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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209권, 성종 18년 11월 7일 壬寅 2/6 기사 / 1487년 명 성화(成化) 23년

유양춘을 파직시키다

국역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장령(掌令) 봉원효(奉元孝)와 헌납(獻納) 최인(崔潾)이 아뢰기를,

"무릇 장(杖)을 속(贖)바친 자는 좌천(左遷)할 예(例)가 없습니다. 그런데 유양춘은 장을 속바치게 하고 좌천시켰으니, 청컨대 율(律)에 따라 과단(科斷)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유양춘이 벼슬이 오르기를 희구(希求)하는 마음이 있었는가는 알 수 없으며, 한 가지 일의 잘못을 가지고 소인(小人)이라 지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하였다. 봉원효가 다시 아뢰기를,

"유양춘은 일찍이 그 숙부(叔父)인 유현득(柳玄得)과 과제(科第)1005) 를 날카롭게 다투어 법사(法司)에까지 소송하였으니, 진실로 행동이 경박한 사람입니다. 이것으로 인하여 금고(禁錮)1006) 되었는데, 또 세조(世祖)께서 온양(溫陽)에 거둥하시어 대책(對策)1007) 으로 선비를 뽑을 때, 유양춘이 시험에 참여하지 못하자, 시(詩)를 지어 재상(宰相)에게 말하기를, ‘도망하는 군사 중에 어찌 한신(韓信)1008) 이 없다고 하겠소? 소하(蕭何)1009) 는 모름지기 한중왕(漢中王)1010) 에게 알리시오. [亡卒豈無韓信去 蕭何須報漢中王]’라고 하였으므로, 사림(士林)에서 이를 더럽게 여겼습니다. 그가 벼슬을 구하는 것은 젊었을 때부터 그러하였습니다."

하니, 임금이 좌우(左右)에 고문(顧問)하였다. 영상(領事) 윤필상(尹弼商)이 대답하기를,

"유양춘이 올려서는 안 될 부(賦)를 올렸으니, 이 풍습을 자라게 할 수 없습니다. 파직(罷職)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교언 영색(巧言令色)1011) 으로 진용(進用)되기를 희구(希求)하는 데 관한 율(律)이 바로 이 죄에 해당합니다. 만약에 죄를 주지 않는다면, 선비의 풍습이 이로 인하여 아름답지 못할 것입니다."

하고, 지사(知事) 서거정(徐居正)이 아뢰기를,

"예전에 삼도부(三都賦)1012) 를 바친 자가 있었고, 상림부(上林賦)1013) 와 자허부(子虛賦)를 바친 자가 있었으며, 한유(韓愈)1014) 는 세 번이나 재상(宰相)에게 글을 올렸고, 맹호연(孟浩然)은 재주가 없으니 명주(明主)가 버렸으며, 병(病)이 많으니 친구[故人]도 드물다.[不才明主棄 多病故人踈]는 글귀가 있습니다. 그러나 옛날과 지금은 같지 아니하며, 옛사람은 처심(處心)이 바르기 때문에 그것을 그르게 여긴 자가 없었습니다. 예로부터 문인(文人)·재사(才士)는 거의 모두가 부박(浮薄)1015) 하였으니, 유양춘이 부(賦)를 바친 것도 다른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고, 특별히 부박한 데서 한 것일 뿐입니다."

하였다. 윤필상이 다시 아뢰기를,

"옛사람으로 모수(毛遂)1016) 는 자기를 천거(薦擧)하고, 한유(韓愈)는 〈세 번이나〉 글을 올렸지만, 유양춘의 일은 그러하지 않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를 파직(罷職)하라."

하였다. 시강관(侍講官) 이승건(李承健)이 아뢰기를,

"지금 겨울철을 당하여 천둥하고 번개가 치니, 청컨대 공구 수성(恐懼修省)1017) 하시어 천견(天譴)1018) 에 답(答)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다. 내가 마땅히 교지(敎旨)를 내려 구언(求言)1019) 하여, 백성의 폐막(弊瘼)1020) 을 묻겠다."

