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실록98권, 성종 9년 11월 22일 己卯 5/6 기사 / 1478년 명 성화(成化) 14년
종친에게 기첩을 두게 하는 문제를 정승과 월산 대군·덕원군 등과 의논하게 하다
국역
종친(宗親)인 덕원군(德源君) 이서(李曙) 등이 와서 아뢰기를,
"어제 전지(傳旨)에, 종친과 재추로서 집에 데리고 사는 기첩(妓妾) 외에 다른 기첩의 소생(所生)은 종량(從良)하지 못하게 하였는데, 신 등은 옳지 못하다고 여깁니다. 만약 이 법이 만들어지면 종친(宗親)의 아들이 혹 천역(賤役)에 종사(從事)하게 될 경우, ‘우리 아버지는 어느 종친이고, 우리 할아버지는 어느 왕(王)이다.’라고 할 텐데, 천역에 종사하게 함이 옳겠습니까? 종친의 아들뿐만이 아닙니다. 절도사(節度使)는 여러 해 동안 기첩을 데리고 사는데, 그 자녀(子女)를 또한 종량하지 못하게 함이 옳겠습니까? 신 등의 생각입니다만, 비록 집에 두지 아니하더라도 혹 부모의 집이나 혹은 별도로 집을 지어 머물게 한 것도 집에 데리고 있지 않은 것으로 논(論)하겠습니까? 품지(稟旨)982) 를 원합니다."
하니, 어서(御書)로 대답하기를,
"이번에 여러 의견을 보니, 내가 종실(宗室)을 귀(貴)하게 여기고 천륜(天倫)을 중(重)하게 여기는 뜻을 너무나 모른다. 대체로 기생[妓]은 본래 아내가 없는 군사(軍士)에게 주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다. 예를 들어 길거리의 버들이나 담장의 꽃처럼 사람마다 꺾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자녀(子女)는 진실로 누구의 소생인지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령 대군(大君)의 첩(妾)이 몰래 다른 사람과 간통하여 자식을 낳았다면, 대군이 그것을 알 수 있겠는가? 그 의미는 다만 그 아들만 잘 되게 하고자 할 뿐이니, 어찌 사실대로 고(告)하려 하겠는가? 이런 것은 종실(宗室)에 누(累)를 끼치고 천륜(天倫)을 거역함이 아닌가? 하늘에 계신 조종(祖宗)의 영령(英靈)이 무어라고 하겠는가?
하였다. 덕원군(德源君) 등이 계속하여 아뢰기를,
"만약 부모의 집에 두었거나 별도로 집을 지어 살게 하면서, 노비(奴婢)도 주고 의식(衣食)도 공급한 첩(妾)의 자녀는, 모두 집에 데리고 있는 예(例)가 따라 속신(贖身)하여서 종량(從良)하게 함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전교(傳敎)하기를,
"모두 경(卿) 등의 말대로 따르겠다."
하고, 이어 전지(傳旨)를 고쳐서 내리기를,
"무릇 종친(宗親)이나 대소 인원(大小人員)의 집에 데리고 있거나, 부모의 집에 두거나, 혹 별도로 집을 마련해 주고서 노비도 주고 의식도 공급해 준 기첩(妓妾)의 소생을 제외하고는 속신(贖身)하여 종량(從良)하지 못하게 하라."
하였다. 승정원(承政院)에서 아뢰기를,
"이렇게 법을 만들면, 이는 종친에게 기첩을 두게 하는 실마리를 여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정처(正妻)를 소박(疎薄)하는 것을 일체 엄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간혹 법을 범하는 자가 있어도 국가에서 이를 방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형편입니다. 이제 이런 법을 만들면, 기첩을 두고자 하는 자가 법대로 하기 위한 수단으로, 집에 데리고 있지 않은 자는 부모의 집에 둘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별도로 집을 지어 노비(奴婢)와 의식(衣食)을 임의(任意)대로 공급할 것이니, 그 정처를 소박하는 법에 있어서 어찌 되겠습니까? 지극히 적합하지 못합니다."
하니, 전교(傳敎)하기를,
"내일 월산 대군(月山大君)·덕원군(德源君)·의성군(誼城君)·은천군(銀川君)·옥산군(玉山君)과 일찍이 정승(政丞)을 지낸 이들을 불러서 의논하여 아뢰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98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9책 666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신분-신분변동(身分變動) / 신분-천인(賤人)
- [註 982] 품지(稟旨) : 임금께 아뢰어 분부를 받음.
