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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36권, 중종 14년 9월 28일 己未 1/3 기사 / 1519년 명 정덕(正德) 14년

불시 경연에서 《근사록》을 강하고, 흉년을 구제하는 일과, 정사에 신중할 것을 논의하다

국역

불시 경연에 나아갔다. 《근사록(近思錄)》을 진강하였는데, 시강관 기준(奇遵)이 백성은 같은 동포(同胞)인 이치를 논하니, 상이 이르기를,

"인(仁)한 사람은, 천지가 만물을 생장(生長)시키는 마음을 자기 마음으로 삼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 요사이 백성들이 흉년으로 굶주리는데 장차 어찌하면 구제되겠는가?"

하매, 검토관 이인(李認)이 아뢰기를,

"인이란 것은 천지가 만물을 생장시키는 마음이니, 사람이 만물을 생장시키는 것으로써 마음을 삼되 사사로운 뜻이 끼어들지 않도록 한다면 자인(慈仁)한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것입니다. 옛사람이 백성 보기를 상처난 것처럼 하고, 수레에서 내려 죄인을 대해 울었고, 포주(庖廚)를 멀리했던 것은 곧 자연한 마음에서 나온 일입니다. 만일 본심이 물욕에 가리면 살생(殺生)하기를 좋아하여 천리가 없어지게 되는 법입니다."

하고, 참찬관 박세희(朴世熹)는 아뢰기를,

"성상의 그러한 마음을 잘 확충(擴充)해간다면 그 실효가 매우 큰 법이어서, 발단(發端)될 때 체찰(體察)을 잘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고, 준은 아뢰기를,

"신이 보건대, 전라도에도 또한 흉년이 들어 벼와 곡식이 이미 자랐다가 가을 장마 끝에 썩어서 떨어지고 잘 결실하지 못했는데, 경기는 더욱 심합니다. 조정에서 곡식을 운반해다 구제하기를 오직 전라도 곡식에 의존하는데 본도의 흉년이 이러하니, 장차 어떻게 구제할 것입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하매, 기사관 조구령(趙九齡)이 아뢰기를,

"전라도 농사가 가을 장마로 손상되어 모두 수확하지 못하게 되었고 또한 면화(緜花)도 없어 입고 먹을 것이 모두 어렵게 되었으니, 지금 만약 그 도의 곡식을 반출한다면 감사와 수령들이 또한 본도의 백성을 구제하지 못하게 될까 염려됩니다."

하였다. 세희가 아뢰기를,

"근래에 국가 일을 보건대 대강령이 이미 거의 정해졌으니 어찌 요행을 노리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다만 조신(朝臣)들 중에 아픈 사람이 자못 많고, 삼공(三公) 중에도 둘이 병으로 집에 누워 일을 보지 못한 지가 이미 반년이 넘으므로 일이 많이 해이해졌습니다. 대신은 비록 집에 물러가 있더라도 마땅히 직사(職事)를 잊지 않아야 하고 임금께서도 또한 물러가 있다고 여기지 말고 매양 자문을 해야 하는데, 한갓 상께서 하문하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대신들도 사면(辭免)을 하고 일을 의논하는 즈음에 있어 또한 별로 아뢰는 일이 없으니, 신은 조정 일이 이로부터 소루해질까 싶습니다. 요사이 조정에서 의논하는 사이에 더러는 공편하지 못한 점이 있습니다. 무릇 인물을 진퇴(進退)할 적에는 언제나 중난하게 여겨야 하는 법이니, 비록 공론인 것 같지만 또한 경솔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혹은 유언비어로 사실이 아닌 것도 있습니다. 신이 매양 이 일을 아뢰고 싶었지만 직책을 넘는 것이 혐의스러워 감히 하지 못했었습니다."

하니,

사신은 논한다. 이 때에 사림(士林)들이 동류간에 서로 책망하면서 하는 말이 ‘어찌 꼭 구차하게 같아져야 하는가?’ 했었는데, 당시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말을 가지고 교란시키려 하여 ‘동류간에 서로 화협하지 못한다.’고 했으며, 더러는 유언비어로써 이간하되 말이 뜻 있는 군자들에까지 침범하매, 듣고서 그대로 의아하기도 해었다. 세희가 앞으로 그런 폐단이 우려되었기 때문에 반복해서 은근히 풍간(諷諫)하여, 임금이 이런 폐단을 알고 바로잡게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상이 이르기를,

"요사이 대신들이 과연 아픈 사람이 많아, 조정 일이 전과 같지 못한 듯하니 어찌 되겠는가?"

