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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27권, 세조 8년 2월 18일 癸未 3/4 기사 / 1462년 명 천순(天順) 6년

친히 《병장설(兵將說)》을 짓자, 신숙주 등이 전문(箋文)을 바치다

국역

이보다 앞서 임금이 《병장설(兵將說)》을 친히 지었는데, 【처음 이름은 《병경(兵鏡)》이라 하였는데, 뒤에 《병장설(兵將說)》로 고쳤다.】 《병설(兵說)》에 이르기를,

"병법(兵法)이란 지혜(智慧)로써 용병(用兵)을 행하고, 용병(用兵)으로써 지혜(智慧)에 응(應)하는 것이다. 지혜(智慧)란 인의(仁義)에 근본하고, 나의 사람을 헤아리고 지리(地利)를 살피는 것이요, 용병(用兵)이란 형수(形數)117) 를 밝히고 절제(節制)를 한결같이 하고 기계(器械)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인의(仁義)에 근본하지 않으면 적(敵)이 없어도 스스로 파멸(破滅)할 것이요, 나의 사람을 헤아리지 않으면 나방이[蛾]처럼 불꽃 속으로 날아들 것이요, 지리(地利)를 살피지 않으면 맹인(盲人)이 지팡이를 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형수(形數)를 밝히지 않으면 작은 데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요, 절제(節制)를 한결같이 하지 않으면 진중(陣中)에 임하여 장수를 버릴 것이요, 기계(器械)를 이롭게 하지 않으면 가장 비옥한 토지를 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인의(仁義)에 근본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학교(學校)를 밝게 하고 군신(君臣)의 사이를 엄하게 하고 문무(文武)를 높이고 전장(典章)을 지키는 것이 바로 그것이며, 나의 사람을 헤아리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천운(天運)을 살피고 장수(將帥)와 사졸(士卒)을 교계(校計)하여 그 곡직(曲直)을 헤아리고 그 노일(勞逸)을 참고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며, 지리(地利)를 살피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풍수(風水)를 틈타고 도리(道理)에 통달하여 높고 낮은 곳에 따르고 험(險)하고 평이(平易)한 곳에 의거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형수(形數)를 밝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군적(軍籍)을 닦고 미리 대열(隊列)을 짜서 인심(人心)을 안정시키고 이목(耳目)을 하나같이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고, 절제(節制)를 한결같이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교도(敎導)와 검열(檢閱)을 부지런히 하고 상(賞)과 벌(罰)을 항상 같게 하되, 적진(敵陣)에 임(臨)한 듯이 하고 조금도 용서하지 않는 것이 바로 그것이며, 기계(器械)를 이롭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사람에게 각각 만들게 하되 상용(常用)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목마(牧馬)를 권장하고 출척(黜陟)을 상고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진실로 이를 안다고 하더라도 대강 생각하는 것이 반이 넘는다. 사람은 사람을 위하여 헤아리고 돼지는 돼지를 위하여 헤아리므로, 장수의 기골(氣骨)이 있는 자는 나의 말을 빌릴 것도 없으니, 어찌 쓸데없이 유시(諭示)하겠는가?"

