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검색

세종실록94권, 세종 23년 윤11월 24일 丁亥 1/1 기사 / 1441년 명 정통(正統) 6년

유이 등이 경찬회에 관해 상소하고, 임금의 마음을 돌리기를 의정부에 청하다

신역 바로가기

국역

성균 생원 유이(柳貽) 등이 상소하기를,

"신 등이 근래에 흥천사의 일을 가지고 두 번 천총(天聰)을 모독하였사오나, 아직도 윤허를 얻지 못하오니 통분(痛憤)을 이기지 못하와 두세 번 번거롭게 하옴을 피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신 등이 그윽이 《서경(書經)》을 보건대, ‘신하의 아뢰는 말이 너의 마음에 거슬림이 있거든 반드시 도리에 합당함을 찾고, 말이 너의 뜻에 순하거든 반드시 도리에 합당하지 못함을 찾으라. ’고 하였으니, 그렇다면 남의 위에 있는 이는 마음에 거슬린다고 하여 갑자기 거절할 수 없는 것이오며, 뜻에 순(順)한다고 하여 들을 수도 없는 것입니다. 이제 이 흥천사의 일은 망령됨이 더욱 심한 것이온데, 신하들의 간함이 비록 간절하오나 전하께서 미혹하심이 풀어지지 아니하시니, 전하께서는 말의 순하고 거슬림과 도(道)의 옳고 그름을 일찍이 알지 못하시고 이렇게 처리하시는 것입니까. 알지 못하겠습니다. 신 등은 되풀이해 생각하오매, 전하를 위하여 유감되옵니다. 신 등의 생각으로는 위에서 간하는 말을 듣는 임금이 있은 연후에야 아래에서 용감하게 간하는 신하가 있다고 여겨지옵는데, 이제 전하께서는 간하는 말을 거절하시고 스스로 옳다고 하여 사람을 욕심에 따르게 하면, 이이(訑訑)218) 한 빛이 사람을 천리(千里) 밖에 거절하오니, 누가 즐겨 마음속을 토로(吐露)하여 그 실수를 바로잡겠습니까.

또 장차 한 번 호령을 내매, 여러 신하가 같은 소리로 옳다고 하오면, 전하의 나랏일이 장차 날마다 그릇될 것이옵니다. 신 등은 그윽이 이르건대, 효령 대군(孝寧大君)은 왕실(王室)의 의친(懿親)으로서 사설(邪說)에 빠져서 상문(桑門)219) 에 무릎을 꿇고 제자의 예를 공순히 행하며, 무릇 탑묘(塔廟)를 세우는 권문 첩자(勸文牒子)에 모두 압서(押署)220) 를 거쳐, 중외(中外)에 편만(遍滿)하여 백성의 귀와 눈을 어지럽게 하고, 또 늙은 여승[尼] 사실(師室)이라고 일컫는 자가 조금 글을 알고 있어, 환화설(幻化說)을 만들어 무식한 부녀들을 우롱(愚弄)하여 허탄하고 망령된 경지로 끌어넣으니, 이에 사남(士男)·사녀(士女)들이 휩쓸려 귀의(歸依)하여 모두 말하기를, ‘효령 대군은 생불(生佛)이다. 여승 사실(師室)도 생불이다. ’고 하여, 남자는 중이 되기를 원하고 여인은 여승이 되기를 원하오니, 우리 나라의 풍속을 말하오면 한심스럽습니다. 전하께서 비록 엄한 형벌로 금지할지라도 오히려 금하지 못하옵거늘, 하물며 전하께서는 만백성의 대표로서 불교를 숭상해 믿으심이 이에 이르렀으니, 이는 원숭이에게 나무에 오르기를 가르치고 더러운 진흙 위에 다시 더러운 진흙을 칠하며, 점점 다리를 높이고 소매를 넓혀 사치하는 것과 같사오니, 불교를 숭상하는 징조를 장차 어떻게 막으오리까.

신 등은 천년 이래에 요(堯)·순(舜) 같은 임금을 만나서 스스로 세상에 드문 시대를 만났다고 여기었더니, 이단을 물리치는 한가지 일에도 두세 번이나 간하였으되 능히 천청(天聽)을 돌이키지 못하와, 가슴속이 답답하여 눈물을 흘리게 될 줄을 어찌 뜻하겠습니까. 폐단이 여기에 이르렀으니, 신 등이 평일에 전하께 바라던 바가 땅을 쓸은 듯하옵니다. 진실로 신 등의 아뢴 말이 정치의 대체에 어그러짐이 있어 족히 위에서 들을 것이 못 된다면, 신 등이 어찌 감히 천청(天聽)을 두 번이나 모독하여 외람되게 광참(狂僭)한 말을 올리겠습니까. 신 등은 생각하기를, 좋은 약이 입에는 쓰나 병에는 이롭고, 충성된 말이 귀에는 거슬릴지라도 행함에 도움된다고 하오니, 전하께서 깊이 살피시기를 엎드려 바라옵니다."