원문
○宗親德源君 曙等來啓曰: "昨日傳旨, 宗宰妓妾家畜外妓妾所産, 勿許從良, 臣等竊以爲未便。 若立此法, 則宗親之子或從賤役, 如曰: ‘吾父某宗親, 吾祖某王’, 而從賤役可乎? 非徒宗親之子, 節度使經年率居妓妾, 其子女亦不許從良乎? 臣等以爲雖不家畜, 或於父母家, 或別建家舍留畜者, 是亦不可論以家畜乎? 願稟旨。" 御書答曰: "今觀群意, 殊不識予之貴宗室重天倫也。 夫妓, 本以給軍士之無妻者設爾。 比如路柳墻花, 人得而折之, 其子女固難定其某之出也。 假如大君之妾潛通他人生子, 大君其知之乎? 其母則但欲顯其子爾, 豈肯告以實耶? 是不亦累宗室而逆天倫乎? 祖宗在天之靈, 其謂何也?" 德源君等仍啓曰: "若父母家留置、或別構家舍畜養, 奴婢許給衣食供給妾子女, 竝依家畜例, 贖身從良何如?" 傳曰: "一從卿等之言。" 仍改下傳旨曰: "凡宗親及大小人員家畜及父母家畜養、或別設家舍或奴婢許給衣食供給中外妓妾所産外, 勿許贖身從良。" 承政院啓曰: "如此立法, 則是啓宗親作妓妾之端也。 我國疎薄正妻, 一切痛禁。 然間有犯禁者頗多, 國家固難止之, 今立此法, 則作妓妾者謀欲依法, 非家畜者則畜於父母之家, 否則別構家舍, 奴婢衣食, 任意供給, 其於疎薄正妻之法何? 至爲未穩。" 傳曰: "明日召月山大君、德源君、誼城君、銀川君、玉山君及曾經政丞等議啓。"
- 【태백산사고본】 15책 98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9책 666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신분-신분변동(身分變動) / 신분-천인(賤人)
성종실록98권, 성종 9년 11월 22일 己卯 5/6 기사 / 1478년 명 성화(成化) 14년
종친에게 기첩을 두게 하는 문제를 정승과 월산 대군·덕원군 등과 의논하게 하다
국역
종친(宗親)인 덕원군(德源君) 이서(李曙) 등이 와서 아뢰기를,
"어제 전지(傳旨)에, 종친과 재추로서 집에 데리고 사는 기첩(妓妾) 외에 다른 기첩의 소생(所生)은 종량(從良)하지 못하게 하였는데, 신 등은 옳지 못하다고 여깁니다. 만약 이 법이 만들어지면 종친(宗親)의 아들이 혹 천역(賤役)에 종사(從事)하게 될 경우, ‘우리 아버지는 어느 종친이고, 우리 할아버지는 어느 왕(王)이다.’라고 할 텐데, 천역에 종사하게 함이 옳겠습니까? 종친의 아들뿐만이 아닙니다. 절도사(節度使)는 여러 해 동안 기첩을 데리고 사는데, 그 자녀(子女)를 또한 종량하지 못하게 함이 옳겠습니까? 신 등의 생각입니다만, 비록 집에 두지 아니하더라도 혹 부모의 집이나 혹은 별도로 집을 지어 머물게 한 것도 집에 데리고 있지 않은 것으로 논(論)하겠습니까? 품지(稟旨)982) 를 원합니다."
하니, 어서(御書)로 대답하기를,
"이번에 여러 의견을 보니, 내가 종실(宗室)을 귀(貴)하게 여기고 천륜(天倫)을 중(重)하게 여기는 뜻을 너무나 모른다. 대체로 기생[妓]은 본래 아내가 없는 군사(軍士)에게 주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다. 예를 들어 길거리의 버들이나 담장의 꽃처럼 사람마다 꺾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자녀(子女)는 진실로 누구의 소생인지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령 대군(大君)의 첩(妾)이 몰래 다른 사람과 간통하여 자식을 낳았다면, 대군이 그것을 알 수 있겠는가? 그 의미는 다만 그 아들만 잘 되게 하고자 할 뿐이니, 어찌 사실대로 고(告)하려 하겠는가? 이런 것은 종실(宗室)에 누(累)를 끼치고 천륜(天倫)을 거역함이 아닌가? 하늘에 계신 조종(祖宗)의 영령(英靈)이 무어라고 하겠는가?