하였다. 이승건이 아뢰기를,

"화기(和氣)를 손상하고 재앙(災殃)을 부르는 것은 모두 옥송(獄訟)으로 말미암으니, 청컨대 중외(中外)로 하여금 지체하지 말고 소결(疏決)1021) 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지금 불상(佛像)을 훔친 데 연계(連繫)된 자가 거의 백여 명이니, 마땅히 속히 처결(處決)하라."

하였다.

  • [註 1005] 과제(科第) : 시험의 등급.
  • [註 1006] 금고(禁錮) : 죄과로 인하여 벼슬길에 쓰이지 아니함.
  • [註 1007] 대책(對策) : 시정(時政) 또는 경의(經義)에 관한 과거 문제의 답안.
  • [註 1008] 한신(韓信) : 한(漢)나라 고조(高祖)의 명신(名臣).
  • [註 1009] 소하(蕭何) : 한나라 고조 때의 공신.
  • [註 1010] 한중왕(漢中王) : 한나라 고조.
  • [註 1011] 교언 영색(巧言令色) :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아첨하는 교묘한 말과 보기좋게 꾸미는 얼굴빛.
  • [註 1012] 삼도부(三都賦) : 진(晉)나라 좌사(左思)가 지은 촉도부(蜀都賦)·오도부(吳都賦)·위도부(魏都賦)를 이름. 각도읍의 풍물(風物)을 읊은 것으로, 낙양(洛陽)의 지가(紙價)를 올렸다고 함.
  • [註 1013] 상림부(上林賦) :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지은 문장(文章)의 하나. 자허부(子虛賦)에 뒤이어 지은 것으로서, 자허부는 제후(諸侯)의 사냥을 서술한 것이고, 상림부는 천자(天子)가 상림원(上林苑)에서 사냥하는 것을 서술한 것임.
  • [註 1014] 한유(韓愈) : 당(唐)나라 문장가.
  • [註 1015] 부박(浮薄) : 들뜨고 경박함.
  • [註 1016] 모수(毛遂) : 전국 시대 조(趙)나라 평원군(平原君)의 식객(食客).
  • [註 1017] 공구 수성(恐懼修省) : 몹시 두려워하여 삼가고 조심함.
  • [註 1018] 천견(天譴) : 하늘의 견책.
  • [註 1019] 구언(求言) : 나라에 재변(災變)이 있을 때 임금이 근신하는 의미에서 시정(時政)의 잘못과 민폐(民弊)에 대한 바른 말을 구하던 제도.
  • [註 1020] 폐막(弊瘼) : 나쁜 폐단.
  • [註 1021] 소결(疏決) : 죄수를 너그럽게 처결함.

원문

○御經筵。 講訖, 掌令奉元孝、獻納崔潾啓曰: "凡杖贖者, 無左遷之例。 而柳陽春杖贖左遷, 請依律科斷。" 上曰: "陽春希求干進之心, 未可知也, 不可以一事之失, 指爲小人也。" 元孝更啓曰: "陽春曾與叔父玄得利爭科第, 訟于法司, 眞薄行人也, 坐此禁錮。 且世祖幸溫陽策士, 陽春未得與試, 作詩干宰相曰: ‘亡卒豈無韓信去? 蕭何須報漢中王。’ 士林鄙之。 其干進, 自少而然。" 上顧問左右, 領事尹弼商對曰: "陽春不當獻而獻賦, 此風不可長也, 罷職宜矣。巧言佞色希求進用之律, 正當此罪。 若不罪之, 則士習由此不美矣。" 知事徐居正啓曰: "古有獻《三都賦》者焉, 獻《上林》、《子虛賦》者焉。 韓愈則三上書宰相, 孟浩然則有 ‘不才明主棄, 多病故人踈。’ 之句。 然古與今不同, 古人處心正, 故無非之者。 自古文人才士, 類皆浮薄, 陽春獻賦, 非有他心, 特其浮薄之所使耳。" 弼商更啓曰: "古人如毛遂自薦, 韓愈上書; 陽春之事, 則不然。" 上曰: "其罷職。" 侍講官李承健啓曰: "今當冬月, 雷動電出, 請恐懼修省, 以答天譴。" 上曰: "然。 予當下敎求言, 問民弊瘼。" 承健曰: "傷和召災, 皆由獄訟。 請令中外, 勿滯疏決。" 上曰: "今盜佛像連繫者幾百餘, 當速處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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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209권, 성종 18년 11월 7일 壬寅 2/6 기사 / 1487년 명 성화(成化) 23년

