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일기55권, 연산 10년 8월 17일 甲戌 1/5 기사 / 1504년 명 홍치(弘治) 17년
잔치 때 이항의 첩 기생 소홍립이 수심에 찬 얼굴로 노래하였다 하여 같이 죄주다
국역
왕이 종친들과 옛 성균관(成均館) 하연대(下輦臺)에서 활쏘기를 하며, 기생 풍악을 베풀어 아주 즐겁게 놀고, 사복시(司僕寺)의 말 13필을 가져다 사관(射官)들로 하여금 승부를 겨루도록 하고, 전교하기를,
"기생 소홍립(笑紅粒)은 이항(李㤚)의 첩이었으니, 항을 통하여 혹 금내(禁內)의 일을 들었을 것이다. 항이 서인이 되어 먼 지방에 있으니, 이 기생은 반드시 원한을 품고 궁중의 일을 누설하였을 터이니, 그를 형신(刑訊)하라. 대저 창기(唱妓)를, 혹은 노류 장화(路柳墻花)라 하고, 혹은 동가식 서가숙(東家食西家宿)한다 하였다. 그런데 이 기생은 노래부를 때에 항상 수심에 찬 얼굴을 하고 노래도 화한 음성이 없다. 대저 풍악은 화기를 통창(通暢)하는 것으로 마음에 걱정이 있으면 울적하여 통창하지 못하는 것이니, 공자(孔子)가 10일에야 비로소 성음(成音)462) 하고, 백아(伯牙)는 뜻이 산수(山水)463) 에 있었다는 것이 모두 이런 것이다. 음식(飮食)에 비하면, 근심이 있는 사람은 비록 온갖 음식이 앞에 있다 할지라도 먹는 것이 달지 않는 것이다. 옛 시(詩)464) 에,
얼굴을 들면 나는 새를 보고,
머리를 돌려 잘못 사람을 대한다.
하였으니, 어찌 이 기생의 마음에 근심이 있어 그런 노래를 하므로 이렇게 울적하여 통창하지 못한 것인지 알겠는가. 또 이 기생은 서울에 둘 수 없으니, 형신한 뒤에 먼 변방으로 보내고, 또 이봉(李㦀)도 역시 첩이 있을 터이니, 아울러 상세히 국문하라."
하였다.
- [註 462] 공자(孔子)가 10일에야 비로소 성음(成音) : 십일 성음(十日成音) 《예기(禮記)》 단궁(檀弓) 상편(上篇)에 "공자가 대상(大祥)을 지낸 지 5일 만에 거문고를 탔으나 소리를 이루지 못하고, 10일 만에야 생가(笙歌)가 제대로 되었다.[孔子旣祥五日 彈琴而不成音 十日而成笙歌]" 하였음.
- [註 463] 백아(伯牙)는 뜻이 산수(山水) :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타고, 종자기(鍾子期)는 듣기를 잘 하였는데, 백아가 거문고를 타며 뜻이 높은 산에 있으며, 자기가 듣다가 말하기를 ‘좋다 아아(峩峩)하여 태산 같도다.’ 하고, 뜻이 유수(流水)에 있으면, 자기가, ‘좋다 양양(洋洋)하여 강하(江河) 같도다.’ 하여, 백아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자기가 반드시 알았다고 함.
- [註 464] 옛 시(詩) : 두보(杜甫)의 시.
연산군일기55권, 연산 10년 8월 17일 甲戌 1/5 기사 / 1504년 명 홍치(弘治) 17년
잔치 때 이항의 첩 기생 소홍립이 수심에 찬 얼굴로 노래하였다 하여 같이 죄주다
국역
왕이 종친들과 옛 성균관(成均館) 하연대(下輦臺)에서 활쏘기를 하며, 기생 풍악을 베풀어 아주 즐겁게 놀고, 사복시(司僕寺)의 말 13필을 가져다 사관(射官)들로 하여금 승부를 겨루도록 하고, 전교하기를,
"기생 소홍립(笑紅粒)은 이항(李㤚)의 첩이었으니, 항을 통하여 혹 금내(禁內)의 일을 들었을 것이다. 항이 서인이 되어 먼 지방에 있으니, 이 기생은 반드시 원한을 품고 궁중의 일을 누설하였을 터이니, 그를 형신(刑訊)하라. 대저 창기(唱妓)를, 혹은 노류 장화(路柳墻花)라 하고, 혹은 동가식 서가숙(東家食西家宿)한다 하였다. 그런데 이 기생은 노래부를 때에 항상 수심에 찬 얼굴을 하고 노래도 화한 음성이 없다. 대저 풍악은 화기를 통창(通暢)하는 것으로 마음에 걱정이 있으면 울적하여 통창하지 못하는 것이니, 공자(孔子)가 10일에야 비로소 성음(成音)462) 하고, 백아(伯牙)는 뜻이 산수(山水)463) 에 있었다는 것이 모두 이런 것이다. 음식(飮食)에 비하면, 근심이 있는 사람은 비록 온갖 음식이 앞에 있다 할지라도 먹는 것이 달지 않는 것이다. 옛 시(詩)464) 에,
얼굴을 들면 나는 새를 보고,
머리를 돌려 잘못 사람을 대한다.
하였으니, 어찌 이 기생의 마음에 근심이 있어 그런 노래를 하므로 이렇게 울적하여 통창하지 못한 것인지 알겠는가. 또 이 기생은 서울에 둘 수 없으니, 형신한 뒤에 먼 변방으로 보내고, 또 이봉(李㦀)도 역시 첩이 있을 터이니, 아울러 상세히 국문하라."
하였다.
- [註 462] 공자(孔子)가 10일에야 비로소 성음(成音) : 십일 성음(十日成音) 《예기(禮記)》 단궁(檀弓) 상편(上篇)에 "공자가 대상(大祥)을 지낸 지 5일 만에 거문고를 탔으나 소리를 이루지 못하고, 10일 만에야 생가(笙歌)가 제대로 되었다.[孔子旣祥五日 彈琴而不成音 十日而成笙歌]" 하였음.
- [註 463] 백아(伯牙)는 뜻이 산수(山水) :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타고, 종자기(鍾子期)는 듣기를 잘 하였는데, 백아가 거문고를 타며 뜻이 높은 산에 있으며, 자기가 듣다가 말하기를 ‘좋다 아아(峩峩)하여 태산 같도다.’ 하고, 뜻이 유수(流水)에 있으면, 자기가, ‘좋다 양양(洋洋)하여 강하(江河) 같도다.’ 하여, 백아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자기가 반드시 알았다고 함.
- [註 464] 옛 시(詩) : 두보(杜甫)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