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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25권, 중종 11년 5월 19일 己亥 4/6 기사 / 1516년 명 정덕(正德) 11년

폐조 때의 죄인을 소방하는 일과 입거를 파하는 문제를 대신과 논의하다

국역

광필 등이 아뢰기를,

"죄인을 소방하는 일을 상 앞에 자리하여 의논하라고 시키셨으나 상 앞에서는 뜻을 펴지 못할 듯합니다. 신 등의 생각으로는, 부표(付標)412) 하여 계하(啓下)하시면 밖에서 의논하더라도 미진(未盡)한 일이 없을 듯합니다."

하였으나, 전교하기를,

"여느 때에의 작은 일일지라도 친히 의논해야 하는 것인데, 더구나 이는 큰일이니 가타부타하는 데 있어서 위에서 그 의논을 친히 들은들 뭐 안 될 것이 있으랴."

하였다. 상이 부원군(府院君) 유순(柳洵)·영의정 정광필(鄭光弼)·좌의정 김응기(金應箕)·우의정 신용개(申用漑)·진천군(晉川君) 강혼(姜渾)·한성부 판윤(漢城府判尹) 윤순(尹珣)·좌찬성(左贊成) 박열(朴說)·예조 판서(禮曹判書) 권균(權鈞)·호조 판서(戶曹判書) 이계맹(李繼孟)·병조 판서(兵曹判書) 고형산(高荊山)·형조 판서(刑曹判書) 이장곤(李長坤)·우참찬(右參贊) 남곤(南袞)·연성군(燕城君) 김준손(金俊孫) 등을 인견(引見)하여 죄인의 명목(名目)을 재상(宰相)들에게 펴 보이매, 유순이 아뢰기를,

"폐조에서 폐단을 지은 사람들의 죄는 당초에 마련하지 않고서 정죄(定罪)하고 세월이 이미 오래되어 혹 모호한 데가 있을 듯하므로, 신은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으나, 이제 초록(抄錄)된 것을 보니 쉽사리 놓아 줄 수 없을 듯합니다."

하였다.【무릇 도(徒)·유(流)·부처(付處)· 안치(安置)413) ·충군(充軍)414) 된 자를 합계하면 5∼6백여 인인데, 그 중에서 소방에 낄 수 있는 자는 1백 50여 인이었다.】 상이 이르기를,

"그때에 추론(推論)하지 않고서 정죄하였으므로 나는 경중을 분간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여 다 용서해야 한다고 말하였으나, 정원(政院)이 안 된다고 하므로 의논해서 처치하고자 한 것이다."

하매, 광필이 아뢰기를,

"노(奴)로서 그 주인을 능욕한 자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고, 남곤이 아뢰기를,

"그때 노로서 주인을 능욕하고 천인(賤人)으로서 귀인(貴人)을 능욕한 자는 이제까지 목숨을 늘여 온 것만도 족한데 이제 만약에 용서한다면 재변을 만나서 하늘에 응답하는 뜻에 어그러집니다."

하고, 유순이 아뢰기를,

"전비(田非)·녹수(綠水) 【다 폐주(廢主)가 총애하던 계집이다.】 의 겨레붙이가 아니라면 다 용서해야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때 전파(傳播)된 일을 친히 보지는 못하였을지라도 어찌 들을 수도 없으랴? 그러나 이제 와서 살피기는 매우 어려우니, 용서한다면 죄다 용서해야 옳을 듯하다."

하매, 고형산이 아뢰기를,

"신이 그때 함경도에서 보니, 폐단을 지은 자는 다 전비·녹수의 노(奴)들이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용서하는 것이 어찌 옳겠습니까?"