하였다. 《장설(將說)》에 이르기를,

"무릇 장수(將帥) 된 자의 허물은 지혜가 남을 업신여기는 데 능하고 재주가 남을 깔보는 데 족하여 남과 더불어 접촉하지 아니하고, 자기 뜻으로 남을 멸시(蔑視)하고 자기 혼자서 일을 행하여 상하(上下)가 교통(交通)하지 않는 것인데, 이것은 진실로 필부(匹夫)일 뿐이다. 순종(順從)하는 마음에 익숙하여 남에게 거스르는 마음을 가지는 수가 드물고, 힘으로 믿던 것이 뜻과 같지 아니할 때를 만나면 성을 내는 등 크게 장성(壯盛)하지 못하고 공명(功名)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칭찬을 듣고도 기뻐하지 아니하고, 욕(辱)을 먹어도 노(怒)하지 아니하고, 두루 아랫사람에게 자문(諮問)하여 유화(柔和)로써 일을 처리하는 것이 상책(上策)이요, 지혜를 쌓았으면서도 지혜를 구하고, 재주를 온축(蘊蓄)하였으면서도 재주를 구하고, 과감히 결단(決斷)하고, 능력 있는 이를 임명하여서 강력히 일을 추진하는 것이 중책(中策)이요, 하늘을 우러러보고도 고개를 숙이지 아니하고, 어진이를 보고도 공경(恭敬)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마음대로 독판(獨辦)하여 망령되게 일을 망치는 것이 하책(下策)이다. 항상 궁술(弓術)과 승마(乘馬)를 익히고 겸하여 유술(儒術)을 닦는 것이 상책(上策)이요, 유술(儒術)을 비방하고 무술(武術)을 숭상하고, 마음은 신중(愼重)하나 광망(狂妄)한 것이 중책(中策)이요, 힘을 믿고 세력을 끼고서 남을 만나면 깔보는 것이 하책(下策)이다. 이익을 보면 의(義)를 생각하는 것이 상책(上策)이요, 술잔을 잡으면 취(醉)할 것을 생각하는 것이 중책(中策)이요, 분수 밖의 것인데도 얻기를 생각하는 것이 하책(下策)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그 상책을 얻으면 그 임금을 요(堯)·순(舜)과 같이 만들 것이요, 그 중책을 얻으면 백성들을 편안히 하고 적(敵)을 제어할 것이요, 그 하책(下策)을 얻으면 집안을 망치고 나라를 망칠 것이니, 신중하게 아니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좌의정(左議政) 신숙주(申叔舟)·중추원 사(中樞院使) 최항(崔恒)·예문 제학(藝文提學) 이승소(李承召)·형조 참판(刑曹參判) 서거정(徐居正) 등이 주(註)를 찬술(撰述)하였는데 이때에 이르러 신숙주 등이 주(註)를 끝마치고 뒤따라 전문(箋文)을 바쳤다. 그 전문(箋文)에 이르기를,

"하늘의 권명(眷命)에 힘쓰면 이에 문운(文運)의 융성(隆盛)에 박차를 더하고, 나라의 대사(大事)가 무(武)에 있으면 병가(兵家)의 요체(要體)를 밝게 보이는데, 이것이 어찌 오로지 무(武)의 방략(方略)을 찬술(纘述)할 뿐이겠습니까? 실로 나라를 보호하는 규모입니다. 신 등이 그윽이 보건대 황제(黃帝)는 악기(握機)118) 의 글을 지었고, 창희(蒼姬)는 사마(司馬)119) 의 법(法)을 만들었으니, 대개 군사가 아니면 외적의 침입을 막기가 어렵고 군율(軍律)이 없으면 능히 군사를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공손히 생각하건대 성상께서는 성스럽고 공경하는 덕(德)을 날로 높이시고 용기와 지혜를 하늘에서 내리시어, 공(功)은 탕왕(湯王)·무왕(武王)께서 어지러운 세상을 다스려 평안하게 한 것보다 높으시고, 덕(德)은 요(堯) 임금·순(舜) 임금께서 거듭 왕위를 이어 빛낸 것과 같으신데, 천심(天心)에 부응(副應)하고 인심(人心)에 순종(順從)하시니, 역수(曆數)가 하나의 덕(德)으로 돌아가, 계승할 뜻과 찬술(纘述)할 일이 백년 동안에 일어날 예악(禮樂)입니다. 그러나 성상께서는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다스림에 미흡(未洽)하다고 이르시고, 더욱 안으로 정치를 닦기에 힘쓰고 겸하여 밖으로 적을 막을 방도를 취하시어, 교도(敎導)와 검열(檢閱)을 사철 부지런히 하고 병졸(兵卒)을 정(精)하게 훈련시키니, 위령(威靈)이 팔표(八表)120) 에 떨치고 큰 적은 두려워하고 작은 적은 덕을 흠모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장수 된 자의 도리가 무(武)를 쓰는 방도에 자세하지 못할까 염려하여, 이에 어찰(御札)을 내려서 가르치고 지시하시며, 서한(書翰)을 밝게 돌려서 더불어 맹세하고 깨우치시고 그 호기(灝氣)121) 의 엄숙함을 같이하십니다. 성상의 유모(猷謀)가 진실로 가득찬데, 인의(仁義)로써 근본을 삼으시니 일하는 도리가 그 상명(詳明)함을 다하고 규모(規模)가 그 굉대(宏大)함을 다하십니다. 그러나 성훈(聖訓)이 은밀(隱密)하시고 예조(睿藻)122) 가 간엄(簡嚴)123) 하시어, 진실로 성상께서 생각을 내시어 지휘(指揮)하지 않으신다면 누가 그 심오한 바를 궁구(窮究)하겠습니까? 신 등은 모의(謀議)가 신칙(申飭)하심을 도우는 데 부끄럽고 학문(學問)이 무(武)를 지식(止息)시키는 데 우매한데, 참람한 분수를 헤아리지 못하고 망령되게 주해(註解)를 달았습니다. 역대 정벌(征伐)과 전쟁(戰爭)의 사건을 채록(採錄)하여서 성공과 실패의 기틀로 증험(證驗)하였고, 전대 사람의 논단(論斷)한 말을 인용(引用)하여 잘잘못의 본보기로 밝혔는데, 감히 천려(千慮)를 다하였으나 한마디 도움이 되겠습니까? 비록 능히 성모(聖謀)에 윤색(潤色)하지 못하였으나, 또한 장수(將帥)와 사졸(士卒)에게 일일이 유시(諭示)하여, 싸우면 반드시 이기고 공격하면 반드시 취하여 일조(一朝)에 이미 이룩한 계책을 받들게 하며, 제어하여 어지럽지 못하게 하고 보호하여 위험스럽지 않게 하여 억만년에 포상(苞桑)124) 의 계책을 세우도록 바랍니다."

