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실록156권, 성종 14년 7월 30일 庚申 2/3 기사 / 1483년 명 성화(成化) 19년
경복궁에서 두 사신을 맞아 잔치를 베풀다
국역
임금이 경복궁(景福宮)에 거둥하여 두 중국 사신을 맞아다가 경회루(慶會樓) 아래에서 잔치를 베풀었는데, 상사(上使) 정동(鄭同)은 병 때문에 오지 않았다. 부사(副使) 김흥(金興)이 친히 어상(御床)을 들어 북쪽에다 남쪽을 향하여 옮겨 놓고 청하기를,
"전하께서는 자리에 오르소서. 소민(小民)이 고두(叩頭)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정 태감(鄭太監)이 번번이 나로 하여금 실례(失禮)하게 하더니, 대인(大人)도 어찌하여 이렇게 하시오?"
하였다. 김흥이 말하기를,
"저는 늙은 종이고 전하께서는 본국의 임금이시니, 자리에 올라 예(禮)를 받으시는 것도 예도(禮度)에 있어서 진실로 마땅합니다."
하니, 임금이 마지못하여 그대로 따랐다. 인정 예물(人情禮物)로 표피 아다개(豹皮阿多介) 1, 궁시 건복구(弓矢鞬服具) 1부(部), 잡채화석(雜彩花席) 1장(張), 호초(胡椒) 5두(斗), 연육장 유둔(連六張油芚) 2사(事), 연이장 유석(連二張油席) 4사, 장전(長箭) 4부, 백저포(白苧布) 20필(匹), 홍세저포 원령(紅細苧布圓領) 1, 흑세저포 직령(黑細苧布直領) 1, 백저포 철릭(白苧布帖裏) 2를 주니, 부사가 앞에 나아가 고두(叩頭)하여 사례하고 먼저 술잔을 돌리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대인은 어찌하여 이렇게 하시오?"
하니, 김흥이 말하기를
"오늘은 전하의 탄일이니, 전하께서는 자리에 올라 소민이 바치는 술을 받으시고 나서 소민에게 술을 내리소서."
하였다. 임금이 마지못하여 그대로 따르자, 김흥이 쌍배(雙杯)를 바치고 임금도 쌍배로 술잔을 돌려주었다. 월산 대군(月山大君) 이정(李婷)이 술잔을 돌릴 때에 김흥이 전하께서 먼저 받으소서.’라고 청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이어서 승지(承旨)에게 명하여 두목(頭目)을 불러 술을 내리고, 또 각각 선자(扇子) 4파(把), 유석(油席) 1사(事), 호초(胡椒) 5승(升)을 내려 주게 하였다. 임금이 두목 갈귀(葛貴)에게 말하기를,
"네가 문자(文字)를 능히 아니, 내가 매우 가상하게 여긴다. 네가 글 한 귀(句)를 지을 수 있겠느냐?"
하니, 갈귀가 사운 율시(四韻律詩)를 지어서 바쳤다. 그 시에 이르기를,
"지리한 비 거두어 갠 경치 새롭고
옥루(玉樓) 깊은 곳에 생신을 경축하니,
천관(千官)이 정숙한 데에 상연(祥煙)이 아늑하고,
오위(五衛)가 벌인 곳에 서기(瑞氣)가 삼엄하네.
중국의 늙은 사신 축수 술을 올리고
문명국의 밝은 임금 진기한 것 받는데,
어리석은 이 몸도 봉인(封人)의 축수(祝壽)718) 올리니
복지(福祉)는 이어이어 억만년을 누리리."
하였는데, 명하여 흑마포(黑麻布) 4필을 주게 하였다. 김흥이 다시 술을 바치겠다고 청하며 말하기를,
"소민은 늙었으므로 다시올 수 없을 것이니, 청컨대 전하께서 받으소서."
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으며, 김흥이 쌍배를 올리고 임금도 쌍배로 술잔을 돌려주었다. 김흥이 마시고 나서 말하기를,
"전하께서 소민을 어여삐 여기시어, 일가 친척에게 모두 벼슬을 올리고 가난한 자에게는 쌀을 내려 주었으며 또 선영(先塋)에 사제(賜祭)하셨으니, 전하의 만세(萬歲)를 빕니다."
하고는 고두(叩頭)하고서 하직하고 나갔다. 임금이 처마 밑까지 배웅하자, 김흥이 굳이 그만두기를 청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이어서 도승지(都承旨) 이세좌(李世佐)에게 명하여 상사(上使)에게 가서 인정 물건(人情物件)을 주게 하니, 상사가 북향하여 고두하고 받았다.
- 【태백산사고본】 23책 156권 31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491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사급(賜給)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
- [註 718] 봉인(封人)의 축수(祝壽) : 요(堯)임금이 화산(華山:화봉(華封))을 순행할 때 백성들이 임금의 덕(德)을 찬양하여, "성인(聖人)은 수(壽)하시고, 성인은 부(富)하시고, 성인은 다남(多男)하시라."고 세 번 축복하였다는 고사.
