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실록2권, 단종 즉위년 7월 12일 癸卯 1/4 기사 / 1452년 명 경태(景泰) 3년
세조와 여러 대신들이 육즙을 진어할 것을 여러 번 청하니 마지못해 윤허하다
국역
세조가 효령 대군 이보(李𥙷)·임영 대군(臨瀛大君) 이구(李璆)·금성 대군(錦城大君) 이유(李瑜)·영응 대군(永膺大君) 이염(李琰)과 황보인·남지·김종서·정분·이양·윤형·강맹경과 더불어 경회루 남문에 나아가서 세조가 아뢰기를,
"전자에 정부 대신 등이 육즙을 진어(進御)하도록 여러 번 청하였으나 유윤(兪允)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종실 대신이 모두 정부 대신들과 함께 진어하시도록 권하니, 청컨대 유음을 내려 주소서. 대저 몸이 노쇠하는 것과 나이 어린 것은 그 기운이 한가지인데, 《예기(禮記)》에, ‘70이 된 자는 오직 최마(衰麻)만을 몸에 걸릴 뿐이라.’ 하였으니, 이것은 몸이 노쇠하면 상(喪)을 이루지 아니 한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이제 유충(幼沖)하시어 기운이 노쇠한 것과 같으시고, 또 몸이 편치 아니한 증후(證候)가가 있지 않습니까? 또 조종(祖宗)께서 분명히 유훈(遺訓)이 계셨으니, 청컨대 모름지기 육즙을 조금이라도 드소서."
하니, 전지하기를,
"내가 병이 없고 음식도 평상시와 같이 하니, 어찌 고기를 먹겠는가?"
하였다. 세조가 다시 아뢰기를,
"옛 사람이 이르기를, ‘부모의 유체(遺體)를 움직일 적에 감히 공경하지 않겠는가?’ 하였는데, 더구나 인주(人主)의 한 몸은 위로 종사(宗社)에 관계되고 아래로 생령(生靈)에 관계되니, 전하께서도 또한 사사로이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종친·대신이 합사(合辭)하여서 상청(上請)하는데, 비록 의에는 합하지 아니하더라도 진실로 마땅히 힘써 따라야 하는데, 하물며 사리가 지당한 일이겠습니까? 반드시 윤허하시기를 기다린 뒤에 물러가겠습니다."
하고, 황보인 등이 또 아뢰기를,
"비록 상인(常人)의 장성(壯盛)한 기운으로서도 만일 최질(衰絰)을 만나면 날로 파리하고 수척함에 이르는데, 하물며 주상께서 유충(幼沖)하시어 혈기가 강장하시지 못하여 한 나라의 신민의 주인이 되셨으니, 맡은 책임이 지극히 중합니다. 만일 병이 없다고 하여 삼가지 아니하면 병이 나서 후회가 막심할 것입니다. 소사(疏食)254) 로 상제를 지킴은 효자의 조그마한 행실이요, 몸을 편안히 하고 나라를 보전함은 효자의 큰 절개입니다. 이제 주상께서 원대한 생각을 돌아보지 않으시니, 신 등은 애통하고 민망한 마음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또 지금의 종친들은 모두 전하의 숙부(叔父)이니, 《예기(禮記)》에, ‘존장(尊長)이 강권하면 조금 먹는 것도 괜찮다.’ 하였으니, 청컨대 모름지기 윤허하소서."
하니, 또한 듣지 않았다. 세조가 말하기를,
"마땅히 친히 들어가서 청하겠다."
하니, 모두 이르기를,
"좋습니다."
하였다. 세조가 강맹경으로 하여금 육즙과 말린 고기[乾肉]를 갖추게 하고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슬프게 흐느끼면서 애통하여 하니, 좌우에서 세조에게 이르기를,
"만일 청을 얻지 못하면 도리가 물러날 수가 없습니다."
하고, 곧 다시 청하여 말하기를,
"신 등이 들어가 뵙기를 원합니다. 아뢸 것이 있습니다."
하니, 전지하기를,
"나는 사실 병이 없다. 그러므로 윤허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의 청하는데 쫓겨서 마땅히 들겠다."
하였다. 이구(李璆)·255) 이유(李瑜)256) 와 대신들도 오히려 육선(肉膳)들기를 기다렸다가 물러가니, 세조가 일어나 말하기를,
"속히 물러가자. 왕은 희언(戲言)이 없는 것이다."
하고 나가니, 황보인과 김종서가 세조에게 치사하여 말하기를,
"대군(大君)의 공(功)이오."