하였다.

신숙주·최항·이승소·서거정에게 내구마 1필씩을 내려 주었다.

  • [註 117] 형수(形數) : 모양과 실수(實數).
  • [註 118] 악기(握機) : 군진(軍陣)의 이름.
  • [註 119] 사마(司馬) : 군사를 맡아 보던 관원.
  • [註 120] 팔표(八表) : 온 세상.
  • [註 121] 호기(灝氣) : 천상의 맑은 기운.
  • [註 122] 예조(睿藻) : 임금의 지은 글.
  • [註 123] 간엄(簡嚴) : 간략하고 엄밀함.
  • [註 124] 포상(苞桑) : 뽕나무 뿌리. 곧 근본을 확고히 함.

원문

○先是上親製《兵將說》。 【初名《兵鏡》, 後改《兵將說》。】 《兵說》曰:

兵者, 以智運用, 以用應智。 智者, 本仁義, 度我人, 審地利也。 用者, 明形數, 一節制, 利器械也。 不本仁義, 則無敵自破, 不度我人, 則如蛾赴燭, 不審地利, 則盲者去杖。 不明形數, 則多還爲少, 不一節制, 則臨陣棄將, 不利器械, 則肆上肥腴。 本仁義, 則如之何? 明學校, 嚴君臣, 崇文武, 守典章是也, 度我人, 則如之何? 觀天運, 校將士, 計曲直, 參勞逸是也, 審地利, 則如之何? 乘風水, 達道里, 因高下, 據險易是也。 明形數, 則如之何? 修軍籍, 預作隊, 定人心, 一耳目是也, 一節制, 則如之何? 勤敎閱, 恒賞罰, 比臨敵, 無少貸是也。 利器械, 則如之何? 人各造, 禁常用, 勸牧馬, 考黜陟是也。 苟知此大槪, 思過半矣。 人爲人計, 豚爲豚計, 有將骨者, 不假予言, 夫何勞諭?

《將說》曰:

凡爲將之咎, 智能倣人才, 足陵人, 未與接人, 己志蔑人, 獨身行事, 上下無交, 此眞匹夫耳。 狃於順心, 罕於逆心, 瞋力所恃, 逢不如意, 不及盛壯, 功名不遂, 可惜也哉? 聞譽而不喜, 受辱而不怒, 周問下資, 以柔濟事, 上也, 積智而求智, 蘊才而救才, 果斷任能, 以强立事, 中也, 仰天而不俯, 見賢而不敬, 專擅獨辦, 以妄敗事, 下也。 常事弓馬, 兼治儒術, 上也, 謗儒尙武, 心愼狂妄, 中也, 恃力挾勢, 逢人則慢, 下也。 見利思義, 上也, 執杯思醉, 中也, 分外思得, 下也。 是故得其上, 則致君堯、舜, 得其中, 安民制敵, 得其下, 則亡家敗國, 可不重歟?

