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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118권, 세종 29년 11월 15일 癸卯 2/2 기사 / 1447년 명 정통(正統) 12년

세자의 서연관은 서연에만 사진하게 할 것을 청하는 좌필선 이석형의 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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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필선(左弼善) 이석형(李石亨) 등이 상서(上書)하기를,

"동궁(東宮)이 전달에 《예기(禮記)》를 읽어 마치고 신 등에게 이르옵기를, ‘예전 사람이 말하기를, 「친구와 강습하여야지 만일 혼자 보면 쉽게 잊는다.」 하였으니, 마땅히 다시 강론하여야 하겠다.’ 하고는, 인하여 《예기(禮記)》 첫 편(篇)을 가지고 진독(進讀)하였습니다. 신 등은 생각하건대, 동궁(東宮)은 천성이 배우기를 좋아하며 날마다 서연(書筵)을 보아 부지런하여 게을리 하지 않고, 경서에도 강마(講磨)하지 않은 것이 없어서 학문이 이미 높아졌고, 《예기(禮記)》 한 글에 있어서는 강구하기를 두세 번이나 하였으니, 참으로 정하고 익어졌는데 오히려 지극하지 못하였는가 염려하여 또 신 등으로 하여금 진독(進讀)하게 하였으니, 이른바 이미 정하여지고도 더욱 그 정함을 구하는 것이니, 더욱 천박한 자의 감내할 바가 아닙니다.

지금 서연관(書筵官) 열 사람에 언문(諺文)과 의서(醫書)를 제하면 겨우 신 등의 여섯 사람이 윤차로 진강(進講)하옵는데, 생각하건대 신 등이 《예기(禮記)》에 있어서 본래 사수(師授)한 것이 없고 겸하여 품성이 어둡고 어리석어 비록 날마다 붕료(朋僚)로 더불어 함께 있어서 전력하여 토론하더라도 오히려 맞지 못할까 두려워하거든, 하물며 함께 있지도 못하고 힘이 또 전일하지 못하여, 혹은 춘추관(春秋館)에 사진하고 혹은 의주(儀注)에 사진(仕進)하고, 게다가 과시(課試)하는 것과 독서한 것을 치부(置簿)하는 일로 하여 모두 다른 사무에 종사하고 평소에 강습하지 않았다가, 번차(番次)를 당하면 급하게 섭렵(涉獵)하여 이치도 궁구하지 못하고 일도 상고할 겨를이 없고 의심도 질정할 수 없이 겨우 한 번 눈에 붙이고 갑자기 진강(進講)하여, 만일 의문이 있으면 혹은 함부로 대답하거나 대답을 하지 못하고, 혹은 대답하여도 온오(蘊奧)를 다하지 못하고 얼굴이 붉어져서 물러나와 할 바를 알지 못하니, 다시 이 글을 강하는 것이 어찌 이렇게 하고만 말려는 것입니까. 한갓 신 등의 마음이 깊이 부끄러움이 있을 뿐 아니라, 실상은 동궁(東宮)의 부지런히 보탬되기를 구하는 뜻에 응부(應副)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신 등은 생각하건대, 저부(儲副)를 보양(輔養)하는 것이 종사(宗社)와 생령(生靈)의 만세의 복이 되니, 천하의 일이 이보다 더 큰 것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다른 일에 얽매어 도리어 남은 힘이 없으니 그 경중과 완급(緩急)이 어떠합니까. 만일 동궁(東宮)의 학문이 이미 이루어졌으니 무얼 서연관에게 의뢰하랴 한다면 이것은 대단히 불가하니, 대저 성인(聖人)도 저절로 성인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공자(孔子)도 《주역(周易)》을 읽어 가죽으로 맨 것이 세 번 끊어지기에 이르렀으나, 오히려 ‘나에게 두어 해를 빌려주었으면’ 하였습니다. 전하께서 어찌 세자(世子)가 학문이 이미 이루어졌으니 반드시 더 배울 것이 없다고 말씀하실 것이며, 동궁(東宮)인들 어찌 스스로 말하기를, 학문은 이미 이루어졌지마는 오늘에 다시 이 글을 강마하는 것은 아직 잊어버리지 않기 위하여서라고 하겠으며, 신 등도 또 어찌 우리 동궁(東宮)이 학문이 이미 지극하여졌으니 반드시 보도(輔導)의 공을 더할 것이 없다고 말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서연(書筵)의 임무를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고 전일하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서연관으로 하여금 다른 일은 겸하지 말고 날마다 서연(書筵)에 사진하게 하여, 아침저녁으로 함께 있어서 이치가 궁구하기 어려운 것이 있으면 할 수 없지마는 궁구할 만한 것은 궁구하고, 일이 상고하기 어려운 것이 있으면 할 수 없지마는 상고할 것은 상고하고, 의심나는 것이 질정하기 어려운 것이 있으면 할 수 없지마는 질정한 만한 것은 질정하게 하시면, 거의 조용히 상확(商確)할 수 있어서 의문의 만분지일에 대비하겠습니다."

