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일기17권, 연산 2년 8월 10일 甲申 3/4 기사 / 1496년 명 홍치(弘治) 9년
홍문관이 사당과 신주 세우는 일 등을 상소하다
국역
홍문관이 상서(上書)하기를,
"삼가 상고하옵건대, 《시(詩)》에 이르되, ‘어찌하여 하느님이 법될 말을 조심하지 않는가? 저 길 가는 사람이 이를 데 없는 것 같도다.’하였고, 또 이르되, ‘무릇 군자는 즐겨 고하려 하지 않고 말을 들으면 답이나 할 뿐이요, 참소하는 말에는 물러간다.’하였으니, 시인(詩人)의 뜻은, 다시 어찌하여 우리 임금이 법도될 말을 믿지 않는가? 사람이 길을 가면서 그 이를 곳을 알지 못함과 같다. 당세의 공경 대부(公卿大夫)로서 말할 만한 이가 즐겨 이로써 임금에게 고하지 않고 임금이 비록 물음이 있어 그 말을 듣고자 하여도 또한 답이나 할 따름이요, 감히 말을 다하지 못하고 한번 참소하는 말이 자기에게 미치면 물러나 몸이나 편안히 할 생각이 있다고 한 것이니, 이것은 성주(成周)의 말기 유왕(幽王) 여왕(厲王)의 시대가 그러하였던 것입니다. 전하께서 큰 기업(基業)을 이어받으셔서 정신을 가다듬어 잘 다스리기를 도모하여 바야흐로 삼대(三代)319) 이상을 목표하시면서 오늘날의 일이 혹시 시인(詩人)의 풍자(諷刺)한 바와 서로 비슷함이 있으니, 신들이 한심함을 금치 못합니다. 전하께서 시험삼아 이 시(詩)로 인하여 오늘의 일을 살피시고 돌이켜서, 조정의 위에 찾아보되 능히 법도의 말을 하는데도 내가 듣지 않은 것이 어떤 일인가? 이른바 즐겨 고하지 않고 말을 듣고는 답이나 하는 자가 오늘에도 또한 그러한 사람이 없는가? 어떻게 하면 사람마다 말을 다하게 하여 시인(詩人)의 풍자한 바와 같지 않게 할까 하고, 되풀이해 살피고 생각하여, 이른바 법도될 말을 구하여 즐겨 듣고 신용한다면 절로 시(詩)에서 말한 몇 가지의 폐단이 없어질 것입니다. 신들이 우선 근일의 일로써 논하겠습니다. 대저 대간은 임금의 귀와 눈이요 조정의 원기(元氣)이니, 그 논집(論執)하는 것이 허물을 바루고 틀린 것을 규찰(糾察)하여 전하를 허물이 없으시도록 인도하는 데에 불과할 뿐이니, 한 가지의 상(賞)줌이 참람되거나 한 가지의 형벌이 과람한 것과 어느 것이 언관(言官)의 직책 가운데의 일이겠습니까? 복합(伏閤)하여 명령을 기다렸으나 구중(九重)이 아득하여 앞의 잘못을 고치기 전에 뒤의 잘못이 서로 잇달아서 시일을 넘기고 사람이 바뀌어도 윤허를 얻을 기약이 없어서 사무가 오래 폐지되고 조정의 기강(紀綱)이 해이되어, 대신이 침묵하고 어름어름하여 득실(得失)을 의논할 때에는 오직 순종하기만 힘쓰고, 언관(言官) 또한 그 자리를 편안히 하지 못하여 사직하는 자가 반드시 일에 방해된 까닭이 있는 것이 아니요, 피혐(避嫌)을 청하는 자가 다 법에 혐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관직을 옮겨서 책임을 면하고 꾀하는 데에 지나지 않은 것이니, 누가 전하를 위하여 말을 다하려 하겠습니까. 공경(公卿)으로서는 말하지 않고 대간으로서는 물러가려고 하니, 진실로 전하께서 법다운 말을 좇지 않으신 때문입니다.
