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일기3권, 연산 1년 2월 4일 戊午 1/1 기사 / 1495년 명 홍치(弘治) 8년
이거 등이 학문·언행·신하에 대한 대우·간언의 수용 등에 대해 상소하다
국역
시강원 보덕(侍講院輔德) 이거(李琚) 등이 상소하기를,
"신 등은 상고하건대,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치(治)와 더불어 도(道)를 같이하면 흥하지 아니함이 없고, 난(亂)과 더불어 도를 같이하면 망하지 아니함이 없다.’ 하였으니, 무릇 치란과 흥망의 구분은 그 더부는 바가 어떤가에 달렸을 뿐입니다. 신 등은 엎드려 뵙건대, 전하께서 양음(亮陰)의 가운데서도 특히 대위(大位)를 계승하신 중책을 생각하시어 맨 먼저 구언(求言)하는 교서를 내리셨으니, 이야말로 저 은(殷)나라 고종(高宗)이 사도(思道)167) 한 것과 주(周)나라 성왕(成王)이 방락(訪落)168) 한 것과 더불어 세대는 다르지만 규모는 한가지라, 전하의 그 더부는 것을 삼가심이 가히 지극하다 하겠습니다. 신 등이 모두 보잘것없는 자격으로 경연(經筵)의 직에 있어, 비록 보도(輔導)의 유익은 없었으나, 오랫동안 논사(論思)의 직위에서 모셔 왔으므로, 직접 청문(淸問)을 만나게 되오매 감히 침묵하지 못하여 삼가 다음과 같이 조목별로 아뢰오니,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 채택하여 받아들이소서."
1. 학문을 부지런히 하는 것입니다. 무릇 제왕(帝王)의 학문은 장구(章句)를 기록하고 외우기에 힘쓰는 것이 아니라, 장차 이제(二帝)·삼왕(三王)의 마음을 전수하는 법을 강구하여 그 성정(性情)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선유(先儒)가 성정을 다스리는 도(道)를 논하여 말하기를 ‘반드시 자기의 남아 있는 것을 살피어 그 부족한 것을 강화한다. 그러므로 총명하고 소통한 자는 너무 찰찰함을 경계하고, 견문이 협소한 자는 막히고 가리움을 경계하고, 용맹하고 강강(剛强)한 자는 너무 포학함을 경계하고, 인애(仁愛)하고 온량(溫良)한 자는 결단이 없음을 경계한다.’ 하였으니, 이는 배워서 그 기질의 편벽됨을 고치어 고명 광대한 지역으로 이르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선유가 학문하는 데 해되는 점을 논하여 말하기를 ‘교만과 게으름일 따름이다.’ 하였으니, 교만하면 자존심이 차서 선(善)이 들어가지 아니하고, 게으르면 타성이 생겨서 공효(功效)가 진척되지 아니하므로, 반드시 겸손한 생각을 가지고 교만하지 아니하며 행동에 민첩하여 게으르지 아니하고, 시종이 한결같고 조금도 간단이 없고서야 도(道)가 쌓이고 덕이 닦아져, 백성을 교화하여 풍속을 이루는 기틀이 다 몸소 행해지고 마음으로 터득한 나머지에야 있을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유의하여 주소서.
2. 언어와 행동을 삼가는 것입니다. 무릇 언어와 행동은 천지를 움직이는 것으로서 만일 말이 한 번 자기에게서 나왔으면 막지 못하고, 행동이 한 번 제 몸에서 표현되었으면 가리우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말하려면 반드시 그 끝마침을 생각해야 하고, 행동하려면 반드시 그 가리는 바를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그 끝마침을 생각하지 아니하면 말 한 마디 어긋나는 사이에 천리의 거리쯤 틀리는 것이고, 가리는 바를 생각하지 아니하면 사소한 행동의 실수가 마침내 큰 덕을 더럽히는 것입니다. 후주(後周) 사람 우근(于謹)이 그 임금에게 말하기를 ‘언어와 행동은 입신(立身)의 기본입니다. 원컨대, 전하는 세 번 생각하여 말씀을 하시고, 아홉 번 생가하여 행동하시어 과실이 있지 않게 하소서.’ 하였으니, 이는 진실로 격론(格論)입니다. 더구나 지금 전하께서 처음으로 역복(曆服)169) 을 계승하였으니, 온 나라 신민이 눈을 씻고 새 정치를 쳐다보므로, 한 언어 행동의 득실로써 전하의 얕고 깊음을 엿볼 것이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유의하소서.