하였다.
원문
○癸卯/世祖與孝寧大君 (補)〔𥙷〕 、臨瀛大君 璆、錦城大君 瑜、永膺大君 琰、皇甫仁、南智、金宗瑞、鄭苯、李穰、尹炯、姜孟卿詣慶會樓南門。 世祖啓曰: "前者政府大臣等, 累請進肉汁, 未蒙兪允, 今宗室大臣, 偕政府大臣, 勸進, 請賜兪音。 大抵衰老、幼稚, 其氣一也, 《禮》: 七十者, 唯衰麻在身而已。’ 是以衰老, 而不成喪也。 況今幼沖, 氣同衰老, 又有未寧之證, 且祖宗明有遺訓, 請須小進肉汁。" 傳曰: "予無病, 飮食如常, 安可食肉乎?" 世祖更啓曰: "古人云: ‘行父母之遺體, 敢不敬乎?’ 汎人主一身, 上係宗社, 下關生靈, 殿下亦不得而私之, 今宗親大臣, 合辭上請, 雖不合義, 固當勉從, 況事理至當, 必待允許而後退。" 仁等又啓曰: "雖以常人盛壯之氣, 若遇衰絰, 則日至羸瘦。 況主上幼沖, 血氣未壯, 爲一國(神)〔臣〕 民之主, 所托至重。 若以爲無病, 而不謹, 則不豫之, 後悔無及矣。 疏食守喪, 孝子之細行, 安身保國, 孝子之大節。 今主上, 不顧遠慮, 臣等不勝痛悶。 且今來宗親, 皆殿下叔父, 《禮》: ‘尊長强之, 則稍食可也。’ 請須允許。" 亦不聽。 世祖曰: "當親入請焉。" 皆曰: "可。" 世祖使孟卿, 備肉汁、乾肉, 以扇掩面, 悲咽哀動。 左右〔謂〕 世祖曰: "若不得請, 則理無退去。" 乃再請曰: "臣等願入見, 有所啓焉。" 傳曰: "予實無病, 故不允, 然迫群請, 當進矣。" 璆、瑜及大臣等, 猶竢進肉乃退。 世祖起曰: "其速退焉, 王者無戲言。" 旣出, 仁、宗瑞致謝於世祖曰: "大君之功也。"
단종실록2권, 단종 즉위년 7월 12일 癸卯 1/4 기사 / 1452년 명 경태(景泰) 3년
세조와 여러 대신들이 육즙을 진어할 것을 여러 번 청하니 마지못해 윤허하다
국역
세조가 효령 대군 이보(李𥙷)·임영 대군(臨瀛大君) 이구(李璆)·금성 대군(錦城大君) 이유(李瑜)·영응 대군(永膺大君) 이염(李琰)과 황보인·남지·김종서·정분·이양·윤형·강맹경과 더불어 경회루 남문에 나아가서 세조가 아뢰기를,
"전자에 정부 대신 등이 육즙을 진어(進御)하도록 여러 번 청하였으나 유윤(兪允)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종실 대신이 모두 정부 대신들과 함께 진어하시도록 권하니, 청컨대 유음을 내려 주소서. 대저 몸이 노쇠하는 것과 나이 어린 것은 그 기운이 한가지인데, 《예기(禮記)》에, ‘70이 된 자는 오직 최마(衰麻)만을 몸에 걸릴 뿐이라.’ 하였으니, 이것은 몸이 노쇠하면 상(喪)을 이루지 아니 한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이제 유충(幼沖)하시어 기운이 노쇠한 것과 같으시고, 또 몸이 편치 아니한 증후(證候)가가 있지 않습니까? 또 조종(祖宗)께서 분명히 유훈(遺訓)이 계셨으니, 청컨대 모름지기 육즙을 조금이라도 드소서."
하니, 전지하기를,
"내가 병이 없고 음식도 평상시와 같이 하니, 어찌 고기를 먹겠는가?"
하였다. 세조가 다시 아뢰기를,
"옛 사람이 이르기를, ‘부모의 유체(遺體)를 움직일 적에 감히 공경하지 않겠는가?’ 하였는데, 더구나 인주(人主)의 한 몸은 위로 종사(宗社)에 관계되고 아래로 생령(生靈)에 관계되니, 전하께서도 또한 사사로이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종친·대신이 합사(合辭)하여서 상청(上請)하는데, 비록 의에는 합하지 아니하더라도 진실로 마땅히 힘써 따라야 하는데, 하물며 사리가 지당한 일이겠습니까? 반드시 윤허하시기를 기다린 뒤에 물러가겠습니다."