하고, 모두 함께 아뢰기를,

"그때에 폐단을 지은 자는 다 이러한 유(類)이니,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고, 남곤이 아뢰기를,

"나라를 어지럽힌 자를 형벌하는 데에는 중전(重典)을 쓰는 것이니, 성인의 형벌은 때에 따라 중하고 경한 것인데, 그때의 극죄(極罪)가 어찌 무죄(無罪)이겠습니까? 이런 사람들을 용서하면 매우 형정(刑政)에 합당하지 않으니, 더러 애매한 자가 있더라도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세월이 이미 오래되었고 재변을 만났으니, 그 중에서 현저하지 않은 자는 용서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하였다. 모두 함께 아뢰기를,

"김공저(金公著)로 말하면, 대신(大臣)을 모해(謀害)한 죄로 처자(妻子)가 다 좌죄(坐罪)되기에 이르렀으나, 이는 종사(宗社)를 모위(謨危)한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고, 응기가 아뢰기를,

"그때 추관(推官)들이 청한 죄를 다들 지나치다고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공저는 처음에는 중대한 죄에 관계되었다가 마침내는 대신을 모해한 것으로 논하였으니, 다만 대신을 모해한 것으로 정죄하였으며, 처자도 연좌(緣坐)시킨 것은 과연 애매하다."

하매, 응기가 아뢰기를,

"그때의 추관들의 뜻도 각각 달랐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과연 현저한 것이 아니면 이제 용서해야 한다."

하였다. 광필이 아뢰기를,

"김종필(金宗弼)은 박수균(朴壽均)의 노(奴)를 때리다가 죽였으므로 죽이려고 죽인 것보다는 덜하니, 죄가 중한 듯하기는 하나 정상은 용서할 만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종필의 죄는 용서해야 하겠으나, 제 집을 비우고 도망해 숨어서 나오지 않았으므로 이는 매우 옳지 않고 그 뜻이 곧지 않으니, 용서할 수 없을 듯하다."

하고, 광필이 아뢰기를,

"사체(事體)를 몰라서 그랬을 뿐입니다. 어찌 뜻이 있었겠습니까?"

하고, 유순이 아뢰기를,

"처음에 도망해 숨은 것은 과연 그르나, 마침내 스스로 나타났으니 용서할 만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조사(朝士)가 긴하지 않은 죄 때문에 도망하기까지 한 것은 매우 그르나, 원죄(元罪)는 과연 긴한 것이 아니다."

하였다. 광필이 아뢰기를,

"입거(入居)의 일은, 지금 정파(停罷)하였다가 뒤에 또 다시 뽑아서 들여보낸다면 옳지 않을 듯하니, 뒷날 들여보낼 때에는 이미 뽑은 자를 보내는 것이 옳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 일은 경한 것이 아니므로 처치를 잘못하면 억울함이 더욱 심하니, 상의해서 처치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하매, 응기가 아뢰기를,

"신은, 지금은 아주 파해야 하고 뒤에 다시 뽑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뽑아 놓고 오래도록 들여보내지 않으면, 사람의 수도 달라질 수 있고 또 그들과 혼인하려는 자가 없을 것이니, 모름지기 쾌하게 파해야 억울한 일이 없을 것입니다."

하고, 용개가 아뢰기를,

"이미 뽑은 자를 버리고 뒤에 다시 뽑아도 시끄러울 것이니, 이제 권도(權道)로 파하고 그 문안(文案)을 병조(兵曹)에 주어, 뒷날 들여보낼 때에 지금의 명목(名目)에 의거하여 보내야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오래도록 들여보내지 않는다면 뒤에 다시 뽑아야 하겠으나, 한두 해 안에 들여보낸다면 이 명목에 의하여 들여보내는 것이 옳다. 만약에 그들이 입거를 모면하려고 짐짓 장정의 수를 줄여서 장정의 수가 맞지 않더라도 들여보내야 한다."

하매, 광필이 아뢰기를,

"뒷날 다시 뽑더라도 이 사람들이 다시 뽑힐 것입니다."

하였다. 윤순이 아뢰기를,

"가난한 백성은 공채(公債)를 갚지 못하므로, 관리가 겨레붙이에게서 거두니, 백성이 매우 괴로와합니다."