3. 성심으로 아랫사람을 대우하는 것입니다. 무릇 임금과 신하 사이는 머리와 팔다리 같아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의존하는 것이라, 임금이 신하를 부림에 있어 불가불 성심으로 미루어야 하고, 신하가 임금을 섬김에 있어 불가불 성심을 다해야 합니다. 만약 군신의 사이에 조금이라도 미덥지 못한 일이 있게 되면, 형세와 지위의 간격에 따라 의심이 생기기 쉬워서 정지(情志)가 어긋나 서로 일을 치뤄 나갈 수 없게 됩니다. 두황상(杜黃裳)이 말하기를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의심하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속이면서 다스려지기를 원한다면, 역시 어렵지 않겠는가.’ 하였으니, 어찌 미더운 말이 아니겠습니까. 근자에 듣자오니, 전하께서 대신과 대간이 유생의 일을 논한 것을 듣지 않으실 뿐만 아니라, 또 의심까지 하시니, 전하께서 대신과 대간을 의심하신다면 또 누구를 믿으시렵니까? 신 등은 전하께서 아랫사람 대우하는 성심이 극진하지 못하신가 합니다. 당태종이 말하기를 ‘임금이 어진 인재를 선택하여 팔다리와 심장으로 삼는 데는 마땅히 성심을 미루어[推] 맡겨야 한다.’ 하였는데, 하물며 지금 첫 정사를 펴심에 있어 임금과 신하가 서로 접촉하지도 않고서 먼저 의심하는 마음을 두는 것이 옳겠습니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는 유의하소서.
4. 허심 탄회하여 간언(諫言)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사람이 요·순이 아닌 바에야 과실이 없을 수 없으니, 그 과실을 말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알아서 고칠 수 있겠습니까 예로부터 제왕이, 숨김 없이 말을 다하는 문을 널리 열어서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할 말을 다하게 하는 것은 장차 그 과실을 듣고서 고치자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 말이 좋은 것이라면 자기 주장을 버리고 따라야 하며, 혹시 맞지 않을지라도 역시 관용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 만약 조금 귀에 거슬리는 말이 있다 해서 문득 견책을 가한다면 사람들이 장차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아니하며 제 몸만 보전할 생각을 할 것이니, 누가 감히 만번 죽을 각오로 나와서 뇌정(雷霆)과 같은 위험을 무릅쓰겠습니까.
전하께서 대상(大喪)을 당하셔서는 그 예를 다해야 할 따름인데, 도리어 부도(浮屠)의 교를 사용하셨으니, 이는 전하의 과실입니다. 과실은 고치지 아니하시고 또 간하는 자에게 죄를 가하셨으니, 유생은 우직하여 사체를 알지 못하므로 논하는 바가 비록 지나치더라도 역시 언어의 실수이니, 성인의 산수(山藪) 같은 도량으로 포용하셔야 할 것입니다. 하물며 상과 벌은 공의대로 해야 하옵지, 전하께서 사사로 할 수 없는 것인데, 온 조정이 모두 불가하다 하는데도 힘써 공의를 거부하고 반드시 죄를 주려 하시니, 신 등은 전하께서 간언을 좇는 도량이 넓지 못하시어 이기기를 좋아하는 조짐이 이미 싹튼 것인가 합니다. 육지(陸贄)가 말하기를 ‘위에서 이기기를 좋아하면 아래서는 아첨하는 언사를 잘하게 되고, 위에서는 과실을 부끄러워하면 반드시 직간(直諫)하기를 꺼린다.’ 하였으니, 아첨하는 말을 잘하고 직간을 꺼리고서 능히 치안(治安)이 장구한 자는 적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유의하소서. 대저 제왕의 도(道)는 마땅히 실지를 힘쓰고 명예를 숭상하지 않는 법인데, 만약 구언(求言)한다는 이름만 남기고 끝내 말을 들은 실적이 없다면, 또한 무엇이 유익하리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뜬이름을 숭상하지 마시고 오로지 실덕(實德)에 힘써 주시면 이만 다행이 없겠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삼공(三公)은 임금과 더불어 한 몸인데, 내가 어찌 감히 의심을 갖겠느냐. 그러나 유생이 이미 대신을 욕하였고 또 죄가 이미 결정되었으니, 윤허하지 않는다."
