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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45권, 중종 17년 7월 18일 壬戌 2/2 기사 / 1522년 명 가정(嘉靖) 1년

사치에 관한 습속과 변방 수비, 쟁송에 관한 대사헌 김극성의 상소문

국역

대사헌 김극성(金克成)이 상소하였는데 대략에,

"삼가 살피건대 전하께서 정치하신 지가 지금 17년이란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정치의 효험은 보이지 않고 변고만이 잇달아 일어나 거의 구제할 수 없게 된 일이 빈번하였습니다. 여름철에 우박·한발·황충이 계속해 재해를 일으키고, 심지어는 원묘(原廟) 안에서 사람을 벼락치기까지 하였으니, 이것은 근고에 없는 큰 변이었습니다. 중외의 신하와 서민으로서 이목을 가진 자는 경해(驚駭)하지 않음이 없어야 할 것인데, 아래에 있는 사람은 아름다운 계책을 드려 격심정사(格心正事)283) 의 책임을 다하고 위에 있는 사람은 좋은 말을 발하여 반풍 퇴사(反風退舍)의 응험을 거둔다는 소식은 듣지 못하겠고, 하는 일들은 문구(文具)의 말단에 지나지 않는데 장차 어떻게 하늘의 꾸지람에 답하여 하늘의 뜻을 돌이킬 수 있겠습니까? 궁곤(宮壼)을 엄하게 단속하는 것은 사알(私謁)과 청탁을 막기 위함인데 문안하는 비자(婢子)들이 잇달아 금문(禁門)에 드나들고 있으며 존비(尊卑)를 굳게 정하는 것은 적서(嫡庶)의 구분을 밝히기 위함인데 명위(名位)가 거의 등위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왕자(王子)와 부마(附馬)의 제택(第宅)은 원래 정해진 제도가 있는데 굉장 화려함을 힘쓰니 편벽된 사정이 없이 수신(修身)·제가(齊家)의 도리를 다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신하된 직분은 한갓 녹봉을 탐하고 자리를 채우고만 있을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대신들은 의난(疑難)한 일을 당하면 한쪽에서는 옳다 하고 한쪽에서는 옳지 않다 하면서 우물쭈물 세월만 보내고 결정하지 않으며, 모든 관원은 직위를 비우고 여러 집사들은 한갓 세월만 보내며, 수령들은 백성의 침탈만을 일삼으므로 원성이 길에 가득한데, 대소 관원이 직분을 제대로 행하고 녹봉을 거저 먹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전번 남쪽 변방에 사변이 있을 때 장순손(張順孫)은 군무(軍務)의 직책을 띠고서 사사로이 전장(田庄)에 가 하룻밤을 지내고 돌아왔으니, 그가 국사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대신도 이 지경인데, 하물며 소소한 관원임에리까? 병융(兵戎)은 국가의 중대한 일인데, 근래에는 군정(軍政)이 해이하여 병권을 맡은 자는 마음을 쓰지 아니하고, 변방을 위임받은 자는 무사 태평하게 여기며, 숙위(宿衛)·금군(禁軍) 외에 갑사(甲士)·별시위(別侍衛)·정로위(定虜衛)란 이름을 가진 무리들은 거개가 남을 대신하여 뽑혀서 군부(軍簿)에 실려 있는 자들이니, 정병(正兵)과 수군 중에 활을 제대로 쏠 줄 아는 자가 백에 한두 명도 없습니다. 근일 남쪽 변경을 침범하는 왜적은 소수이니, 진장(鎭將)의 힘만 가지고도 기회를 엿보아서 섬멸할 수가 있는데도 문을 닫고 움츠리고 들어앉아 능히 출전하여 한 명의 적도 사로잡거나 목을 베지 못하는데, 조정에서는 오히려 변장에게 군사를 늘려 주는 일에 급급합니다. 그리고 이종인(李宗仁)은 그 죄를 가벼이 놓아주고 따라서 절제전살권(節制專殺權)을 부여하니, 상(賞)이 권장되지 못하고 벌이 징계될 수 없습니다. 가사 큰 적이 바다에 가득히 밀려온다면 어떻게 막아내겠습니까? 더구나 육진(六鎭)284) 의 군졸(軍卒)은 날로 도망쳐 달아나고, 성(城)을 삥 둘러서 사는 야인(野人)은 1천 명, 1백 명이 무리를 이루고 있으니, 식견이 있는 자들은 기마지세(騎馬之勢)285) 에 비유합니다. 