하고, 유순이 아뢰기를,

"가뭄이 이토록 심하니, 이러한 일은 다 덜어 주어야 합니다."

하고, 광필이 아뢰기를,

"겨레붙이에게서 거두더라도 해마다 조금씩 거둬들여야 하고 독촉해서 거두어서는 안 됩니다."

하고, 응기가 아뢰기를,

"외방(外方)의 공채는 다 겨레붙이에게서 거두므로 억울한 일이 많을 것이니, 거두게는 할지라도 가혹하게 거두어서는 안 되며, 때때로 견감(蠲減)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하고, 용개가 아뢰기를,

"공채도 거두지 않을 수 없으나, 견감할 수 있는 것은 견감해야 합니다."

하고, 응기가 아뢰기를,

"죽으면 자손에게서 거두는 것은 매우 옳지 않습니다."

하고, 남곤이 아뢰기를,

"겨레붙이에게서 거두는 것은 법전(法典)에도 없는데, 외방의 수령(守令)이 침독(侵督)하여 마지않아, 이미 겨레붙이에게서 거두고 또 이웃에게서 거두니, 이 일을 금한다면 백성이 참 혜택을 받을 것입니다."

하고, 이계맹이 아뢰기를,

"겨레붙이에게서 거두는 것이 애매하기는 하나, 매양 견감하고 면제하게 하면 국고(國庫)가 비게 될 것이고, 매양 은택을 바라며 미루고 바치지 않는, 간사하게 속이는 무리도 있을 것입니다."

하고, 형산이 아뢰기를,

"신이 호조 판서(戶曹判書)로 있을 때에 감할 만한 것을 서계(書啓)하여 감하였습니다. 지금 백성이 공채를 내는 것이 오래되면 상은(上恩)을 바랄 것이므로 매양 감할 수는 없으나, 그 정상은 가엾으니 거두어들이기를 재촉해서는 안 되고, 해마다 조금씩 장만하여 바치게 해야 합니다."

하였다. 강혼·김준손은 한 마디 말이 없이 물러갔다.

  • [註 412] 부표(付標) : 유의해야 할 곳에 꼬리표를 붙이는 것.
  • [註 413] 안치(安置) : 《대명률(大明律)》 유형(流刑)에 준하는 형벌인데, 해빈(海濱)·황무지(荒蕪地)에 보내어 배소(配所)를 떠나지 못하나 가족이 모여 살 수는 있게 한다. 부처(付處)보다 조금 중한 벌.
  • [註 414] 충군(充軍) : 도형(徒刑)·유형(流刑)에 준하는 중벌의 하나. 군에 편입시켜 천한 군역(軍役)에 종사시키는 형벌.

