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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263권, 성종 23년 3월 13일 癸未 5/7 기사 / 1492년 명 홍치(弘治) 5년

김여석·윤민 등이 임사홍의 일로 홍응과 승정원을 추핵하기를 상소하다

국역

사헌부 대사헌(司憲府大司憲) 김여석(金礪石) 등과 사간원 대사간(司諫院大司諫) 윤민(尹慜) 등이 상소(上疏)하기를,

"신(臣) 등은 듣건대, 전(傳)에 이르기를, ‘정치를 하는데 체(體)가 있다.’고 하였으니, 관직(官職)에 있으며 일을 맡는 것이 어찌 대체(大體)를 알지 못하는 자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 크게는 한 나라와 작게는 한 관직이 각각 당연한 사체(事體)가 있지 않음이 없습니다. 의정부(議政府)로 고굉(股肱)을 삼고 승정원(承政院)으로 후설(喉舌)을 삼고 대간(臺諫)으로 이목(耳目)을 삼는 것은 곧 나라의 대체인데, 고굉·후설·이목의 책임을 맡는 자만이 사체(事體)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병균(秉鈞)170) 당축(當軸)171) 택규(宅揆)172) 대공(代工)173) 하여 어진이를 나오게 하고 어질지 못한 자는 물러나게 하여 나라와 휴척(休戚)을 함께 하는 것은 고굉의 사체이고, 부주(敷奏)174) 복역(復逆)175) 을 반드시 살펴서 이미 윤허한 뒤에 내보내어 간사한 자로 하여금 나올 수 없게 하는 것은 후설의 사체이며,격탁 양청(激濁揚淸)176) 하고 기강(紀綱)을 정돈(整頓)하고 진작(振作)시켜 위로는 임금의 잘못된 점을 보필하고, 아래로는 백관(百官)을 규찰(糾察)하여 청백(淸白)한 의논으로 하여금 위세가 있게 하고, 조정으로 하여금 엄숙하게 하는 것은 대간의 사체입니다. 무릇 그 직위(職位)에 있는 자가 각각 그 사체를 얻는다면 이 세상에 조처하기 어려운 일이 없을 것입니다.

임사홍(任士洪)이 소인(小人)임은 성상(聖上)께서 밝게 아시고 조정에서도 다 아는 것인데, 홍응(洪應)은 고굉(股肱)의 임무를 맡고 있으니, 그와 같이 재주만 있고 덕행(德行)이 없는 소인을 물리치더라도 혹 나오게 될까 염려해야 할 것인데, 이에 말하기를, ‘그는 승문원 제조(承文院提調)도 될 수 있습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그는 선위사(宣慰使)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제조(提調)는 한 관서(官署)의 장(長)이고 선위사는 소신대로 대답하는 책임을 맡는 것인데, 그런 것을 맡길 수 있다면 무슨 일인들 맡길 수 없겠습니까? 이는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다시 등용되는 계제(階梯)를 만들기 위한 데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옛날 왕연(王衍)이 등용되지 아니하였을 적에도 산도(山濤)는 반드시 창생을 그르칠 것이라고 근심하였었는데, 뒤에 등용되어 진(晉)나라의 화근(禍根)이 되었고, 노기(盧杞)가 등용되지 아니하였을 적에도 곽자의(郭子儀)는 그가 다음날 뜻을 얻게 될 것을 근심하였었는데, 뒤에 등용되어 당(唐)나라의 화근이 되었습니다. 옛날 대신(大臣)이 그 국가를 위해 원대한 염려를 한 것이 대개 그와 같았습니다. 그래서 굳게 거절하고 엄하게 끊으면서도 오히려 조그마한 틈이라도 노릴 수 있으면 소인의 혼란을 면하지 못하게 될까 염려하였는데, 더구나 빗장을 뽑아내고 자물쇠를 제거하고서 틈을 노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겠습니까? 홍응이 임사홍을 추천한 것이 어찌 대신으로서 어진이를 나오게 하고 어질지 못한 자를 물리치는 사체(事體)이겠습니까?