하니, 답하지 아니하였다. 이때에 생원(生員)들이 또 의정부에 글을 보내기를,

"생각을 자기의 지위에 벗어나서 말하면 미치광이에 가깝고, 심정(心情)이 속에서 격동하는 데 말하지 아니하면 숨기는 데 가깝습니다. 부득이한 일이 있으면 어찌 광참(狂僭)한 죄를 피하여 숨기고 참으면서 입을 닫겠습니까. 이에 답답한 심정을 베풀어 좌우에게 우러러 아뢰오니, 엎드려 바라건대, 광간(狂簡)함을 용서하시고 가엾이 여겨 살피시면 심히 다행하겠습니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태사(太師)·태보(太保)·태부(太傅)를 세워, 오직 이 삼공(三公)이 도(道)를 의논하고 나라를 다스리며, 음양(陰陽)을 화하게 다스린다. ’고 하고, 또 이르기를, ‘소사(小師)·소부(小傅)·소보(小保)를 세워 이를 삼고(三孤)로 삼아서, 공(公)을 다음하여 교화를 넓히며, 천지(天地)를 공경하고 믿어서, 나 한 사람을 도우라. ’고 하였으니, 그렇다면, 공(公)과 고(孤)의 벼슬은 나라에 관계됨이 중하고 크옵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여러 상국 각하(相國閣下)께서는 세상에 드문 위대한 인물로서 문명하고 거룩한 정치를 하는 시대를 만나, 몸은 정승의 자리에 있고 손으로는 국정(國政)을 요리하시니, 이는 곧 주나라의 공·고(公孤)로서 음양(陰陽)을 조화(調和)하고 임금을 돕는 직책을 한 몸에 거느리는 분입니다. 이제 천지(天地)의 변(變)을 보건대, 동짓달에 항상 따뜻하여 얼음이 없고, 큰비가 오고 천둥과 번개를 치니, 하늘이 꾸짖어 고함이 지극히 두려울 만하온데, 이때에 흥천사 경찬회를 크게 베풀어 나라의 대상(大相)221) 에게 명하여, 그 일을 제조(提調)하게 하고, 또 여러 사(司)에 명하여 물품을 공급하기에 분주하게 하여, 드디어 일국의 신공(臣工)들이 도리어 머리 깎은 무리들의 부리는 바가 되니, 전하께서는 속이고 꾀이는 데 혹하여 이같음에 이르렀거늘, 왕의 후설(喉舌)이 된 자는 능히 간하여 말리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뜻에 맞추어 도우니, 묘당(廟堂)222) 에서 음양을 조화하고 임금을 돕는 이가 어찌 동려(動慮)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근일 상국 제공(相國諸公)께서 바로잡기를 생각하시고 두세 번 나아가 간하였으니, 대신의 체통에 족하다고도 하겠으나, 그 나아가 간한 바가 상례(常例)에 그쳤을 따름이며, 정성이 간절하여 백관(百官)을 거느리고 뜰에서 통곡하면서 그 옳지 못함을 극진히 간하는 이가 있음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오직 대인(大人)이라야 능히 임금의 잘못을 바룬다. ’고 하고, 또 이르기를, ‘오직 먼저 임금의 마음을 바르게 하여, 그 일을 바로잡는다. ’고 하였으니, 이제 대신 여러분께서는 할 수 있는 지위로써 이룰 만한 형세를 가지고서, 임금에게 신임을 얻기를 저처럼 오로지하게 하시고 정치를 행하기를 이처럼 오랫동안 하였으니, 진실로 능히 마음과 힘을 다하여 면대해서 반대하고 간하시면, 임금의 뜻을 돌이키기가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이르기를, ‘우리 임금이 능하지 못하여 족히 더불어 일할 수 없다.’ 한다면 그만이거니와, 만일 그렇지 않다고 하시면, 어찌 옥지(玉墀)223) 에 머리를 조아리며 이 임금으로 하여금 그 사심(邪心)을 옮겨 바꾸기를 아끼십니까. 만약 임금의 마음을 바루지 못하고 또 임금의 과실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만종(萬鍾)의 녹(祿)을 한갓 가만히 앉아서 먹는 것이 될 뿐이오니, 장차 무엇 때문에 정승을 쓰겠습니까. 우리들은 그윽이 좌우를 위하여 깊이 바라옵니다. 전하께서는 즉위하신 이후로 밤낮으로 부지런하여 다스리기에 정력을 다하시니, 덕업(德業)의 정함과 정치의 높음이 진실로 당(唐)·우(虞) 삼대(三代)에 손색이 없었더니, 오늘에 이르러 괴탄(怪誕)한 말이 가까운 왕실(王室)을 인연하여 신충(宸衷)을 더럽혀서, 20여 년간 공경하고 삼가는 마음이 멈추어 끝을 옳게 맺지 못하시게 되니, 이같음을 구제하지 아니하여 마침내 생각지 못하는 실수를 우리 임금으로 하여금 더욱 크게 하면, 천년 후에 이르기를, ‘당시의 대신은 그래도 사람이 있었다. ’고 하겠습니까. 이것이 우리들의 강개(慷慨)하고 근심하여, 더욱 정권을 잡은 이에게 바라는 바입니다. 우리들은 몸이 미천한 자리에 있어 정치에 참예할 길이 막히어, 천안(天顔)을 뵙고 마음속을 헤쳐 현시의 폐단을 극진하게 간할 수 없으나, 오직 우리 여러 정승께서는 나라의 기둥이 되어 왕과 더불어 도(道)를 의논하시니 정(情)이 통하지 아니함이 없고, 말이 전달되지 아니함이 없으시니, 이 경찬회(慶讚會) 한 가지 일에 마음과 힘을 수고롭게 아니하여도 정지하게 할 만하온데, 다만 마음을 다하고 다하지 아니함과 힘쓰고 힘쓰지 아니하는 여하에 있습니다. 지금의 공경 대부(公卿大夫) 중에서 오직 상국 제공(相國諸公)만이 이 말을 들을 만하고, 오직 우리들만이 상국 제공에게 이 말을 올릴 수 있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임금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엾이 여기시고 도(道)에 뜻하는 정성을 살피시어, 이 뜻을 가지고 천총(天聰)을 돌이키시면, 사람들이 장차 말하기를, ‘제생(諸生)들의 의탁할 곳을 아는 것이 이와 같고, 여러 상공(相公)들이 남의 말을 취하여 옳은 일을 함이 이와 같다. ’고 할 것입니다. 만약 그러하오면, 어찌 사도(斯道)에만 다행하오리까. 또한 국가에서도 크게 다행할 것입니다. 상국 제공께서는 저희들의 뜻을 깊이 살피사, 어진 마음을 드리워 채택하시기를 엎드려 바라옵니다."

