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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35권, 연산 5년 11월 23일 己卯 5/5 기사 / 1499년 명 홍치(弘治) 12년

홍문관 부제학 홍형 등이 대관의 말을 수용하는 일이 언로를 여는 일이라고 글을 올리다

국역

홍문관 부제학 홍형(洪泂) 등이 차자(箚子)를 올리기를,

"신 등이 어제 대관을 하옥하는 것이 온당치 못하다는 일로 복합 논계(伏閤論啓)하였는데 아직 윤허(允許)를 얻지 못하오니, 실망을 이길 수 없습니다. 신 등이 생각하옵건대, 인군이 신하를 어거하는 도는 시비를 분변하고 곡직(曲直)을 살피는 데 있을 뿐이옵니다. 만일 시비가 전도되고 곡직이 상반된다면 나라의 우환이 이보다 큰 것은 없을 것입니다. 신 등이 근일 보온즉, 대간이 성준(成俊)을 논란하는 것이나 성준이 대간을 헐뜯는 것은 그 시비와 곡직이 분명하여 반드시 밝으신 성감(聖鑑)에 숨겨질 수 없는 일이온데, 대관을 금부(禁府)에 내리었다는 말을 듣게 되니, 신 등이 그윽이 의혹되옵니다. 신 등의 생각으로는, 성준(成俊)의 책할 만한 것은 셋이나 있지만 대관의 잘못이라면 언어가 약간 틀리는 데 불과합니다. 성준이 만일 집안을 다스리는 법도가 있었다면 평소부터 노복들을 단속하여 방종한 행동을 못하게 하였어야 할 것인데, 지금 세력을 믿어 교만하고 횡포하여 헌부 이속을 핍박하였으니, 국법을 능멸함이 크옵니다.

신 등이 그윽이 생각하옵건대 한(漢)나라 문제(文帝) 때는, 황태자가 작은 법령을 범하였는데도 황제가 감히 스스로 사면하지 못하고, 태후(太后)에게 청하며 정위(廷尉)431) 에게 사과한 후 면죄되었으니, 그렇게 한 것은 기강(紀綱)을 문란할 수 없고 볍령을 업신여길 수 없기 때문이옵니다. 지금 성준은 신하이오니, 종을 놓아 기강을 범하였으면 의당 황구(惶懼)하여 부끄럽게 생각하고 사과하기에 여념이 없어야 하는데, 도리어 단자를 드리어 그릇 종을 음호하는 말을 하니, 이것은 그의 마음속에 생각하기를, 내가 삼공의 위엄으로 누른다면 서간 한 장으로 무사하게 될 것이라 여긴 것입니다. 이것은 대간을 거리끼지 않는 것이오니, 그 책망할 만한 일이 하나입니다. 나라 제도에 자기의 사사일을 가지고 분운하게 계달(啓達)하지 못한다는 것은 법령[令甲]에 드러나 있는데도, 성준이 집 종의 일을 가지고 위에 알려서 천청(天聽)을 모독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대저 자제가 부형에게도 감히 설만(褻慢)하고 사사로운 일로 간구하지 못하는 것인데, 하물며 신하로서 가루(家累)432) 의 사소한 일로써 번거롭게 천폐(天陛)에 아뢸 수 있습니까. 그 책망할 만한 것이 둘입니다. 전하께서 성준의 아룀을 들으시고 명하여 헌부의 이속을 가두시니, 성준의 마음이 아마 조금 쾌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미운 것은 대간의 논란이 그치지 않는 일이므로, 한 마디 말로 그 입을 재갈 먹일 것을 생각해 냈습니다. 곧 대관을 간휼하다는 이름으로 배척하여 전폐(殿陛) 위에서 욕보이면 온 조정 사람이 모두 쏠려서 시비하는 말이 없으리라 여긴 것이오니, 그 책망할 만한 것이 셋이옵니다.

