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105권, 세종 26년 7월 13일 庚申 2/5 기사 / 1444년 명 정통(正統) 9년
초수에 거둥하지 않을 것을 승정원에 이르다
국역
임금이 승정원에 이르기를,
"지난해에 농사가 잘 되지 않은데다가 금년에 또 가무니, 내가 무슨 마음으로 천재(天災)에 근신하지 않고 한 몸의 병 치료를 위하여 초수(椒水)에 거둥할 것인가. 병조로 하여금 거둥에 대한 여러가지 일을 준비하지 말도록 하라."
하니, 도승지 이승손(李承孫)이 아뢰기를,
"전하의 한 몸은 조종께서 부여(賦與)하신 중책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의 거둥은 오로지 한 몸의 병을 치료하는 일뿐만이 아니옵고 국가의 무한한 대계(大計)를 위한 것이온데, 어찌 한때의 재변을 가지고 대체(大體)를 생각지 않으시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나의 병은 이미 여러 해가 되었다. 비록 초수(椒水)에 거둥하더라도 반드시 효험을 보지 못할 것이며, 거둥하는 즈음에 폐해가 백성에게 미치는 것이 많은 까닭에 정지하고자 한다."
고 하였다. 의정부의 우찬성 황보인(皇甫仁)·좌참찬(左參贊) 권제(權踶) 등이 본부(本府)의 의견을 가지고 아뢰기를,
"금년에 비록 한재가 있다고 하나 실농(失農)에 이르지는 않았으며, 천둥 벼락의 변(變)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고 하늘의 꾸짖음을 알리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듣자오니, 성상께옵서 한해(旱害)를 근심하고 재변을 두려워하여 초수(椒水)에 거둥하시는 일을 정지하고자 하신다 하니, 신 등은 실망하였습니다. 만약 한해로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거둥의 폐해를 받을 것을 염려하시어 정지하신다면, 시위하는 군사와 공궤(供饋)의 비용을 적당히 감(減)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라고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금년의 가뭄은 예전에 비하여 더욱 심할 뿐더러, 천둥 벼락의 변(變)은 하늘이 또 경계를 보인 것인데, 내가 장차 무슨 마음으로 먼 지방에 거둥한단 말인가. 나의 뜻을 이미 정하였으니 너희 의견을 들을 수 없다."
고 하였다. 경기 관찰사 허후(許詡)가 와서 아뢰기를,
"경기(京畿)의 물가의 각 고을은 비록 가물고 깡마르다고 하나 산군(山郡) 같은 곳은 농사가 제법 잘되었으며, 또 거둥에 접대할 여러가지 물품을 계산하여 보니 매우 간단하고 약소하온데, 어찌 백성이 폐를 입는다고 하겠습니까. 청하옵건대, 대체(大體)를 생각하시고 조그마한 폐에 구애하지 말으시어 특히 거둥하실 명령을 내려 주셔서 신민(臣民)들의 소망에 부응(副應)토록 하옵소서."
하였으나, 좇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4책 105권 5장 B면【국편영인본】 4책 569면
- 【분류】과학-천기(天氣) / 과학-지학(地學) / 농업-농작(農作) / 왕실-행행(行幸) / 왕실-국왕(國王)
원문
○上謂承政院曰: "去年農事不稔, 今年又旱, 予將何心不謹天災, 爲一身之疾, 行幸椒水乎? 其令兵曹, 勿備行幸諸事。" 都承旨李承孫啓曰: "殿下一身, 受祖宗付畀之重, 今之行幸, 非獨理一身之疾, 亦爲國家無彊之計, 豈以一時之災變而不思大體乎?" 上曰: "予疾, 歲月已久, 雖幸椒水, 必未見効, 行幸之際, 弊多及民, 故欲停之。" 議政府右贊成皇甫仁、左參贊權踶等將本府之意啓: "今年雖云旱暵, 不至失農; 雷震之變, 適然而致, 非爲譴告也。 今聞上憂旱懼災, 欲停椒水行幸, 臣等缺望。 若以爲旱荒, 民受其弊而停之, 則侍衛之士、供億之費, 量減何如?" 上曰: "今年之旱, 視古尤甚; 雷震之變, 天又示儆, 予將何心駕幸遠方乎? 予志已定, 不可聽也。" 京畿觀察使許詡來啓: "京畿水邊各官, 雖曰旱乾, 至如山郡, 農事稍稔。 且計行幸支待雜物, 甚爲簡約, 民豈受弊? 請持其大體, 不拘小弊, 特降行幸之命, 以副臣民之望。" 不從。
- 【태백산사고본】 34책 105권 5장 B면【국편영인본】 4책 569면
- 【분류】과학-천기(天氣) / 과학-지학(地學) / 농업-농작(農作) / 왕실-행행(行幸) / 왕실-국왕(國王)
국역
임금이 승정원에 이르기를,
"지난해에 농사가 잘 되지 않은데다가 금년에 또 가무니, 내가 무슨 마음으로 천재(天災)에 근신하지 않고 한 몸의 병 치료를 위하여 초수(椒水)에 거둥할 것인가. 병조로 하여금 거둥에 대한 여러가지 일을 준비하지 말도록 하라."