원문

○光弼等啓曰: "疏放罪人事, 命於上前就坐而議之, 然在上前, 恐未能展布。 臣等意, 若付標而啓下, 則雖在外議之, 似無未盡之事矣。" 傳曰: "常時雖小事, 當親議之。 況此大事, 曰可曰否, 使上親聞其議, 有何不可?" 上引見府院君柳洵、領議政鄭光弼、左議政金應箕、右議政申用漑、晋川君 姜渾、漢城府判尹尹珣、左贊成朴說、禮曹判書權鈞、戶曹判書李繼孟、兵曹判書高荊山、刑曹判書李長坤、右參贊南袞、鷰城君 金俊孫等, 以罪人名目, 展示諸宰相。 柳洵曰: "廢朝作弊人等之罪, 初非磨鍊定罪, 而年月已久, 恐或有曖昧, 故臣意以爲可宥, 今見所抄錄, 似不可輕易縱釋。" 【凡徒流、付處、安置、充軍者, 合計五六百餘人, 其得與於疏放者, 百五十餘人也。】 上曰: "其時不推論定罪, 故予意, 難於分揀輕重, 以謂皆可宥也, 政院以爲不可, 故欲議而處之耳。" 光弼曰: "以奴而凌辱其主者, 則不可宥也。" 南袞曰: "其時以奴辱主、以賤凌貴者, 其至今延生足矣。 今若宥之, 則非遇災應天之意也。" 柳洵曰: "苟非田非、綠水 【皆廢主幸姬名。】 之族親, 則皆可宥也。" 上曰: "其時傳播之事, 雖未親見, 豈不得聞乎? 然今而察之甚難, 宥之則盡宥, 似可也。" 高荊山曰: "臣其時在咸鏡道而見之, 作弊者皆田非、綠水之奴輩也。 宥此等人, 豈可乎?" 僉曰: "其時作弊者, 皆此類, 不可宥也。" 耶南袞曰: "刑亂國, 用重典。 聖人刑罰, 世重世輕。 其時極罪, 豈無罪者耶? 宥此等人, 甚不合於刑政, 雖間有曖昧者, 不可宥也。" 上曰: "年月已久, 又値災變, 其不現然者, 則宥之似可。" 僉曰: "如金公著, 以謀害大臣之罪, 而至於妻子皆坐罪, 此與謀危宗社者, 有間。" 應箕曰: "其時推官等請罪, 皆以謂過也。" 上曰: "公著初關重大, 竟論以謀害大臣。 若只以謀害大臣定罪, 則緣坐妻子, 果曖昧矣。" 應箕曰: "其時推官等, 意亦各異。" 上曰: "果非現著, 則今可宥之。" 光弼曰: "金宗弼打殺朴壽均奴, 非有甚於殺之也。 罪雖似重, 而情則可恕。" 上曰: "宗弼之罪, 宜可恕也。 但空其家而逃匿不出, 此甚不可。 其情不直, 似不可宥也。" 光弼曰: "不知事體而然耳, 安有情乎?" 柳洵曰: "其初逃匿, 果非也。 其終自現, 則可恕也。" 上曰: "朝士以不緊之罪, 至於逃亡, 甚非也。 元罪則果不緊矣。" 光弼曰: "入居事, 今若停罷, 而後復改抄入送, 則似不可。 後日入送時, 以已抄者, 遣之可也。" 上曰: "此事非輕, 苟處之失宜, 則冤憫尤甚, 不可不商議處之。" 應箕曰: "臣意今可永罷, 後當改抄。 抄而久不入送, 則人丁之數或異, 而且無與爲婚嫁者矣。 必須快罷然後, 可無冤抑也。" 用漑曰: "捨已抄者而後更抄之, 亦必騷擾, 今當權罷, 而以其文案, 授諸兵曹, 後日入送時, 據今名目而遣之。" 上曰: "若久不入送, 則後可改抄, 若於一二年內入送, 則以此名目入送, 可也。 彼若謀免入居, 而故減丁數, 雖不準丁數, 亦當入送也。" 光弼曰: "後日雖改抄, 然此人等, 必復見抄矣。" 尹珣曰: "貧民不得償公債, 故官吏徵諸一族, 民甚苦之。" 柳洵曰: "旱災至此, 如是之事, 皆可除也。" 光弼曰: "雖徵諸一族, 然當逐年而納, 不可督徵。" 應箕曰: "外方公債, 皆徵諸一族, 冤抑必多。 雖使徵之, 亦不可酷徵, 時時蠲減亦可也。" 用漑曰: "公債亦不可不徵也。 然可以蠲減者, 則蠲減可也。" 應箕曰: "身死則徵於子孫, 甚不可。" 南袞曰: "徵之一族, 法典所無。 外方守宰, 侵督無已, 旣徵於一族, 又徵諸隣里。 若禁此事, 則民受實惠矣。" 李繼孟曰: "徵之一族, 雖云曖昧, 然每令蠲免, 則國庫必虛, 奸詐之徒每欲希恩, 淹延不納者, 亦有之矣。" 荊山曰: "臣爲戶曹判書時, 嘗書啓可減者而減之。 今民出公債者, 久則必希上恩, 固不可每減也。 然其情則可哀, 不可促其徵納, 使逐年備納, 可也。" 姜渾、金俊孫, 無一言而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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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25권, 중종 11년 5월 19일 己亥 4/6 기사 / 1516년 명 정덕(正德) 11년