命左議政申叔舟、中樞院使崔恒、藝文提學李承召、刑曹參判徐居正等撰註。 至是叔舟等註訖, 隨箋以進。 箋曰:

天之眷命, 用懋誕撫, 文運之隆, 國之大事, 在戎昭揭, 兵家之要, 豈惟纉武之略? 實是保邦之規。 臣等竊觀黃帝著《握機》之文, 蒼姬制司馬之法, 蓋非兵則難以禦侮, 而無律則莫能行師。 恭惟聖敬日躋, 勇智天錫, 功高湯、武之撥亂, 德協堯、舜之重華, 應乎天順乎人, 曆數歸于一德, 繼之志述之事, 禮樂興於百年。 然而聖不自居, 猶謂治之未(給)〔洽〕 , 益務內修之政, 兼擧外禦之方, 敎閱勤於四時, 兵精卒鍊, 威靈振於八表, 大畏小懷。 尙慮爲將之道, 未悉用武之道, 乃賜御札, 以示指南, 震翰昭回, 與誓誥同, 其灝噩王猷允塞, 以仁義爲之本源, 條貫盡其詳明, 規模極其宏遠。 然聖訓之微密, 而睿藻之簡嚴, 苟非發揮, 孰究蘊奧? 臣等謀慙借筯, 學昧止戈, 不揆僭踰, 妄著註解。 採歷代征戰之事, 以驗成敗之機, 引前人論斷之言, 以明得失之効, 敢竭千慮, 用贊一辭。 雖未能潤色乎聖謀, 亦庶幾開諭於將士, 戰必勝攻必取, 奉成算於一朝, 制未亂保未危, 繫苞桑於億載。

賜叔舟、恒、承召、居正內廐馬各一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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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27권, 세조 8년 2월 18일 癸未 3/4 기사 / 1462년 명 천순(天順) 6년

친히 《병장설(兵將說)》을 짓자, 신숙주 등이 전문(箋文)을 바치다

국역

이보다 앞서 임금이 《병장설(兵將說)》을 친히 지었는데, 【처음 이름은 《병경(兵鏡)》이라 하였는데, 뒤에 《병장설(兵將說)》로 고쳤다.】 《병설(兵說)》에 이르기를,

"병법(兵法)이란 지혜(智慧)로써 용병(用兵)을 행하고, 용병(用兵)으로써 지혜(智慧)에 응(應)하는 것이다. 지혜(智慧)란 인의(仁義)에 근본하고, 나의 사람을 헤아리고 지리(地利)를 살피는 것이요, 용병(用兵)이란 형수(形數)117) 를 밝히고 절제(節制)를 한결같이 하고 기계(器械)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인의(仁義)에 근본하지 않으면 적(敵)이 없어도 스스로 파멸(破滅)할 것이요, 나의 사람을 헤아리지 않으면 나방이[蛾]처럼 불꽃 속으로 날아들 것이요, 지리(地利)를 살피지 않으면 맹인(盲人)이 지팡이를 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형수(形數)를 밝히지 않으면 작은 데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요, 절제(節制)를 한결같이 하지 않으면 진중(陣中)에 임하여 장수를 버릴 것이요, 기계(器械)를 이롭게 하지 않으면 가장 비옥한 토지를 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인의(仁義)에 근본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학교(學校)를 밝게 하고 군신(君臣)의 사이를 엄하게 하고 문무(文武)를 높이고 전장(典章)을 지키는 것이 바로 그것이며, 나의 사람을 헤아리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천운(天運)을 살피고 장수(將帥)와 사졸(士卒)을 교계(校計)하여 그 곡직(曲直)을 헤아리고 그 노일(勞逸)을 참고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며, 지리(地利)를 살피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풍수(風水)를 틈타고 도리(道理)에 통달하여 높고 낮은 곳에 따르고 험(險)하고 평이(平易)한 곳에 의거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형수(形數)를 밝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군적(軍籍)을 닦고 미리 대열(隊列)을 짜서 인심(人心)을 안정시키고 이목(耳目)을 하나같이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고, 절제(節制)를 한결같이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교도(敎導)와 검열(檢閱)을 부지런히 하고 상(賞)과 벌(罰)을 항상 같게 하되, 적진(敵陣)에 임(臨)한 듯이 하고 조금도 용서하지 않는 것이 바로 그것이며, 기계(器械)를 이롭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사람에게 각각 만들게 하되 상용(常用)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목마(牧馬)를 권장하고 출척(黜陟)을 상고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진실로 이를 안다고 하더라도 대강 생각하는 것이 반이 넘는다. 사람은 사람을 위하여 헤아리고 돼지는 돼지를 위하여 헤아리므로, 장수의 기골(氣骨)이 있는 자는 나의 말을 빌릴 것도 없으니, 어찌 쓸데없이 유시(諭示)하겠는가?"