당초 대간이 법을 시행하려고 한 것은 법을 범한 종 하나에만 한하였으니 성준이 원래 간여할 바가 아니었는데, 불쑥 나서서 종의 송사를 대신하여 맞서서 쟁변하였고, 경연(經筵)에 들어가서, 대관들이 자기 허물을 논열(論列)하는 것을 보고는 분노를 가만히 품어 이 같은 절욕(折辱)의 말을 한 것은 언관(言官)을 욕보여 그의 강분(剛忿)을 쾌하게 하려는 것이옵니다. 대저 예로부터 인신으로서 강하고 분냄을 좋아하여 제 스스로 억제할 줄 모르면 나중에는 조정을 겁제[刦制]하고야 말았으니, 이것을 대신으로서 경계할 일이온데 성준이 감히 하였으니, 이것은 성준에게도 해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준의 과실이 이러하므로 대관이 풍기의 진작을 생각하여 말을 절직(切直)하게 하려 하다가 그 지나치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는데, 전하께서는 성준을 책망하지 않으시고 도리어 대관에게 노하시어 잡아 가두게까지 하시니, 신 등은 성의(聖意)의 소재를 모르겠습니다. 만일 고굉(股肱) 대신이라 존숭(尊崇)해야 된대서 그러하다면 대관은 곧 전하의 이목의 신하임을 생각하시지 않나이까.

예전에는 인군이 재상이나 대간에게 그 예모(禮貌)하는 것이 같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이러므로 당시 풍헌(風憲)433) 을 맡은 신하로서 그 말이 승여(乘輿)에 미치면 인군이 얼굴을 고치고, 말이 정부에 관련되면 재상이 대죄를 하였습니다. 조정에서 중시되는 것이 이러하기 때문에 그 직위에 있는 자 역시 충직한 마음을 다하고 곧고 바른 말을 다해서, 심지어는 그 인군을 걸(桀)·주(紂)·유(幽)·여(厲)에까지 비하고도 움츠리지 않았거늘 하물며 대신이겠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성준을 송사하는 자에 비한 것으로 큰 과실이라 하여 핍박하여 옥에 가두기까지 하시니, 신 등은 후의 대간된 자가 반드시 이것을 징계로 삼아 논할 즈음에 수서(首鼠)434) 를 할 것이오니, 이것은 크게 종묘 사직의 복이 아니옵니다. 옛날 제왕(帝王)이 대간을 임명하여 말한 것이 이치에 합당하면 진실로 채용하였음은 물론이지만, 만일 혹 맞지 않더라도 역시 죄주지는 않았습니다. 대개 언어란 과실이나 오착을 가져오기 쉬우므로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모두 실언[逸口]할까 두려워서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여러 신하들이 불화하여 다투어 서로 훼방하는 것은 인군으로서 금지하여야 할 일이며, 대관으로서 사람의 과실을 논란하는 것은 그의 직책이온데, 성준이 대신으로서 대관과 더불어 전하 앞에서 변명하고 힐난을 하였으니, 전고 이래로 이런 기풍이 있었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옛날 송(宋)나라의 어사 이행(御史裏行)435) 당개(唐介)가 황제 앞에서 재상 문언박(文彦博)이 환관을 연줄로 삼아 궁금(宮禁)을 통하여 집정(執政)하게 되었음을 탄핵하였는데, 이때 당개(唐介)의 말이 잘못 들은 데서 나온 것이었지만, 문언박은 그저 사과하였을 뿐 다시 변론을 하지 않아 마침내 당개와 함께 파직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간원(知諫院) 당경(唐坰)이 왕안석(王安石)436) 을 전상(殿上)에서 탄핵하니, 왕안석이 머뭇거리고 나가지 못하므로, 당경이 꾸짖어 말하기를 ‘전하 앞에서도 이러할진대 밖에 있을 때를 알 수 있다.’ 하니, 왕안석이 송구스러워 물러나갔으니, 왕안석 같은 강하고 시기함으로도 감히 한 마디 말을 내어 스스로 변명하지 못하였습니다. 대개 말하는 직책을 맡은 자는 원래가 모두를 논란하여야 하고, 재상은 원래 위엄으로 언관(言官)을 제어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성준의 과실을 살피고 대간의 옳음을 분변하시와 빨리 명하여 방환(放還)하옵소서. 시비가 이로 하여 밝아지고, 곡직이 이로 하여 가려지고, 언로(言路)가 이로 하여 넓어지고, 사기가 이로 하여 떨칠 것이오니, 조정의 다행한 일이요, 종묘 사직의 다행한 일이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지금 차자를 보니, 그 글인즉 과연 홍문관(弘文館)의 글답다. 그러나 그 시비만을 분변할 뿐이다."