폐조 때의 죄인을 소방하는 일과 입거를 파하는 문제를 대신과 논의하다

국역

광필 등이 아뢰기를,

"죄인을 소방하는 일을 상 앞에 자리하여 의논하라고 시키셨으나 상 앞에서는 뜻을 펴지 못할 듯합니다. 신 등의 생각으로는, 부표(付標)412) 하여 계하(啓下)하시면 밖에서 의논하더라도 미진(未盡)한 일이 없을 듯합니다."

하였으나, 전교하기를,

"여느 때에의 작은 일일지라도 친히 의논해야 하는 것인데, 더구나 이는 큰일이니 가타부타하는 데 있어서 위에서 그 의논을 친히 들은들 뭐 안 될 것이 있으랴."

하였다. 상이 부원군(府院君) 유순(柳洵)·영의정 정광필(鄭光弼)·좌의정 김응기(金應箕)·우의정 신용개(申用漑)·진천군(晉川君) 강혼(姜渾)·한성부 판윤(漢城府判尹) 윤순(尹珣)·좌찬성(左贊成) 박열(朴說)·예조 판서(禮曹判書) 권균(權鈞)·호조 판서(戶曹判書) 이계맹(李繼孟)·병조 판서(兵曹判書) 고형산(高荊山)·형조 판서(刑曹判書) 이장곤(李長坤)·우참찬(右參贊) 남곤(南袞)·연성군(燕城君) 김준손(金俊孫) 등을 인견(引見)하여 죄인의 명목(名目)을 재상(宰相)들에게 펴 보이매, 유순이 아뢰기를,

"폐조에서 폐단을 지은 사람들의 죄는 당초에 마련하지 않고서 정죄(定罪)하고 세월이 이미 오래되어 혹 모호한 데가 있을 듯하므로, 신은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으나, 이제 초록(抄錄)된 것을 보니 쉽사리 놓아 줄 수 없을 듯합니다."

하였다.【무릇 도(徒)·유(流)·부처(付處)· 안치(安置)413) ·충군(充軍)414) 된 자를 합계하면 5∼6백여 인인데, 그 중에서 소방에 낄 수 있는 자는 1백 50여 인이었다.】 상이 이르기를,

"그때에 추론(推論)하지 않고서 정죄하였으므로 나는 경중을 분간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여 다 용서해야 한다고 말하였으나, 정원(政院)이 안 된다고 하므로 의논해서 처치하고자 한 것이다."

하매, 광필이 아뢰기를,

"노(奴)로서 그 주인을 능욕한 자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고, 남곤이 아뢰기를,

"그때 노로서 주인을 능욕하고 천인(賤人)으로서 귀인(貴人)을 능욕한 자는 이제까지 목숨을 늘여 온 것만도 족한데 이제 만약에 용서한다면 재변을 만나서 하늘에 응답하는 뜻에 어그러집니다."

하고, 유순이 아뢰기를,

"전비(田非)·녹수(綠水) 【다 폐주(廢主)가 총애하던 계집이다.】 의 겨레붙이가 아니라면 다 용서해야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때 전파(傳播)된 일을 친히 보지는 못하였을지라도 어찌 들을 수도 없으랴? 그러나 이제 와서 살피기는 매우 어려우니, 용서한다면 죄다 용서해야 옳을 듯하다."

하매, 고형산이 아뢰기를,

"신이 그때 함경도에서 보니, 폐단을 지은 자는 다 전비·녹수의 노(奴)들이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용서하는 것이 어찌 옳겠습니까?"