출모(出母)를 위하여 사당을 세우지 못하는 것은 성인의 예법이 있고 선왕의 유교가 계시니, 서너 칸을 또 짓자고 의논한 것도 이미 바른 예법이 아닌데, 하물며 사치스럽고 크게 세움에리까. 전하께서 어찌 성인의 예법을 위반할 수 없고 선왕의 유교를 어길 수 없는 것을 모르시겠습니까마는 한갓 사사로운 정(情)을 따르고 법도될 말을 믿지 않으신 것이니, 신들이 의혹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전하께서 특별히 옛 공신을 생각하시어 명하여 벼슬의 품질(品秩)을 더하여 후사(後嗣)에까지 미쳐서 다 은총(恩寵)을 지극히 하셨습니다. 조종조(祖宗朝)에서 공신을 대접한 것이 융숭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으되 벼슬의 과람함이 오늘날처럼 과한 적이 없었는데, 하물며 한치례는 탐하고 방자하여 꺼림이 없어 바야흐로 신문(訊問)하는 중에 있는데도 창졸에 숭록(崇祿)에 올리고, 한환은 분개 없고 광패(狂悖)하여 물의(物議)에 용납되지 못하는데도 문득 가정(嘉靖)으로 올리고, 정숭조는 하나의 탐하고 사특한 더러운 자로서 일찍이 호조 판서였었을 적에 모리(謀利)하여 임금을 속였으되, 특별히 너그럽게 용서하는 은혜를 입어 요행이 장죄(贓罪)를 면하여 귀양을 풀어 줌이 이미 족하니, 자급(資級)을 더 올려서는 안 될 것이며 조득림은 하나의 무식한 천인(賤人)으로 위(位)가 2품(品)에 이르렀으니, 이미 그 분수에 넘치는데, 대궐뜰에 위차(位次)를 차릴 적에 종영(宗英)의 오른쪽에 외람히 섰으매 조정에서 모두 수치로 아는데, 하물며 1품에 올림에리까. 임사홍은 하나의 음험한 소인으로 일찍이 봉당(朋黨)을 만들어 조정의 정치를 어지럽게 하였으므로 죽임을 받아야 할 것인데 박하게 귀양만 보내어서 목을 보전하게 된 것도 이미 다행인데, 어찌 다시 가선(嘉善)에 올려서 그 교만한 마음을 키우고 척촉(躑躅)320) 하는 걱정거리가 자행되게 해서 되겠습니까. 이것은 곧 전하의 벼슬이 너무 참람된 것으로서 대간이 다투는 것은 법도의 말입니다. 환자(宦者) 김순손(金舜孫)은 비록 대불경(大不敬)한 죄가 있다 하나 불경한 죄목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귀양 보냄이 가까운 곳으로부터 먼 곳으로 보내어 절도(絶島)까지 보내고, 죄주는 것이 가벼운 데로부터 중하게 되어 마침내 극형에 이르렀습니다. 대저 사람의 마음이 희노 애락(喜怒哀樂)의 발하는 것이 처음에는 심하다가도 오래되면 변하는 것이요, 오래될수록 더욱 심해지는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하물며 제왕(帝王)이 사람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으로써 비록 극형일지라도 반드시 삼복심(三覆審)·오복심(五覆審)을 기다려 죽이는 것은 죄수를 위하여 살릴 길을 구하는 것임에리까. 지금 죄목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가까운 곳으로부터 먼 곳으로 귀양보내고 가벼운 형벌로부터 중한 형벌로 들어가서 옛 사람의 이른바, ‘뭇사람으로 더불어 함께 공정하게 형벌한다.’