하니, 이조에 내리었다.

원문

○左弼善李石亨等上書曰:

東宮於前月讀《禮記》畢, 謂臣等曰: "古人云: ‘朋友講習。’ 若獨覽則易或忘之’, 宜更講論。" 仍將《禮記》首篇進讀。 臣等竊惟東宮天性好學, 日視書筵, 孜孜不倦, 其於經書, 靡所不講, 學問已高, 而於《禮記》一書, 講至再三, 固爲精熟矣, 猶慮未至, 又令臣等進讀, 所謂已精而益求其精也, 尤非淺薄所能堪也。 今書筵官十人, 除諺文醫書, 僅有臣等六人輪次進講。

竊念臣等於《禮記》, 本無師授, 兼以稟性昏愚, 雖日與朋僚同處, 專力討論, 猶懼不稱, 況未得同處, 力又不專, 或仕春秋館, 或仕儀注, 加以課試, 及讀書置簿, 皆從事他務, 素不講習, 當其番次, 以蒼黃涉獵, 理未暇窮, 事未暇考, 疑無可質, 僅一寓目, 率爾進講。 若有疑問, 或妄對不能對, 或對而未能盡其蘊, 靦面而退, 未知所以, 復講是書, 豈欲若是而止乎! 非徒臣等之心, 深有愧焉, 實未副東宮孜孜求益之意也。

臣等竊謂輔養儲副, 以爲宗社生靈萬世之福, 天下事, 孰有大於此者! 而柅以他事, 反無餘力, 其輕重緩急何如哉! 若曰東宮學問已成, 何賴書筵官, 則是甚不可。 大抵聖不自聖, 孔子讀《易》, 至韋編三絶, 而猶曰: "假我數年。" 殿下豈肯謂世子學問已成, 而不必加學也! 東宮豈自謂學問已成, 而今日之復講是書, 姑爲是拳拳也! 臣等亦謂我東宮學問已極, 而不必加輔導之功也。 然則書筵之任, 其不可少忽也明矣, 其不可不專也審矣。 伏望許令書筵官, 毋兼他事, 日仕書筵, 使朝夕同處, 理有難窮者則已, 其可窮者窮之; 事有難考者則已, 其可考者考之; 疑有難質者則已, 其可質者質之, 庶得從容商確, 以備疑問之萬一。

下吏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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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118권, 세종 29년 11월 15일 癸卯 2/2 기사 / 1447년 명 정통(正統) 12년

세자의 서연관은 서연에만 사진하게 할 것을 청하는 좌필선 이석형의 상서

국역

좌필선(左弼善) 이석형(李石亨) 등이 상서(上書)하기를,

"동궁(東宮)이 전달에 《예기(禮記)》를 읽어 마치고 신 등에게 이르옵기를, ‘예전 사람이 말하기를, 「친구와 강습하여야지 만일 혼자 보면 쉽게 잊는다.」 하였으니, 마땅히 다시 강론하여야 하겠다.’ 하고는, 인하여 《예기(禮記)》 첫 편(篇)을 가지고 진독(進讀)하였습니다. 신 등은 생각하건대, 동궁(東宮)은 천성이 배우기를 좋아하며 날마다 서연(書筵)을 보아 부지런하여 게을리 하지 않고, 경서에도 강마(講磨)하지 않은 것이 없어서 학문이 이미 높아졌고, 《예기(禮記)》 한 글에 있어서는 강구하기를 두세 번이나 하였으니, 참으로 정하고 익어졌는데 오히려 지극하지 못하였는가 염려하여 또 신 등으로 하여금 진독(進讀)하게 하였으니, 이른바 이미 정하여지고도 더욱 그 정함을 구하는 것이니, 더욱 천박한 자의 감내할 바가 아닙니다.