하였다. 준과 세희가 진언하되 말이 매우 간절했었다.

사신은 논한다. 준 등이 스스로 천재 일우(千載一遇)라고 여겨, 오로지 성명(聖明)545) 만 믿고 열심히 다스리기를 도모하여 각기 생각하는 바를 진달하되 심정과 말이 간절하고도 지극했고, 상께서도 또한 잘 받아주었었다. 한갓 준 등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때의 광간(狂簡)546) 한 무리들이 시기와 사세를 헤아리지 않고 풍을 치며 감탄하기를, 옛날처럼 다스려진 세상을 당세(當世)에도 복구할 수 있다고 여겼었었는데, 구습(舊習)은 갑자기 고치기 어려운 것이어서 인심이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았으니, 어찌 간사한 사람들이 이를 기회삼아 곁에서 관망하여 몰래 비웃다가 일망타진하려 할 줄 알았겠는가? 조광조가 비록 사림들 풍습이 과격한 줄 알았지만 억제하지 못하고 혼자만 근심하며 미처 조치하지 못하다가 사림의 화를 부르게 되었으니 애석하기 견딜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 [註 545] 성명(聖明) : 임금.
  • [註 546] 광간(狂簡) : 진취적(進取的) 기개가 풍부하여 뜻은 크지만 행동이 뒤따르지 못해서 소홀하고 거친 것. 《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 주(註).

원문

○己未/御不時經筵, 講《近思錄》。 侍講官奇遵論民同胞之理, 上曰: "仁者, 以天地生物之心爲心, 故如是耳。 近來百姓飢荒, 將何以救之哉?" 檢討官李認曰: "仁者天地生物之心也。 人以生物爲心, 而私意無所間, 則慈仁之心油然而生。 古之人有視民如傷者, 下車泣辜, 而遠其庖廚, 乃出於自然之心也。 若其本心有所茅塞, 則好殺而天理亡矣。" 參贊官朴世熹曰: "上之是念, 能擴而充之, 則其效甚大, 其於發端, 克加體察可也。" 遵曰: "臣見全羅道, 亦爲凶荒, 禾穀已長, 而(杇落)〔朽落〕 於秋澇之餘, 不能結實, 而京畿爲尤甚。 朝廷之運粟而救之者, 只賴全羅之穀, 而本道之凶災如此, 將何以救之哉?" 上曰: "然則爲之奈何?" 記事官趙九齡曰: "全羅之農事, 爲秋澇所傷, 皆不得收穫, 且無緜花, 衣食俱艱。 今若轉運其道之穀, 則監司、守令亦恐不得救本道之民。" 世熹曰: "近觀國事, 大綱則幾已定矣。 豈有伺隙僥倖者乎? 但朝臣疾病者頗多, 三公之中, 二員病臥于家, 不能行事, 已過半年, 事多解弛。 大臣雖退在于家, 當不忘職事。 人君亦毋以退在爲心, 每加咨諏可也。 非徒上不下問, 大臣等於辭兔議事之際, 亦無別啓。 臣恐朝廷之事, 自此踈虞也。 近來朝廷論議之間, 或有未便之端。 凡於人物進退, 常爲重難可也。 雖似公論, 而亦不可輕易者, 或有流言飛語, 而竟無實者矣。 臣每欲啓此事, 而嫌於越職而未敢也。"

【史臣曰: "時, 士林儕輩之間, 有相責而言之曰: ‘何必苟同?’ 時之不知者, 假此而欲擾之, 乃曰: ‘儕輩不相協。’ 或以飛語間之, 語侵有志之君子, 而聞之或因而疑焉。 世熹將憂其弊, 故反覆微諷, 冀上之知此弊而正之也。"】

上曰: "近來大臣疾病者果多。 朝廷之事, 似不如古, 豈其可乎?" 遵與世熹進言, 言甚切懇。

【史臣曰: "遵等自以千載相遇, 專持聖明, 銳意圖治, 各陳所抱, 情辭懇至, 上亦優容之。 非徒遵等爲然, 一時狂簡之輩, 不揆時勢, 嘐嘐然而嘆, 以爲古治, 可復於當世, 舊習難以卒變, 而人心驚怪者多。 豈意奸邪因此傍觀竊笑, 欲打盡於一網乎? 趙光祖雖知士習過激, 而不得裁抑, 私以爲憂, 未及措施, 以速士林之禍, 可勝惜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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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36권, 중종 14년 9월 28일 己未 1/3 기사 / 1519년 명 정덕(正德) 14년