는 것으로 하지 않고 전하께서 독단하시니, 이것은 전하의 형벌이 너무 참람된 것으로서 대간이 다투는 것이 곧 법도의 말입니다. 전하께서 대간을 둔 것은 장차 말을 다하여 극력으로 간하여 전하의 이목(耳目)을 넓히어 조정의 공의(公議)를 펴이[伸]게 하여 요(堯)·순(舜) 때의 임금과 신하가 가(可)타 부(否)타 하던 정치를 이루려는 것인데, 지금 대간의 논하는 바는 다 법도의 말인데도 전하께서 굳이 거절하여 받아들이지 않으시되 한 사람의 대신도 능히 전하께서 간(諫)하는 말을 싫어하시는 잘못된 마음을 바루는 이가 없고 대간이 기운이 풀어져서 조그마한 혐의를 들어서 몸만 피해 나가기를 구하니, 매우 조정의 복이 못 되므로 신들이 한심함을 금치 못합니다.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시인(詩人)이 풍자한 것을 거울삼아 법도의 말을 좇아서 신하들에게 숨김이 없이 말할 문을 열어 주시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하였으나, 들어 주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7권 8장 B면【국편영인본】 13책 13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왕실-비빈(妃嬪) / 왕실-종사(宗社) / 왕실-궁관(宮官)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원문
○弘文館上書曰:
謹按, 《詩》曰: "如何昊天, 辟言不(愼)〔信〕 ? 如彼行邁, 則靡所臻。" 又曰 "凡百君子, 莫肯用訊, 聽言則答, 譖言則退。" 詩人之意, 蓋曰: "奈何吾王, 不信法度之言? 如人之行往, 而不知其所至。" 當世之公卿、大夫, 可以言而莫肯以是告于王, 王雖有問而欲聽, 其言亦答而已, 不敢盡言。 一有譖言及己, 則有退安之志, 此成、周之季, 幽、厲之世爲然也。 殿下嗣守丕基, 勵精圖治, 方期三代之上, 而當時之事, 有或與詩人所剌相類, 臣等不勝寒心。 殿下試因此詩, 以察時事, 反而求諸朝廷之間, 有能爲法度之言, 我不聽者何事耶? 所謂 "莫肯用訊, 聽言則答。" 者, 無奈今日亦有其人乎? 何以使人人盡言, 而得不如詩人之所剌乎? 反覆省念, 求其所謂法度之言, 而樂聞之、信用之, 則自爾無數者之弊矣。 臣等姑以近日之事論之。 夫臺諫人主之耳目, 朝廷之元氣。 其所論執, 不過繩愆糾謬, 導殿下於無過之地而已。 至於一賞之僭, 一刑之濫, 何莫非言責中事乎? 伏閤待命, 九重邈邈。 前闕未補, 後闕相繼。 踰時易人, 得允無日。 職事久曠, 朝綱解弛, 而公卿、大臣, 泯默依違, 其議得失, 唯務順從。 言官亦不安其位, 辭職者未必皆害事之痛, 乞避者皆非有法中之嫌, 是不過謀遷其官, 以去責而已, 誰肯爲殿下盡言哉? 公卿而不言, 臺諫而欲退, 良由殿下不從法言之所致也。 如出母之不得立廟, 有聖人之禮法, 有先王之遺敎焉。 其議別構三四楹者, 已非得禮之正, 又況侈大而別立乎? 殿下豈不知聖人之禮不可悖, 先王之敎不可違, 徒循私情, 不信辟言, 臣等竊惑焉。 不特此也, 殿下特念勳庸之舊, 命加爵秩, 以及後嗣, 皆極寵貴。 祖宗之待功臣, 不爲不隆, 而爵命之濫, 無有如今日者。 況致禮之貪縱無忌, 方在鞫理, 而驟加崇祿。 