여연(閭延)·무창(茂昌)에 들어와서 사는 야인들은 그 수효가 늘어나는데, 서계(西界)에도 또한 사변이 없으리라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한심합니다. 요즈음은 인심이 예전과 같이 순후하지 않아 선비된 자는 헛된 이름을 빌어 작록(爵祿)을 매개하고, 재상된 자는 명위(名位)의 대소에 따라서 그 실효를 따지지 않고 허위의 습속을 조장하며, 하위(下位)에 있는 사람은 예로써 윗사람을 섬기지 않고, 상위에 있는 사람은 도리로써 아랫사람을 접하지 않으므로 교타(驕惰)가 서로 자라고 존비(尊卑)의 등위가 없습니다. 사대부도 오히려 그러한데 하물며 아랫사람이겠습니까? 밭 한 마지기나, 종 한 명을 차지하기 위하여 한 집안 식구가 원수처럼 여기고 심지어는 자식이 어미를 때리고 아우가 형을 치기까지 하며, 공상(工商)·복례(僕隷) 등 지극히 천한 사람들도 사치를 숭상하고 혼인할 때의 혼수는 화려하고 사치함을 힘써서 그 폐단이 이미 굳어져서 끝내 금지하기 어려운 형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왕자와 왕녀의 길례(吉禮)는 예제에 지나치지 못하게 한 것이 국전(國典)에 나타나 있는데 근일에는 길례의 비용이 3∼4만 필(匹)에 밑돌지 않으니, 아, 위에서 폐단되는 일을 행하면서 어떻게 아랫백성들의 폐단을 금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이 몇 가지 폐단을 바로잡으려 한다면 마땅히 먼저 기강을 정제해야 하고, 기강을 정제하려 한다면 마땅히 전하의 한 마음을 바루어야 합니다. 마음이 바르면 몸이 닦이고 몸이 닦아지면 집이 다스려집니다. 집이 다스려진 다음에도 선왕의 유훈(遺訓)을 존중하고 조종의 영전(令典)을 닦으며 기강을 세워 백공(白工)을 다스리면 모든 일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일 중에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있고 폐단이 제거되지 못한 것이 있으면 대신이 말하고 대간이 간쟁할 것이니, 대신의 말을 반드시 살피고 대간의 간쟁은 반드시 따른다면, 자연 인사(人事)가 아래에서 닦아지고 천도(天道)가 위에서 화순하게 되어, 중화 위육(中和位育)286) 의 지극한 공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아니하고 피전 감선(避殿減膳)·폐문 천시(閉門遷市)하는 말단의 일로써 하늘의 꾸지람에 답하여 하늘의 재앙을 그치게 하려 한다면 또한 어렵지 않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이 상소의 내용을 보니 열거한 말들이 지극히 당연하다. 부마 등의 집을 수리하는 일은 내가 별도로 사치스럽게 지으라고 명령한 바 없다. 그러나 그에 관한 물론(物論)이 있기에 내 일찍이 금지하였지만 제대로 다 금지되지 못하였다. 길례의 경비는 자고로 정해진 물량이 있으므로 특별히 추가한 것은 없다. 다만 용처가 한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에 혼수에 경비가 많이 든 것이다. 아무튼 물론이 이렇게까지 되고 보니 매우 미안하다. 내 어찌 성념(省念)하지 않겠는가? 또 남방의 적을 방어하는 일로 말하면 변장이 소수의 적을 만나서는 경사에 지원병을 청하게 되니, 지극히 온당치 못하다. 또는 쟁송(爭訟)으로 인하여 부자 형제가 서로 원수가 된다니 풍속이 이 지경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대저 재변이 근일에 더욱 심한데 내 어찌 마음이 편안하겠는가? 마땅히 상하가 더욱 공구 수성해야 하니, 위에 관한 일은 내 마땅히 유념할 것이요, 아래에 관한 일은 대신도 어찌 성념하지 않겠는가?"