원문
○上幸景福宮, 邀兩天使, 設宴于慶會樓下。 上使鄭同, 以病不來。 副使金興, 親執御床, 移北向南, 請曰: "殿下陞坐。 小民叩頭。" 上曰: "鄭太監每敎我失禮, 大人又何如此乎?" 興曰: "我是老奴, 殿下是本國之主, 陞座受禮, 禮固當然。" 上不得已從之。 贈人情禮物, 豹皮阿多介一, 弓矢鞬服具一部, 雜彩花席十張, 胡椒五斗, 連六張油芚二事, 連二張油席四事, 長箭四部, 白苧布二十匹, 紅細苧布圓領一, 黑細苧布直領一, 白苧布帖裏二。 副使就前叩頭謝, 欲先行酒。 上曰: "大人何乃如此?" 興曰: "今日, 乃殿下誕日也。 請殿下陞座, 受小民進酒, 後賜小民酒。" 上不得已從之, 興進雙杯, 上亦酬雙杯。 月山大君 婷行酒, 興請殿下先之, 上從之。 仍命承旨, 招頭目賜酒, 又各賜扇子四把、油席一事、胡椒五升。" 上謂頭目葛貴曰: "汝能解文字, 予甚嘉之。 汝能作一句乎?" 貴乃作四韻律詩, 以進其詩曰:
宿雨初收霽景新, 玉樓深處慶生辰。 祥烟縹緲千官肅, 瑞氣森嚴五衛陳。 天府老星呈壽酒, 明邦哲主納奇珍。 愚臣也獻封人祝, 福祉綿綿億萬春。
命贈黑麻布四匹。 金興更請進酒曰: "小民年老, 不得更來。 請殿下受之。" 上從之, 興進雙杯, 上亦酬雙杯。 興飮訖曰: "殿下矜憐小民, 一家親戚, 竝陞官職, 貧者賜之米, 又賜祭于先塋。 殿下萬歲萬歲。" 仍叩頭辭出。 上送至(詹)〔簷〕 下, 興固請止, 從之。 仍命都承旨李世佐, 往贈上使人情物件, 上使北向叩頭受。
- 【태백산사고본】 23책 156권 31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491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사급(賜給)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
성종 14년 (1483) 7월 30일
성종실록156권, 성종 14년 7월 30일 庚申 2/3 기사 / 1483년 명 성화(成化) 19년
경복궁에서 두 사신을 맞아 잔치를 베풀다
국역
임금이 경복궁(景福宮)에 거둥하여 두 중국 사신을 맞아다가 경회루(慶會樓) 아래에서 잔치를 베풀었는데, 상사(上使) 정동(鄭同)은 병 때문에 오지 않았다. 부사(副使) 김흥(金興)이 친히 어상(御床)을 들어 북쪽에다 남쪽을 향하여 옮겨 놓고 청하기를,
"전하께서는 자리에 오르소서. 소민(小民)이 고두(叩頭)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정 태감(鄭太監)이 번번이 나로 하여금 실례(失禮)하게 하더니, 대인(大人)도 어찌하여 이렇게 하시오?"
하였다. 김흥이 말하기를,
"저는 늙은 종이고 전하께서는 본국의 임금이시니, 자리에 올라 예(禮)를 받으시는 것도 예도(禮度)에 있어서 진실로 마땅합니다."
하니, 임금이 마지못하여 그대로 따랐다. 인정 예물(人情禮物)로 표피 아다개(豹皮阿多介) 1, 궁시 건복구(弓矢鞬服具) 1부(部), 잡채화석(雜彩花席) 1장(張), 호초(胡椒) 5두(斗), 연육장 유둔(連六張油芚) 2사(事), 연이장 유석(連二張油席) 4사, 장전(長箭) 4부, 백저포(白苧布) 20필(匹), 홍세저포 원령(紅細苧布圓領) 1, 흑세저포 직령(黑細苧布直領) 1, 백저포 철릭(白苧布帖裏) 2를 주니, 부사가 앞에 나아가 고두(叩頭)하여 사례하고 먼저 술잔을 돌리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대인은 어찌하여 이렇게 하시오?"
하니, 김흥이 말하기를
"오늘은 전하의 탄일이니, 전하께서는 자리에 올라 소민이 바치는 술을 받으시고 나서 소민에게 술을 내리소서."