하매, 거(琚) 등이 다시 아뢰기를,
"신 등의 상소 가운데 제1조는 학문을 부지런히 하시라는 것이고, 제2조는 언행(言行)을 삼가시라는 것이고, 제3조는 성심을 미루어[推] 아랫사람을 대우하시라는 것이고, 제4조는 허심 탄회하여 간언을 받아들이시라는 것인데, 지금 전교를 듣자오매, 상소의 뜻과 다른 점이 있으니, 신 등은 전하께서 유의(留意)하시지 않으시는가 합니다. 신 등이 상소한 것은 전하께서 유의하여 주시기를 바라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상소 가운데 다른 조문은 그 말이 매우 좋아서 나는 이미 알아들었기 때문에 답하지 않은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3권 6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645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행형(行刑)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사상-불교(佛敎)
- [註 167] 사도(思道) : 도를 생각하는 것.
- [註 168] 방락(訪落) : 《시경(詩經)》 주송(周頌)의 편명(篇名)인데, 그 서(序)에 "사왕(嗣王)이 사당에 고유하는 시다." 하였음. 이 시는 주 성왕(周成王)이 처음 즉위하여 사당에 공유하고 여러 신하를 연방(延訪)하는 말을 기록한 것임.
- [註 169] 역복(曆服) : 왕위.
원문
○戊午/侍講院輔德李琚等上疏曰:
臣等謹按, 《書》曰: "與治同道, 罔不興; 與亂同事, 罔不亡。" 夫治亂、興亡之分, 顧所與如何耳。 臣等伏覩, 殿下於亮陰之中, 特念嗣服之重, 首下求言之敎, 其與高宗之思道、成王之訪落, 異世一揆。 殿下之愼厥與, 可謂至矣。 臣等俱以無狀, 職忝經筵。 雖無輔導之益, 久侍論思之地。 直(逄)〔逢〕 淸問, 不敢含默, 謹條陳如左。 伏惟殿下, 採納焉。 其一曰, 勤學問。 夫帝王之學, 非記誦章句之爲務, 將講究二帝、三王傳心之法, 以治其性情耳。 先儒論治性之道曰: "必審己之所有餘, 而强其所不足。 故聰明、疏通者, 戒於(大)〔太〕 察; 寡聞見小者, 戒於壅蔽; 勇猛剛强者, 戒於(大)〔太〕 暴; 仁愛、溫良者, 戒於無斷。" 此學之所以變其氣質之偏, 至於高明光大之域也。 然先儒論爲學之害曰: "驕與怠而已。" 驕則志盈, 而善不入; 怠則志惰, 而功不進。 必遜志而不驕; 時敏而不怠, 一念終始, 無少間斷, 然後道積德脩, 而化民成俗之機, 皆在躬行心得之餘矣。 伏願殿下, 留心焉。 其二曰, 謹言行。 夫言行者, 所以動天地也。 言出於己, 不可塞也; 行發於身, 不可掩也。 故言必慮其所終; 行必慮其所蔽。 若不慮其所終, 則一言之差, 謬以千里; 不慮其所蔽, 則細行之失, 終累大德。 後周 于謹, 言於其主曰: "言行者, 立身之基, 願殿下, 三思而言、九慮而行, 勿使有過。" 此誠格論。 況今殿下初嗣曆服, 擧國臣民拭目新政, 一言行之得失, 有以窺殿下之淺深, 可不謹歟? 伏願殿下, 留心焉。 其三曰, 推誠遇下。 夫君之於臣, 猶元首、股肱, 一體相須。 君使臣, 不可不推誠; 臣事〔君〕 , 不可不竭誠。 若君臣之間, 稍有不孚, 則勢位之隔, 疑阻易生; 情志乖睽, 罔能相濟。 杜黃裳曰: "上疑其下, 下欺其上, 將以求理, 不亦難乎?" 詎不信歟? 比聞, 殿下於大臣臺諫論儒生之事, 非徒不聽, 又從而疑之。 