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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11권, 성종 2년 7월 27일 戊戌 3/6 기사 / 1471년 명 성화(成化) 7년

좌의정 김국광의 파면을 간하는 대사헌 한치형 등의 상소문

국역

사헌부 대사헌(司憲府大司憲) 한치형(韓致亨) 등이 상소(上疏)하기를,

"좌의정(左議政) 김국광(金國光)은 본래 남에게 양보하는 덕(德)이 부족한데, 정사(政事)를 다스리는 재능(才能)이 조금 있다고 하여 갑자기 재상(宰相)의 자리에 등용되어 오늘날에 이르른 것은 진실로 그의 분수가 아닙니다. 지난 번 세조(世祖)·예종조(睿宗朝)에 있어서 오랫동안 병권(兵權)을 맡아 보면서 자못 물의(物議)가 있어서 여러 번 언관(言官)의 탄핵을 받았고, 심지어 방(榜)을 붙여서 그를 헐뜯는 자까지도 있었으나, 다행히 성상께서 포황(包荒)566) 하여 주시는 도량(度量)에 힘입어 너그러이 용납하여 보전(保全)하였으니, 요행이 아니었겠습니까? 근년에 한 집안 안에서 동생 김정광(金廷光)이 장죄(贓罪)를 범(犯)하였다가 먼 변방에 유배되었고, 그 사위 이한(李垾)이 잇달아 이 죄를 범하였으니, 이것이 어찌 만조(滿朝)의 훈신(勳臣) 가운데 장오(贓汚)의 죄를 범하는 관리가 모두 그 집안에서 나온다는 말입니까? 이한은 장오(贓汚)의 죄를 범한 몸으로서 즉시 도망하여 숨었으니, 죄인 중의 죄인입니다. 국가에서 이미 이로써 죄를 주었습니다. 김국광은 정부(政府)의 대신(大臣)으로서 후설(喉舌)567) 의 직임을 겸임하여 추기(樞機)의 지위에 앉아서, 몰래 구차스레 죄를 면하려고 꾀하여 날마다 기회를 엿보다가, 나라에서 원종 공신(原從功臣)을 의논하는 것을 보고 자기의 계책을 이룰 수가 있다고 다행스레 여겼습니다. 이리하여 그 아들 김약손(金若孫)을 시켜서 이한이 벼슬을 역임한 곳을 서술(敍述)하여 성상의 은혜를 구하려고 상언(上言)하여 천총(天聰)을 속였으니, 그의 마음씀이 이와 같았고 그의 염치(廉恥) 없음이 이와 같았습니다. 신 등이 삼가 《주서(周書)》를 살펴보니, 이르기를, ‘태사(太師)·태부(太傅)·태보(太保)는 곧 3공(三公)이니, 도리(道理)를 논하고 나라를 경영하며 음양(陰陽)을 섭리(燮理)한다.’고 하였는데, 지금의 의정(議政)이 곧 그러한 관직인 것입니다. 인군(人君)의 덕(德)의 잘잘못이나 정사(政事)의 좋고 나쁨이 관계되지 아니함이 없는데, 그 덕(德)이 인군(人君)의 덕(德)을 족히 보양(輔養)할 만하지 못하고 그 재주가 족히 음양(陰陽)을 조섭(調燮)하여 인군의 덕을 도와 정치를 성취할 만하지 못한 자는, 인주(人主)가 벼슬을 헛되이 줄 수도 없는 것이며, 인신(人臣)이 그 자리에 구차스레 처(處)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김국광의 마음과 행동으로써 위로 인군(人君)의 덕을 보좌(輔佐)하고 아래로 백관(百官)을 바로잡으리라고 바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옛날에는 3공(三公)에 그 알맞은 사람이 없으면 차라리 그 자리를 비워 두고서 덕(德)이 있는 자를 기다렸는데, 하물며 성조(盛朝)에서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신 등은 이 때문에 김국광을 정부에 두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하(殿下)께서 즉위(卽位)하신 이래로 노성(老成)한 대신(大臣)을 골라서 정원(政院)에 두시고, 모든 시행하는 바를 그들에게 자문(諮問)하지 아니함이 없으시니, 바른 사람을 가까이 하시고 바른 말을 들으시고 바른 일을 행하시려는 소이(所以)입니다. 김국광과 같이 그 하는 짓이 이와 같다면, 전하께서 원상(院相)을 설치한 소이(所以)는 그 뜻이 과연 이와 같은 것입니까? 신 등은 이 때문에 김국광을 정원(政院)에 두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하께서 임어(臨御)하시는 초기에 먼저 경연(經筵)을 여시고, 영사(領事)로부터 하관(下官)에 이르기까지 올바른 사람으로써 좌우에서 모시고 강론(講論)에 이바지하도록 요망(要望)하지 아니함이 없는데, 이것은 대개 바른 사람을 가까이 하시고 바른 의논을 들어서 덕업(德業)을 높이고자 하는 까닭입니다. 김국광과 같이 그 마음씀이 이와 같다면 전하께서 비록 그를 따라서 바른 의논을 듣고 도덕(道德)에 이바지하려 하더라도 그렇게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신 등은 이 때문에 김국광을 경연(經筵)에 두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저 정사(政事)의 잘못과 사람을 쓰는 잘못은 오직 대간(臺諫)만이 말할 수 있는데, 사람들로 하여금 이를 말할 수 있게 한다면, 지금의 모든 관사(官司) 여러 관부(官府)의 대소(大小) 신하들이 김국광이 재상에 적당하다고 말할는지 적당하지 않다고 말할는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신 등의 말은 독단적인 견해(見解)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곧 공론(公論)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 대의(大義)로 결단하여 공의(公義)에 부응(副應)하신다면, 조정(朝廷)에서 심히 다행하게 여길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전지(傳旨)하기를,