대신은 마땅히 나라를 위해 개인의 집은 의식하지 않아야 하고 공(公)을 위해 사(私)는 의식하지 말고서 마땅히 국가(國家)를 편안히 하고 사직(社稷)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를 삼아 충성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죽으나 사나 그렇게 해서 다만 어진이를 나오게 하고 어질지 못한 이를 물러나게 할 뿐이지 그 개인의 이롭고 이롭지 아니한 데 대해서야 언제 계산할 겨를이 있겠습니까? 홍응은 강개(慷慨)한 재상(宰相)으로 자처(自處)하면서 이에 말하기를, ‘임사홍이 선위사가 된다고 하여 신에게 무슨 도움이 있겠습니까?’ 하고, 또 말하기를, ‘재상이 일을 말할 적에 대간(臺諫)들이 문득 논박(論駁)을 한다면 누가 나라 일이 날로 그릇되는 것을 알며 누가 말을 다하여 구제하려고 하겠습니까?’라고 하였습니다. 대체로 대신에게 기대하는 것은 위태로운 것을 붙들어 주고 넘어지는 것을 부추겨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진실로 자기의 이익을 보고서 함부로 올바르지 아니한 사람을 추천하고 남의 말을 두려워하여 공의(公議)를 따르지 않는다면 임금은 누구와 함께 나라를 다스려야 하겠습니까? 대신이 진실로 모두 그와 같다면 나라도 위태로울 것입니다. 홍응은 사체를 모르는 자가 아닌데도 그 말이 이와 같으니, 그것이 어찌 대신이 나라와 휴척(休戚)을 함께 하는 뜻입니까?

대간을 설치한 목적은 기강(紀綱)을 진작(振作)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말이 임금의 승여(乘輿)에 미치게 되면 임금이 태도를 고치고 일이 낭묘(廊廟)에 관계된 것이면 재상도 대죄(待罪)하는데, 공의(公議)를 유지(維持)하기 위한 데 불과(不過)한 것입니다. 왕보지(汪輔之)가 부필(富弼)에게 말하기를, ‘공(公)이 재상이 되었으니, 다만 대간(臺諫)의 풍지(風旨)177) 만 받들 뿐이오.’라고 하였는데, 그 당시의 사람이 왕보지를 가리켜 실언(失言)했다고 하지 아니하였고 부필도 재상의 체통을 잃지 아니하였습니다. 그러니 대간은 나라에 유익함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상업(相業)에 있어서도 도움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홍응은 재상이 일을 말하면 대간이 문득 탄핵하는 것을 가지고 불가(不可)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대간들은 다만 재상의 풍지(風旨)만 받들어야 하겠습니까? 차라리 임금의 뜻은 거역하여도 감히 권신(權臣)의 뜻은 거역하지 못하고 차리리 공문(公門)을 저버릴지언정 감히 사실(私室)을 저버리지 못하는 것이 반드시 그 말로 인해 길이 열리지 않음이 없을 것인데, 그것이 어찌 대신으로서 도(道)를 논(論)하고 나라를 경영하는 뜻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요(堯)임금이 묻기를, ‘누가 나의 일을 계승할 자를 찾아주겠는가?’ 하니, 환도(驩兜)가 말하기를, ‘공공(共工)입니다.’ 하였는데, 요 임금이 말하기를, ‘아니다.’ 하고서 공공을 유주(幽州)에 유배(流配)하고 환도를 숭산(崇山)으로 추방(追放)하자, 천하(天下)에서 모두 그 처사에 승복하였습니다.