未審殿下, 疑大臣臺諫、侍從, 而又誰信歟? 臣等竊恐 殿下遇下之誠, 有未盡也。 唐 太宗曰: "人君選賢才以爲股肱、心膂, 當推誠以任之。" 況今初服, 未接君臣, 而先有疑之之心, 可乎? 伏願殿下, 留心焉。 其四曰, 虛懷納諫。 人非堯、舜, 不能無過。 過而不得聞, 則何以能知, 而改之。 自古帝王, 廣開不諱之門, 使人人皆得盡言者, 將欲聞其過, 而改之也。 故所言善, 則舍己而從之。 雖或不中, 亦宜優容。 若少有逆耳, 便加譴責, 則人將拑口結舌, 爲保身之計。 孰敢出萬死以冒雷霆之威乎? 殿下於大喪, 當盡其禮而已。 反用浮屠之敎, 是殿下之過也。 過則不改, 而又加罪於言者。 儒生狂狷, 不識事體, 所論雖過中, 亦言語之失爾。 以聖人山藪之量, 在所包容。 況賞罰, 當與衆共之, 非殿下所得私也。 擧朝皆曰不可, 而力拒公論, 必置於罪, 臣等竊恐殿下從諫之量未弘, 而好勝之漸, 已萌也。 陸贄曰: "上好勝, 下甘於侫辭, 上恥過, 則必忌於直諫。" 甘侫辭, 忌直諫, 而能長治久安者, 鮮矣。 伏願殿下, 留心(心)焉。 大抵帝王之道, 當務實、不尙名。 若徒有求言之名, 而終無聽言之實, 則亦何益哉? 伏望殿下, 不尙浮名, 專務實德, 不勝幸甚。
傳曰: "三公與君一體, 予何敢有疑。 然儒生旣辱大臣, 而罪又已定, 不允。" 琚等更啓曰: "臣等疏內第一條, 則勤學問。 第二條, 則謹言行。 第三條, 則推誠遇下。 第四條, 則虛懷納諫。 而今聞傳敎, 與疏意有異, 臣等恐殿下不留心也。 臣等所以上疏者, 冀殿下留心耳。"
傳曰: "疏內他條, 其言甚善, 予已知悉。 故不答。"
- 【태백산사고본】 1책 3권 6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645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행형(行刑)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사상-불교(佛敎)
연산 1년 (1495) 2월 4일
연산군일기3권, 연산 1년 2월 4일 戊午 1/1 기사 / 1495년 명 홍치(弘治) 8년
이거 등이 학문·언행·신하에 대한 대우·간언의 수용 등에 대해 상소하다
국역
시강원 보덕(侍講院輔德) 이거(李琚) 등이 상소하기를,
"신 등은 상고하건대,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치(治)와 더불어 도(道)를 같이하면 흥하지 아니함이 없고, 난(亂)과 더불어 도를 같이하면 망하지 아니함이 없다.’ 하였으니, 무릇 치란과 흥망의 구분은 그 더부는 바가 어떤가에 달렸을 뿐입니다. 신 등은 엎드려 뵙건대, 전하께서 양음(亮陰)의 가운데서도 특히 대위(大位)를 계승하신 중책을 생각하시어 맨 먼저 구언(求言)하는 교서를 내리셨으니, 이야말로 저 은(殷)나라 고종(高宗)이 사도(思道)167) 한 것과 주(周)나라 성왕(成王)이 방락(訪落)168) 한 것과 더불어 세대는 다르지만 규모는 한가지라, 전하의 그 더부는 것을 삼가심이 가히 지극하다 하겠습니다. 신 등이 모두 보잘것없는 자격으로 경연(經筵)의 직에 있어, 비록 보도(輔導)의 유익은 없었으나, 오랫동안 논사(論思)의 직위에서 모셔 왔으므로, 직접 청문(淸問)을 만나게 되오매 감히 침묵하지 못하여 삼가 다음과 같이 조목별로 아뢰오니,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 채택하여 받아들이소서."