유양춘을 파직시키다

국역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장령(掌令) 봉원효(奉元孝)와 헌납(獻納) 최인(崔潾)이 아뢰기를,

"무릇 장(杖)을 속(贖)바친 자는 좌천(左遷)할 예(例)가 없습니다. 그런데 유양춘은 장을 속바치게 하고 좌천시켰으니, 청컨대 율(律)에 따라 과단(科斷)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유양춘이 벼슬이 오르기를 희구(希求)하는 마음이 있었는가는 알 수 없으며, 한 가지 일의 잘못을 가지고 소인(小人)이라 지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하였다. 봉원효가 다시 아뢰기를,

"유양춘은 일찍이 그 숙부(叔父)인 유현득(柳玄得)과 과제(科第)1005) 를 날카롭게 다투어 법사(法司)에까지 소송하였으니, 진실로 행동이 경박한 사람입니다. 이것으로 인하여 금고(禁錮)1006) 되었는데, 또 세조(世祖)께서 온양(溫陽)에 거둥하시어 대책(對策)1007) 으로 선비를 뽑을 때, 유양춘이 시험에 참여하지 못하자, 시(詩)를 지어 재상(宰相)에게 말하기를, ‘도망하는 군사 중에 어찌 한신(韓信)1008) 이 없다고 하겠소? 소하(蕭何)1009) 는 모름지기 한중왕(漢中王)1010) 에게 알리시오. [亡卒豈無韓信去 蕭何須報漢中王]’라고 하였으므로, 사림(士林)에서 이를 더럽게 여겼습니다. 그가 벼슬을 구하는 것은 젊었을 때부터 그러하였습니다."

하니, 임금이 좌우(左右)에 고문(顧問)하였다. 영상(領事) 윤필상(尹弼商)이 대답하기를,

"유양춘이 올려서는 안 될 부(賦)를 올렸으니, 이 풍습을 자라게 할 수 없습니다. 파직(罷職)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교언 영색(巧言令色)1011) 으로 진용(進用)되기를 희구(希求)하는 데 관한 율(律)이 바로 이 죄에 해당합니다. 만약에 죄를 주지 않는다면, 선비의 풍습이 이로 인하여 아름답지 못할 것입니다."

하고, 지사(知事) 서거정(徐居正)이 아뢰기를,

"예전에 삼도부(三都賦)1012) 를 바친 자가 있었고, 상림부(上林賦)1013) 와 자허부(子虛賦)를 바친 자가 있었으며, 한유(韓愈)1014) 는 세 번이나 재상(宰相)에게 글을 올렸고, 맹호연(孟浩然)은 재주가 없으니 명주(明主)가 버렸으며, 병(病)이 많으니 친구[故人]도 드물다.[不才明主棄 多病故人踈]는 글귀가 있습니다. 그러나 옛날과 지금은 같지 아니하며, 옛사람은 처심(處心)이 바르기 때문에 그것을 그르게 여긴 자가 없었습니다. 예로부터 문인(文人)·재사(才士)는 거의 모두가 부박(浮薄)1015) 하였으니, 유양춘이 부(賦)를 바친 것도 다른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고, 특별히 부박한 데서 한 것일 뿐입니다."

하였다. 윤필상이 다시 아뢰기를,

"옛사람으로 모수(毛遂)1016) 는 자기를 천거(薦擧)하고, 한유(韓愈)는 〈세 번이나〉 글을 올렸지만, 유양춘의 일은 그러하지 않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를 파직(罷職)하라."

하였다. 시강관(侍講官) 이승건(李承健)이 아뢰기를,

"지금 겨울철을 당하여 천둥하고 번개가 치니, 청컨대 공구 수성(恐懼修省)1017) 하시어 천견(天譴)1018) 에 답(答)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다. 내가 마땅히 교지(敎旨)를 내려 구언(求言)1019) 하여, 백성의 폐막(弊瘼)1020) 을 묻겠다."