하였다.

  • [註 283] 격심정사(格心正事) : 임금의 마음을 바로잡고 일의 잘못을 바루는 것.
  • [註 284] 육진(六鎭) : 조선조 세종 때 김종서(金宗瑞)가 지금의 함경북도 북변(北邊)을 개척하여 설치한 여섯 진(鎭). 곧 경원(慶源)·경흥(慶興)·부령(富寧)·온성(穩城)·종성(鐘城)·회령(會寧).
  • [註 285] 기마지세(騎馬之勢) : 말타고 달리는 기세. 곧 기세가 강함을 비유한 말.
  • [註 286] 중화 위육(中和位育) : 천지의 기운이 화평하고 만물의 생육이 원만하게 됨을 말한다. 《중용(中庸)》 제일장에 "중화(中和)가 이루어지면 천지가 제 궤도로 운행하고 만물이 생육한다[致中和天地位焉萬物育焉]"하였다.

원문

○大司憲金克成等上疏, 其略曰:

伏見, 殿下爲政, 今已十七年之久, 而爲治之效, 未見, 變故踵作, 幾不可救者, 數矣。 乃於夏月雨雹, 旱、蝗相繼爲災, 以至震人於原廟之內, 此, 近古所未有之大變。 中外臣庶有耳目者, 莫不驚駭, 而未聞在下獻一嘉猷, 以盡格心、正事之責; 在上發一善言, 以收反風、退舍之應, 其所施爲, 不過文具之末, 將何以答天譴, 而回天意乎? 嚴宮壼, 乃所以杜請謁之私, 問安婢子相踵於禁門。 定尊卑, 乃所以明嫡庶之分, 而名位幾至於無等, 王子、駙馬第宅, 自有定制, 而務爲宏麗, 其可謂無偏係之私, 而盡修齊之道乎? 人臣之職, 不可徒爲持祿, 充位而已。 今者, 大臣當疑難之事, 甲可乙否, 優游不決, 庶官曠職, 庶事苟度歲月, 守令專事侵漁, 冤怨塞路, 其可謂大小稱職, 不尸其祿乎? 頃者, 南邊警急之時, 張順孫職帶軍務, 私往田庄, 經宿乃還, 其不念國事, 可知。 大臣至此, 況其小官乎? 兵戎, 有國之重事。 頃年以來, 軍政解弛, 任兵權者, 不以掛意; 委邊寄者, 狃於尋常, 宿衛禁軍之外, 名爲甲士、別侍衛、定虜衛之徒, 率皆代人試才, 冒屬軍簿, 正兵、水軍, 解執弓矢者, 百無一二。 近日, 南邊來犯之倭, 一小寇耳。 只在鎭將相機截殺, 而閉門畏縮, 不能出戰擒斬一級, 朝廷猶且汲汲於邊將增兵, 輕釋李宗仁之罪, 付之節制專殺之權, 賞不爲勸; 罰不足懲。 脫有大敵蔽海而來, 其何以禦侮折衝耶? 況今六鎭軍卒, 日就流亡, 野人環城而居者, 千百爲群, 有識者, 比之騎虎之勢。 閭延、茂昌來居野人, 巢穴滋蔓, 西界亦不可保其無虞, 思之至此, 可謂寒心。 今者, 人心不古, 爲士者假虛名, 以媒爵祿; 爲宰相者, 不能循名責實, 以長虛僞之習, 在下位而不以禮事其上; 在上位而不以道接乎下, 驕惰相尙, 尊卑無等。 士大夫猶然, 況其下者乎? 一田、一奴之爭, 同室之人起爲仇敵, 以至子歐其母; 弟紾其兄。 工商僕隷至賤之人, 侈麗相高, 婚嫁之需, 務極奢僭, 積弊己成, 勢難卒禁。 王子女吉禮毋得過制者, 著在國典, 而近日吉禮之費, 不下三、四萬匹。 嗚呼! 自上廣眉而圖之, 何能禁下民之半額乎? 今欲救此數弊, 當先整紀綱。 欲整紀綱, 當正殿下之一心。 心正則身修, 身修則家齊。 家齊然後, 尊先王之遺訓; 修祖宗之令典, 立紀綱, 以釐百工, 以凝庶績。 然事有所不理; 弊有所不祛, 大臣言之, 臺諫爭之。 言之而必察; 爭之而必從, 自然人事修於下; 天道順於上, 可致中和、位育之極功。 不然, 以區區避殿、減膳, 閉門、遷市之末事, 欲答天譴, 而弭天災, 不亦難哉?