"김국광의 전일의 일은 그때에 핵실(覈實)하지 않았는데, 어찌 추후하여 논할 수가 있겠는가? 또 이한을 위하여 상언(上言)한 일은 작은 실수인데, 어찌 이것을 가지고 대신(大臣)을 진퇴(進退)시킬 수가 있겠는가?"

하였다.

  • [註 566] 포황(包荒) : 남의 더러운 점을 감싸주는 것.
  • [註 567] 후설(喉舌) : 승정원(承政院).

원문

○司憲府大司憲韓致亨等上疏曰:

左議政金國光, 素乏厭人之德, 稍有治事之能, 驟登相位, 得至今日, 誠非分也。 向在(世宗)〔世祖〕 、睿宗朝, 久典兵權, 頗有物議, 屢被言官之劾, 至有張榜毁之者, 幸賴聖上包荒之量, 優容保全之, 得非幸歟? 比年, 一家之內, 弟廷光犯贓, 投之遐荒; 壻李垾繼犯之。 是何滿朝勳貴, 而贓汚之吏, 皆出於其門也? 李垾身犯贓汚, 卽亡命竄匿, 罪中之罪人也, 國家旣以科罪矣。 國光以政府大臣, 兼喉舌之任, 坐樞機之地, 潛謀苟免, 日伺間隙, 見國家議原從功臣, 自幸其計得遂, 於是敎其子若孫, 敍垾歷仕處, 希恩上言, 欺罔天聰。 其用心如此, 其無恥如此。 臣等謹按《周書》曰: "太師、太傅、太保, 玆惟三公, 論道經邦, 爕理陰陽。" 今之議政卽其職也。 君德之得失, 政事之臧否, 靡不關焉。 非夫德足以輔養君德, 才足以調爕贊(揚)〔襄〕 者, 人主不可以虛授, 人臣不可以苟處也。 以國光之心、之行, 而冀其上輔君德, 下正百官, 不可得也。 古者, 三公無其人, 則寧虛位, 以待有德。 況盛朝未爲乏人乎? 臣等謂, 國光不宜在政府也。 殿下卽位以來, 擇老成大臣, 置諸政院, 凡所施爲, 靡不諮詢, 所以近正人、聞正言、行正事也。 若國光, 其所爲如此, 殿下所以置院相, 其意果如是乎? 臣等以謂, 國光不宜在政院也。 殿下臨御之初, 首開經筵, 自領事至下官, 莫不要正人, 以侍左右、以資講論, 蓋欲親正人、聞正論, 而崇德業也。 若國光, 其用心如此, 殿下雖欲從, 而聞正論, 資道德, 不可得也。 臣等以謂, 國光不宜在經筵也。 大抵, 政事之失, 用人之非, 唯臺諫得言之, 使人得而言之, 則今百司、庶府大小之臣, 不知言國光宜相乎否乎? 臣等之言, 非出於獨見, 乃公論也。 伏望殿下斷以大義, 以副公義, 朝廷幸甚。

傳曰: "國光前日事, 其時不覈實, 何可追論? 且爲李垾上言事, 小失也。 何可以此進退大臣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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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11권, 성종 2년 7월 27일 戊戌 3/6 기사 / 1471년 명 성화(成化) 7년