불시 경연에서 《근사록》을 강하고, 흉년을 구제하는 일과, 정사에 신중할 것을 논의하다

국역

불시 경연에 나아갔다. 《근사록(近思錄)》을 진강하였는데, 시강관 기준(奇遵)이 백성은 같은 동포(同胞)인 이치를 논하니, 상이 이르기를,

"인(仁)한 사람은, 천지가 만물을 생장(生長)시키는 마음을 자기 마음으로 삼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 요사이 백성들이 흉년으로 굶주리는데 장차 어찌하면 구제되겠는가?"

하매, 검토관 이인(李認)이 아뢰기를,

"인이란 것은 천지가 만물을 생장시키는 마음이니, 사람이 만물을 생장시키는 것으로써 마음을 삼되 사사로운 뜻이 끼어들지 않도록 한다면 자인(慈仁)한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것입니다. 옛사람이 백성 보기를 상처난 것처럼 하고, 수레에서 내려 죄인을 대해 울었고, 포주(庖廚)를 멀리했던 것은 곧 자연한 마음에서 나온 일입니다. 만일 본심이 물욕에 가리면 살생(殺生)하기를 좋아하여 천리가 없어지게 되는 법입니다."

하고, 참찬관 박세희(朴世熹)는 아뢰기를,

"성상의 그러한 마음을 잘 확충(擴充)해간다면 그 실효가 매우 큰 법이어서, 발단(發端)될 때 체찰(體察)을 잘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고, 준은 아뢰기를,

"신이 보건대, 전라도에도 또한 흉년이 들어 벼와 곡식이 이미 자랐다가 가을 장마 끝에 썩어서 떨어지고 잘 결실하지 못했는데, 경기는 더욱 심합니다. 조정에서 곡식을 운반해다 구제하기를 오직 전라도 곡식에 의존하는데 본도의 흉년이 이러하니, 장차 어떻게 구제할 것입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하매, 기사관 조구령(趙九齡)이 아뢰기를,

"전라도 농사가 가을 장마로 손상되어 모두 수확하지 못하게 되었고 또한 면화(緜花)도 없어 입고 먹을 것이 모두 어렵게 되었으니, 지금 만약 그 도의 곡식을 반출한다면 감사와 수령들이 또한 본도의 백성을 구제하지 못하게 될까 염려됩니다."

하였다. 세희가 아뢰기를,

"근래에 국가 일을 보건대 대강령이 이미 거의 정해졌으니 어찌 요행을 노리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다만 조신(朝臣)들 중에 아픈 사람이 자못 많고, 삼공(三公) 중에도 둘이 병으로 집에 누워 일을 보지 못한 지가 이미 반년이 넘으므로 일이 많이 해이해졌습니다. 대신은 비록 집에 물러가 있더라도 마땅히 직사(職事)를 잊지 않아야 하고 임금께서도 또한 물러가 있다고 여기지 말고 매양 자문을 해야 하는데, 한갓 상께서 하문하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대신들도 사면(辭免)을 하고 일을 의논하는 즈음에 있어 또한 별로 아뢰는 일이 없으니, 신은 조정 일이 이로부터 소루해질까 싶습니다. 요사이 조정에서 의논하는 사이에 더러는 공편하지 못한 점이 있습니다. 무릇 인물을 진퇴(進退)할 적에는 언제나 중난하게 여겨야 하는 법이니, 비록 공론인 것 같지만 또한 경솔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혹은 유언비어로 사실이 아닌 것도 있습니다. 신이 매양 이 일을 아뢰고 싶었지만 직책을 넘는 것이 혐의스러워 감히 하지 못했었습니다."

하니,

사신은 논한다. 이 때에 사림(士林)들이 동류간에 서로 책망하면서 하는 말이 ‘어찌 꼭 구차하게 같아져야 하는가?’ 했었는데, 당시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말을 가지고 교란시키려 하여 ‘동류간에 서로 화협하지 못한다.’고 했으며, 더러는 유언비어로써 이간하되 말이 뜻 있는 군자들에까지 침범하매, 듣고서 그대로 의아하기도 해었다. 세희가 앞으로 그런 폐단이 우려되었기 때문에 반복해서 은근히 풍간(諷諫)하여, 임금이 이런 폐단을 알고 바로잡게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상이 이르기를,

"요사이 대신들이 과연 아픈 사람이 많아, 조정 일이 전과 같지 못한 듯하니 어찌 되겠는가?"