하였다. 덕원군(德源君) 등이 계속하여 아뢰기를,
"만약 부모의 집에 두었거나 별도로 집을 지어 살게 하면서, 노비(奴婢)도 주고 의식(衣食)도 공급한 첩(妾)의 자녀는, 모두 집에 데리고 있는 예(例)가 따라 속신(贖身)하여서 종량(從良)하게 함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전교(傳敎)하기를,
"모두 경(卿) 등의 말대로 따르겠다."
하고, 이어 전지(傳旨)를 고쳐서 내리기를,
"무릇 종친(宗親)이나 대소 인원(大小人員)의 집에 데리고 있거나, 부모의 집에 두거나, 혹 별도로 집을 마련해 주고서 노비도 주고 의식도 공급해 준 기첩(妓妾)의 소생을 제외하고는 속신(贖身)하여 종량(從良)하지 못하게 하라."
하였다. 승정원(承政院)에서 아뢰기를,
"이렇게 법을 만들면, 이는 종친에게 기첩을 두게 하는 실마리를 여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정처(正妻)를 소박(疎薄)하는 것을 일체 엄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간혹 법을 범하는 자가 있어도 국가에서 이를 방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형편입니다. 이제 이런 법을 만들면, 기첩을 두고자 하는 자가 법대로 하기 위한 수단으로, 집에 데리고 있지 않은 자는 부모의 집에 둘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별도로 집을 지어 노비(奴婢)와 의식(衣食)을 임의(任意)대로 공급할 것이니, 그 정처를 소박하는 법에 있어서 어찌 되겠습니까? 지극히 적합하지 못합니다."
하니, 전교(傳敎)하기를,
"내일 월산 대군(月山大君)·덕원군(德源君)·의성군(誼城君)·은천군(銀川君)·옥산군(玉山君)과 일찍이 정승(政丞)을 지낸 이들을 불러서 의논하여 아뢰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98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9책 666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신분-신분변동(身分變動) / 신분-천인(賤人)
- [註 982] 품지(稟旨) : 임금께 아뢰어 분부를 받음.
원문
○宗親德源君 曙等來啓曰: "昨日傳旨, 宗宰妓妾家畜外妓妾所産, 勿許從良, 臣等竊以爲未便。 若立此法, 則宗親之子或從賤役, 如曰: ‘吾父某宗親, 吾祖某王’, 而從賤役可乎? 非徒宗親之子, 節度使經年率居妓妾, 其子女亦不許從良乎? 臣等以爲雖不家畜, 或於父母家, 或別建家舍留畜者, 是亦不可論以家畜乎? 願稟旨。" 御書答曰: "今觀群意, 殊不識予之貴宗室重天倫也。 夫妓, 本以給軍士之無妻者設爾。 比如路柳墻花, 人得而折之, 其子女固難定其某之出也。 假如大君之妾潛通他人生子, 大君其知之乎? 其母則但欲顯其子爾, 豈肯告以實耶? 是不亦累宗室而逆天倫乎? 祖宗在天之靈, 其謂何也?" 德源君等仍啓曰: "若父母家留置、或別構家舍畜養, 奴婢許給衣食供給妾子女, 竝依家畜例, 贖身從良何如?" 傳曰: "一從卿等之言。" 仍改下傳旨曰: "凡宗親及大小人員家畜及父母家畜養、或別設家舍或奴婢許給衣食供給中外妓妾所産外, 勿許贖身從良。" 承政院啓曰: "如此立法, 則是啓宗親作妓妾之端也。 我國疎薄正妻, 一切痛禁。 然間有犯禁者頗多, 國家固難止之, 今立此法, 則作妓妾者謀欲依法, 非家畜者則畜於父母之家, 否則別構家舍, 奴婢衣食, 任意供給, 其於疎薄正妻之法何? 至爲未穩。" 傳曰: "明日召月山大君、德源君、誼城君、銀川君、玉山君及曾經政丞等議啓。"
- 【태백산사고본】 15책 98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9책 666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신분-신분변동(身分變動) / 신분-천인(賤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