하였다. 임금이 마지못하여 그대로 따르자, 김흥이 쌍배(雙杯)를 바치고 임금도 쌍배로 술잔을 돌려주었다. 월산 대군(月山大君) 이정(李婷)이 술잔을 돌릴 때에 김흥이 전하께서 먼저 받으소서.’라고 청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이어서 승지(承旨)에게 명하여 두목(頭目)을 불러 술을 내리고, 또 각각 선자(扇子) 4파(把), 유석(油席) 1사(事), 호초(胡椒) 5승(升)을 내려 주게 하였다. 임금이 두목 갈귀(葛貴)에게 말하기를,
"네가 문자(文字)를 능히 아니, 내가 매우 가상하게 여긴다. 네가 글 한 귀(句)를 지을 수 있겠느냐?"
하니, 갈귀가 사운 율시(四韻律詩)를 지어서 바쳤다. 그 시에 이르기를,
"지리한 비 거두어 갠 경치 새롭고
옥루(玉樓) 깊은 곳에 생신을 경축하니,
천관(千官)이 정숙한 데에 상연(祥煙)이 아늑하고,
오위(五衛)가 벌인 곳에 서기(瑞氣)가 삼엄하네.
중국의 늙은 사신 축수 술을 올리고
문명국의 밝은 임금 진기한 것 받는데,
어리석은 이 몸도 봉인(封人)의 축수(祝壽)718) 올리니
복지(福祉)는 이어이어 억만년을 누리리."
하였는데, 명하여 흑마포(黑麻布) 4필을 주게 하였다. 김흥이 다시 술을 바치겠다고 청하며 말하기를,
"소민은 늙었으므로 다시올 수 없을 것이니, 청컨대 전하께서 받으소서."
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으며, 김흥이 쌍배를 올리고 임금도 쌍배로 술잔을 돌려주었다. 김흥이 마시고 나서 말하기를,
"전하께서 소민을 어여삐 여기시어, 일가 친척에게 모두 벼슬을 올리고 가난한 자에게는 쌀을 내려 주었으며 또 선영(先塋)에 사제(賜祭)하셨으니, 전하의 만세(萬歲)를 빕니다."
하고는 고두(叩頭)하고서 하직하고 나갔다. 임금이 처마 밑까지 배웅하자, 김흥이 굳이 그만두기를 청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이어서 도승지(都承旨) 이세좌(李世佐)에게 명하여 상사(上使)에게 가서 인정 물건(人情物件)을 주게 하니, 상사가 북향하여 고두하고 받았다.
- 【태백산사고본】 23책 156권 31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491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사급(賜給)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
- [註 718] 봉인(封人)의 축수(祝壽) : 요(堯)임금이 화산(華山:화봉(華封))을 순행할 때 백성들이 임금의 덕(德)을 찬양하여, "성인(聖人)은 수(壽)하시고, 성인은 부(富)하시고, 성인은 다남(多男)하시라."고 세 번 축복하였다는 고사.
원문
○上幸景福宮, 邀兩天使, 設宴于慶會樓下。 上使鄭同, 以病不來。 副使金興, 親執御床, 移北向南, 請曰: "殿下陞坐。 小民叩頭。" 上曰: "鄭太監每敎我失禮, 大人又何如此乎?" 興曰: "我是老奴, 殿下是本國之主, 陞座受禮, 禮固當然。" 上不得已從之。 贈人情禮物, 豹皮阿多介一, 弓矢鞬服具一部, 雜彩花席十張, 胡椒五斗, 連六張油芚二事, 連二張油席四事, 長箭四部, 白苧布二十匹, 紅細苧布圓領一, 黑細苧布直領一, 白苧布帖裏二。 副使就前叩頭謝, 欲先行酒。 上曰: "大人何乃如此?" 興曰: "今日, 乃殿下誕日也。 請殿下陞座, 受小民進酒, 後賜小民酒。" 上不得已從之, 興進雙杯, 上亦酬雙杯。 月山大君 婷行酒, 興請殿下先之, 上從之。 仍命承旨, 招頭目賜酒, 又各賜扇子四把、油席一事、胡椒五升。" 上謂頭目葛貴曰: "汝能解文字, 予甚嘉之。 汝能作一句乎?" 貴乃作四韻律詩, 以進其詩曰:
宿雨初收霽景新, 玉樓深處慶生辰。 祥烟縹緲千官肅, 瑞氣森嚴五衛陳。 天府老星呈壽酒, 明邦哲主納奇珍。 愚臣也獻封人祝, 福祉綿綿億萬春。
命贈黑麻布四匹。 金興更請進酒曰: "小民年老, 不得更來。 請殿下受之。" 上從之, 興進雙杯, 上亦酬雙杯。 興飮訖曰: "殿下矜憐小民, 一家親戚, 竝陞官職, 貧者賜之米, 又賜祭于先塋。 殿下萬歲萬歲。" 仍叩頭辭出。 上送至(詹)〔簷〕 下, 興固請止, 從之。 仍命都承旨李世佐, 往贈上使人情物件, 上使北向叩頭受。
- 【태백산사고본】 23책 156권 31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491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사급(賜給)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
원본
성종 14년 (1483) 7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