하고, 모두 함께 아뢰기를,

"그때에 폐단을 지은 자는 다 이러한 유(類)이니,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고, 남곤이 아뢰기를,

"나라를 어지럽힌 자를 형벌하는 데에는 중전(重典)을 쓰는 것이니, 성인의 형벌은 때에 따라 중하고 경한 것인데, 그때의 극죄(極罪)가 어찌 무죄(無罪)이겠습니까? 이런 사람들을 용서하면 매우 형정(刑政)에 합당하지 않으니, 더러 애매한 자가 있더라도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세월이 이미 오래되었고 재변을 만났으니, 그 중에서 현저하지 않은 자는 용서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하였다. 모두 함께 아뢰기를,

"김공저(金公著)로 말하면, 대신(大臣)을 모해(謀害)한 죄로 처자(妻子)가 다 좌죄(坐罪)되기에 이르렀으나, 이는 종사(宗社)를 모위(謨危)한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고, 응기가 아뢰기를,

"그때 추관(推官)들이 청한 죄를 다들 지나치다고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공저는 처음에는 중대한 죄에 관계되었다가 마침내는 대신을 모해한 것으로 논하였으니, 다만 대신을 모해한 것으로 정죄하였으며, 처자도 연좌(緣坐)시킨 것은 과연 애매하다."

하매, 응기가 아뢰기를,

"그때의 추관들의 뜻도 각각 달랐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과연 현저한 것이 아니면 이제 용서해야 한다."

하였다. 광필이 아뢰기를,

"김종필(金宗弼)은 박수균(朴壽均)의 노(奴)를 때리다가 죽였으므로 죽이려고 죽인 것보다는 덜하니, 죄가 중한 듯하기는 하나 정상은 용서할 만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종필의 죄는 용서해야 하겠으나, 제 집을 비우고 도망해 숨어서 나오지 않았으므로 이는 매우 옳지 않고 그 뜻이 곧지 않으니, 용서할 수 없을 듯하다."

하고, 광필이 아뢰기를,

"사체(事體)를 몰라서 그랬을 뿐입니다. 어찌 뜻이 있었겠습니까?"

하고, 유순이 아뢰기를,

"처음에 도망해 숨은 것은 과연 그르나, 마침내 스스로 나타났으니 용서할 만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조사(朝士)가 긴하지 않은 죄 때문에 도망하기까지 한 것은 매우 그르나, 원죄(元罪)는 과연 긴한 것이 아니다."

하였다. 광필이 아뢰기를,

"입거(入居)의 일은, 지금 정파(停罷)하였다가 뒤에 또 다시 뽑아서 들여보낸다면 옳지 않을 듯하니, 뒷날 들여보낼 때에는 이미 뽑은 자를 보내는 것이 옳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 일은 경한 것이 아니므로 처치를 잘못하면 억울함이 더욱 심하니, 상의해서 처치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하매, 응기가 아뢰기를,

"신은, 지금은 아주 파해야 하고 뒤에 다시 뽑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뽑아 놓고 오래도록 들여보내지 않으면, 사람의 수도 달라질 수 있고 또 그들과 혼인하려는 자가 없을 것이니, 모름지기 쾌하게 파해야 억울한 일이 없을 것입니다."

하고, 용개가 아뢰기를,

"이미 뽑은 자를 버리고 뒤에 다시 뽑아도 시끄러울 것이니, 이제 권도(權道)로 파하고 그 문안(文案)을 병조(兵曹)에 주어, 뒷날 들여보낼 때에 지금의 명목(名目)에 의거하여 보내야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오래도록 들여보내지 않는다면 뒤에 다시 뽑아야 하겠으나, 한두 해 안에 들여보낸다면 이 명목에 의하여 들여보내는 것이 옳다. 만약에 그들이 입거를 모면하려고 짐짓 장정의 수를 줄여서 장정의 수가 맞지 않더라도 들여보내야 한다."

하매, 광필이 아뢰기를,

"뒷날 다시 뽑더라도 이 사람들이 다시 뽑힐 것입니다."

하였다. 윤순이 아뢰기를,

"가난한 백성은 공채(公債)를 갚지 못하므로, 관리가 겨레붙이에게서 거두니, 백성이 매우 괴로와합니다."