하고, 황보인 등이 또 아뢰기를,
"비록 상인(常人)의 장성(壯盛)한 기운으로서도 만일 최질(衰絰)을 만나면 날로 파리하고 수척함에 이르는데, 하물며 주상께서 유충(幼沖)하시어 혈기가 강장하시지 못하여 한 나라의 신민의 주인이 되셨으니, 맡은 책임이 지극히 중합니다. 만일 병이 없다고 하여 삼가지 아니하면 병이 나서 후회가 막심할 것입니다. 소사(疏食)254) 로 상제를 지킴은 효자의 조그마한 행실이요, 몸을 편안히 하고 나라를 보전함은 효자의 큰 절개입니다. 이제 주상께서 원대한 생각을 돌아보지 않으시니, 신 등은 애통하고 민망한 마음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또 지금의 종친들은 모두 전하의 숙부(叔父)이니, 《예기(禮記)》에, ‘존장(尊長)이 강권하면 조금 먹는 것도 괜찮다.’ 하였으니, 청컨대 모름지기 윤허하소서."
하니, 또한 듣지 않았다. 세조가 말하기를,
"마땅히 친히 들어가서 청하겠다."
하니, 모두 이르기를,
"좋습니다."
하였다. 세조가 강맹경으로 하여금 육즙과 말린 고기[乾肉]를 갖추게 하고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슬프게 흐느끼면서 애통하여 하니, 좌우에서 세조에게 이르기를,
"만일 청을 얻지 못하면 도리가 물러날 수가 없습니다."
하고, 곧 다시 청하여 말하기를,
"신 등이 들어가 뵙기를 원합니다. 아뢸 것이 있습니다."
하니, 전지하기를,
"나는 사실 병이 없다. 그러므로 윤허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의 청하는데 쫓겨서 마땅히 들겠다."
하였다. 이구(李璆)·255) 이유(李瑜)256) 와 대신들도 오히려 육선(肉膳)들기를 기다렸다가 물러가니, 세조가 일어나 말하기를,
"속히 물러가자. 왕은 희언(戲言)이 없는 것이다."
하고 나가니, 황보인과 김종서가 세조에게 치사하여 말하기를,
"대군(大君)의 공(功)이오."
하였다.
원문
○癸卯/世祖與孝寧大君 (補)〔𥙷〕 、臨瀛大君 璆、錦城大君 瑜、永膺大君 琰、皇甫仁、南智、金宗瑞、鄭苯、李穰、尹炯、姜孟卿詣慶會樓南門。 世祖啓曰: "前者政府大臣等, 累請進肉汁, 未蒙兪允, 今宗室大臣, 偕政府大臣, 勸進, 請賜兪音。 大抵衰老、幼稚, 其氣一也, 《禮》: 七十者, 唯衰麻在身而已。’ 是以衰老, 而不成喪也。 況今幼沖, 氣同衰老, 又有未寧之證, 且祖宗明有遺訓, 請須小進肉汁。" 傳曰: "予無病, 飮食如常, 安可食肉乎?" 世祖更啓曰: "古人云: ‘行父母之遺體, 敢不敬乎?’ 汎人主一身, 上係宗社, 下關生靈, 殿下亦不得而私之, 今宗親大臣, 合辭上請, 雖不合義, 固當勉從, 況事理至當, 必待允許而後退。" 仁等又啓曰: "雖以常人盛壯之氣, 若遇衰絰, 則日至羸瘦。 況主上幼沖, 血氣未壯, 爲一國(神)〔臣〕 民之主, 所托至重。 若以爲無病, 而不謹, 則不豫之, 後悔無及矣。 疏食守喪, 孝子之細行, 安身保國, 孝子之大節。 今主上, 不顧遠慮, 臣等不勝痛悶。 且今來宗親, 皆殿下叔父, 《禮》: ‘尊長强之, 則稍食可也。’ 請須允許。" 亦不聽。 世祖曰: "當親入請焉。" 皆曰: "可。" 世祖使孟卿, 備肉汁、乾肉, 以扇掩面, 悲咽哀動。 左右〔謂〕 世祖曰: "若不得請, 則理無退去。" 乃再請曰: "臣等願入見, 有所啓焉。" 傳曰: "予實無病, 故不允, 然迫群請, 當進矣。" 璆、瑜及大臣等, 猶竢進肉乃退。 世祖起曰: "其速退焉, 王者無戲言。" 旣出, 仁、宗瑞致謝於世祖曰: "大君之功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