하였다.

  • [註 218] 이이(訑訑) : 스스로 만족하고 남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
  • [註 219] 상문(桑門) : 불문(佛門).
  • [註 220] 압서(押署) : 서명(署名).
  • [註 221] 대상(大相) : 도승지.
  • [註 222] 묘당(廟堂) : 의정부.
  • [註 223] 옥지(玉墀) : 대궐의 뜰.

원문

○丁亥/成均生員柳貽等上疏曰:

臣等近將興天之事, 再瀆聰聽, 尙未蒙允, 不勝痛悼, 不避再三之瀆。 臣等竊觀《書》曰: "有言逆于汝心, 必求諸道, 有言遜于汝志, 必求諸非道。" 然則爲人上者, 不可遽以逆于心而拒之也, 遜于志而聽之也。 厥今興天之事, 妄之尤者也。 群臣之諫雖切, 而殿下之惑未解, 不識殿下曾不知言之順逆、道之是非而處之如此耶? 臣等反復思之, 爲殿下憾也。 臣等以謂上有聽諫之君, 然後下有敢諫之臣。 今殿下拒諫自賢, 使人從欲, 則訑訑之色, 拒人千里, 誰肯吐露心肝, 匡救其失哉? 且將發一號也, 出一令也, 而群下同聲賢之, 殿下之國事, 將日非矣。 臣等竊謂孝寧大君以王室懿親, 溺於邪說, 屈膝桑門, 恭行弟子之禮, 凡營建塔廟, 勸文牒子, 皆經押署, 遍滿中外, 塗亂生民之耳目。 又有老尼, 號曰師室, 稍解文字, 作爲幻化之說, 愚弄無識婦女, 援入誕妄之境。 於是士男士女, 靡然歸依, 皆曰: "孝寧大君, 生佛也。 尼僧師室, 生佛也。" 男願爲僧, 女願爲尼, 我國之風俗, 言之於邑。 殿下雖嚴刑以止之, 尙不得禁, 況殿下以萬民之表, 崇信佛敎, 乃至於此, 則是敎猱升木, 如塗塗附, 廣袖高髻之漸, 將何以禦之? 臣等千載之下, 獲逢堯、舜之君, 自以爲不世之遇, 豈意闢異端一事, 再三進諫, 未能上回天聽, 鬱鬱飮泣於胸中哉? 弊至如此, 則臣等平日所望於殿下者, 掃地如也。 苟若臣等之進言, 有違於治體, 而不足上聞, 則臣等何敢再瀆天聰而冒進狂僭之說哉? 臣等以爲良藥苦口而利於病, 忠言逆耳而利於行, 伏惟殿下深察焉。