지금 서연관(書筵官) 열 사람에 언문(諺文)과 의서(醫書)를 제하면 겨우 신 등의 여섯 사람이 윤차로 진강(進講)하옵는데, 생각하건대 신 등이 《예기(禮記)》에 있어서 본래 사수(師授)한 것이 없고 겸하여 품성이 어둡고 어리석어 비록 날마다 붕료(朋僚)로 더불어 함께 있어서 전력하여 토론하더라도 오히려 맞지 못할까 두려워하거든, 하물며 함께 있지도 못하고 힘이 또 전일하지 못하여, 혹은 춘추관(春秋館)에 사진하고 혹은 의주(儀注)에 사진(仕進)하고, 게다가 과시(課試)하는 것과 독서한 것을 치부(置簿)하는 일로 하여 모두 다른 사무에 종사하고 평소에 강습하지 않았다가, 번차(番次)를 당하면 급하게 섭렵(涉獵)하여 이치도 궁구하지 못하고 일도 상고할 겨를이 없고 의심도 질정할 수 없이 겨우 한 번 눈에 붙이고 갑자기 진강(進講)하여, 만일 의문이 있으면 혹은 함부로 대답하거나 대답을 하지 못하고, 혹은 대답하여도 온오(蘊奧)를 다하지 못하고 얼굴이 붉어져서 물러나와 할 바를 알지 못하니, 다시 이 글을 강하는 것이 어찌 이렇게 하고만 말려는 것입니까. 한갓 신 등의 마음이 깊이 부끄러움이 있을 뿐 아니라, 실상은 동궁(東宮)의 부지런히 보탬되기를 구하는 뜻에 응부(應副)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신 등은 생각하건대, 저부(儲副)를 보양(輔養)하는 것이 종사(宗社)와 생령(生靈)의 만세의 복이 되니, 천하의 일이 이보다 더 큰 것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다른 일에 얽매어 도리어 남은 힘이 없으니 그 경중과 완급(緩急)이 어떠합니까. 만일 동궁(東宮)의 학문이 이미 이루어졌으니 무얼 서연관에게 의뢰하랴 한다면 이것은 대단히 불가하니, 대저 성인(聖人)도 저절로 성인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공자(孔子)도 《주역(周易)》을 읽어 가죽으로 맨 것이 세 번 끊어지기에 이르렀으나, 오히려 ‘나에게 두어 해를 빌려주었으면’ 하였습니다. 전하께서 어찌 세자(世子)가 학문이 이미 이루어졌으니 반드시 더 배울 것이 없다고 말씀하실 것이며, 동궁(東宮)인들 어찌 스스로 말하기를, 학문은 이미 이루어졌지마는 오늘에 다시 이 글을 강마하는 것은 아직 잊어버리지 않기 위하여서라고 하겠으며, 신 등도 또 어찌 우리 동궁(東宮)이 학문이 이미 지극하여졌으니 반드시 보도(輔導)의 공을 더할 것이 없다고 말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서연(書筵)의 임무를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고 전일하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서연관으로 하여금 다른 일은 겸하지 말고 날마다 서연(書筵)에 사진하게 하여, 아침저녁으로 함께 있어서 이치가 궁구하기 어려운 것이 있으면 할 수 없지마는 궁구할 만한 것은 궁구하고, 일이 상고하기 어려운 것이 있으면 할 수 없지마는 상고할 것은 상고하고, 의심나는 것이 질정하기 어려운 것이 있으면 할 수 없지마는 질정한 만한 것은 질정하게 하시면, 거의 조용히 상확(商確)할 수 있어서 의문의 만분지일에 대비하겠습니다."

하니, 이조에 내리었다.

원문

○左弼善李石亨等上書曰:

東宮於前月讀《禮記》畢, 謂臣等曰: "古人云: ‘朋友講習。’ 若獨覽則易或忘之’, 宜更講論。" 仍將《禮記》首篇進讀。 臣等竊惟東宮天性好學, 日視書筵, 孜孜不倦, 其於經書, 靡所不講, 學問已高, 而於《禮記》一書, 講至再三, 固爲精熟矣, 猶慮未至, 又令臣等進讀, 所謂已精而益求其精也, 尤非淺薄所能堪也。 今書筵官十人, 除諺文醫書, 僅有臣等六人輪次進講。

竊念臣等於《禮記》, 本無師授, 兼以稟性昏愚, 雖日與朋僚同處, 專力討論, 猶懼不稱, 況未得同處, 力又不專, 或仕春秋館, 或仕儀注, 加以課試, 及讀書置簿, 皆從事他務, 素不講習, 當其番次, 以蒼黃涉獵, 理未暇窮, 事未暇考, 疑無可質, 僅一寓目, 率爾進講。 若有疑問, 或妄對不能對, 或對而未能盡其蘊, 靦面而退, 未知所以, 復講是書, 豈欲若是而止乎! 非徒臣等之心, 深有愧焉, 實未副東宮孜孜求益之意也。

臣等竊謂輔養儲副, 以爲宗社生靈萬世之福, 天下事, 孰有大於此者! 而柅以他事, 反無餘力, 其輕重緩急何如哉! 若曰東宮學問已成, 何賴書筵官, 則是甚不可。 大抵聖不自聖, 孔子讀《易》, 至韋編三絶, 而猶曰: "假我數年。" 殿下豈肯謂世子學問已成, 而不必加學也! 東宮豈自謂學問已成, 而今日之復講是書, 姑爲是拳拳也! 臣等亦謂我東宮學問已極, 而不必加輔導之功也。 然則書筵之任, 其不可少忽也明矣, 其不可不專也審矣。 伏望許令書筵官, 毋兼他事, 日仕書筵, 使朝夕同處, 理有難窮者則已, 其可窮者窮之; 事有難考者則已, 其可考者考之; 疑有難質者則已, 其可質者質之, 庶得從容商確, 以備疑問之萬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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