하니, 도승지 이승손(李承孫)이 아뢰기를,
"전하의 한 몸은 조종께서 부여(賦與)하신 중책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의 거둥은 오로지 한 몸의 병을 치료하는 일뿐만이 아니옵고 국가의 무한한 대계(大計)를 위한 것이온데, 어찌 한때의 재변을 가지고 대체(大體)를 생각지 않으시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나의 병은 이미 여러 해가 되었다. 비록 초수(椒水)에 거둥하더라도 반드시 효험을 보지 못할 것이며, 거둥하는 즈음에 폐해가 백성에게 미치는 것이 많은 까닭에 정지하고자 한다."
고 하였다. 의정부의 우찬성 황보인(皇甫仁)·좌참찬(左參贊) 권제(權踶) 등이 본부(本府)의 의견을 가지고 아뢰기를,
"금년에 비록 한재가 있다고 하나 실농(失農)에 이르지는 않았으며, 천둥 벼락의 변(變)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고 하늘의 꾸짖음을 알리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듣자오니, 성상께옵서 한해(旱害)를 근심하고 재변을 두려워하여 초수(椒水)에 거둥하시는 일을 정지하고자 하신다 하니, 신 등은 실망하였습니다. 만약 한해로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거둥의 폐해를 받을 것을 염려하시어 정지하신다면, 시위하는 군사와 공궤(供饋)의 비용을 적당히 감(減)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라고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금년의 가뭄은 예전에 비하여 더욱 심할 뿐더러, 천둥 벼락의 변(變)은 하늘이 또 경계를 보인 것인데, 내가 장차 무슨 마음으로 먼 지방에 거둥한단 말인가. 나의 뜻을 이미 정하였으니 너희 의견을 들을 수 없다."
고 하였다. 경기 관찰사 허후(許詡)가 와서 아뢰기를,
"경기(京畿)의 물가의 각 고을은 비록 가물고 깡마르다고 하나 산군(山郡) 같은 곳은 농사가 제법 잘되었으며, 또 거둥에 접대할 여러가지 물품을 계산하여 보니 매우 간단하고 약소하온데, 어찌 백성이 폐를 입는다고 하겠습니까. 청하옵건대, 대체(大體)를 생각하시고 조그마한 폐에 구애하지 말으시어 특히 거둥하실 명령을 내려 주셔서 신민(臣民)들의 소망에 부응(副應)토록 하옵소서."
하였으나, 좇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4책 105권 5장 B면【국편영인본】 4책 569면
- 【분류】과학-천기(天氣) / 과학-지학(地學) / 농업-농작(農作) / 왕실-행행(行幸) / 왕실-국왕(國王)
원문
○上謂承政院曰: "去年農事不稔, 今年又旱, 予將何心不謹天災, 爲一身之疾, 行幸椒水乎? 其令兵曹, 勿備行幸諸事。" 都承旨李承孫啓曰: "殿下一身, 受祖宗付畀之重, 今之行幸, 非獨理一身之疾, 亦爲國家無彊之計, 豈以一時之災變而不思大體乎?" 上曰: "予疾, 歲月已久, 雖幸椒水, 必未見効, 行幸之際, 弊多及民, 故欲停之。" 議政府右贊成皇甫仁、左參贊權踶等將本府之意啓: "今年雖云旱暵, 不至失農; 雷震之變, 適然而致, 非爲譴告也。 今聞上憂旱懼災, 欲停椒水行幸, 臣等缺望。 若以爲旱荒, 民受其弊而停之, 則侍衛之士、供億之費, 量減何如?" 上曰: "今年之旱, 視古尤甚; 雷震之變, 天又示儆, 予將何心駕幸遠方乎? 予志已定, 不可聽也。" 京畿觀察使許詡來啓: "京畿水邊各官, 雖曰旱乾, 至如山郡, 農事稍稔。 且計行幸支待雜物, 甚爲簡約, 民豈受弊? 請持其大體, 不拘小弊, 特降行幸之命, 以副臣民之望。" 不從。
- 【태백산사고본】 34책 105권 5장 B면【국편영인본】 4책 569면
- 【분류】과학-천기(天氣) / 과학-지학(地學) / 농업-농작(農作) / 왕실-행행(行幸)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