不報。 時, 生員等又致書議政府曰:

思出其位而言之, 近乎狂; 情激于中而不言之, 近乎隱。 事有不得已者, 寧避狂僭之罪而隱忍結舌哉? 玆陳湮鬱之情, 仰干左右, 伏望恕其狂簡而怜察之, 幸甚。 《書》曰: "立太師太保太傅。 玆惟三公, 論道經邦, 燮理陰陽。" 又曰: "立小師小傅小保。 玆作三孤, 貳公弘化, 寅亮天地, 弼予一人。" 然則公孤之職, 有關於邦國者, 重矣大矣。 伏惟諸相國閤下, 雄偉不世之器, 當文明盛治之時, 身居台躔, 手調鼎鼐, 此卽周之公孤, 而燮理輔相之職, 摠于一己者也。 今觀天地之變, 其在仲冬, 恒燠無氷, 大雨震電, 天之譴告, 至可畏也。 乃於是時, 大設興天慶讃之會, 命國大相, 提調其事, 又命庶司, 奔走供給, 遂使一國臣工, 反爲髡首之徒役。 殿下之惑於誑誘至於如此, 而爲王喉舌者, 不唯不能諫止, 而反以逢而長之, 其在廟堂燮理輔相者, 能無動慮乎? 日者, 相國諸公, 思欲匡救, 再三進諫, 其於大臣之體, 亦云足矣。 然而其所進諫者, 泥於常例而已, 未聞有懇懇切切, 率百官痛哭於庭, 極陳其不可者也。 古人有言曰: "惟大人, 爲能格君之非。" 又曰: "惟先格王, 正厥事。" 今相國諸公以可爲之位, 操可致之勢, 得君如彼其專也, 行政如彼其久也。 苟能罄心殫力, 面折廷諍, 則回天之意, 猶反掌也。 若曰吾君不能, 不足與有爲則已矣, 如曰不然, 則何惜碎首玉墀, 使是君移易其邪心哉? 若不能格君之心, 又不能匡君之失, 則萬鍾之祿, 徒爲素餐而已, 將焉用彼相哉! 某等竊爲左右深有望也。 殿下卽位以來, 宵衣旰食, 勵精圖治, 德業之盛、治道之隆, 誠無讓於唐、虞三代矣。 式至于今, 怪誕之說, 因緣貴近, 以玷宸衷, 二十餘年敬謹之心, 寢不克終。 若此不救, 竟使吾君益長罔念之失, 則千載之下, 謂當時大臣尙有人耶? 此某等所以慷慨激慮, 尤有望於鈞軸者也。 某等身居蓬蓽, 跡阻風雲, 未能面對天顔, 披露心腹, 極諫當時之弊, 惟吾諸相國爲國楨幹, 與王論道, 情無不通, 言無不達, 其於慶讃一事, 不勞心力而可以畜止矣, 第在心之盡不盡、力之勉不勉如何耳。 今之公卿大臣, 惟相國諸公, 可以聞此言, 惟某等之於相國諸公, 可以此言進。 伏望怜其愛君之心, 察其志道之懇, 罄將此意, 以回天聰, 則人將曰諸生之識其所依歸也如此, 諸相公之取諸人以爲善如此。 若然則豈惟斯道之幸? 抑亦國家之大幸。 伏惟相國諸公深察微意, 垂仁採納焉。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세종실록94권, 세종 23년 윤11월 24일 丁亥 1/1 기사 / 1441년 명 정통(正統) 6년