이번에 승정원에서 임사홍을 추천하여 선위사(宣慰使)로 주의(注擬)하였습니다. 성상(聖上)께서는 바야흐로 요(堯)·순(舜)의 정치를 숭상하고 있는데, 승정원에서 감히 환도와 같은 일을 본받으려고 하였습니다만, 사정(私情)이 없었던 일이라고 하면서 죄를 주지 아니하시니, 신(臣) 등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전하(殿下)께서 지혜(智慧)는 만물(萬物)에 뛰어나셨는데,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의 말을 들으시고 위엄이 만민(萬民)에 가해지셨는데도 필부(匹夫)에게 굴(屈)하십니다. 그와 같은 임금을 두고 어찌 차마 저버리겠습니까? 진실로 혹시라도 저버린다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습니까? 임사홍이 지난번에 승정원에 있을 적에 거의 조정을 어지럽힐 뻔하였었는데, 승정원에서 오늘날 악(惡)을 편든 죄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강단(剛斷)을 발휘하셔서 빨리 추핵(推劾)하도록 명하여, 고굉(股肱)·후설(喉舌)·이목(耳目)의 관(官)으로 하여금 각각 사체(事體)를 얻게 하시면 더 없는 다행이겠습니다."

하였는데, 임금이 말하기를,

"승정원이나 정승들은 모두 사정(私情)이 없었다. 상소(上疏) 중에는 정도에 지나친 말이 있다. 그러나 대간의 말이기 때문에 죄주지 않는다. 승정원에서는 본래 사정이 없었으니, 비록 너희들로 하여금 국문(鞫問)하게 하더라도 어찌 그 정상을 밝혀낼 수 있겠는가?"

하였다.

  • [註 170] 병균(秉鈞) : 권정을 잡음.
  • [註 171] 당축(當軸) : 요직에 있음.
  • [註 172] 택규(宅揆) : 모든 정사를 맡아 관장하는 관원.
  • [註 173] 대공(代工) : 자연 법칙을 따라 만물을 다스림.
  • [註 174] 부주(敷奏) : 임금에게 아룀.
  • [註 175] 복역(復逆) : 임금에게 아뢰는 일과 명을 받는 일.
  • [註 176] 격탁 양청(激濁揚淸) : 선(善)을 좋아하고 악(惡)을 미워함.
  • [註 177] 풍지(風旨) : 풍채(風采)와 의지(意志).

원문

○司憲府大司憲金礪石等、司諫院大司諫尹慜等上疏曰:

臣等聞, 傳曰: "爲治有體。" 居官任事, 是豈不知大體者所能堪也? 大而一國, 小而一官, 莫不各有當然之事體, 以議政府爲股肱, 以承政院爲喉舌, 以臺諫爲耳目, 此乃國家之大體也。 爲股肱喉舌耳目之任者, 獨無事體乎? 秉鈞當軸, 宅揆代工, 進賢退不肖, 與國同休戚者, 此股肱之事體也; 敷奏復逆必審之, 旣允而後入, 命令政敎必審之, 旣允而後出, 使奸邪不得進, 此喉舌之事體也。 激濁揚淸, 頓綱振紀, 上補袞闕, 下糾百官, 使淸議澟然, 朝廷肅然, 此臺諫之事體也。 凡厥在位者, 各得其體, 則天下無難處之事矣。 士洪之爲小人, 聖明所洞照, 朝廷所共知。 洪應居肱股之任, 則如此有才無行之小人, 退之猶懼, 其或進也, 乃曰: "是可謂承文院提調也。" 曰: "是可爲宣慰使也。" 提調爲一官之長, 宣慰使任專對之責, 是可任也, 何事不可任也? 不過藉此以爲復用之階耳。 昔王衍未用, 山濤憂其必誤蒼生, 後用之而爲晋禍; 盧杞未用, 郭子儀恐其他日之得志, 後用之而爲唐過。 古之大臣, 其爲國家, 長遠慮, 蓋如此, 固拒深絶, 唯恐微隙之可乘, 猶不免小人之亂, 況抽關去鑰, 授之以可投隙乎? 洪應之薦拔士洪, 此豈大臣進賢退不肖之事體乎? 大臣國耳忘家, 公耳忘私, 當以安國家利社稷爲己任, 盡忠竭力, 死生以之, 但知進賢退邪而已。 其身之利不利, 何暇計也? 洪應以慷慨宰相自處, 而乃曰: "士洪宣慰使, 於臣何益?" 又曰: "宰相言事, 臺諫輒駁, 則雖知國事之日非, 誰肯盡言以救之。" 所望於大臣者, 危而扶、顚而持也, 苟或見己之利而冒薦非人, 畏人之言而不循公議, 人主誰與共治天職乎? 大臣苟皆如此, 國家亦曰殆哉! 洪應非不知事體者也, 其言如此, 此豈大臣與國同休戚之意乎? 臺諫之設, 所以振紀綱也。 言及乘輿, 則人主改容, 事關廊廟, 則宰相待罪, 亦不過維持公議而已。 汪輔之謂富弼曰: "公爲宰相, 但奉臺諫風旨而已。" 其時人不以輔之爲失言, 而富弼亦不失宰相之體, 然則臺諫不惟有益於人國, 其於相業, 亦不爲無助。 洪應以宰相言事, 臺諫輒劾爲不可, 則爲臺諫者, 但奉宰相風旨而已乎? 寧忤人主而不敢忤權臣, 寧負公門而不敢負私室, 未必非此言啓之也, 此豈大臣論道經邦之意乎? 帝堯問疇咨若予工, 驩兜曰共工, 帝曰吁, 流共工于幽州, 放驩兜于崇山, 天下咸服。 今者政院擧士洪, 注擬宣慰使, 聖上方隆唐、虞之治, 政院敢效驩兜之擧, 以爲無情, 不之加罪, 臣等之所未解也。 殿下智出庶物, 而聽於至愚, 威加萬民, 而屈於匹夫, 有君如此, 其忍負之, 苟或負之, 何所不至? 士洪曩居政院, 幾亂朝政, 政院今日黨惡之罪, 可勝言哉? 伏望殿下, 廓揮剛斷, 亟命推劾, 使股肱喉舌耳目之官, 各得事體, 不勝幸甚。