하였다.

  • [註 431] 정위(廷尉) : 한나라 때의 법관.
  • [註 432] 가루(家累) : 가속.
  • [註 433] 풍헌(風憲) : 풍교와 헌장.
  • [註 434] 수서(首鼠) : 쥐는 성품이 원래 의심이 많아서 구멍을 나올 때에 머리를 내놓았다가 들어가는 버릇이 있으므로 무엇을 할까 말까 양단(兩端)을 가지는 것을 수서라 함. 《사기(史記)》 관부전(灌夫傳)에 하위수서양단(何爲首鼠兩端)이란 말에서 비롯됨.
  • [註 435] 어사 이행(御史裏行) : 어사의 보좌관.
  • [註 436] 왕안석(王安石) : 송나라의 재상.

원문

○弘文館副提學洪泂等上箚曰:

臣等於昨日, 以臺官下獄爲不便, 伏閤論啓, 未蒙兪允, 不勝缺望。 臣等伏以, 人主御臣之道, 在於卞是非, 察曲直而已。 苟是非倒顚、曲直相反, 則爲國之患, 莫大於此矣。 臣等近見, 臺官之所以論成俊, 成俊之所以毁臺官, 以爲是非曲直, 固自有在, 必不逃於聖鑑之明耳。 及聞下臺官于禁府, 臣等竊惑焉。 臣等以爲, 俊有可責者三, 而臺官之失, 不過言語間少差耳。 俊若有莅家之道, 當素勑僕隷, 無使縱恣, 而今乃席勢驕橫, 逼縛臺吏, 其陵憲大矣。 臣等竊惟, 漢 文之時, 皇太子犯小令, 而帝不敢自赦, 請太后謝廷尉, 然後得免。 所以然者, 以紀綱不可紊, 律令不可慢也。 今俊人臣也。 其縱奴干紀, 則固當惶懼慙謝之不暇, 而反呈單子, 曲爲蔭奴之辭, 是其心以爲, 我以三公之威壓之, 則折簡可致無事, 是不以臺官爲忌, 其可責者一也。 國制不得以己私、紛紜啓達, 著在令甲, 而俊乃以家奴之事, 至於上聞, 冒瀆天聽。 今夫子弟之於父兄, 尙不敢以褻私干之, 況爲人臣而將家累瑣屑, 瀆聞於天陛乎? 其責者二也。 殿下聽俊之啓, 命囚臺吏, 俊之志庶幾小快矣, 而有可惡者, 臺官之論未止也。 於是思得一言之可鉗制其口, 乃斥臺官以奸譎之名, 廷辱於殿陛之上, 是謂擧朝之人, 皆靡然無是非之口矣, 其可責者三也。 其初臺諫之所欲施法者, 止於犯令之一奴耳。 俊則固無所干預, 而挺然代奴之訟, 角立爭卞。 至入經筵, 見臺官論列己過, 陰懷忿怒, 發此折辱之言, 欲衊汚言官, 以逞其剛忿之氣。 夫自古人臣好剛忿, 而不知自戢, 則終至於刼制朝廷。 而後已。 此宜大臣之所戒, 而俊敢爲之, 其於俊亦不爲不害矣。 俊之所失如此, 而臺官思振風紀, 言欲切直, 而不覺其過差, 殿下不責俊, 而反怒臺官, 至命囚禁, 臣等未知聖意所在。 若以爲股肱大臣固宜尊崇而然耶, 則獨不念臺官乃殿下耳目之臣歟? 古者人君之於宰相、臺諫, 其禮貌未嘗不同。 是故, 當時風憲之臣, 言及乘輿, 則人主改容; 語關廊廟, 則宰輔待罪, 其見重於朝廷如此。 故爲其職者, 亦能悉忠直之懷, 盡讜諤之說, 至比其君於桀、紂、幽厲, 而不以爲縮, 況大臣乎? 今以比俊訟者爲大過, 而迫之牢獄, 臣等竊恐, 後之爲臺諫者, 必藉此爲戒, 將首鼠於論列之際矣, 此則大非宗社之福也。 古之帝王之命臺諫也, 以爲言苟詣理, 固當採用, 如或不中, 亦不以罪, 蓋言語易致過差。 不如是, 則人皆以逸口爲懼, 而無以來逆耳之言也。 而況群臣不和, 爭相爲詬, 人君之所當禁也, 臺官之論人過失, 乃其職耳。 俊爲大臣, 而與臺官卞詰於殿下之前, 前古以來, 未聞有此等風也。 昔宋御史裏行唐介於帝前, 劾宰相文彦博: "緣宦竪, 通宮禁, 以得執政。" 介之言出於誤聞, 而彦博但拜謝而已, 不復卞論, 卒與介俱罷。 知諫院唐坰劾王安石於殿上, 安石遲遲不進, 坰訶之曰: "在陛下前, 猶敢如此, 在外可知。" 安石竦然而退。 雖以安石之强忮, 亦不敢出一辭以自卞, 蓋任言責者, 固當盡論, 而宰相固不得威制言官也。 伏願殿下, 察成俊之失, 辨臺官之是, 亟命還放, 則是非由此以明, 曲直由此而辨, 言路由此而廓, 士氣由此而振, 朝廷幸甚, 宗社幸甚。