하였다. 이승건이 아뢰기를,

"화기(和氣)를 손상하고 재앙(災殃)을 부르는 것은 모두 옥송(獄訟)으로 말미암으니, 청컨대 중외(中外)로 하여금 지체하지 말고 소결(疏決)1021) 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지금 불상(佛像)을 훔친 데 연계(連繫)된 자가 거의 백여 명이니, 마땅히 속히 처결(處決)하라."

하였다.

  • [註 1005] 과제(科第) : 시험의 등급.
  • [註 1006] 금고(禁錮) : 죄과로 인하여 벼슬길에 쓰이지 아니함.
  • [註 1007] 대책(對策) : 시정(時政) 또는 경의(經義)에 관한 과거 문제의 답안.
  • [註 1008] 한신(韓信) : 한(漢)나라 고조(高祖)의 명신(名臣).
  • [註 1009] 소하(蕭何) : 한나라 고조 때의 공신.
  • [註 1010] 한중왕(漢中王) : 한나라 고조.
  • [註 1011] 교언 영색(巧言令色) :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아첨하는 교묘한 말과 보기좋게 꾸미는 얼굴빛.
  • [註 1012] 삼도부(三都賦) : 진(晉)나라 좌사(左思)가 지은 촉도부(蜀都賦)·오도부(吳都賦)·위도부(魏都賦)를 이름. 각도읍의 풍물(風物)을 읊은 것으로, 낙양(洛陽)의 지가(紙價)를 올렸다고 함.
  • [註 1013] 상림부(上林賦) :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지은 문장(文章)의 하나. 자허부(子虛賦)에 뒤이어 지은 것으로서, 자허부는 제후(諸侯)의 사냥을 서술한 것이고, 상림부는 천자(天子)가 상림원(上林苑)에서 사냥하는 것을 서술한 것임.
  • [註 1014] 한유(韓愈) : 당(唐)나라 문장가.
  • [註 1015] 부박(浮薄) : 들뜨고 경박함.
  • [註 1016] 모수(毛遂) : 전국 시대 조(趙)나라 평원군(平原君)의 식객(食客).
  • [註 1017] 공구 수성(恐懼修省) : 몹시 두려워하여 삼가고 조심함.
  • [註 1018] 천견(天譴) : 하늘의 견책.
  • [註 1019] 구언(求言) : 나라에 재변(災變)이 있을 때 임금이 근신하는 의미에서 시정(時政)의 잘못과 민폐(民弊)에 대한 바른 말을 구하던 제도.
  • [註 1020] 폐막(弊瘼) : 나쁜 폐단.
  • [註 1021] 소결(疏決) : 죄수를 너그럽게 처결함.

원문

○御經筵。 講訖, 掌令奉元孝、獻納崔潾啓曰: "凡杖贖者, 無左遷之例。 而柳陽春杖贖左遷, 請依律科斷。" 上曰: "陽春希求干進之心, 未可知也, 不可以一事之失, 指爲小人也。" 元孝更啓曰: "陽春曾與叔父玄得利爭科第, 訟于法司, 眞薄行人也, 坐此禁錮。 且世祖幸溫陽策士, 陽春未得與試, 作詩干宰相曰: ‘亡卒豈無韓信去? 蕭何須報漢中王。’ 士林鄙之。 其干進, 自少而然。" 上顧問左右, 領事尹弼商對曰: "陽春不當獻而獻賦, 此風不可長也, 罷職宜矣。巧言佞色希求進用之律, 正當此罪。 若不罪之, 則士習由此不美矣。" 知事徐居正啓曰: "古有獻《三都賦》者焉, 獻《上林》、《子虛賦》者焉。 韓愈則三上書宰相, 孟浩然則有 ‘不才明主棄, 多病故人踈。’ 之句。 然古與今不同, 古人處心正, 故無非之者。 自古文人才士, 類皆浮薄, 陽春獻賦, 非有他心, 特其浮薄之所使耳。" 弼商更啓曰: "古人如毛遂自薦, 韓愈上書; 陽春之事, 則不然。" 上曰: "其罷職。" 侍講官李承健啓曰: "今當冬月, 雷動電出, 請恐懼修省, 以答天譴。" 上曰: "然。 予當下敎求言, 問民弊瘼。" 承健曰: "傷和召災, 皆由獄訟。 請令中外, 勿滯疏決。" 上曰: "今盜佛像連繫者幾百餘, 當速處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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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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