유이 등이 경찬회에 관해 상소하고, 임금의 마음을 돌리기를 의정부에 청하다

국역

성균 생원 유이(柳貽) 등이 상소하기를,

"신 등이 근래에 흥천사의 일을 가지고 두 번 천총(天聰)을 모독하였사오나, 아직도 윤허를 얻지 못하오니 통분(痛憤)을 이기지 못하와 두세 번 번거롭게 하옴을 피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신 등이 그윽이 《서경(書經)》을 보건대, ‘신하의 아뢰는 말이 너의 마음에 거슬림이 있거든 반드시 도리에 합당함을 찾고, 말이 너의 뜻에 순하거든 반드시 도리에 합당하지 못함을 찾으라. ’고 하였으니, 그렇다면 남의 위에 있는 이는 마음에 거슬린다고 하여 갑자기 거절할 수 없는 것이오며, 뜻에 순(順)한다고 하여 들을 수도 없는 것입니다. 이제 이 흥천사의 일은 망령됨이 더욱 심한 것이온데, 신하들의 간함이 비록 간절하오나 전하께서 미혹하심이 풀어지지 아니하시니, 전하께서는 말의 순하고 거슬림과 도(道)의 옳고 그름을 일찍이 알지 못하시고 이렇게 처리하시는 것입니까. 알지 못하겠습니다. 신 등은 되풀이해 생각하오매, 전하를 위하여 유감되옵니다. 신 등의 생각으로는 위에서 간하는 말을 듣는 임금이 있은 연후에야 아래에서 용감하게 간하는 신하가 있다고 여겨지옵는데, 이제 전하께서는 간하는 말을 거절하시고 스스로 옳다고 하여 사람을 욕심에 따르게 하면, 이이(訑訑)218) 한 빛이 사람을 천리(千里) 밖에 거절하오니, 누가 즐겨 마음속을 토로(吐露)하여 그 실수를 바로잡겠습니까.

또 장차 한 번 호령을 내매, 여러 신하가 같은 소리로 옳다고 하오면, 전하의 나랏일이 장차 날마다 그릇될 것이옵니다. 신 등은 그윽이 이르건대, 효령 대군(孝寧大君)은 왕실(王室)의 의친(懿親)으로서 사설(邪說)에 빠져서 상문(桑門)219) 에 무릎을 꿇고 제자의 예를 공순히 행하며, 무릇 탑묘(塔廟)를 세우는 권문 첩자(勸文牒子)에 모두 압서(押署)220) 를 거쳐, 중외(中外)에 편만(遍滿)하여 백성의 귀와 눈을 어지럽게 하고, 또 늙은 여승[尼] 사실(師室)이라고 일컫는 자가 조금 글을 알고 있어, 환화설(幻化說)을 만들어 무식한 부녀들을 우롱(愚弄)하여 허탄하고 망령된 경지로 끌어넣으니, 이에 사남(士男)·사녀(士女)들이 휩쓸려 귀의(歸依)하여 모두 말하기를, ‘효령 대군은 생불(生佛)이다. 여승 사실(師室)도 생불이다. ’고 하여, 남자는 중이 되기를 원하고 여인은 여승이 되기를 원하오니, 우리 나라의 풍속을 말하오면 한심스럽습니다. 전하께서 비록 엄한 형벌로 금지할지라도 오히려 금하지 못하옵거늘, 하물며 전하께서는 만백성의 대표로서 불교를 숭상해 믿으심이 이에 이르렀으니, 이는 원숭이에게 나무에 오르기를 가르치고 더러운 진흙 위에 다시 더러운 진흙을 칠하며, 점점 다리를 높이고 소매를 넓혀 사치하는 것과 같사오니, 불교를 숭상하는 징조를 장차 어떻게 막으오리까.

신 등은 천년 이래에 요(堯)·순(舜) 같은 임금을 만나서 스스로 세상에 드문 시대를 만났다고 여기었더니, 이단을 물리치는 한가지 일에도 두세 번이나 간하였으되 능히 천청(天聽)을 돌이키지 못하와, 가슴속이 답답하여 눈물을 흘리게 될 줄을 어찌 뜻하겠습니까. 폐단이 여기에 이르렀으니, 신 등이 평일에 전하께 바라던 바가 땅을 쓸은 듯하옵니다. 진실로 신 등의 아뢴 말이 정치의 대체에 어그러짐이 있어 족히 위에서 들을 것이 못 된다면, 신 등이 어찌 감히 천청(天聽)을 두 번이나 모독하여 외람되게 광참(狂僭)한 말을 올리겠습니까. 신 등은 생각하기를, 좋은 약이 입에는 쓰나 병에는 이롭고, 충성된 말이 귀에는 거슬릴지라도 행함에 도움된다고 하오니, 전하께서 깊이 살피시기를 엎드려 바라옵니다."