하였다. 《장설(將說)》에 이르기를,

"무릇 장수(將帥) 된 자의 허물은 지혜가 남을 업신여기는 데 능하고 재주가 남을 깔보는 데 족하여 남과 더불어 접촉하지 아니하고, 자기 뜻으로 남을 멸시(蔑視)하고 자기 혼자서 일을 행하여 상하(上下)가 교통(交通)하지 않는 것인데, 이것은 진실로 필부(匹夫)일 뿐이다. 순종(順從)하는 마음에 익숙하여 남에게 거스르는 마음을 가지는 수가 드물고, 힘으로 믿던 것이 뜻과 같지 아니할 때를 만나면 성을 내는 등 크게 장성(壯盛)하지 못하고 공명(功名)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칭찬을 듣고도 기뻐하지 아니하고, 욕(辱)을 먹어도 노(怒)하지 아니하고, 두루 아랫사람에게 자문(諮問)하여 유화(柔和)로써 일을 처리하는 것이 상책(上策)이요, 지혜를 쌓았으면서도 지혜를 구하고, 재주를 온축(蘊蓄)하였으면서도 재주를 구하고, 과감히 결단(決斷)하고, 능력 있는 이를 임명하여서 강력히 일을 추진하는 것이 중책(中策)이요, 하늘을 우러러보고도 고개를 숙이지 아니하고, 어진이를 보고도 공경(恭敬)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마음대로 독판(獨辦)하여 망령되게 일을 망치는 것이 하책(下策)이다. 항상 궁술(弓術)과 승마(乘馬)를 익히고 겸하여 유술(儒術)을 닦는 것이 상책(上策)이요, 유술(儒術)을 비방하고 무술(武術)을 숭상하고, 마음은 신중(愼重)하나 광망(狂妄)한 것이 중책(中策)이요, 힘을 믿고 세력을 끼고서 남을 만나면 깔보는 것이 하책(下策)이다. 이익을 보면 의(義)를 생각하는 것이 상책(上策)이요, 술잔을 잡으면 취(醉)할 것을 생각하는 것이 중책(中策)이요, 분수 밖의 것인데도 얻기를 생각하는 것이 하책(下策)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그 상책을 얻으면 그 임금을 요(堯)·순(舜)과 같이 만들 것이요, 그 중책을 얻으면 백성들을 편안히 하고 적(敵)을 제어할 것이요, 그 하책(下策)을 얻으면 집안을 망치고 나라를 망칠 것이니, 신중하게 아니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좌의정(左議政) 신숙주(申叔舟)·중추원 사(中樞院使) 최항(崔恒)·예문 제학(藝文提學) 이승소(李承召)·형조 참판(刑曹參判) 서거정(徐居正) 등이 주(註)를 찬술(撰述)하였는데 이때에 이르러 신숙주 등이 주(註)를 끝마치고 뒤따라 전문(箋文)을 바쳤다. 그 전문(箋文)에 이르기를,