上曰: "政院與政丞皆無情, 疏中有過情之辭, 然以臺諫之言故不罪。 政院本無情, 雖使爾等鞫之, 豈能得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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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263권, 성종 23년 3월 13일 癸未 5/7 기사 / 1492년 명 홍치(弘治) 5년

김여석·윤민 등이 임사홍의 일로 홍응과 승정원을 추핵하기를 상소하다

국역

사헌부 대사헌(司憲府大司憲) 김여석(金礪石) 등과 사간원 대사간(司諫院大司諫) 윤민(尹慜) 등이 상소(上疏)하기를,

"신(臣) 등은 듣건대, 전(傳)에 이르기를, ‘정치를 하는데 체(體)가 있다.’고 하였으니, 관직(官職)에 있으며 일을 맡는 것이 어찌 대체(大體)를 알지 못하는 자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 크게는 한 나라와 작게는 한 관직이 각각 당연한 사체(事體)가 있지 않음이 없습니다. 의정부(議政府)로 고굉(股肱)을 삼고 승정원(承政院)으로 후설(喉舌)을 삼고 대간(臺諫)으로 이목(耳目)을 삼는 것은 곧 나라의 대체인데, 고굉·후설·이목의 책임을 맡는 자만이 사체(事體)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병균(秉鈞)170) 당축(當軸)171) 택규(宅揆)172) 대공(代工)173) 하여 어진이를 나오게 하고 어질지 못한 자는 물러나게 하여 나라와 휴척(休戚)을 함께 하는 것은 고굉의 사체이고, 부주(敷奏)174) 복역(復逆)175) 을 반드시 살펴서 이미 윤허한 뒤에 내보내어 간사한 자로 하여금 나올 수 없게 하는 것은 후설의 사체이며,격탁 양청(激濁揚淸)176) 하고 기강(紀綱)을 정돈(整頓)하고 진작(振作)시켜 위로는 임금의 잘못된 점을 보필하고, 아래로는 백관(百官)을 규찰(糾察)하여 청백(淸白)한 의논으로 하여금 위세가 있게 하고, 조정으로 하여금 엄숙하게 하는 것은 대간의 사체입니다. 무릇 그 직위(職位)에 있는 자가 각각 그 사체를 얻는다면 이 세상에 조처하기 어려운 일이 없을 것입니다.