좌의정 김국광의 파면을 간하는 대사헌 한치형 등의 상소문

국역

사헌부 대사헌(司憲府大司憲) 한치형(韓致亨) 등이 상소(上疏)하기를,

"좌의정(左議政) 김국광(金國光)은 본래 남에게 양보하는 덕(德)이 부족한데, 정사(政事)를 다스리는 재능(才能)이 조금 있다고 하여 갑자기 재상(宰相)의 자리에 등용되어 오늘날에 이르른 것은 진실로 그의 분수가 아닙니다. 지난 번 세조(世祖)·예종조(睿宗朝)에 있어서 오랫동안 병권(兵權)을 맡아 보면서 자못 물의(物議)가 있어서 여러 번 언관(言官)의 탄핵을 받았고, 심지어 방(榜)을 붙여서 그를 헐뜯는 자까지도 있었으나, 다행히 성상께서 포황(包荒)566) 하여 주시는 도량(度量)에 힘입어 너그러이 용납하여 보전(保全)하였으니, 요행이 아니었겠습니까? 근년에 한 집안 안에서 동생 김정광(金廷光)이 장죄(贓罪)를 범(犯)하였다가 먼 변방에 유배되었고, 그 사위 이한(李垾)이 잇달아 이 죄를 범하였으니, 이것이 어찌 만조(滿朝)의 훈신(勳臣) 가운데 장오(贓汚)의 죄를 범하는 관리가 모두 그 집안에서 나온다는 말입니까? 이한은 장오(贓汚)의 죄를 범한 몸으로서 즉시 도망하여 숨었으니, 죄인 중의 죄인입니다. 국가에서 이미 이로써 죄를 주었습니다. 김국광은 정부(政府)의 대신(大臣)으로서 후설(喉舌)567) 의 직임을 겸임하여 추기(樞機)의 지위에 앉아서, 몰래 구차스레 죄를 면하려고 꾀하여 날마다 기회를 엿보다가, 나라에서 원종 공신(原從功臣)을 의논하는 것을 보고 자기의 계책을 이룰 수가 있다고 다행스레 여겼습니다. 이리하여 그 아들 김약손(金若孫)을 시켜서 이한이 벼슬을 역임한 곳을 서술(敍述)하여 성상의 은혜를 구하려고 상언(上言)하여 천총(天聰)을 속였으니, 그의 마음씀이 이와 같았고 그의 염치(廉恥) 없음이 이와 같았습니다. 신 등이 삼가 《주서(周書)》를 살펴보니, 이르기를, ‘태사(太師)·태부(太傅)·태보(太保)는 곧 3공(三公)이니, 도리(道理)를 논하고 나라를 경영하며 음양(陰陽)을 섭리(燮理)한다.’고 하였는데, 지금의 의정(議政)이 곧 그러한 관직인 것입니다. 인군(人君)의 덕(德)의 잘잘못이나 정사(政事)의 좋고 나쁨이 관계되지 아니함이 없는데, 그 덕(德)이 인군(人君)의 덕(德)을 족히 보양(輔養)할 만하지 못하고 그 재주가 족히 음양(陰陽)을 조섭(調燮)하여 인군의 덕을 도와 정치를 성취할 만하지 못한 자는, 인주(人主)가 벼슬을 헛되이 줄 수도 없는 것이며, 인신(人臣)이 그 자리에 구차스레 처(處)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김국광의 마음과 행동으로써 위로 인군(人君)의 덕을 보좌(輔佐)하고 아래로 백관(百官)을 바로잡으리라고 바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옛날에는 3공(三公)에 그 알맞은 사람이 없으면 차라리 그 자리를 비워 두고서 덕(德)이 있는 자를 기다렸는데, 하물며 성조(盛朝)에서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신 등은 이 때문에 김국광을 정부에 두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하(殿下)께서 즉위(卽位)하신 이래로 노성(老成)한 대신(大臣)을 골라서 정원(政院)에 두시고, 모든 시행하는 바를 그들에게 자문(諮問)하지 아니함이 없으시니, 바른 사람을 가까이 하시고 바른 말을 들으시고 바른 일을 행하시려는 소이(所以)입니다. 김국광과 같이 그 하는 짓이 이와 같다면, 전하께서 원상(院相)을 설치한 소이(所以)는 그 뜻이 과연 이와 같은 것입니까? 신 등은 이 때문에 김국광을 정원(政院)에 두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하께서 임어(臨御)하시는 초기에 먼저 경연(經筵)을 여시고, 영사(領事)로부터 하관(下官)에 이르기까지 올바른 사람으로써 좌우에서 모시고 강론(講論)에 이바지하도록 요망(要望)하지 아니함이 없는데, 이것은 대개 바른 사람을 가까이 하시고 바른 의논을 들어서 덕업(德業)을 높이고자 하는 까닭입니다. 김국광과 같이 그 마음씀이 이와 같다면 전하께서 비록 그를 따라서 바른 의논을 듣고 도덕(道德)에 이바지하려 하더라도 그렇게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신 등은 이 때문에 김국광을 경연(經筵)에 두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저 정사(政事)의 잘못과 사람을 쓰는 잘못은 오직 대간(臺諫)만이 말할 수 있는데, 사람들로 하여금 이를 말할 수 있게 한다면, 지금의 모든 관사(官司) 여러 관부(官府)의 대소(大小) 신하들이 김국광이 재상에 적당하다고 말할는지 적당하지 않다고 말할는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신 등의 말은 독단적인 견해(見解)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곧 공론(公論)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 대의(大義)로 결단하여 공의(公義)에 부응(副應)하신다면, 조정(朝廷)에서 심히 다행하게 여길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전지(傳旨)하기를,