하고, 유순이 아뢰기를,

"가뭄이 이토록 심하니, 이러한 일은 다 덜어 주어야 합니다."

하고, 광필이 아뢰기를,

"겨레붙이에게서 거두더라도 해마다 조금씩 거둬들여야 하고 독촉해서 거두어서는 안 됩니다."

하고, 응기가 아뢰기를,

"외방(外方)의 공채는 다 겨레붙이에게서 거두므로 억울한 일이 많을 것이니, 거두게는 할지라도 가혹하게 거두어서는 안 되며, 때때로 견감(蠲減)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하고, 용개가 아뢰기를,

"공채도 거두지 않을 수 없으나, 견감할 수 있는 것은 견감해야 합니다."

하고, 응기가 아뢰기를,

"죽으면 자손에게서 거두는 것은 매우 옳지 않습니다."

하고, 남곤이 아뢰기를,

"겨레붙이에게서 거두는 것은 법전(法典)에도 없는데, 외방의 수령(守令)이 침독(侵督)하여 마지않아, 이미 겨레붙이에게서 거두고 또 이웃에게서 거두니, 이 일을 금한다면 백성이 참 혜택을 받을 것입니다."

하고, 이계맹이 아뢰기를,

"겨레붙이에게서 거두는 것이 애매하기는 하나, 매양 견감하고 면제하게 하면 국고(國庫)가 비게 될 것이고, 매양 은택을 바라며 미루고 바치지 않는, 간사하게 속이는 무리도 있을 것입니다."

하고, 형산이 아뢰기를,

"신이 호조 판서(戶曹判書)로 있을 때에 감할 만한 것을 서계(書啓)하여 감하였습니다. 지금 백성이 공채를 내는 것이 오래되면 상은(上恩)을 바랄 것이므로 매양 감할 수는 없으나, 그 정상은 가엾으니 거두어들이기를 재촉해서는 안 되고, 해마다 조금씩 장만하여 바치게 해야 합니다."

하였다. 강혼·김준손은 한 마디 말이 없이 물러갔다.

  • [註 412] 부표(付標) : 유의해야 할 곳에 꼬리표를 붙이는 것.
  • [註 413] 안치(安置) : 《대명률(大明律)》 유형(流刑)에 준하는 형벌인데, 해빈(海濱)·황무지(荒蕪地)에 보내어 배소(配所)를 떠나지 못하나 가족이 모여 살 수는 있게 한다. 부처(付處)보다 조금 중한 벌.
  • [註 414] 충군(充軍) : 도형(徒刑)·유형(流刑)에 준하는 중벌의 하나. 군에 편입시켜 천한 군역(軍役)에 종사시키는 형벌.

