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실록 1권, 총서 11번째기사
세종이 평강에서 강무할 때 세조가 한번의 채찍질로 여러 마리 사슴을 잡다
기미년017) 윤2월에 세종이 평강(平康)에서 강무(講武)를 행하였는데, 9마리의 사슴이 함께 달리는 것을 세조가 그 중의 6마리를 쏘아 죽였으며, 또 5마리의 사슴이 함께 내려오는데 그 중 4마리를 쏘아 죽이니, 세종과 문종이 그의 능한 솜씨를 칭찬하였다. 이날 세조가 1번의 채찍질로 6마리를 죽인 것이 두 번이었고, 5마리를 죽인 것이 서너 너덧 번이었다. 또 달아나던 사슴이 타고 있던 말 위를 뛰어 넘는 것을 세조가 쳐다보고 쏘아 관통시켰는데, 이와 같은 것이 두 번이나 있었다. 이튿날 말 주변에서 주선하던 자가 아뢰기를,
"어제 진양 대군(晉陽大君)이 쏜 것이 대개 68마리인데,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이 또 몇 마리인지 알 수 없습니다."
하였다. 이번 길에 세조가 그 용맹을 보이려고 일부러 노둔한 말을 타고는 노루[獐]를 쫓다가 그 말이 수십 번을 넘어졌으나 문득 말에서 빠져나와 우뚝 서곤 하였다. 구군장(驅軍將)018) 성달생(成達生)019) 이 이를 보고 말하기를,
"곽승우(郭承祐)는 능히 투개(投蓋)는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넘어지는 말에서 뛰어내려 우뚝 서지는 못하였는데, 진양 대군은 번번이 서니 어찌 신기하지 않으냐?"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2장 B면【국편영인본】 7책 55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인물(人物) / 역사-편사(編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