하였다. 준과 세희가 진언하되 말이 매우 간절했었다.

사신은 논한다. 준 등이 스스로 천재 일우(千載一遇)라고 여겨, 오로지 성명(聖明)545) 만 믿고 열심히 다스리기를 도모하여 각기 생각하는 바를 진달하되 심정과 말이 간절하고도 지극했고, 상께서도 또한 잘 받아주었었다. 한갓 준 등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때의 광간(狂簡)546) 한 무리들이 시기와 사세를 헤아리지 않고 풍을 치며 감탄하기를, 옛날처럼 다스려진 세상을 당세(當世)에도 복구할 수 있다고 여겼었었는데, 구습(舊習)은 갑자기 고치기 어려운 것이어서 인심이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았으니, 어찌 간사한 사람들이 이를 기회삼아 곁에서 관망하여 몰래 비웃다가 일망타진하려 할 줄 알았겠는가? 조광조가 비록 사림들 풍습이 과격한 줄 알았지만 억제하지 못하고 혼자만 근심하며 미처 조치하지 못하다가 사림의 화를 부르게 되었으니 애석하기 견딜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 [註 545] 성명(聖明) : 임금.
  • [註 546] 광간(狂簡) : 진취적(進取的) 기개가 풍부하여 뜻은 크지만 행동이 뒤따르지 못해서 소홀하고 거친 것. 《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 주(註).

원문

○己未/御不時經筵, 講《近思錄》。 侍講官奇遵論民同胞之理, 上曰: "仁者, 以天地生物之心爲心, 故如是耳。 近來百姓飢荒, 將何以救之哉?" 檢討官李認曰: "仁者天地生物之心也。 人以生物爲心, 而私意無所間, 則慈仁之心油然而生。 古之人有視民如傷者, 下車泣辜, 而遠其庖廚, 乃出於自然之心也。 若其本心有所茅塞, 則好殺而天理亡矣。" 參贊官朴世熹曰: "上之是念, 能擴而充之, 則其效甚大, 其於發端, 克加體察可也。" 遵曰: "臣見全羅道, 亦爲凶荒, 禾穀已長, 而(杇落)〔朽落〕 於秋澇之餘, 不能結實, 而京畿爲尤甚。 朝廷之運粟而救之者, 只賴全羅之穀, 而本道之凶災如此, 將何以救之哉?" 上曰: "然則爲之奈何?" 記事官趙九齡曰: "全羅之農事, 爲秋澇所傷, 皆不得收穫, 且無緜花, 衣食俱艱。 今若轉運其道之穀, 則監司、守令亦恐不得救本道之民。" 世熹曰: "近觀國事, 大綱則幾已定矣。 豈有伺隙僥倖者乎? 但朝臣疾病者頗多, 三公之中, 二員病臥于家, 不能行事, 已過半年, 事多解弛。 大臣雖退在于家, 當不忘職事。 人君亦毋以退在爲心, 每加咨諏可也。 非徒上不下問, 大臣等於辭兔議事之際, 亦無別啓。 臣恐朝廷之事, 自此踈虞也。 近來朝廷論議之間, 或有未便之端。 凡於人物進退, 常爲重難可也。 雖似公論, 而亦不可輕易者, 或有流言飛語, 而竟無實者矣。 臣每欲啓此事, 而嫌於越職而未敢也。"

【史臣曰: "時, 士林儕輩之間, 有相責而言之曰: ‘何必苟同?’ 時之不知者, 假此而欲擾之, 乃曰: ‘儕輩不相協。’ 或以飛語間之, 語侵有志之君子, 而聞之或因而疑焉。 世熹將憂其弊, 故反覆微諷, 冀上之知此弊而正之也。"】

上曰: "近來大臣疾病者果多。 朝廷之事, 似不如古, 豈其可乎?" 遵與世熹進言, 言甚切懇。

【史臣曰: "遵等自以千載相遇, 專持聖明, 銳意圖治, 各陳所抱, 情辭懇至, 上亦優容之。 非徒遵等爲然, 一時狂簡之輩, 不揆時勢, 嘐嘐然而嘆, 以爲古治, 可復於當世, 舊習難以卒變, 而人心驚怪者多。 豈意奸邪因此傍觀竊笑, 欲打盡於一網乎? 趙光祖雖知士習過激, 而不得裁抑, 私以爲憂, 未及措施, 以速士林之禍, 可勝惜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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