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실록29권, 세조 8년 12월 4일 甲子 1/1 기사 / 1462년 명 천순(天順) 6년
서연관 윤필상·이극기에게 《맹자》를 강하고 세자를 가르치게 하다
국역
사정전(思政殿)에 나아가서 상참(常參)을 받고, 정사를 보고, 술자리를 베풀었다. 2품 이상이 입시(入侍)하고, 왕세자가 술을 올렸다. 서연관(書筵官) 윤필상(尹弼商)·이극기(李克基)를 불러 《맹자(孟子)》의 ‘군자는 천하 때문에 자기 어버이를 〈장사지내는 데〉 검소하게 하지 아니한다.[君子以天下儉其親]’를 강(講)하게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너는 이 글에서 주해 외의 뜻을 깨달아야 한다."
하고, 드디어 세자에게 이르기를,
"임금은 천하가 자기 한 몸을 받들기 때문에 사치하기가 쉽고 검소함을 숭상하기가 어렵다. 옛 사람은 세탁한 옷을 입는 것을 임금의 미덕(美德)으로 삼았으니, 무릇 세탁한 옷을 입는 것이 어찌 덕이 있는 것이겠느냐? 그러나 미덕이라고 말하는 것은 검소함을 숭상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알지 못하는 자는 말하기를, ‘전사옹(田舍翁)473) 도 이를 너무 잘 안다.’고 할 것이다. 금은주옥(金銀珠玉)으로 폐첩(嬖妾)을 화려하게 꾸며서 사랑과 즐거움을 함부로 하고 혹은 이와 더불어 술에 참혹하여 민생(民生)의 아픔과 괴로움을 알지 못하여 패망(敗亡)에 이르게 되니, 이는 곧 취생몽사(醉生夢死)474) 로 어찌 족히 도(道)라 하겠는가? 내가 본래 색(色)을 좋아하지 아니하여 술을 마시고 싶으면 너와 여러 장상(將相) 등과 더불어 술을 마시고 절대로 궁첩(宮妾)과 더불어 술을 마시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네가 보는 바이다. 또 내가 소용(昭容) 1인(人)과 소녀(少女) 1인이 있을 뿐이며 죄가 있으면 혹 이를 가두기도 하니, 누가 감히 내게 말하겠느냐? 또 상벌(賞罰)은 조금도 해이할 수 없는 것으로 상벌이 조금 해이하면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 예전 한(韓)나라 소후(昭侯)는 해어진 바지를 간직해 두었다가 공(功)이 있기를 기다렸는데 온공(溫公)475) 이 역사 책에 기록하였으니, 무릇 바지를 간직하는 것은 시정(市井)의 무리도 오히려 또한 하지 아니하는 것인데 온공이 이를 기록한 것은 상벌을 중히 여기는 까닭이었다. 모름지기 상(賞)이 그 공에 적당하고 벌(罰)이 그 죄에 적당하여야 가(可)하니, 너는 마땅히 마음에 두어야 한다."
하고, 인하여 윤필상 등에게 명하기를,
"너희들은 마땅히 나의 이 말을 가지고 세자를 가르쳐서 잊지 말게 하라."
하고, 또 말하기를,
"예전에, ‘처음에는 쉬워도 뒤에는 참으로 어렵다.’는 말이 있는데, 너희들은 그 뜻을 아느냐?"
하니, 이극기가 대답하기를,
"굳게 지키기가 어렵다고 한 것이 자못 이 말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다."
하고, 인하여 벼슬을 올리기를 명하니 우찬성 구치관(具致寬)이 아뢰기를,
"이극기는 이미 준직(准職)476) 을 제수하였으니 다시 올리는 것은 불가(不可)합니다. 품계(品階)를 더하는 것이 편하겠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만약 품계를 더한다면 공(功)이 없으니 불가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29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7책 558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경연(經筵) / 왕실-의식(儀式) / 인사-관리(管理) / 교육-특수교육(特殊敎育)
- [註 473] 전사옹(田舍翁) : 농사 짓는 늙은이.
- [註 474] 취생몽사(醉生夢死) : 취하여 살고 꿈속에서 죽음. 즉 한평생을 아무 의미 없이 살음.
- [註 475] 온공(溫公) : 송(宋)나라 명신 사마 광(司馬光).