傳曰: "今觀箚子, 其文則果如弘文館之文矣。 然當辨其是非而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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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35권, 연산 5년 11월 23일 己卯 5/5 기사 / 1499년 명 홍치(弘治) 12년

홍문관 부제학 홍형 등이 대관의 말을 수용하는 일이 언로를 여는 일이라고 글을 올리다

국역

홍문관 부제학 홍형(洪泂) 등이 차자(箚子)를 올리기를,

"신 등이 어제 대관을 하옥하는 것이 온당치 못하다는 일로 복합 논계(伏閤論啓)하였는데 아직 윤허(允許)를 얻지 못하오니, 실망을 이길 수 없습니다. 신 등이 생각하옵건대, 인군이 신하를 어거하는 도는 시비를 분변하고 곡직(曲直)을 살피는 데 있을 뿐이옵니다. 만일 시비가 전도되고 곡직이 상반된다면 나라의 우환이 이보다 큰 것은 없을 것입니다. 신 등이 근일 보온즉, 대간이 성준(成俊)을 논란하는 것이나 성준이 대간을 헐뜯는 것은 그 시비와 곡직이 분명하여 반드시 밝으신 성감(聖鑑)에 숨겨질 수 없는 일이온데, 대관을 금부(禁府)에 내리었다는 말을 듣게 되니, 신 등이 그윽이 의혹되옵니다. 신 등의 생각으로는, 성준(成俊)의 책할 만한 것은 셋이나 있지만 대관의 잘못이라면 언어가 약간 틀리는 데 불과합니다. 성준이 만일 집안을 다스리는 법도가 있었다면 평소부터 노복들을 단속하여 방종한 행동을 못하게 하였어야 할 것인데, 지금 세력을 믿어 교만하고 횡포하여 헌부 이속을 핍박하였으니, 국법을 능멸함이 크옵니다.