하니, 답하지 아니하였다. 이때에 생원(生員)들이 또 의정부에 글을 보내기를,

"생각을 자기의 지위에 벗어나서 말하면 미치광이에 가깝고, 심정(心情)이 속에서 격동하는 데 말하지 아니하면 숨기는 데 가깝습니다. 부득이한 일이 있으면 어찌 광참(狂僭)한 죄를 피하여 숨기고 참으면서 입을 닫겠습니까. 이에 답답한 심정을 베풀어 좌우에게 우러러 아뢰오니, 엎드려 바라건대, 광간(狂簡)함을 용서하시고 가엾이 여겨 살피시면 심히 다행하겠습니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태사(太師)·태보(太保)·태부(太傅)를 세워, 오직 이 삼공(三公)이 도(道)를 의논하고 나라를 다스리며, 음양(陰陽)을 화하게 다스린다. ’고 하고, 또 이르기를, ‘소사(小師)·소부(小傅)·소보(小保)를 세워 이를 삼고(三孤)로 삼아서, 공(公)을 다음하여 교화를 넓히며, 천지(天地)를 공경하고 믿어서, 나 한 사람을 도우라. ’고 하였으니, 그렇다면, 공(公)과 고(孤)의 벼슬은 나라에 관계됨이 중하고 크옵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여러 상국 각하(相國閣下)께서는 세상에 드문 위대한 인물로서 문명하고 거룩한 정치를 하는 시대를 만나, 몸은 정승의 자리에 있고 손으로는 국정(國政)을 요리하시니, 이는 곧 주나라의 공·고(公孤)로서 음양(陰陽)을 조화(調和)하고 임금을 돕는 직책을 한 몸에 거느리는 분입니다. 이제 천지(天地)의 변(變)을 보건대, 동짓달에 항상 따뜻하여 얼음이 없고, 큰비가 오고 천둥과 번개를 치니, 하늘이 꾸짖어 고함이 지극히 두려울 만하온데, 이때에 흥천사 경찬회를 크게 베풀어 나라의 대상(大相)221) 에게 명하여, 그 일을 제조(提調)하게 하고, 또 여러 사(司)에 명하여 물품을 공급하기에 분주하게 하여, 드디어 일국의 신공(臣工)들이 도리어 머리 깎은 무리들의 부리는 바가 되니, 전하께서는 속이고 꾀이는 데 혹하여 이같음에 이르렀거늘, 왕의 후설(喉舌)이 된 자는 능히 간하여 말리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뜻에 맞추어 도우니, 묘당(廟堂)222) 에서 음양을 조화하고 임금을 돕는 이가 어찌 동려(動慮)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근일 상국 제공(相國諸公)께서 바로잡기를 생각하시고 두세 번 나아가 간하였으니, 대신의 체통에 족하다고도 하겠으나, 그 나아가 간한 바가 상례(常例)에 그쳤을 따름이며, 정성이 간절하여 백관(百官)을 거느리고 뜰에서 통곡하면서 그 옳지 못함을 극진히 간하는 이가 있음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오직 대인(大人)이라야 능히 임금의 잘못을 바룬다. ’고 하고, 또 이르기를, ‘오직 먼저 임금의 마음을 바르게 하여, 그 일을 바로잡는다. ’고 하였으니, 이제 대신 여러분께서는 할 수 있는 지위로써 이룰 만한 형세를 가지고서, 임금에게 신임을 얻기를 저처럼 오로지하게 하시고 정치를 행하기를 이처럼 오랫동안 하였으니, 진실로 능히 마음과 힘을 다하여 면대해서 반대하고 간하시면, 임금의 뜻을 돌이키기가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이르기를, ‘우리 임금이 능하지 못하여 족히 더불어 일할 수 없다.’ 한다면 그만이거니와, 만일 그렇지 않다고 하시면, 어찌 옥지(玉墀)223) 에 머리를 조아리며 이 임금으로 하여금 그 사심(邪心)을 옮겨 바꾸기를 아끼십니까. 만약 임금의 마음을 바루지 못하고 또 임금의 과실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만종(萬鍾)의 녹(祿)을 한갓 가만히 앉아서 먹는 것이 될 뿐이오니, 장차 무엇 때문에 정승을 쓰겠습니까. 우리들은 그윽이 좌우를 위하여 깊이 바라옵니다. 전하께서는 즉위하신 이후로 밤낮으로 부지런하여 다스리기에 정력을 다하시니, 덕업(德業)의 정함과 정치의 높음이 진실로 당(唐)·우(虞) 삼대(三代)에 손색이 없었더니, 오늘에 이르러 괴탄(怪誕)한 말이 가까운 왕실(王室)을 인연하여 신충(宸衷)을 더럽혀서, 20여 년간 공경하고 삼가는 마음이 멈추어 끝을 옳게 맺지 못하시게 되니, 이같음을 구제하지 아니하여 마침내 생각지 못하는 실수를 우리 임금으로 하여금 더욱 크게 하면, 천년 후에 이르기를, ‘당시의 대신은 그래도 사람이 있었다. ’고 하겠습니까. 이것이 우리들의 강개(慷慨)하고 근심하여, 더욱 정권을 잡은 이에게 바라는 바입니다. 우리들은 몸이 미천한 자리에 있어 정치에 참예할 길이 막히어, 천안(天顔)을 뵙고 마음속을 헤쳐 현시의 폐단을 극진하게 간할 수 없으나, 오직 우리 여러 정승께서는 나라의 기둥이 되어 왕과 더불어 도(道)를 의논하시니 정(情)이 통하지 아니함이 없고, 말이 전달되지 아니함이 없으시니, 이 경찬회(慶讚會) 한 가지 일에 마음과 힘을 수고롭게 아니하여도 정지하게 할 만하온데, 다만 마음을 다하고 다하지 아니함과 힘쓰고 힘쓰지 아니하는 여하에 있습니다. 지금의 공경 대부(公卿大夫) 중에서 오직 상국 제공(相國諸公)만이 이 말을 들을 만하고, 오직 우리들만이 상국 제공에게 이 말을 올릴 수 있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임금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엾이 여기시고 도(道)에 뜻하는 정성을 살피시어, 이 뜻을 가지고 천총(天聰)을 돌이키시면, 사람들이 장차 말하기를, ‘제생(諸生)들의 의탁할 곳을 아는 것이 이와 같고, 여러 상공(相公)들이 남의 말을 취하여 옳은 일을 함이 이와 같다. ’고 할 것입니다. 만약 그러하오면, 어찌 사도(斯道)에만 다행하오리까. 또한 국가에서도 크게 다행할 것입니다. 상국 제공께서는 저희들의 뜻을 깊이 살피사, 어진 마음을 드리워 채택하시기를 엎드려 바라옵니다."