- [註 476] 준직(准職) : 당하관(堂下官)으로서 가장 높은 당하(堂下)의 정3품 벼슬.
원문
○甲子/御思政殿, 受常參、視事、設酌。 二品以上入侍, 王世子進酒。 召書筵官尹弼商、李克基, 講《孟子》 "君子不以天下儉其親。" 上曰: "汝於此文, 得註外之意。" 遂謂世子曰: "人君以天下奉一己, 故奢侈爲易, 而崇儉爲難。 古人以服澣衣, 爲人君美德, 夫服澣衣, 何德之有? 然而以爲美德者, 所以著崇儉之難也。 不知者曰, ‘田舍翁得此過矣。’ 以金銀珠玉, 華飾嬖妾, 肆其寵樂, 或與之荒湛于酒, 而不知民生之疾苦, 以至敗亡, 此乃醉生夢死耳, 何足道哉? 予本不好色, 欲飮酒, 則與汝及諸將相等相飮耳, 絶不與宮妾飮之, 此則汝所見也。 且予有昭容一人、少女一人而已, 有罪則或囚之, 誰敢與予言哉? 又賞罰不可少弛, 賞罰少弛, 則天下不可治矣。 昔韓昭侯藏弊袴以待有功, 溫公書諸史策, 夫袴之藏也, 市井之徒, 尙且不爲, 而溫公書之者, 所以重賞罰也。 須賞當其功, 罰當其罪方可, 爾宜存心焉。" 仍命弼商等曰: "汝等當以予此言敎誨世子, 俾勿忘焉。" 又曰: "古有初之易而後實難之語, 汝等知其意乎?" 克基對曰: "堅凝之難, 殆此語也。" 上曰: "然。" 仍命陞職, 右贊成具致寬啓: "克基已受準職, 更不可陞, 加階爲便。" 上曰: "若加階, 則無功, 不可也。"
- 【태백산사고본】 10책 29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7책 558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경연(經筵) / 왕실-의식(儀式) / 인사-관리(管理) / 교육-특수교육(特殊敎育)
세조 8년 (1462) 12월 4일
세조실록29권, 세조 8년 12월 4일 甲子 1/1 기사 / 1462년 명 천순(天順) 6년
서연관 윤필상·이극기에게 《맹자》를 강하고 세자를 가르치게 하다
국역
사정전(思政殿)에 나아가서 상참(常參)을 받고, 정사를 보고, 술자리를 베풀었다. 2품 이상이 입시(入侍)하고, 왕세자가 술을 올렸다. 서연관(書筵官) 윤필상(尹弼商)·이극기(李克基)를 불러 《맹자(孟子)》의 ‘군자는 천하 때문에 자기 어버이를 〈장사지내는 데〉 검소하게 하지 아니한다.[君子以天下儉其親]’를 강(講)하게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너는 이 글에서 주해 외의 뜻을 깨달아야 한다."
하고, 드디어 세자에게 이르기를,
"임금은 천하가 자기 한 몸을 받들기 때문에 사치하기가 쉽고 검소함을 숭상하기가 어렵다. 옛 사람은 세탁한 옷을 입는 것을 임금의 미덕(美德)으로 삼았으니, 무릇 세탁한 옷을 입는 것이 어찌 덕이 있는 것이겠느냐? 그러나 미덕이라고 말하는 것은 검소함을 숭상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알지 못하는 자는 말하기를, ‘전사옹(田舍翁)473) 도 이를 너무 잘 안다.’고 할 것이다. 금은주옥(金銀珠玉)으로 폐첩(嬖妾)을 화려하게 꾸며서 사랑과 즐거움을 함부로 하고 혹은 이와 더불어 술에 참혹하여 민생(民生)의 아픔과 괴로움을 알지 못하여 패망(敗亡)에 이르게 되니, 이는 곧 취생몽사(醉生夢死)474) 로 어찌 족히 도(道)라 하겠는가? 내가 본래 색(色)을 좋아하지 아니하여 술을 마시고 싶으면 너와 여러 장상(將相) 등과 더불어 술을 마시고 절대로 궁첩(宮妾)과 더불어 술을 마시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네가 보는 바이다. 또 내가 소용(昭容) 1인(人)과 소녀(少女) 1인이 있을 뿐이며 죄가 있으면 혹 이를 가두기도 하니, 누가 감히 내게 말하겠느냐? 또 상벌(賞罰)은 조금도 해이할 수 없는 것으로 상벌이 조금 해이하면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 예전 한(韓)나라 소후(昭侯)는 해어진 바지를 간직해 두었다가 공(功)이 있기를 기다렸는데 온공(溫公)475) 이 역사 책에 기록하였으니, 무릇 바지를 간직하는 것은 시정(市井)의 무리도 오히려 또한 하지 아니하는 것인데 온공이 이를 기록한 것은 상벌을 중히 여기는 까닭이었다. 모름지기 상(賞)이 그 공에 적당하고 벌(罰)이 그 죄에 적당하여야 가(可)하니, 너는 마땅히 마음에 두어야 한다."