임사홍(任士洪)이 소인(小人)임은 성상(聖上)께서 밝게 아시고 조정에서도 다 아는 것인데, 홍응(洪應)은 고굉(股肱)의 임무를 맡고 있으니, 그와 같이 재주만 있고 덕행(德行)이 없는 소인을 물리치더라도 혹 나오게 될까 염려해야 할 것인데, 이에 말하기를, ‘그는 승문원 제조(承文院提調)도 될 수 있습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그는 선위사(宣慰使)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제조(提調)는 한 관서(官署)의 장(長)이고 선위사는 소신대로 대답하는 책임을 맡는 것인데, 그런 것을 맡길 수 있다면 무슨 일인들 맡길 수 없겠습니까? 이는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다시 등용되는 계제(階梯)를 만들기 위한 데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옛날 왕연(王衍)이 등용되지 아니하였을 적에도 산도(山濤)는 반드시 창생을 그르칠 것이라고 근심하였었는데, 뒤에 등용되어 진(晉)나라의 화근(禍根)이 되었고, 노기(盧杞)가 등용되지 아니하였을 적에도 곽자의(郭子儀)는 그가 다음날 뜻을 얻게 될 것을 근심하였었는데, 뒤에 등용되어 당(唐)나라의 화근이 되었습니다. 옛날 대신(大臣)이 그 국가를 위해 원대한 염려를 한 것이 대개 그와 같았습니다. 그래서 굳게 거절하고 엄하게 끊으면서도 오히려 조그마한 틈이라도 노릴 수 있으면 소인의 혼란을 면하지 못하게 될까 염려하였는데, 더구나 빗장을 뽑아내고 자물쇠를 제거하고서 틈을 노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겠습니까? 홍응이 임사홍을 추천한 것이 어찌 대신으로서 어진이를 나오게 하고 어질지 못한 자를 물리치는 사체(事體)이겠습니까?

대신은 마땅히 나라를 위해 개인의 집은 의식하지 않아야 하고 공(公)을 위해 사(私)는 의식하지 말고서 마땅히 국가(國家)를 편안히 하고 사직(社稷)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를 삼아 충성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죽으나 사나 그렇게 해서 다만 어진이를 나오게 하고 어질지 못한 이를 물러나게 할 뿐이지 그 개인의 이롭고 이롭지 아니한 데 대해서야 언제 계산할 겨를이 있겠습니까? 홍응은 강개(慷慨)한 재상(宰相)으로 자처(自處)하면서 이에 말하기를, ‘임사홍이 선위사가 된다고 하여 신에게 무슨 도움이 있겠습니까?’ 하고, 또 말하기를, ‘재상이 일을 말할 적에 대간(臺諫)들이 문득 논박(論駁)을 한다면 누가 나라 일이 날로 그릇되는 것을 알며 누가 말을 다하여 구제하려고 하겠습니까?’라고 하였습니다. 대체로 대신에게 기대하는 것은 위태로운 것을 붙들어 주고 넘어지는 것을 부추겨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진실로 자기의 이익을 보고서 함부로 올바르지 아니한 사람을 추천하고 남의 말을 두려워하여 공의(公議)를 따르지 않는다면 임금은 누구와 함께 나라를 다스려야 하겠습니까? 대신이 진실로 모두 그와 같다면 나라도 위태로울 것입니다. 홍응은 사체를 모르는 자가 아닌데도 그 말이 이와 같으니, 그것이 어찌 대신이 나라와 휴척(休戚)을 함께 하는 뜻입니까?