韓懽之奊詬狂悖, 不齒物議, 而輒陞嘉靖。 鄭崇祖一貪邪鄙夫, 曾爲戶曹判書, 謀利罔上, 特蒙寬恩, 幸免贓律, 賜環已足, 不宜增級。 趙得琳一無識賤隷, 致位二品, 已踰其分, 大庭序位, 偃然宗英之右, 朝著皆以爲恥, 況加之一品乎? 任士洪一陰險小人, 嘗以交結朋黨, 濁亂朝政, 當受顯戮, 薄示竄黜, 其得保首領, 亦已幸矣。 豈可更授嘉善, 以長其驕傲之心, 恣其躑躅之患乎? 此則殿下之爵命大僭, 而臺諫之所執, 卽法度之言也。 宦者舜孫, 雖有大不敬之罪, 而其所以爲大不敬之目則未著。 其放之也, 由近而遠, 漸至於絶島, 其罪之也, 由輕而重, 終至於極刑。 大抵人情於喜怒哀樂之發, 初則甚, 久則變, 未有愈久而愈甚者也。 況以帝王不忍人之心, 雖大辟, 必待三覆、五覆而殺之, 爲囚求生道也。 今罪目未著, 而由近徙遠, 由輕入重, 不與衆人共之, 而殿下獨斷, 此則殿下之刑罰太僭, 而臺諫之所執, 卽法度之言也。 殿下之有臺諫, 將以盡言極諫, 以廣殿下之聰明, 伸朝廷之公議, 以成唐、虞吁咈之治也。 今臺諫所論, 皆法度之言, 而殿下固拒不納, 無有一大臣, 能格殿下厭諫之非心, 臺諫又從而解體, 爭執小嫌, 引身求避, 甚非朝廷之福也。 臣等不勝寒心。 伏願殿下, 鑑詩人之剌, (決)〔快〕 從法度之言, 以開不諱之門, 不勝幸甚。
不聽。
- 【태백산사고본】 5책 17권 8장 B면【국편영인본】 13책 13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왕실-비빈(妃嬪) / 왕실-종사(宗社) / 왕실-궁관(宮官)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연산 2년 (1496) 8월 10일
연산군일기17권, 연산 2년 8월 10일 甲申 3/4 기사 / 1496년 명 홍치(弘治) 9년
홍문관이 사당과 신주 세우는 일 등을 상소하다
국역
홍문관이 상서(上書)하기를,
"삼가 상고하옵건대, 《시(詩)》에 이르되, ‘어찌하여 하느님이 법될 말을 조심하지 않는가? 저 길 가는 사람이 이를 데 없는 것 같도다.’하였고, 또 이르되, ‘무릇 군자는 즐겨 고하려 하지 않고 말을 들으면 답이나 할 뿐이요, 참소하는 말에는 물러간다.’하였으니, 시인(詩人)의 뜻은, 다시 어찌하여 우리 임금이 법도될 말을 믿지 않는가? 사람이 길을 가면서 그 이를 곳을 알지 못함과 같다. 당세의 공경 대부(公卿大夫)로서 말할 만한 이가 즐겨 이로써 임금에게 고하지 않고 임금이 비록 물음이 있어 그 말을 듣고자 하여도 또한 답이나 할 따름이요, 감히 말을 다하지 못하고 한번 참소하는 말이 자기에게 미치면 물러나 몸이나 편안히 할 생각이 있다고 한 것이니, 이것은 성주(成周)의 말기 유왕(幽王) 여왕(厲王)의 시대가 그러하였던 것입니다. 전하께서 큰 기업(基業)을 이어받으셔서 정신을 가다듬어 잘 다스리기를 도모하여 바야흐로 삼대(三代)319) 이상을 목표하시면서 오늘날의 일이 혹시 시인(詩人)의 풍자(諷刺)한 바와 서로 비슷함이 있으니, 신들이 한심함을 금치 못합니다. 전하께서 시험삼아 이 시(詩)로 인하여 오늘의 일을 살피시고 돌이켜서, 조정의 위에 찾아보되 능히 법도의 말을 하는데도 내가 듣지 않은 것이 어떤 일인가? 이른바 즐겨 고하지 않고 말을 듣고는 답이나 하는 자가 오늘에도 또한 그러한 사람이 없는가? 