하고, 인하여 윤필상 등에게 명하기를,
"너희들은 마땅히 나의 이 말을 가지고 세자를 가르쳐서 잊지 말게 하라."
하고, 또 말하기를,
"예전에, ‘처음에는 쉬워도 뒤에는 참으로 어렵다.’는 말이 있는데, 너희들은 그 뜻을 아느냐?"
하니, 이극기가 대답하기를,
"굳게 지키기가 어렵다고 한 것이 자못 이 말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다."
하고, 인하여 벼슬을 올리기를 명하니 우찬성 구치관(具致寬)이 아뢰기를,
"이극기는 이미 준직(准職)476) 을 제수하였으니 다시 올리는 것은 불가(不可)합니다. 품계(品階)를 더하는 것이 편하겠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만약 품계를 더한다면 공(功)이 없으니 불가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29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7책 558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경연(經筵) / 왕실-의식(儀式) / 인사-관리(管理) / 교육-특수교육(特殊敎育)
- [註 473] 전사옹(田舍翁) : 농사 짓는 늙은이.
- [註 474] 취생몽사(醉生夢死) : 취하여 살고 꿈속에서 죽음. 즉 한평생을 아무 의미 없이 살음.
- [註 475] 온공(溫公) : 송(宋)나라 명신 사마 광(司馬光).
- [註 476] 준직(准職) : 당하관(堂下官)으로서 가장 높은 당하(堂下)의 정3품 벼슬.
원문
○甲子/御思政殿, 受常參、視事、設酌。 二品以上入侍, 王世子進酒。 召書筵官尹弼商、李克基, 講《孟子》 "君子不以天下儉其親。" 上曰: "汝於此文, 得註外之意。" 遂謂世子曰: "人君以天下奉一己, 故奢侈爲易, 而崇儉爲難。 古人以服澣衣, 爲人君美德, 夫服澣衣, 何德之有? 然而以爲美德者, 所以著崇儉之難也。 不知者曰, ‘田舍翁得此過矣。’ 以金銀珠玉, 華飾嬖妾, 肆其寵樂, 或與之荒湛于酒, 而不知民生之疾苦, 以至敗亡, 此乃醉生夢死耳, 何足道哉? 予本不好色, 欲飮酒, 則與汝及諸將相等相飮耳, 絶不與宮妾飮之, 此則汝所見也。 且予有昭容一人、少女一人而已, 有罪則或囚之, 誰敢與予言哉? 又賞罰不可少弛, 賞罰少弛, 則天下不可治矣。 昔韓昭侯藏弊袴以待有功, 溫公書諸史策, 夫袴之藏也, 市井之徒, 尙且不爲, 而溫公書之者, 所以重賞罰也。 須賞當其功, 罰當其罪方可, 爾宜存心焉。" 仍命弼商等曰: "汝等當以予此言敎誨世子, 俾勿忘焉。" 又曰: "古有初之易而後實難之語, 汝等知其意乎?" 克基對曰: "堅凝之難, 殆此語也。" 上曰: "然。" 仍命陞職, 右贊成具致寬啓: "克基已受準職, 更不可陞, 加階爲便。" 上曰: "若加階, 則無功, 不可也。"
- 【태백산사고본】 10책 29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7책 558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경연(經筵) / 왕실-의식(儀式) / 인사-관리(管理) / 교육-특수교육(特殊敎育)
원본
세조 8년 (1462) 12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