"김국광의 전일의 일은 그때에 핵실(覈實)하지 않았는데, 어찌 추후하여 논할 수가 있겠는가? 또 이한을 위하여 상언(上言)한 일은 작은 실수인데, 어찌 이것을 가지고 대신(大臣)을 진퇴(進退)시킬 수가 있겠는가?"

하였다.

  • [註 566] 포황(包荒) : 남의 더러운 점을 감싸주는 것.
  • [註 567] 후설(喉舌) : 승정원(承政院).

원문

○司憲府大司憲韓致亨等上疏曰:

左議政金國光, 素乏厭人之德, 稍有治事之能, 驟登相位, 得至今日, 誠非分也。 向在(世宗)〔世祖〕 、睿宗朝, 久典兵權, 頗有物議, 屢被言官之劾, 至有張榜毁之者, 幸賴聖上包荒之量, 優容保全之, 得非幸歟? 比年, 一家之內, 弟廷光犯贓, 投之遐荒; 壻李垾繼犯之。 是何滿朝勳貴, 而贓汚之吏, 皆出於其門也? 李垾身犯贓汚, 卽亡命竄匿, 罪中之罪人也, 國家旣以科罪矣。 國光以政府大臣, 兼喉舌之任, 坐樞機之地, 潛謀苟免, 日伺間隙, 見國家議原從功臣, 自幸其計得遂, 於是敎其子若孫, 敍垾歷仕處, 希恩上言, 欺罔天聰。 其用心如此, 其無恥如此。 臣等謹按《周書》曰: "太師、太傅、太保, 玆惟三公, 論道經邦, 爕理陰陽。" 今之議政卽其職也。 君德之得失, 政事之臧否, 靡不關焉。 非夫德足以輔養君德, 才足以調爕贊(揚)〔襄〕 者, 人主不可以虛授, 人臣不可以苟處也。 以國光之心、之行, 而冀其上輔君德, 下正百官, 不可得也。 古者, 三公無其人, 則寧虛位, 以待有德。 況盛朝未爲乏人乎? 臣等謂, 國光不宜在政府也。 殿下卽位以來, 擇老成大臣, 置諸政院, 凡所施爲, 靡不諮詢, 所以近正人、聞正言、行正事也。 若國光, 其所爲如此, 殿下所以置院相, 其意果如是乎? 臣等以謂, 國光不宜在政院也。 殿下臨御之初, 首開經筵, 自領事至下官, 莫不要正人, 以侍左右、以資講論, 蓋欲親正人、聞正論, 而崇德業也。 若國光, 其用心如此, 殿下雖欲從, 而聞正論, 資道德, 不可得也。 臣等以謂, 國光不宜在經筵也。 大抵, 政事之失, 用人之非, 唯臺諫得言之, 使人得而言之, 則今百司、庶府大小之臣, 不知言國光宜相乎否乎? 臣等之言, 非出於獨見, 乃公論也。 伏望殿下斷以大義, 以副公義, 朝廷幸甚。

傳曰: "國光前日事, 其時不覈實, 何可追論? 且爲李垾上言事, 小失也。 何可以此進退大臣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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