傳曰: "觀此疏意, 所言至當。 駙馬等家修理事, 則予別無務爲宏侈之令, 然己有物論, 予嘗禁抑, 而有未盡焉。 吉禮之費, 自古橫看定制, 別無加焉。 但非一二處, 故婚需多費也。 物論至此, 甚爲未安。 予豈不省念哉? 且南方禦敵之事, 邊將雖見小賊, 請兵京師, 至爲未便。 因爭訟, 而父子、兄弟相爲仇敵, 風俗至於此, 可謂寒心。 大抵, 災變近日尤甚, 予豈安心哉? 當上下更加修省。 關上之事, 予當留念, 關下之事, 大臣亦豈不省念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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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45권, 중종 17년 7월 18일 壬戌 2/2 기사 / 1522년 명 가정(嘉靖) 1년

사치에 관한 습속과 변방 수비, 쟁송에 관한 대사헌 김극성의 상소문

국역

대사헌 김극성(金克成)이 상소하였는데 대략에,

"삼가 살피건대 전하께서 정치하신 지가 지금 17년이란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정치의 효험은 보이지 않고 변고만이 잇달아 일어나 거의 구제할 수 없게 된 일이 빈번하였습니다. 여름철에 우박·한발·황충이 계속해 재해를 일으키고, 심지어는 원묘(原廟) 안에서 사람을 벼락치기까지 하였으니, 이것은 근고에 없는 큰 변이었습니다. 중외의 신하와 서민으로서 이목을 가진 자는 경해(驚駭)하지 않음이 없어야 할 것인데, 아래에 있는 사람은 아름다운 계책을 드려 격심정사(格心正事)283) 의 책임을 다하고 위에 있는 사람은 좋은 말을 발하여 반풍 퇴사(反風退舍)의 응험을 거둔다는 소식은 듣지 못하겠고, 하는 일들은 문구(文具)의 말단에 지나지 않는데 장차 어떻게 하늘의 꾸지람에 답하여 하늘의 뜻을 돌이킬 수 있겠습니까? 궁곤(宮壼)을 엄하게 단속하는 것은 사알(私謁)과 청탁을 막기 위함인데 문안하는 비자(婢子)들이 잇달아 금문(禁門)에 드나들고 있으며 존비(尊卑)를 굳게 정하는 것은 적서(嫡庶)의 구분을 밝히기 위함인데 명위(名位)가 거의 등위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왕자(王子)와 부마(附馬)의 제택(第宅)은 원래 정해진 제도가 있는데 굉장 화려함을 힘쓰니 편벽된 사정이 없이 수신(修身)·제가(齊家)의 도리를 다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신하된 직분은 한갓 녹봉을 탐하고 자리를 채우고만 있을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대신들은 의난(疑難)한 일을 당하면 한쪽에서는 옳다 하고 한쪽에서는 옳지 않다 하면서 우물쭈물 세월만 보내고 결정하지 않으며, 모든 관원은 직위를 비우고 여러 집사들은 한갓 세월만 보내며, 수령들은 백성의 침탈만을 일삼으므로 원성이 길에 가득한데, 대소 관원이 직분을 제대로 행하고 녹봉을 거저 먹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전번 남쪽 변방에 사변이 있을 때 장순손(張順孫)은 군무(軍務)의 직책을 띠고서 사사로이 전장(田庄)에 가 하룻밤을 지내고 돌아왔으니, 그가 국사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대신도 이 지경인데, 하물며 소소한 관원임에리까? 병융(兵戎)은 국가의 중대한 일인데, 근래에는 군정(軍政)이 해이하여 병권을 맡은 자는 마음을 쓰지 아니하고, 변방을 위임받은 자는 무사 태평하게 여기며, 숙위(宿衛)·금군(禁軍) 외에 갑사(甲士)·별시위(別侍衛)·정로위(定虜衛)란 이름을 가진 무리들은 거개가 남을 대신하여 뽑혀서 군부(軍簿)에 실려 있는 자들이니, 정병(正兵)과 수군 중에 활을 제대로 쏠 줄 아는 자가 백에 한두 명도 없습니다. 근일 남쪽 변경을 침범하는 왜적은 소수이니, 진장(鎭將)의 힘만 가지고도 기회를 엿보아서 섬멸할 수가 있는데도 문을 닫고 움츠리고 들어앉아 능히 출전하여 한 명의 적도 사로잡거나 목을 베지 못하는데, 조정에서는 오히려 변장에게 군사를 늘려 주는 일에 급급합니다. 