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하여 증경 정승(曾經政丞) 및 육조(六曹)의 참의(參議)를 명소(命召)하여 묘제(廟制)를 의논하게 하였다. 윤필상이 의논드리기를,

"종묘의 제도는 진실로 성상의 분부와 같이, 원묘(原廟)를 더 늘리는 것이 불가합니다. 태종의 신주를 옮겨 모시는 것은 형세가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으니, 문종의 신주는 협실로 옮겨 모시고, 공정왕(恭靖王)의 신주는 능침(陵寢)에 묻어 모시는 것이 사리에 합당할 것 같사온데, 무엇이 불가하기에 조천(祧遷)의 제도를 모방하여 영녕전(永寧殿) 익실(翼室)에 옮겨 모시려 하시옵니까? 신이 듣자오니, 영녕전은 단지 태조의 뜻으로 설립된 것인데, 그 설립하신 본의를 《실록(實錄)》에서 상고하여 다시 의논하는 것이 어떠하오리까?"

하고, 신승선(愼承善)·어세겸(魚世謙)·이극돈(李克墩)·성준(成俊)·유지(柳輊)·이세좌(李世佐)·신준(申浚)·박건(朴楗)·윤효손(尹孝孫)·성현(成俔)·권정(權侹)·신종호(申從濩)·허침(許琛)·안침(安琛)·김수순(金首孫)·김경조(金敬祖)·윤민(尹慜)·조숙기(曺淑沂)·김심(金諶)·홍석보(洪碩輔)·이극규(李克圭)·성세명(成世明)은 의논드리기를,

"예(禮)란 시의(時宜)를 따르는 것이므로 역대의 묘제(廟制)는 때에 따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우리 공정대왕께서 협찬하여 대업을 이룩하셨으므로 그 신성하신 공덕은 당연히 백세토록 향사해야 하오니, 비록 친진(親盡)했을지라도 본디 천(遷)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성종(成宗)의 승부(陞祔)에 있어서도 실(室)의 수효가 부족하오니 실 하나를 증설해야 마땅하오나, 옛 사람이 이르기를, ‘대묘(大廟)의 좌우에서 집을 짓는 것은 번거롭고 소요스러워서 신명(神明)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하였으며, 또 우리 태종께서 일찍이 세종에게 말씀하시기를, ‘우리 조정의 종묘는 당초에 문신(文臣)이 옛 제도를 상고하여 창건하였으며, 태조께서 일찍이 누차 친향(親享)하셨을 뿐더러 네 임금에 전해 왔으니 고쳐 지을 수 없다.’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실(室)을 늘리기는 어려우니, 전교에 의하여, 문종 신주를 종묘의 익실에 봉안하고, 공정왕 신주를 영녕전(永寧殿) 익실에 봉안하며, 공정왕의 향사(享祀)는 사조(四祖)의 예에 따라 단지 봄 가을에만 제향하는 것이 거의 시의(時宜)에 적합합니다. 문소전(文昭殿)은 세종(世宗) 초년에 태조·태종을 위하여 창건한 것이온데, 실(室)의 수효를 다섯으로 한 것은 대개 후세로 하여금 단지 태조와 고조·증조·조·부에 한한 사친(四親)만을 제향하게 하기 위하여 설립한 것입니다. 태종의 공덕은 마땅히 백대를 제향해야 하옵는데, 원묘(原廟)에서 내 모시게 하는 것은 정리에 역시 차마 못할 일이오나 원묘는 다만 친소(親疏)를 논할 따름이므로 태종께서 지금 사실(四室)의 밖에 계셨으니, 차례로 내 모시는 것은 부득이한 일입니다."

하니, 승선(承善) 등의 의논에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3책 12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13책 66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왕실-종사(宗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