신 등이 그윽이 생각하옵건대 한(漢)나라 문제(文帝) 때는, 황태자가 작은 법령을 범하였는데도 황제가 감히 스스로 사면하지 못하고, 태후(太后)에게 청하며 정위(廷尉)431) 에게 사과한 후 면죄되었으니, 그렇게 한 것은 기강(紀綱)을 문란할 수 없고 볍령을 업신여길 수 없기 때문이옵니다. 지금 성준은 신하이오니, 종을 놓아 기강을 범하였으면 의당 황구(惶懼)하여 부끄럽게 생각하고 사과하기에 여념이 없어야 하는데, 도리어 단자를 드리어 그릇 종을 음호하는 말을 하니, 이것은 그의 마음속에 생각하기를, 내가 삼공의 위엄으로 누른다면 서간 한 장으로 무사하게 될 것이라 여긴 것입니다. 이것은 대간을 거리끼지 않는 것이오니, 그 책망할 만한 일이 하나입니다. 나라 제도에 자기의 사사일을 가지고 분운하게 계달(啓達)하지 못한다는 것은 법령[令甲]에 드러나 있는데도, 성준이 집 종의 일을 가지고 위에 알려서 천청(天聽)을 모독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대저 자제가 부형에게도 감히 설만(褻慢)하고 사사로운 일로 간구하지 못하는 것인데, 하물며 신하로서 가루(家累)432) 의 사소한 일로써 번거롭게 천폐(天陛)에 아뢸 수 있습니까. 그 책망할 만한 것이 둘입니다. 전하께서 성준의 아룀을 들으시고 명하여 헌부의 이속을 가두시니, 성준의 마음이 아마 조금 쾌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미운 것은 대간의 논란이 그치지 않는 일이므로, 한 마디 말로 그 입을 재갈 먹일 것을 생각해 냈습니다. 곧 대관을 간휼하다는 이름으로 배척하여 전폐(殿陛) 위에서 욕보이면 온 조정 사람이 모두 쏠려서 시비하는 말이 없으리라 여긴 것이오니, 그 책망할 만한 것이 셋이옵니다.

당초 대간이 법을 시행하려고 한 것은 법을 범한 종 하나에만 한하였으니 성준이 원래 간여할 바가 아니었는데, 불쑥 나서서 종의 송사를 대신하여 맞서서 쟁변하였고, 경연(經筵)에 들어가서, 대관들이 자기 허물을 논열(論列)하는 것을 보고는 분노를 가만히 품어 이 같은 절욕(折辱)의 말을 한 것은 언관(言官)을 욕보여 그의 강분(剛忿)을 쾌하게 하려는 것이옵니다. 대저 예로부터 인신으로서 강하고 분냄을 좋아하여 제 스스로 억제할 줄 모르면 나중에는 조정을 겁제[刦制]하고야 말았으니, 이것을 대신으로서 경계할 일이온데 성준이 감히 하였으니, 이것은 성준에게도 해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준의 과실이 이러하므로 대관이 풍기의 진작을 생각하여 말을 절직(切直)하게 하려 하다가 그 지나치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는데, 전하께서는 성준을 책망하지 않으시고 도리어 대관에게 노하시어 잡아 가두게까지 하시니, 신 등은 성의(聖意)의 소재를 모르겠습니다. 만일 고굉(股肱) 대신이라 존숭(尊崇)해야 된대서 그러하다면 대관은 곧 전하의 이목의 신하임을 생각하시지 않나이까.