그리고 이종인(李宗仁)은 그 죄를 가벼이 놓아주고 따라서 절제전살권(節制專殺權)을 부여하니, 상(賞)이 권장되지 못하고 벌이 징계될 수 없습니다. 가사 큰 적이 바다에 가득히 밀려온다면 어떻게 막아내겠습니까? 더구나 육진(六鎭)284) 의 군졸(軍卒)은 날로 도망쳐 달아나고, 성(城)을 삥 둘러서 사는 야인(野人)은 1천 명, 1백 명이 무리를 이루고 있으니, 식견이 있는 자들은 기마지세(騎馬之勢)285) 에 비유합니다. 여연(閭延)·무창(茂昌)에 들어와서 사는 야인들은 그 수효가 늘어나는데, 서계(西界)에도 또한 사변이 없으리라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한심합니다. 요즈음은 인심이 예전과 같이 순후하지 않아 선비된 자는 헛된 이름을 빌어 작록(爵祿)을 매개하고, 재상된 자는 명위(名位)의 대소에 따라서 그 실효를 따지지 않고 허위의 습속을 조장하며, 하위(下位)에 있는 사람은 예로써 윗사람을 섬기지 않고, 상위에 있는 사람은 도리로써 아랫사람을 접하지 않으므로 교타(驕惰)가 서로 자라고 존비(尊卑)의 등위가 없습니다. 사대부도 오히려 그러한데 하물며 아랫사람이겠습니까? 밭 한 마지기나, 종 한 명을 차지하기 위하여 한 집안 식구가 원수처럼 여기고 심지어는 자식이 어미를 때리고 아우가 형을 치기까지 하며, 공상(工商)·복례(僕隷) 등 지극히 천한 사람들도 사치를 숭상하고 혼인할 때의 혼수는 화려하고 사치함을 힘써서 그 폐단이 이미 굳어져서 끝내 금지하기 어려운 형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왕자와 왕녀의 길례(吉禮)는 예제에 지나치지 못하게 한 것이 국전(國典)에 나타나 있는데 근일에는 길례의 비용이 3∼4만 필(匹)에 밑돌지 않으니, 아, 위에서 폐단되는 일을 행하면서 어떻게 아랫백성들의 폐단을 금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이 몇 가지 폐단을 바로잡으려 한다면 마땅히 먼저 기강을 정제해야 하고, 기강을 정제하려 한다면 마땅히 전하의 한 마음을 바루어야 합니다. 마음이 바르면 몸이 닦이고 몸이 닦아지면 집이 다스려집니다. 집이 다스려진 다음에도 선왕의 유훈(遺訓)을 존중하고 조종의 영전(令典)을 닦으며 기강을 세워 백공(白工)을 다스리면 모든 일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일 중에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있고 폐단이 제거되지 못한 것이 있으면 대신이 말하고 대간이 간쟁할 것이니, 대신의 말을 반드시 살피고 대간의 간쟁은 반드시 따른다면, 자연 인사(人事)가 아래에서 닦아지고 천도(天道)가 위에서 화순하게 되어, 중화 위육(中和位育)286) 의 지극한 공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아니하고 피전 감선(避殿減膳)·폐문 천시(閉門遷市)하는 말단의 일로써 하늘의 꾸지람에 답하여 하늘의 재앙을 그치게 하려 한다면 또한 어렵지 않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이 상소의 내용을 보니 열거한 말들이 지극히 당연하다. 부마 등의 집을 수리하는 일은 내가 별도로 사치스럽게 지으라고 명령한 바 없다. 그러나 그에 관한 물론(物論)이 있기에 내 일찍이 금지하였지만 제대로 다 금지되지 못하였다. 길례의 경비는 자고로 정해진 물량이 있으므로 특별히 추가한 것은 없다. 다만 용처가 한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에 혼수에 경비가 많이 든 것이다. 아무튼 물론이 이렇게까지 되고 보니 매우 미안하다. 내 어찌 성념(省念)하지 않겠는가? 또 남방의 적을 방어하는 일로 말하면 변장이 소수의 적을 만나서는 경사에 지원병을 청하게 되니, 지극히 온당치 못하다. 또는 쟁송(爭訟)으로 인하여 부자 형제가 서로 원수가 된다니 풍속이 이 지경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대저 재변이 근일에 더욱 심한데 내 어찌 마음이 편안하겠는가? 마땅히 상하가 더욱 공구 수성해야 하니, 위에 관한 일은 내 마땅히 유념할 것이요, 아래에 관한 일은 대신도 어찌 성념하지 않겠는가?"