"하늘의 권명(眷命)에 힘쓰면 이에 문운(文運)의 융성(隆盛)에 박차를 더하고, 나라의 대사(大事)가 무(武)에 있으면 병가(兵家)의 요체(要體)를 밝게 보이는데, 이것이 어찌 오로지 무(武)의 방략(方略)을 찬술(纘述)할 뿐이겠습니까? 실로 나라를 보호하는 규모입니다. 신 등이 그윽이 보건대 황제(黃帝)는 악기(握機)118) 의 글을 지었고, 창희(蒼姬)는 사마(司馬)119) 의 법(法)을 만들었으니, 대개 군사가 아니면 외적의 침입을 막기가 어렵고 군율(軍律)이 없으면 능히 군사를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공손히 생각하건대 성상께서는 성스럽고 공경하는 덕(德)을 날로 높이시고 용기와 지혜를 하늘에서 내리시어, 공(功)은 탕왕(湯王)·무왕(武王)께서 어지러운 세상을 다스려 평안하게 한 것보다 높으시고, 덕(德)은 요(堯) 임금·순(舜) 임금께서 거듭 왕위를 이어 빛낸 것과 같으신데, 천심(天心)에 부응(副應)하고 인심(人心)에 순종(順從)하시니, 역수(曆數)가 하나의 덕(德)으로 돌아가, 계승할 뜻과 찬술(纘述)할 일이 백년 동안에 일어날 예악(禮樂)입니다. 그러나 성상께서는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다스림에 미흡(未洽)하다고 이르시고, 더욱 안으로 정치를 닦기에 힘쓰고 겸하여 밖으로 적을 막을 방도를 취하시어, 교도(敎導)와 검열(檢閱)을 사철 부지런히 하고 병졸(兵卒)을 정(精)하게 훈련시키니, 위령(威靈)이 팔표(八表)120) 에 떨치고 큰 적은 두려워하고 작은 적은 덕을 흠모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장수 된 자의 도리가 무(武)를 쓰는 방도에 자세하지 못할까 염려하여, 이에 어찰(御札)을 내려서 가르치고 지시하시며, 서한(書翰)을 밝게 돌려서 더불어 맹세하고 깨우치시고 그 호기(灝氣)121) 의 엄숙함을 같이하십니다. 성상의 유모(猷謀)가 진실로 가득찬데, 인의(仁義)로써 근본을 삼으시니 일하는 도리가 그 상명(詳明)함을 다하고 규모(規模)가 그 굉대(宏大)함을 다하십니다. 그러나 성훈(聖訓)이 은밀(隱密)하시고 예조(睿藻)122) 가 간엄(簡嚴)123) 하시어, 진실로 성상께서 생각을 내시어 지휘(指揮)하지 않으신다면 누가 그 심오한 바를 궁구(窮究)하겠습니까? 신 등은 모의(謀議)가 신칙(申飭)하심을 도우는 데 부끄럽고 학문(學問)이 무(武)를 지식(止息)시키는 데 우매한데, 참람한 분수를 헤아리지 못하고 망령되게 주해(註解)를 달았습니다. 역대 정벌(征伐)과 전쟁(戰爭)의 사건을 채록(採錄)하여서 성공과 실패의 기틀로 증험(證驗)하였고, 전대 사람의 논단(論斷)한 말을 인용(引用)하여 잘잘못의 본보기로 밝혔는데, 감히 천려(千慮)를 다하였으나 한마디 도움이 되겠습니까? 비록 능히 성모(聖謀)에 윤색(潤色)하지 못하였으나, 또한 장수(將帥)와 사졸(士卒)에게 일일이 유시(諭示)하여, 싸우면 반드시 이기고 공격하면 반드시 취하여 일조(一朝)에 이미 이룩한 계책을 받들게 하며, 제어하여 어지럽지 못하게 하고 보호하여 위험스럽지 않게 하여 억만년에 포상(苞桑)124) 의 계책을 세우도록 바랍니다."

하였다.

신숙주·최항·이승소·서거정에게 내구마 1필씩을 내려 주었다.

  • [註 117] 형수(形數) : 모양과 실수(實數).
  • [註 118] 악기(握機) : 군진(軍陣)의 이름.
  • [註 119] 사마(司馬) : 군사를 맡아 보던 관원.
  • [註 120] 팔표(八表) : 온 세상.
  • [註 121] 호기(灝氣) : 천상의 맑은 기운.
  • [註 122] 예조(睿藻) : 임금의 지은 글.
  • [註 123] 간엄(簡嚴) : 간략하고 엄밀함.
  • [註 124] 포상(苞桑) : 뽕나무 뿌리. 곧 근본을 확고히 함.