하였다.

  • [註 218] 이이(訑訑) : 스스로 만족하고 남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
  • [註 219] 상문(桑門) : 불문(佛門).
  • [註 220] 압서(押署) : 서명(署名).
  • [註 221] 대상(大相) : 도승지.
  • [註 222] 묘당(廟堂) : 의정부.
  • [註 223] 옥지(玉墀) : 대궐의 뜰.

원문

○丁亥/成均生員柳貽等上疏曰:

臣等近將興天之事, 再瀆聰聽, 尙未蒙允, 不勝痛悼, 不避再三之瀆。 臣等竊觀《書》曰: "有言逆于汝心, 必求諸道, 有言遜于汝志, 必求諸非道。" 然則爲人上者, 不可遽以逆于心而拒之也, 遜于志而聽之也。 厥今興天之事, 妄之尤者也。 群臣之諫雖切, 而殿下之惑未解, 不識殿下曾不知言之順逆、道之是非而處之如此耶? 臣等反復思之, 爲殿下憾也。 臣等以謂上有聽諫之君, 然後下有敢諫之臣。 今殿下拒諫自賢, 使人從欲, 則訑訑之色, 拒人千里, 誰肯吐露心肝, 匡救其失哉? 且將發一號也, 出一令也, 而群下同聲賢之, 殿下之國事, 將日非矣。 臣等竊謂孝寧大君以王室懿親, 溺於邪說, 屈膝桑門, 恭行弟子之禮, 凡營建塔廟, 勸文牒子, 皆經押署, 遍滿中外, 塗亂生民之耳目。 又有老尼, 號曰師室, 稍解文字, 作爲幻化之說, 愚弄無識婦女, 援入誕妄之境。 於是士男士女, 靡然歸依, 皆曰: "孝寧大君, 生佛也。 尼僧師室, 生佛也。" 男願爲僧, 女願爲尼, 我國之風俗, 言之於邑。 殿下雖嚴刑以止之, 尙不得禁, 況殿下以萬民之表, 崇信佛敎, 乃至於此, 則是敎猱升木, 如塗塗附, 廣袖高髻之漸, 將何以禦之? 臣等千載之下, 獲逢堯、舜之君, 自以爲不世之遇, 豈意闢異端一事, 再三進諫, 未能上回天聽, 鬱鬱飮泣於胸中哉? 弊至如此, 則臣等平日所望於殿下者, 掃地如也。 苟若臣等之進言, 有違於治體, 而不足上聞, 則臣等何敢再瀆天聰而冒進狂僭之說哉? 臣等以爲良藥苦口而利於病, 忠言逆耳而利於行, 伏惟殿下深察焉。