대간을 설치한 목적은 기강(紀綱)을 진작(振作)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말이 임금의 승여(乘輿)에 미치게 되면 임금이 태도를 고치고 일이 낭묘(廊廟)에 관계된 것이면 재상도 대죄(待罪)하는데, 공의(公議)를 유지(維持)하기 위한 데 불과(不過)한 것입니다. 왕보지(汪輔之)가 부필(富弼)에게 말하기를, ‘공(公)이 재상이 되었으니, 다만 대간(臺諫)의 풍지(風旨)177) 만 받들 뿐이오.’라고 하였는데, 그 당시의 사람이 왕보지를 가리켜 실언(失言)했다고 하지 아니하였고 부필도 재상의 체통을 잃지 아니하였습니다. 그러니 대간은 나라에 유익함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상업(相業)에 있어서도 도움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홍응은 재상이 일을 말하면 대간이 문득 탄핵하는 것을 가지고 불가(不可)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대간들은 다만 재상의 풍지(風旨)만 받들어야 하겠습니까? 차라리 임금의 뜻은 거역하여도 감히 권신(權臣)의 뜻은 거역하지 못하고 차리리 공문(公門)을 저버릴지언정 감히 사실(私室)을 저버리지 못하는 것이 반드시 그 말로 인해 길이 열리지 않음이 없을 것인데, 그것이 어찌 대신으로서 도(道)를 논(論)하고 나라를 경영하는 뜻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요(堯)임금이 묻기를, ‘누가 나의 일을 계승할 자를 찾아주겠는가?’ 하니, 환도(驩兜)가 말하기를, ‘공공(共工)입니다.’ 하였는데, 요 임금이 말하기를, ‘아니다.’ 하고서 공공을 유주(幽州)에 유배(流配)하고 환도를 숭산(崇山)으로 추방(追放)하자, 천하(天下)에서 모두 그 처사에 승복하였습니다.

이번에 승정원에서 임사홍을 추천하여 선위사(宣慰使)로 주의(注擬)하였습니다. 성상(聖上)께서는 바야흐로 요(堯)·순(舜)의 정치를 숭상하고 있는데, 승정원에서 감히 환도와 같은 일을 본받으려고 하였습니다만, 사정(私情)이 없었던 일이라고 하면서 죄를 주지 아니하시니, 신(臣) 등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전하(殿下)께서 지혜(智慧)는 만물(萬物)에 뛰어나셨는데,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의 말을 들으시고 위엄이 만민(萬民)에 가해지셨는데도 필부(匹夫)에게 굴(屈)하십니다. 그와 같은 임금을 두고 어찌 차마 저버리겠습니까? 진실로 혹시라도 저버린다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습니까? 임사홍이 지난번에 승정원에 있을 적에 거의 조정을 어지럽힐 뻔하였었는데, 승정원에서 오늘날 악(惡)을 편든 죄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강단(剛斷)을 발휘하셔서 빨리 추핵(推劾)하도록 명하여, 고굉(股肱)·후설(喉舌)·이목(耳目)의 관(官)으로 하여금 각각 사체(事體)를 얻게 하시면 더 없는 다행이겠습니다."

하였는데, 임금이 말하기를,

"승정원이나 정승들은 모두 사정(私情)이 없었다. 상소(上疏) 중에는 정도에 지나친 말이 있다. 그러나 대간의 말이기 때문에 죄주지 않는다. 승정원에서는 본래 사정이 없었으니, 비록 너희들로 하여금 국문(鞫問)하게 하더라도 어찌 그 정상을 밝혀낼 수 있겠는가?"

하였다.

  • [註 170] 병균(秉鈞) : 권정을 잡음.
  • [註 171] 당축(當軸) : 요직에 있음.
  • [註 172] 택규(宅揆) : 모든 정사를 맡아 관장하는 관원.
  • [註 173] 대공(代工) : 자연 법칙을 따라 만물을 다스림.
  • [註 174] 부주(敷奏) : 임금에게 아룀.
  • [註 175] 복역(復逆) : 임금에게 아뢰는 일과 명을 받는 일.
  • [註 176] 격탁 양청(激濁揚淸) : 선(善)을 좋아하고 악(惡)을 미워함.
  • [註 177] 풍지(風旨) : 풍채(風采)와 의지(意志).

