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가 함길도 사람 최유와 이종번 등의 사사로운 청을 거절하다
을축년037) 2월에 함길도(咸吉道) 사람 최유(崔濡)가 세조에게 말하기를,
"이원기(李元奇)의 아들이 시위(侍衛)에 머물러 있고자 하니, 청컨대 이를 도모해 주소서."
하니, 세조가 말하기를,
"사람을 쓰는 것은 인군(人君)의 일이니, 내가 아뢸 바가 아니다."
하였다. 이때 어느 사람이 세조에게 글을 써서 청탁해 주기를 청하며 반드시 말하기를,
"이것은 사람들이 다 하는 일입니다."
하니, 세조가 웃으며 말하기를,
"나는 남이 하는 것은 하지 않고, 반드시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자이다."
하였다. 또 이종번(李宗蕃)이 장차 북방으로 사명을 띠고 가게 되자, 때마침 종친들의 연회에 와서 알현하고 그 모면을 꾀하려고 하니, 모든 종친들이 다 말하기를,
"그렇게 하겠다."
하였는데, 오직 세조만은 말하기를,
"대장부란 항상 사방에 뜻을 두고서 언제나 공을 세울 만한 인연이 없음을 한하는 것인데, 신하가 되어서 구차스럽게 면하려고 한다는 것은 나는 아직 듣지 못하였다."
하니, 함녕군(諴寧君) 이인(李䄄)이 이를 듣고 말하기를,
"지극하다. 그 말씀이!"
하며, 감탄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5장 A면【국편영인본】 7책 57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종친(宗親) / 인물(人物) / 군사-중앙군(中央軍) / 역사-편사(編史)
- [註 037]을축년 : 1445 세종 27년.
○乙丑二月, 咸吉道人崔濡言於世祖曰: "李元奇之子, 欲留侍衛, 請圖之。" 世祖曰: "用人, 人君之事, 非吾所啓也。" 時人有請世祖書行請托必曰: "此人所共爲之事。" 世祖笑曰: "我不爲人之所爲, 必爲人之所不爲者也。" 又李宗蕃者將使於北方, 適於宗親宴會來謁欲圖免, 諸宗親皆曰: "諾。" 世祖獨曰: "大丈夫常有四方之志, 每恨立功無因, 臣而苟免, 吾所未聞。" 諴寧君 䄄歎曰: "至哉言乎?"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5장 A면【국편영인본】 7책 5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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