不報。 時, 生員等又致書議政府曰:

思出其位而言之, 近乎狂; 情激于中而不言之, 近乎隱。 事有不得已者, 寧避狂僭之罪而隱忍結舌哉? 玆陳湮鬱之情, 仰干左右, 伏望恕其狂簡而怜察之, 幸甚。 《書》曰: "立太師太保太傅。 玆惟三公, 論道經邦, 燮理陰陽。" 又曰: "立小師小傅小保。 玆作三孤, 貳公弘化, 寅亮天地, 弼予一人。" 然則公孤之職, 有關於邦國者, 重矣大矣。 伏惟諸相國閤下, 雄偉不世之器, 當文明盛治之時, 身居台躔, 手調鼎鼐, 此卽周之公孤, 而燮理輔相之職, 摠于一己者也。 今觀天地之變, 其在仲冬, 恒燠無氷, 大雨震電, 天之譴告, 至可畏也。 乃於是時, 大設興天慶讃之會, 命國大相, 提調其事, 又命庶司, 奔走供給, 遂使一國臣工, 反爲髡首之徒役。 殿下之惑於誑誘至於如此, 而爲王喉舌者, 不唯不能諫止, 而反以逢而長之, 其在廟堂燮理輔相者, 能無動慮乎? 日者, 相國諸公, 思欲匡救, 再三進諫, 其於大臣之體, 亦云足矣。 然而其所進諫者, 泥於常例而已, 未聞有懇懇切切, 率百官痛哭於庭, 極陳其不可者也。 古人有言曰: "惟大人, 爲能格君之非。" 又曰: "惟先格王, 正厥事。" 今相國諸公以可爲之位, 操可致之勢, 得君如彼其專也, 行政如彼其久也。 苟能罄心殫力, 面折廷諍, 則回天之意, 猶反掌也。 若曰吾君不能, 不足與有爲則已矣, 如曰不然, 則何惜碎首玉墀, 使是君移易其邪心哉? 若不能格君之心, 又不能匡君之失, 則萬鍾之祿, 徒爲素餐而已, 將焉用彼相哉! 某等竊爲左右深有望也。 殿下卽位以來, 宵衣旰食, 勵精圖治, 德業之盛、治道之隆, 誠無讓於唐、虞三代矣。 式至于今, 怪誕之說, 因緣貴近, 以玷宸衷, 二十餘年敬謹之心, 寢不克終。 若此不救, 竟使吾君益長罔念之失, 則千載之下, 謂當時大臣尙有人耶? 此某等所以慷慨激慮, 尤有望於鈞軸者也。 某等身居蓬蓽, 跡阻風雲, 未能面對天顔, 披露心腹, 極諫當時之弊, 惟吾諸相國爲國楨幹, 與王論道, 情無不通, 言無不達, 其於慶讃一事, 不勞心力而可以畜止矣, 第在心之盡不盡、力之勉不勉如何耳。 今之公卿大臣, 惟相國諸公, 可以聞此言, 惟某等之於相國諸公, 可以此言進。 伏望怜其愛君之心, 察其志道之懇, 罄將此意, 以回天聰, 則人將曰諸生之識其所依歸也如此, 諸相公之取諸人以爲善如此。 若然則豈惟斯道之幸? 抑亦國家之大幸。 伏惟相國諸公深察微意, 垂仁採納焉。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원본

/ 1
태조-철종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고종-순종
                                                              • 이동
                                                                • 이동
                                                                  • 이동
                                                                    태조-철종
                                                                      고종-순종

                                                                        문자입력기

                                                                        한자목록

                                                                        문자영역
                                                                        한자목록 바로가기

                                                                        부수

                                                                        획수

                                                                        한자목록

                                                                        획수

                                                                        한자목록

                                                                        부수

                                                                        획수

                                                                        한자목록

                                                                        영문INDEX

                                                                        한어 병음

                                                                        한자목록

                                                                        영문INDEX

                                                                        일본어 음독

                                                                        한자목록

                                                                        책갈피목록

                                                                        책갈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