺其日暮, 則是特細過耳。 殿下當加貰貸, 以示優容之量, 乃敢嚴辭, 至命推遞, 中外見聞, 莫不驚愕。 訑訑之聲音顔色, 拒人於千里之外, 其於聖德, 豈非大累? 自古人主之於臺諫, 借其重權, 而尊禮之者, 將以決壅, 蔽而重朝廷之勢耳。 是以。 言及乘輿, 則天子改容; 事關廊廟, 則宰相待罪。 其待遇之禮, 苟不能如是之尊且重, 則有以生輕忽之心, 輕忽之心生, 則其弊必至於不足爲畏憚, 不足爲畏憚, 則惟予言而莫之違, 無所不至, 其患有不可勝言。 殿下聽諫之誠, 漸不如初, 臺諫論事, 或不免於留難, 未見有樂聞之實。 至以小失, 而乃見諸雷霆之威, 以折諍臣之氣, 厭諫之端, 已兆于此。 嗚呼! 和顔以受之; 虛懷以納之, 士猶畏懦, 而不敢言, 況又震之以威; 壓之以重, 誰肯進逆耳之言, 以犯不測之禍哉? 夫言路通塞, 實關治亂。 若言路堙塞, 則禁闥之外, 殿下耳目之所不及者, 雖有至大之事; 迫切之禍, 殿下何從而知之? 此非宗社之福也。 大抵, 名器所以礪世磨鈍, 不可輕授非人, 金克愷出身未久, 驟陞貂蟬。 知事重職, 而曺閏孫素無物望。 徐祉坐辭邊任, 而濫授崇階, 李宗仁貪汚無狀, 剝割尤甚, 而累授邊寄。 趙英傑別無賢能, 而濫授五品。 全義常老病昏庸, 不克莅事。 金佑漢性本庸劣, 崇飮使酒, 人情噂, 物議喧騰。 臺諫所論, 實愜公議, 而累日論列, 天聽邈然, 迄未蒙允, 臣等不勝缺望。 伏願殿下, 聽言納誨, 一出於誠, 不以私恩而沮之; 不以逆意而憚之, 從諫弗咈, 亟賜兪音。
- 【태백산사고본】 23책 46권 35장 B면【국편영인본】 16책 177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