어떻게 하면 사람마다 말을 다하게 하여 시인(詩人)의 풍자한 바와 같지 않게 할까 하고, 되풀이해 살피고 생각하여, 이른바 법도될 말을 구하여 즐겨 듣고 신용한다면 절로 시(詩)에서 말한 몇 가지의 폐단이 없어질 것입니다. 신들이 우선 근일의 일로써 논하겠습니다. 대저 대간은 임금의 귀와 눈이요 조정의 원기(元氣)이니, 그 논집(論執)하는 것이 허물을 바루고 틀린 것을 규찰(糾察)하여 전하를 허물이 없으시도록 인도하는 데에 불과할 뿐이니, 한 가지의 상(賞)줌이 참람되거나 한 가지의 형벌이 과람한 것과 어느 것이 언관(言官)의 직책 가운데의 일이겠습니까? 복합(伏閤)하여 명령을 기다렸으나 구중(九重)이 아득하여 앞의 잘못을 고치기 전에 뒤의 잘못이 서로 잇달아서 시일을 넘기고 사람이 바뀌어도 윤허를 얻을 기약이 없어서 사무가 오래 폐지되고 조정의 기강(紀綱)이 해이되어, 대신이 침묵하고 어름어름하여 득실(得失)을 의논할 때에는 오직 순종하기만 힘쓰고, 언관(言官) 또한 그 자리를 편안히 하지 못하여 사직하는 자가 반드시 일에 방해된 까닭이 있는 것이 아니요, 피혐(避嫌)을 청하는 자가 다 법에 혐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관직을 옮겨서 책임을 면하고 꾀하는 데에 지나지 않은 것이니, 누가 전하를 위하여 말을 다하려 하겠습니까. 공경(公卿)으로서는 말하지 않고 대간으로서는 물러가려고 하니, 진실로 전하께서 법다운 말을 좇지 않으신 때문입니다.
출모(出母)를 위하여 사당을 세우지 못하는 것은 성인의 예법이 있고 선왕의 유교가 계시니, 서너 칸을 또 짓자고 의논한 것도 이미 바른 예법이 아닌데, 하물며 사치스럽고 크게 세움에리까. 전하께서 어찌 성인의 예법을 위반할 수 없고 선왕의 유교를 어길 수 없는 것을 모르시겠습니까마는 한갓 사사로운 정(情)을 따르고 법도될 말을 믿지 않으신 것이니, 신들이 의혹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전하께서 특별히 옛 공신을 생각하시어 명하여 벼슬의 품질(品秩)을 더하여 후사(後嗣)에까지 미쳐서 다 은총(恩寵)을 지극히 하셨습니다. 조종조(祖宗朝)에서 공신을 대접한 것이 융숭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으되 벼슬의 과람함이 오늘날처럼 과한 적이 없었는데, 하물며 한치례는 탐하고 방자하여 꺼림이 없어 바야흐로 신문(訊問)하는 중에 있는데도 창졸에 숭록(崇祿)에 올리고, 한환은 분개 없고 광패(狂悖)하여 물의(物議)에 용납되지 못하는데도 문득 가정(嘉靖)으로 올리고, 정숭조는 하나의 탐하고 사특한 더러운 자로서 일찍이 호조 판서였었을 적에 모리(謀利)하여 임금을 속였으되, 특별히 너그럽게 용서하는 은혜를 입어 요행이 장죄(贓罪)를 면하여 귀양을 풀어 줌이 이미 족하니, 자급(資級)을 더 올려서는 안 될 것이며 조득림은 하나의 무식한 천인(賤人)으로 위(位)가 2품(品)에 이르렀으니, 이미 그 분수에 넘치는데, 대궐뜰에 위차(位次)를 차릴 적에 종영(宗英)의 오른쪽에 외람히 섰으매 조정에서 모두 수치로 아는데, 하물며 1품에 올림에리까. 