하였다.

  • [註 283] 격심정사(格心正事) : 임금의 마음을 바로잡고 일의 잘못을 바루는 것.
  • [註 284] 육진(六鎭) : 조선조 세종 때 김종서(金宗瑞)가 지금의 함경북도 북변(北邊)을 개척하여 설치한 여섯 진(鎭). 곧 경원(慶源)·경흥(慶興)·부령(富寧)·온성(穩城)·종성(鐘城)·회령(會寧).
  • [註 285] 기마지세(騎馬之勢) : 말타고 달리는 기세. 곧 기세가 강함을 비유한 말.
  • [註 286] 중화 위육(中和位育) : 천지의 기운이 화평하고 만물의 생육이 원만하게 됨을 말한다. 《중용(中庸)》 제일장에 "중화(中和)가 이루어지면 천지가 제 궤도로 운행하고 만물이 생육한다[致中和天地位焉萬物育焉]"하였다.

원문

○大司憲金克成等上疏, 其略曰:

伏見, 殿下爲政, 今已十七年之久, 而爲治之效, 未見, 變故踵作, 幾不可救者, 數矣。 乃於夏月雨雹, 旱、蝗相繼爲災, 以至震人於原廟之內, 此, 近古所未有之大變。 中外臣庶有耳目者, 莫不驚駭, 而未聞在下獻一嘉猷, 以盡格心、正事之責; 在上發一善言, 以收反風、退舍之應, 其所施爲, 不過文具之末, 將何以答天譴, 而回天意乎? 嚴宮壼, 乃所以杜請謁之私, 問安婢子相踵於禁門。 定尊卑, 乃所以明嫡庶之分, 而名位幾至於無等, 王子、駙馬第宅, 自有定制, 而務爲宏麗, 其可謂無偏係之私, 而盡修齊之道乎? 人臣之職, 不可徒爲持祿, 充位而已。 今者, 大臣當疑難之事, 甲可乙否, 優游不決, 庶官曠職, 庶事苟度歲月, 守令專事侵漁, 冤怨塞路, 其可謂大小稱職, 不尸其祿乎? 頃者, 南邊警急之時, 張順孫職帶軍務, 私往田庄, 經宿乃還, 其不念國事, 可知。 大臣至此, 況其小官乎? 兵戎, 有國之重事。 頃年以來, 軍政解弛, 任兵權者, 不以掛意; 委邊寄者, 狃於尋常, 宿衛禁軍之外, 名爲甲士、別侍衛、定虜衛之徒, 率皆代人試才, 冒屬軍簿, 正兵、水軍, 解執弓矢者, 百無一二。 近日, 南邊來犯之倭, 一小寇耳。 只在鎭將相機截殺, 而閉門畏縮, 不能出戰擒斬一級, 朝廷猶且汲汲於邊將增兵, 輕釋李宗仁之罪, 付之節制專殺之權, 賞不爲勸; 罰不足懲。 