원문

○先是上親製《兵將說》。 【初名《兵鏡》, 後改《兵將說》。】 《兵說》曰:

兵者, 以智運用, 以用應智。 智者, 本仁義, 度我人, 審地利也。 用者, 明形數, 一節制, 利器械也。 不本仁義, 則無敵自破, 不度我人, 則如蛾赴燭, 不審地利, 則盲者去杖。 不明形數, 則多還爲少, 不一節制, 則臨陣棄將, 不利器械, 則肆上肥腴。 本仁義, 則如之何? 明學校, 嚴君臣, 崇文武, 守典章是也, 度我人, 則如之何? 觀天運, 校將士, 計曲直, 參勞逸是也, 審地利, 則如之何? 乘風水, 達道里, 因高下, 據險易是也。 明形數, 則如之何? 修軍籍, 預作隊, 定人心, 一耳目是也, 一節制, 則如之何? 勤敎閱, 恒賞罰, 比臨敵, 無少貸是也。 利器械, 則如之何? 人各造, 禁常用, 勸牧馬, 考黜陟是也。 苟知此大槪, 思過半矣。 人爲人計, 豚爲豚計, 有將骨者, 不假予言, 夫何勞諭?

《將說》曰:

凡爲將之咎, 智能倣人才, 足陵人, 未與接人, 己志蔑人, 獨身行事, 上下無交, 此眞匹夫耳。 狃於順心, 罕於逆心, 瞋力所恃, 逢不如意, 不及盛壯, 功名不遂, 可惜也哉? 聞譽而不喜, 受辱而不怒, 周問下資, 以柔濟事, 上也, 積智而求智, 蘊才而救才, 果斷任能, 以强立事, 中也, 仰天而不俯, 見賢而不敬, 專擅獨辦, 以妄敗事, 下也。 常事弓馬, 兼治儒術, 上也, 謗儒尙武, 心愼狂妄, 中也, 恃力挾勢, 逢人則慢, 下也。 見利思義, 上也, 執杯思醉, 中也, 分外思得, 下也。 是故得其上, 則致君堯、舜, 得其中, 安民制敵, 得其下, 則亡家敗國, 可不重歟?

命左議政申叔舟、中樞院使崔恒、藝文提學李承召、刑曹參判徐居正等撰註。 至是叔舟等註訖, 隨箋以進。 箋曰:

天之眷命, 用懋誕撫, 文運之隆, 國之大事, 在戎昭揭, 兵家之要, 豈惟纉武之略? 實是保邦之規。 臣等竊觀黃帝著《握機》之文, 蒼姬制司馬之法, 蓋非兵則難以禦侮, 而無律則莫能行師。 恭惟聖敬日躋, 勇智天錫, 功高湯、武之撥亂, 德協堯、舜之重華, 應乎天順乎人, 曆數歸于一德, 繼之志述之事, 禮樂興於百年。 然而聖不自居, 猶謂治之未(給)〔洽〕 , 益務內修之政, 兼擧外禦之方, 敎閱勤於四時, 兵精卒鍊, 威靈振於八表, 大畏小懷。 尙慮爲將之道, 未悉用武之道, 乃賜御札, 以示指南, 震翰昭回, 與誓誥同, 其灝噩王猷允塞, 以仁義爲之本源, 條貫盡其詳明, 規模極其宏遠。 然聖訓之微密, 而睿藻之簡嚴, 苟非發揮, 孰究蘊奧? 臣等謀慙借筯, 學昧止戈, 不揆僭踰, 妄著註解。 採歷代征戰之事, 以驗成敗之機, 引前人論斷之言, 以明得失之効, 敢竭千慮, 用贊一辭。 雖未能潤色乎聖謀, 亦庶幾開諭於將士, 戰必勝攻必取, 奉成算於一朝, 制未亂保未危, 繫苞桑於億載。

賜叔舟、恒、承召、居正內廐馬各一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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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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