1. 학문을 부지런히 하는 것입니다. 무릇 제왕(帝王)의 학문은 장구(章句)를 기록하고 외우기에 힘쓰는 것이 아니라, 장차 이제(二帝)·삼왕(三王)의 마음을 전수하는 법을 강구하여 그 성정(性情)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선유(先儒)가 성정을 다스리는 도(道)를 논하여 말하기를 ‘반드시 자기의 남아 있는 것을 살피어 그 부족한 것을 강화한다. 그러므로 총명하고 소통한 자는 너무 찰찰함을 경계하고, 견문이 협소한 자는 막히고 가리움을 경계하고, 용맹하고 강강(剛强)한 자는 너무 포학함을 경계하고, 인애(仁愛)하고 온량(溫良)한 자는 결단이 없음을 경계한다.’ 하였으니, 이는 배워서 그 기질의 편벽됨을 고치어 고명 광대한 지역으로 이르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선유가 학문하는 데 해되는 점을 논하여 말하기를 ‘교만과 게으름일 따름이다.’ 하였으니, 교만하면 자존심이 차서 선(善)이 들어가지 아니하고, 게으르면 타성이 생겨서 공효(功效)가 진척되지 아니하므로, 반드시 겸손한 생각을 가지고 교만하지 아니하며 행동에 민첩하여 게으르지 아니하고, 시종이 한결같고 조금도 간단이 없고서야 도(道)가 쌓이고 덕이 닦아져, 백성을 교화하여 풍속을 이루는 기틀이 다 몸소 행해지고 마음으로 터득한 나머지에야 있을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유의하여 주소서.
2. 언어와 행동을 삼가는 것입니다. 무릇 언어와 행동은 천지를 움직이는 것으로서 만일 말이 한 번 자기에게서 나왔으면 막지 못하고, 행동이 한 번 제 몸에서 표현되었으면 가리우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말하려면 반드시 그 끝마침을 생각해야 하고, 행동하려면 반드시 그 가리는 바를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그 끝마침을 생각하지 아니하면 말 한 마디 어긋나는 사이에 천리의 거리쯤 틀리는 것이고, 가리는 바를 생각하지 아니하면 사소한 행동의 실수가 마침내 큰 덕을 더럽히는 것입니다. 후주(後周) 사람 우근(于謹)이 그 임금에게 말하기를 ‘언어와 행동은 입신(立身)의 기본입니다. 원컨대, 전하는 세 번 생각하여 말씀을 하시고, 아홉 번 생가하여 행동하시어 과실이 있지 않게 하소서.’ 하였으니, 이는 진실로 격론(格論)입니다. 더구나 지금 전하께서 처음으로 역복(曆服)169) 을 계승하였으니, 온 나라 신민이 눈을 씻고 새 정치를 쳐다보므로, 한 언어 행동의 득실로써 전하의 얕고 깊음을 엿볼 것이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유의하소서.
3. 성심으로 아랫사람을 대우하는 것입니다. 무릇 임금과 신하 사이는 머리와 팔다리 같아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의존하는 것이라, 임금이 신하를 부림에 있어 불가불 성심으로 미루어야 하고, 신하가 임금을 섬김에 있어 불가불 성심을 다해야 합니다. 만약 군신의 사이에 조금이라도 미덥지 못한 일이 있게 되면, 형세와 지위의 간격에 따라 의심이 생기기 쉬워서 정지(情志)가 어긋나 서로 일을 치뤄 나갈 수 없게 됩니다. 두황상(杜黃裳)이 말하기를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의심하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속이면서 다스려지기를 원한다면, 역시 어렵지 않겠는가.’ 하였으니, 어찌 미더운 말이 아니겠습니까. 근자에 듣자오니, 전하께서 대신과 대간이 유생의 일을 논한 것을 듣지 않으실 뿐만 아니라, 또 의심까지 하시니, 전하께서 대신과 대간을 의심하신다면 또 누구를 믿으시렵니까? 신 등은 전하께서 아랫사람 대우하는 성심이 극진하지 못하신가 합니다. 당태종이 말하기를 ‘임금이 어진 인재를 선택하여 팔다리와 심장으로 삼는 데는 마땅히 성심을 미루어[推] 맡겨야 한다.’ 하였는데, 하물며 지금 첫 정사를 펴심에 있어 임금과 신하가 서로 접촉하지도 않고서 먼저 의심하는 마음을 두는 것이 옳겠습니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는 유의하소서.
4. 허심 탄회하여 간언(諫言)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사람이 요·순이 아닌 바에야 과실이 없을 수 없으니, 그 과실을 말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알아서 고칠 수 있겠습니까 예로부터 제왕이, 숨김 없이 말을 다하는 문을 널리 열어서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할 말을 다하게 하는 것은 장차 그 과실을 듣고서 고치자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 말이 좋은 것이라면 자기 주장을 버리고 따라야 하며, 혹시 맞지 않을지라도 역시 관용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 만약 조금 귀에 거슬리는 말이 있다 해서 문득 견책을 가한다면 사람들이 장차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아니하며 제 몸만 보전할 생각을 할 것이니, 누가 감히 만번 죽을 각오로 나와서 뇌정(雷霆)과 같은 위험을 무릅쓰겠습니까.