임사홍은 하나의 음험한 소인으로 일찍이 봉당(朋黨)을 만들어 조정의 정치를 어지럽게 하였으므로 죽임을 받아야 할 것인데 박하게 귀양만 보내어서 목을 보전하게 된 것도 이미 다행인데, 어찌 다시 가선(嘉善)에 올려서 그 교만한 마음을 키우고 척촉(躑躅)320) 하는 걱정거리가 자행되게 해서 되겠습니까. 이것은 곧 전하의 벼슬이 너무 참람된 것으로서 대간이 다투는 것은 법도의 말입니다. 환자(宦者) 김순손(金舜孫)은 비록 대불경(大不敬)한 죄가 있다 하나 불경한 죄목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귀양 보냄이 가까운 곳으로부터 먼 곳으로 보내어 절도(絶島)까지 보내고, 죄주는 것이 가벼운 데로부터 중하게 되어 마침내 극형에 이르렀습니다. 대저 사람의 마음이 희노 애락(喜怒哀樂)의 발하는 것이 처음에는 심하다가도 오래되면 변하는 것이요, 오래될수록 더욱 심해지는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하물며 제왕(帝王)이 사람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으로써 비록 극형일지라도 반드시 삼복심(三覆審)·오복심(五覆審)을 기다려 죽이는 것은 죄수를 위하여 살릴 길을 구하는 것임에리까. 지금 죄목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가까운 곳으로부터 먼 곳으로 귀양보내고 가벼운 형벌로부터 중한 형벌로 들어가서 옛 사람의 이른바, ‘뭇사람으로 더불어 함께 공정하게 형벌한다.’는 것으로 하지 않고 전하께서 독단하시니, 이것은 전하의 형벌이 너무 참람된 것으로서 대간이 다투는 것이 곧 법도의 말입니다. 전하께서 대간을 둔 것은 장차 말을 다하여 극력으로 간하여 전하의 이목(耳目)을 넓히어 조정의 공의(公議)를 펴이[伸]게 하여 요(堯)·순(舜) 때의 임금과 신하가 가(可)타 부(否)타 하던 정치를 이루려는 것인데, 지금 대간의 논하는 바는 다 법도의 말인데도 전하께서 굳이 거절하여 받아들이지 않으시되 한 사람의 대신도 능히 전하께서 간(諫)하는 말을 싫어하시는 잘못된 마음을 바루는 이가 없고 대간이 기운이 풀어져서 조그마한 혐의를 들어서 몸만 피해 나가기를 구하니, 매우 조정의 복이 못 되므로 신들이 한심함을 금치 못합니다.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시인(詩人)이 풍자한 것을 거울삼아 법도의 말을 좇아서 신하들에게 숨김이 없이 말할 문을 열어 주시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하였으나, 들어 주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7권 8장 B면【국편영인본】 13책 13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왕실-비빈(妃嬪) / 왕실-종사(宗社) / 왕실-궁관(宮官)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원문
○弘文館上書曰:
謹按, 《詩》曰: "如何昊天, 辟言不(愼)〔信〕 ? 如彼行邁, 則靡所臻。" 又曰 "凡百君子, 莫肯用訊, 聽言則答, 譖言則退。" 詩人之意, 蓋曰: "奈何吾王, 不信法度之言? 如人之行往, 而不知其所至。" 當世之公卿、大夫, 可以言而莫肯以是告于王, 王雖有問而欲聽, 其言亦答而已, 不敢盡言。 一有譖言及己, 則有退安之志, 此成、周之季, 幽、厲之世爲然也。 殿下嗣守丕基, 勵精圖治, 方期三代之上, 而當時之事, 有或與詩人所剌相類, 臣等不勝寒心。 殿下試因此詩, 以察時事, 反而求諸朝廷之間, 有能爲法度之言, 我不聽者何事耶? 所謂 "莫肯用訊, 聽言則答。" 者, 無奈今日亦有其人乎? 何以使人人盡言, 而得不如詩人之所剌乎? 反覆省念, 求其所謂法度之言, 而樂聞之、信用之, 則自爾無數者之弊矣。 臣等姑以近日之事論之。 夫臺諫人主之耳目, 朝廷之元氣。 其所論執, 不過繩愆糾謬, 導殿下於無過之地而已。 至於一賞之僭, 一刑之濫, 何莫非言責中事乎? 伏閤待命, 九重邈邈。 前闕未補, 後闕相繼。 踰時易人, 得允無日。 職事久曠, 朝綱解弛, 而公卿、大臣, 泯默依違, 其議得失, 唯務順從。 言官亦不安其位, 辭職者未必皆害事之痛, 乞避者皆非有法中之嫌, 是不過謀遷其官, 以去責而已, 誰肯爲殿下盡言哉? 公卿而不言, 臺諫而欲退, 良由殿下不從法言之所致也。 如出母之不得立廟, 有聖人之禮法, 有先王之遺敎焉。 其議別構三四楹者, 已非得禮之正, 又況侈大而別立乎? 殿下豈不知聖人之禮不可悖, 先王之敎不可違, 徒循私情, 不信辟言, 臣等竊惑焉。 不特此也, 殿下特念勳庸之舊, 命加爵秩, 以及後嗣, 皆極寵貴。 祖宗之待功臣, 不爲不隆, 而爵命之濫, 無有如今日者。 況致禮之貪縱無忌, 方在鞫理, 而驟加崇祿。 韓懽之奊詬狂悖, 不齒物議, 而輒陞嘉靖。 鄭崇祖一貪邪鄙夫, 曾爲戶曹判書, 謀利罔上, 特蒙寬恩, 幸免贓律, 賜環已足, 不宜增級。 趙得琳一無識賤隷, 致位二品, 已踰其分, 大庭序位, 偃然宗英之右, 朝著皆以爲恥, 況加之一品乎? 任士洪一陰險小人, 嘗以交結朋黨, 濁亂朝政, 當受顯戮, 薄示竄黜, 其得保首領, 亦已幸矣。 豈可更授嘉善, 以長其驕傲之心, 恣其躑躅之患乎? 此則殿下之爵命大僭, 而臺諫之所執, 卽法度之言也。 宦者舜孫, 雖有大不敬之罪, 而其所以爲大不敬之目則未著。 其放之也, 由近而遠, 漸至於絶島, 其罪之也, 由輕而重, 終至於極刑。 大抵人情於喜怒哀樂之發, 初則甚, 久則變, 未有愈久而愈甚者也。 況以帝王不忍人之心, 雖大辟, 必待三覆、五覆而殺之, 爲囚求生道也。 今罪目未著, 而由近徙遠, 由輕入重, 不與衆人共之, 而殿下獨斷, 此則殿下之刑罰太僭, 而臺諫之所執, 卽法度之言也。 殿下之有臺諫, 將以盡言極諫, 以廣殿下之聰明, 伸朝廷之公議, 以成唐、虞吁咈之治也。 今臺諫所論, 皆法度之言, 而殿下固拒不納, 無有一大臣, 能格殿下厭諫之非心, 臺諫又從而解體, 爭執小嫌, 引身求避, 甚非朝廷之福也。 臣等不勝寒心。 伏願殿下, 鑑詩人之剌, (決)〔快〕 從法度之言, 以開不諱之門, 不勝幸甚。
不聽。
- 【태백산사고본】 5책 17권 8장 B면【국편영인본】 13책 13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왕실-비빈(妃嬪) / 왕실-종사(宗社) / 왕실-궁관(宮官)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원본
연산 2년 (1496) 8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