脫有大敵蔽海而來, 其何以禦侮折衝耶? 況今六鎭軍卒, 日就流亡, 野人環城而居者, 千百爲群, 有識者, 比之騎虎之勢。 閭延、茂昌來居野人, 巢穴滋蔓, 西界亦不可保其無虞, 思之至此, 可謂寒心。 今者, 人心不古, 爲士者假虛名, 以媒爵祿; 爲宰相者, 不能循名責實, 以長虛僞之習, 在下位而不以禮事其上; 在上位而不以道接乎下, 驕惰相尙, 尊卑無等。 士大夫猶然, 況其下者乎? 一田、一奴之爭, 同室之人起爲仇敵, 以至子歐其母; 弟紾其兄。 工商僕隷至賤之人, 侈麗相高, 婚嫁之需, 務極奢僭, 積弊己成, 勢難卒禁。 王子女吉禮毋得過制者, 著在國典, 而近日吉禮之費, 不下三、四萬匹。 嗚呼! 自上廣眉而圖之, 何能禁下民之半額乎? 今欲救此數弊, 當先整紀綱。 欲整紀綱, 當正殿下之一心。 心正則身修, 身修則家齊。 家齊然後, 尊先王之遺訓; 修祖宗之令典, 立紀綱, 以釐百工, 以凝庶績。 然事有所不理; 弊有所不祛, 大臣言之, 臺諫爭之。 言之而必察; 爭之而必從, 自然人事修於下; 天道順於上, 可致中和、位育之極功。 不然, 以區區避殿、減膳, 閉門、遷市之末事, 欲答天譴, 而弭天災, 不亦難哉?

傳曰: "觀此疏意, 所言至當。 駙馬等家修理事, 則予別無務爲宏侈之令, 然己有物論, 予嘗禁抑, 而有未盡焉。 吉禮之費, 自古橫看定制, 別無加焉。 但非一二處, 故婚需多費也。 物論至此, 甚爲未安。 予豈不省念哉? 且南方禦敵之事, 邊將雖見小賊, 請兵京師, 至爲未便。 因爭訟, 而父子、兄弟相爲仇敵, 風俗至於此, 可謂寒心。 大抵, 災變近日尤甚, 予豈安心哉? 當上下更加修省。 關上之事, 予當留念, 關下之事, 大臣亦豈不省念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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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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