전하께서 대상(大喪)을 당하셔서는 그 예를 다해야 할 따름인데, 도리어 부도(浮屠)의 교를 사용하셨으니, 이는 전하의 과실입니다. 과실은 고치지 아니하시고 또 간하는 자에게 죄를 가하셨으니, 유생은 우직하여 사체를 알지 못하므로 논하는 바가 비록 지나치더라도 역시 언어의 실수이니, 성인의 산수(山藪) 같은 도량으로 포용하셔야 할 것입니다. 하물며 상과 벌은 공의대로 해야 하옵지, 전하께서 사사로 할 수 없는 것인데, 온 조정이 모두 불가하다 하는데도 힘써 공의를 거부하고 반드시 죄를 주려 하시니, 신 등은 전하께서 간언을 좇는 도량이 넓지 못하시어 이기기를 좋아하는 조짐이 이미 싹튼 것인가 합니다. 육지(陸贄)가 말하기를 ‘위에서 이기기를 좋아하면 아래서는 아첨하는 언사를 잘하게 되고, 위에서는 과실을 부끄러워하면 반드시 직간(直諫)하기를 꺼린다.’ 하였으니, 아첨하는 말을 잘하고 직간을 꺼리고서 능히 치안(治安)이 장구한 자는 적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유의하소서. 대저 제왕의 도(道)는 마땅히 실지를 힘쓰고 명예를 숭상하지 않는 법인데, 만약 구언(求言)한다는 이름만 남기고 끝내 말을 들은 실적이 없다면, 또한 무엇이 유익하리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뜬이름을 숭상하지 마시고 오로지 실덕(實德)에 힘써 주시면 이만 다행이 없겠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삼공(三公)은 임금과 더불어 한 몸인데, 내가 어찌 감히 의심을 갖겠느냐. 그러나 유생이 이미 대신을 욕하였고 또 죄가 이미 결정되었으니, 윤허하지 않는다."
하매, 거(琚) 등이 다시 아뢰기를,
"신 등의 상소 가운데 제1조는 학문을 부지런히 하시라는 것이고, 제2조는 언행(言行)을 삼가시라는 것이고, 제3조는 성심을 미루어[推] 아랫사람을 대우하시라는 것이고, 제4조는 허심 탄회하여 간언을 받아들이시라는 것인데, 지금 전교를 듣자오매, 상소의 뜻과 다른 점이 있으니, 신 등은 전하께서 유의(留意)하시지 않으시는가 합니다. 신 등이 상소한 것은 전하께서 유의하여 주시기를 바라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상소 가운데 다른 조문은 그 말이 매우 좋아서 나는 이미 알아들었기 때문에 답하지 않은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3권 6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645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행형(行刑)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사상-불교(佛敎)
- [註 167] 사도(思道) : 도를 생각하는 것.
- [註 168] 방락(訪落) : 《시경(詩經)》 주송(周頌)의 편명(篇名)인데, 그 서(序)에 "사왕(嗣王)이 사당에 고유하는 시다." 하였음. 이 시는 주 성왕(周成王)이 처음 즉위하여 사당에 공유하고 여러 신하를 연방(延訪)하는 말을 기록한 것임.
- [註 169] 역복(曆服) : 왕위.