원문

○司憲府大司憲金礪石等、司諫院大司諫尹慜等上疏曰:

臣等聞, 傳曰: "爲治有體。" 居官任事, 是豈不知大體者所能堪也? 大而一國, 小而一官, 莫不各有當然之事體, 以議政府爲股肱, 以承政院爲喉舌, 以臺諫爲耳目, 此乃國家之大體也。 爲股肱喉舌耳目之任者, 獨無事體乎? 秉鈞當軸, 宅揆代工, 進賢退不肖, 與國同休戚者, 此股肱之事體也; 敷奏復逆必審之, 旣允而後入, 命令政敎必審之, 旣允而後出, 使奸邪不得進, 此喉舌之事體也。 激濁揚淸, 頓綱振紀, 上補袞闕, 下糾百官, 使淸議澟然, 朝廷肅然, 此臺諫之事體也。 凡厥在位者, 各得其體, 則天下無難處之事矣。 士洪之爲小人, 聖明所洞照, 朝廷所共知。 洪應居肱股之任, 則如此有才無行之小人, 退之猶懼, 其或進也, 乃曰: "是可謂承文院提調也。" 曰: "是可爲宣慰使也。" 提調爲一官之長, 宣慰使任專對之責, 是可任也, 何事不可任也? 不過藉此以爲復用之階耳。 昔王衍未用, 山濤憂其必誤蒼生, 後用之而爲晋禍; 盧杞未用, 郭子儀恐其他日之得志, 後用之而爲唐過。 古之大臣, 其爲國家, 長遠慮, 蓋如此, 固拒深絶, 唯恐微隙之可乘, 猶不免小人之亂, 況抽關去鑰, 授之以可投隙乎? 洪應之薦拔士洪, 此豈大臣進賢退不肖之事體乎? 大臣國耳忘家, 公耳忘私, 當以安國家利社稷爲己任, 盡忠竭力, 死生以之, 但知進賢退邪而已。 其身之利不利, 何暇計也? 洪應以慷慨宰相自處, 而乃曰: "士洪宣慰使, 於臣何益?" 又曰: "宰相言事, 臺諫輒駁, 則雖知國事之日非, 誰肯盡言以救之。" 所望於大臣者, 危而扶、顚而持也, 苟或見己之利而冒薦非人, 畏人之言而不循公議, 人主誰與共治天職乎? 大臣苟皆如此, 國家亦曰殆哉! 洪應非不知事體者也, 其言如此, 此豈大臣與國同休戚之意乎? 臺諫之設, 所以振紀綱也。 言及乘輿, 則人主改容, 事關廊廟, 則宰相待罪, 亦不過維持公議而已。 汪輔之謂富弼曰: "公爲宰相, 但奉臺諫風旨而已。" 其時人不以輔之爲失言, 而富弼亦不失宰相之體, 然則臺諫不惟有益於人國, 其於相業, 亦不爲無助。 洪應以宰相言事, 臺諫輒劾爲不可, 則爲臺諫者, 但奉宰相風旨而已乎? 寧忤人主而不敢忤權臣, 寧負公門而不敢負私室, 未必非此言啓之也, 此豈大臣論道經邦之意乎? 帝堯問疇咨若予工, 驩兜曰共工, 帝曰吁, 流共工于幽州, 放驩兜于崇山, 天下咸服。 今者政院擧士洪, 注擬宣慰使, 聖上方隆唐、虞之治, 政院敢效驩兜之擧, 以爲無情, 不之加罪, 臣等之所未解也。 殿下智出庶物, 而聽於至愚, 威加萬民, 而屈於匹夫, 有君如此, 其忍負之, 苟或負之, 何所不至? 士洪曩居政院, 幾亂朝政, 政院今日黨惡之罪, 可勝言哉? 伏望殿下, 廓揮剛斷, 亟命推劾, 使股肱喉舌耳目之官, 各得事體, 不勝幸甚。

上曰: "政院與政丞皆無情, 疏中有過情之辭, 然以臺諫之言故不罪。 政院本無情, 雖使爾等鞫之, 豈能得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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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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