예전에는 인군이 재상이나 대간에게 그 예모(禮貌)하는 것이 같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이러므로 당시 풍헌(風憲)433) 을 맡은 신하로서 그 말이 승여(乘輿)에 미치면 인군이 얼굴을 고치고, 말이 정부에 관련되면 재상이 대죄를 하였습니다. 조정에서 중시되는 것이 이러하기 때문에 그 직위에 있는 자 역시 충직한 마음을 다하고 곧고 바른 말을 다해서, 심지어는 그 인군을 걸(桀)·주(紂)·유(幽)·여(厲)에까지 비하고도 움츠리지 않았거늘 하물며 대신이겠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성준을 송사하는 자에 비한 것으로 큰 과실이라 하여 핍박하여 옥에 가두기까지 하시니, 신 등은 후의 대간된 자가 반드시 이것을 징계로 삼아 논할 즈음에 수서(首鼠)434) 를 할 것이오니, 이것은 크게 종묘 사직의 복이 아니옵니다. 옛날 제왕(帝王)이 대간을 임명하여 말한 것이 이치에 합당하면 진실로 채용하였음은 물론이지만, 만일 혹 맞지 않더라도 역시 죄주지는 않았습니다. 대개 언어란 과실이나 오착을 가져오기 쉬우므로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모두 실언[逸口]할까 두려워서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여러 신하들이 불화하여 다투어 서로 훼방하는 것은 인군으로서 금지하여야 할 일이며, 대관으로서 사람의 과실을 논란하는 것은 그의 직책이온데, 성준이 대신으로서 대관과 더불어 전하 앞에서 변명하고 힐난을 하였으니, 전고 이래로 이런 기풍이 있었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옛날 송(宋)나라의 어사 이행(御史裏行)435) 당개(唐介)가 황제 앞에서 재상 문언박(文彦博)이 환관을 연줄로 삼아 궁금(宮禁)을 통하여 집정(執政)하게 되었음을 탄핵하였는데, 이때 당개(唐介)의 말이 잘못 들은 데서 나온 것이었지만, 문언박은 그저 사과하였을 뿐 다시 변론을 하지 않아 마침내 당개와 함께 파직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간원(知諫院) 당경(唐坰)이 왕안석(王安石)436) 을 전상(殿上)에서 탄핵하니, 왕안석이 머뭇거리고 나가지 못하므로, 당경이 꾸짖어 말하기를 ‘전하 앞에서도 이러할진대 밖에 있을 때를 알 수 있다.’ 하니, 왕안석이 송구스러워 물러나갔으니, 왕안석 같은 강하고 시기함으로도 감히 한 마디 말을 내어 스스로 변명하지 못하였습니다. 대개 말하는 직책을 맡은 자는 원래가 모두를 논란하여야 하고, 재상은 원래 위엄으로 언관(言官)을 제어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성준의 과실을 살피고 대간의 옳음을 분변하시와 빨리 명하여 방환(放還)하옵소서. 시비가 이로 하여 밝아지고, 곡직이 이로 하여 가려지고, 언로(言路)가 이로 하여 넓어지고, 사기가 이로 하여 떨칠 것이오니, 조정의 다행한 일이요, 종묘 사직의 다행한 일이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지금 차자를 보니, 그 글인즉 과연 홍문관(弘文館)의 글답다. 그러나 그 시비만을 분변할 뿐이다."

하였다.

  • [註 431] 정위(廷尉) : 한나라 때의 법관.
  • [註 432] 가루(家累) : 가속.
  • [註 433] 풍헌(風憲) : 풍교와 헌장.
  • [註 434] 수서(首鼠) : 쥐는 성품이 원래 의심이 많아서 구멍을 나올 때에 머리를 내놓았다가 들어가는 버릇이 있으므로 무엇을 할까 말까 양단(兩端)을 가지는 것을 수서라 함. 《사기(史記)》 관부전(灌夫傳)에 하위수서양단(何爲首鼠兩端)이란 말에서 비롯됨.
  • [註 435] 어사 이행(御史裏行) : 어사의 보좌관.
  • [註 436] 왕안석(王安石) : 송나라의 재상.

원문

○弘文館副提學洪泂等上箚曰:

臣等於昨日, 以臺官下獄爲不便, 伏閤論啓, 未蒙兪允, 不勝缺望。 臣等伏以, 人主御臣之道, 在於卞是非, 察曲直而已。 苟是非倒顚、曲直相反, 則爲國之患, 莫大於此矣。 臣等近見, 臺官之所以論成俊, 成俊之所以毁臺官, 以爲是非曲直, 固自有在, 必不逃於聖鑑之明耳。 及聞下臺官于禁府, 臣等竊惑焉。 臣等以爲, 俊有可責者三, 而臺官之失, 不過言語間少差耳。 俊若有莅家之道, 當素勑僕隷, 無使縱恣, 而今乃席勢驕橫, 逼縛臺吏, 其陵憲大矣。 臣等竊惟, 漢 文之時, 皇太子犯小令, 而帝不敢自赦, 請太后謝廷尉, 然後得免。 所以然者, 以紀綱不可紊, 律令不可慢也。 今俊人臣也。 其縱奴干紀, 則固當惶懼慙謝之不暇, 而反呈單子, 曲爲蔭奴之辭, 是其心以爲, 我以三公之威壓之, 則折簡可致無事, 是不以臺官爲忌, 其可責者一也。 國制不得以己私、紛紜啓達, 著在令甲, 而俊乃以家奴之事, 至於上聞, 冒瀆天聽。 今夫子弟之於父兄, 尙不敢以褻私干之, 況爲人臣而將家累瑣屑, 瀆聞於天陛乎? 其責者二也。 殿下聽俊之啓, 命囚臺吏, 俊之志庶幾小快矣, 而有可惡者, 臺官之論未止也。 於是思得一言之可鉗制其口, 乃斥臺官以奸譎之名, 廷辱於殿陛之上, 是謂擧朝之人, 皆靡然無是非之口矣, 其可責者三也。 其初臺諫之所欲施法者, 止於犯令之一奴耳。 俊則固無所干預, 而挺然代奴之訟, 角立爭卞。 至入經筵, 見臺官論列己過, 陰懷忿怒, 發此折辱之言, 欲衊汚言官, 以逞其剛忿之氣。 夫自古人臣好剛忿, 而不知自戢, 則終至於刼制朝廷。 而後已。 此宜大臣之所戒, 而俊敢爲之, 其於俊亦不爲不害矣。 俊之所失如此, 而臺官思振風紀, 言欲切直, 而不覺其過差, 殿下不責俊, 而反怒臺官, 至命囚禁, 臣等未知聖意所在。 若以爲股肱大臣固宜尊崇而然耶, 則獨不念臺官乃殿下耳目之臣歟? 古者人君之於宰相、臺諫, 其禮貌未嘗不同。 是故, 當時風憲之臣, 言及乘輿, 則人主改容; 語關廊廟, 則宰輔待罪, 其見重於朝廷如此。 故爲其職者, 亦能悉忠直之懷, 盡讜諤之說, 至比其君於桀、紂、幽厲, 而不以爲縮, 況大臣乎? 今以比俊訟者爲大過, 而迫之牢獄, 臣等竊恐, 後之爲臺諫者, 必藉此爲戒, 將首鼠於論列之際矣, 此則大非宗社之福也。 古之帝王之命臺諫也, 以爲言苟詣理, 固當採用, 如或不中, 亦不以罪, 蓋言語易致過差。 不如是, 則人皆以逸口爲懼, 而無以來逆耳之言也。 而況群臣不和, 爭相爲詬, 人君之所當禁也, 臺官之論人過失, 乃其職耳。 俊爲大臣, 而與臺官卞詰於殿下之前, 前古以來, 未聞有此等風也。 昔宋御史裏行唐介於帝前, 劾宰相文彦博: "緣宦竪, 通宮禁, 以得執政。" 介之言出於誤聞, 而彦博但拜謝而已, 不復卞論, 卒與介俱罷。 知諫院唐坰劾王安石於殿上, 安石遲遲不進, 坰訶之曰: "在陛下前, 猶敢如此, 在外可知。" 安石竦然而退。 雖以安石之强忮, 亦不敢出一辭以自卞, 蓋任言責者, 固當盡論, 而宰相固不得威制言官也。 伏願殿下, 察成俊之失, 辨臺官之是, 亟命還放, 則是非由此以明, 曲直由此而辨, 言路由此而廓, 士氣由此而振, 朝廷幸甚, 宗社幸甚。

傳曰: "今觀箚子, 其文則果如弘文館之文矣。 然當辨其是非而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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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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