원문
○戊午/侍講院輔德李琚等上疏曰:
臣等謹按, 《書》曰: "與治同道, 罔不興; 與亂同事, 罔不亡。" 夫治亂、興亡之分, 顧所與如何耳。 臣等伏覩, 殿下於亮陰之中, 特念嗣服之重, 首下求言之敎, 其與高宗之思道、成王之訪落, 異世一揆。 殿下之愼厥與, 可謂至矣。 臣等俱以無狀, 職忝經筵。 雖無輔導之益, 久侍論思之地。 直(逄)〔逢〕 淸問, 不敢含默, 謹條陳如左。 伏惟殿下, 採納焉。 其一曰, 勤學問。 夫帝王之學, 非記誦章句之爲務, 將講究二帝、三王傳心之法, 以治其性情耳。 先儒論治性之道曰: "必審己之所有餘, 而强其所不足。 故聰明、疏通者, 戒於(大)〔太〕 察; 寡聞見小者, 戒於壅蔽; 勇猛剛强者, 戒於(大)〔太〕 暴; 仁愛、溫良者, 戒於無斷。" 此學之所以變其氣質之偏, 至於高明光大之域也。 然先儒論爲學之害曰: "驕與怠而已。" 驕則志盈, 而善不入; 怠則志惰, 而功不進。 必遜志而不驕; 時敏而不怠, 一念終始, 無少間斷, 然後道積德脩, 而化民成俗之機, 皆在躬行心得之餘矣。 伏願殿下, 留心焉。 其二曰, 謹言行。 夫言行者, 所以動天地也。 言出於己, 不可塞也; 行發於身, 不可掩也。 故言必慮其所終; 行必慮其所蔽。 若不慮其所終, 則一言之差, 謬以千里; 不慮其所蔽, 則細行之失, 終累大德。 後周 于謹, 言於其主曰: "言行者, 立身之基, 願殿下, 三思而言、九慮而行, 勿使有過。" 此誠格論。 況今殿下初嗣曆服, 擧國臣民拭目新政, 一言行之得失, 有以窺殿下之淺深, 可不謹歟? 伏願殿下, 留心焉。 其三曰, 推誠遇下。 夫君之於臣, 猶元首、股肱, 一體相須。 君使臣, 不可不推誠; 臣事〔君〕 , 不可不竭誠。 若君臣之間, 稍有不孚, 則勢位之隔, 疑阻易生; 情志乖睽, 罔能相濟。 杜黃裳曰: "上疑其下, 下欺其上, 將以求理, 不亦難乎?" 詎不信歟? 比聞, 殿下於大臣臺諫論儒生之事, 非徒不聽, 又從而疑之。 未審殿下, 疑大臣臺諫、侍從, 而又誰信歟? 臣等竊恐 殿下遇下之誠, 有未盡也。 唐 太宗曰: "人君選賢才以爲股肱、心膂, 當推誠以任之。" 況今初服, 未接君臣, 而先有疑之之心, 可乎? 伏願殿下, 留心焉。 其四曰, 虛懷納諫。 人非堯、舜, 不能無過。 過而不得聞, 則何以能知, 而改之。 自古帝王, 廣開不諱之門, 使人人皆得盡言者, 將欲聞其過, 而改之也。 故所言善, 則舍己而從之。 雖或不中, 亦宜優容。 若少有逆耳, 便加譴責, 則人將拑口結舌, 爲保身之計。 孰敢出萬死以冒雷霆之威乎? 殿下於大喪, 當盡其禮而已。 反用浮屠之敎, 是殿下之過也。 過則不改, 而又加罪於言者。 儒生狂狷, 不識事體, 所論雖過中, 亦言語之失爾。 以聖人山藪之量, 在所包容。 況賞罰, 當與衆共之, 非殿下所得私也。 擧朝皆曰不可, 而力拒公論, 必置於罪, 臣等竊恐殿下從諫之量未弘, 而好勝之漸, 已萌也。 陸贄曰: "上好勝, 下甘於侫辭, 上恥過, 則必忌於直諫。" 甘侫辭, 忌直諫, 而能長治久安者, 鮮矣。 伏願殿下, 留心(心)焉。 大抵帝王之道, 當務實、不尙名。 若徒有求言之名, 而終無聽言之實, 則亦何益哉? 伏望殿下, 不尙浮名, 專務實德, 不勝幸甚。
傳曰: "三公與君一體, 予何敢有疑。 然儒生旣辱大臣, 而罪又已定, 不允。" 琚等更啓曰: "臣等疏內第一條, 則勤學問。 第二條, 則謹言行。 第三條, 則推誠遇下。 第四條, 則虛懷納諫。 而今聞傳敎, 與疏意有異, 臣等恐殿下不留心也。 臣等所以上疏者, 冀殿下留心耳。"
傳曰: "疏內他條, 其言甚善, 予已知悉。 故不答。"
- 【태백산사고본】 1책 3권 6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645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행형(行刑)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사상-불교(佛敎)
원본
연산 1년 (1495) 2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