원문

○光弼等啓曰: "疏放罪人事, 命於上前就坐而議之, 然在上前, 恐未能展布。 臣等意, 若付標而啓下, 則雖在外議之, 似無未盡之事矣。" 傳曰: "常時雖小事, 當親議之。 況此大事, 曰可曰否, 使上親聞其議, 有何不可?" 上引見府院君柳洵、領議政鄭光弼、左議政金應箕、右議政申用漑、晋川君 姜渾、漢城府判尹尹珣、左贊成朴說、禮曹判書權鈞、戶曹判書李繼孟、兵曹判書高荊山、刑曹判書李長坤、右參贊南袞、鷰城君 金俊孫等, 以罪人名目, 展示諸宰相。 柳洵曰: "廢朝作弊人等之罪, 初非磨鍊定罪, 而年月已久, 恐或有曖昧, 故臣意以爲可宥, 今見所抄錄, 似不可輕易縱釋。" 【凡徒流、付處、安置、充軍者, 合計五六百餘人, 其得與於疏放者, 百五十餘人也。】 上曰: "其時不推論定罪, 故予意, 難於分揀輕重, 以謂皆可宥也, 政院以爲不可, 故欲議而處之耳。" 光弼曰: "以奴而凌辱其主者, 則不可宥也。" 南袞曰: "其時以奴辱主、以賤凌貴者, 其至今延生足矣。 今若宥之, 則非遇災應天之意也。" 柳洵曰: "苟非田非、綠水 【皆廢主幸姬名。】 之族親, 則皆可宥也。" 上曰: "其時傳播之事, 雖未親見, 豈不得聞乎? 然今而察之甚難, 宥之則盡宥, 似可也。" 高荊山曰: "臣其時在咸鏡道而見之, 作弊者皆田非、綠水之奴輩也。 宥此等人, 豈可乎?" 僉曰: "其時作弊者, 皆此類, 不可宥也。" 耶南袞曰: "刑亂國, 用重典。 聖人刑罰, 世重世輕。 其時極罪, 豈無罪者耶? 宥此等人, 甚不合於刑政, 雖間有曖昧者, 不可宥也。" 上曰: "年月已久, 又値災變, 其不現然者, 則宥之似可。" 僉曰: "如金公著, 以謀害大臣之罪, 而至於妻子皆坐罪, 此與謀危宗社者, 有間。" 應箕曰: "其時推官等請罪, 皆以謂過也。" 上曰: "公著初關重大, 竟論以謀害大臣。 若只以謀害大臣定罪, 則緣坐妻子, 果曖昧矣。" 應箕曰: "其時推官等, 意亦各異。" 上曰: "果非現著, 則今可宥之。" 光弼曰: "金宗弼打殺朴壽均奴, 非有甚於殺之也。 罪雖似重, 而情則可恕。" 上曰: "宗弼之罪, 宜可恕也。 但空其家而逃匿不出, 此甚不可。 其情不直, 似不可宥也。" 光弼曰: "不知事體而然耳, 安有情乎?" 柳洵曰: "其初逃匿, 果非也。 其終自現, 則可恕也。" 上曰: "朝士以不緊之罪, 至於逃亡, 甚非也。 元罪則果不緊矣。" 光弼曰: "入居事, 今若停罷, 而後復改抄入送, 則似不可。 後日入送時, 以已抄者, 遣之可也。" 上曰: "此事非輕, 苟處之失宜, 則冤憫尤甚, 不可不商議處之。" 應箕曰: "臣意今可永罷, 後當改抄。 抄而久不入送, 則人丁之數或異, 而且無與爲婚嫁者矣。 必須快罷然後, 可無冤抑也。" 用漑曰: "捨已抄者而後更抄之, 亦必騷擾, 今當權罷, 而以其文案, 授諸兵曹, 後日入送時, 據今名目而遣之。" 上曰: "若久不入送, 則後可改抄, 若於一二年內入送, 則以此名目入送, 可也。 彼若謀免入居, 而故減丁數, 雖不準丁數, 亦當入送也。" 光弼曰: "後日雖改抄, 然此人等, 必復見抄矣。" 尹珣曰: "貧民不得償公債, 故官吏徵諸一族, 民甚苦之。" 柳洵曰: "旱災至此, 如是之事, 皆可除也。" 光弼曰: "雖徵諸一族, 然當逐年而納, 不可督徵。" 應箕曰: "外方公債, 皆徵諸一族, 冤抑必多。 雖使徵之, 亦不可酷徵, 時時蠲減亦可也。" 用漑曰: "公債亦不可不徵也。 然可以蠲減者, 則蠲減可也。" 應箕曰: "身死則徵於子孫, 甚不可。" 南袞曰: "徵之一族, 法典所無。 外方守宰, 侵督無已, 旣徵於一族, 又徵諸隣里。 若禁此事, 則民受實惠矣。" 李繼孟曰: "徵之一族, 雖云曖昧, 然每令蠲免, 則國庫必虛, 奸詐之徒每欲希恩, 淹延不納者, 亦有之矣。" 荊山曰: "臣爲戶曹判書時, 嘗書啓可減者而減之。 今民出公債者, 久則必希上恩, 固不可每減也。 然其情則可哀, 不可促其徵納, 使逐年備納, 可也。" 姜渾、金俊孫, 無一言而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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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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