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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51권, 세종 13년 1월 16일 辛巳 4/4 기사 / 1431년 명 선덕(宣德) 6년

전 판나주목사 정수홍의 성보공사의 폐단에 대한 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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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판나주목사(判羅州牧使) 정수홍(鄭守弘)이 상서(上書)하기를,

"무릇 천하의 일이란 세(勢)에 달려있습니다. 그 사리와 형편을 헤아리지 않고 조급하게 진행하면 백성이 그 해를 입게 되어 원망과 비방이 이는 법입니다. 지금 성명(聖明)께옵서 위에 임어하시고, 수많은 현명한 신하들이 그 직책을 다하고 있어, 법령이 엄정 공명한데다가 외적 방어의 계책을 얻어, 병기와 장비가 견고 예리하고 장수와 군졸이 명을 받들어 행하니, 이는 이 동방이 생긴 이래의 한 성세(聖世)이옵니다. 그런 까닭에 왜구(倭寇)들이 두려워하고 위축되어 그 모습을 일체 감추고 조금도 감히 준동(蠢動)하지 못하니, 이는 실로 백년간은 저희들이 쉽사리 다시 일어나기 어려운 사세입니다. 이러한 사세를 헤아리지 않고 10년을 기한하고 먼 해변의 군현(郡縣)까지도 성보(城堡)를 설치한다는 것은 이는 마치 염백주(鹽白州)의 사람들이 호랑이가 장차 올 것을 두려워하여, 그 집의 모든 일을 버려두고 담[墻]을 수축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광막한 평야에서 호랑이가 오지 않으며, 잘 다스려지는 나라에는 외구(外寇)가 침략하지 않는 것은 이 모두가 사리를 형세로 보아 당연한 것입니다. 맹자(孟子)는 말하기를, ‘지리상의 유리함이 인화(人和)만 못하다.’ 하였습니다. 그러하옵기에 옛날의 현명한 임금은 차라리 인화를 중히 여길지언정 지리의 유리함을 얻는 것으로 급무를 삼지 않았던 것이니, 한번 인화를 잃는다면 비록 견고한 성보가 있다 하더라도 마침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신(臣)이 지난 가을에 늙고 병 있음을 대언사(代言司)에 보고하고 전주(全州)의 농막(農幕)으로 돌아가 누워 있으면서, 임피(臨陂)에서 성을 쌓고 있는 실황을 고루 들은 바 있습니다. 지난 가을 전주는 온 도내가 몹시 가물어서 쟁기로 땅을 갈아 보지 못하다가 9, 10월 사이에 이르러서야 비가 내려, 백성들이 모두 기뻐들 하다가 가을갈이가 겨우 시작되면서 임피 성보의 공사가 크게 벌어졌던 것이온데, 성의 척수도 헤아리지 않고 오직 군정이 많아야 한다는 데만 힘써, 경작지 3결(結)에 반드시 1정(丁)을 내게 하여 여염집이 다 비게 되고 가을갈이가 시기를 잃어 전주 한 도내의 양맥(兩麥)의 밭에서 세전(歲前)에 싹이 제대로 난 것이 드물었으며, 또 이 역사로 말미암아 비명(非命)에 죽은 자도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이와 같은 무리들은 그의 부모 처자가 그 아픈 마음이 골수(骨髓)까지 들어가 있을 것이니, 지금까지도 이를 원망하는 자가 어찌 없겠습니까. 그 밖에 식량의 소모와 재력의 탕진으로 풍손 노숙(風飡露宿)하는 세쇄한 폐단을 이루 다 열거(列擧)할 수 없사온즉, 신의 어리석은 억측으로는 그 밖의 축성하고 있는 곳의 폐해도 대개는 반드시 이러하리라는 것입니다. 또 병법에 강함을 보이고 약함을 보이는 권변(權變)이 있다 하였는데, 신의 어리석은 소견으로는 이 역사가 〈상대방에게〉 약세를 보이는 한 실책이며, 〈상당한〉 성조(盛朝)의 취할 바 아니라고 봅니다. 옛날 진 시황(秦始皇)이 만리(萬里)의 장성(長城)을 쌓으니, 오랑캐를 방비하는 계책을 얻은 것 같았으나, 인화를 크게 잃어 드디어 천하 후세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으니, 이는 곧 만대의 귀감(龜鑑)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반드시 10년을 한하고 이 역사를 쉬지 않고 진행한다면, 신은 아마도 백성들이 그 노고를 견디지 못하여 원망과 비난이 날로 늘어날 것이며, 인화를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봅니다. 또 이 역사로 연유하여 대신(大臣)이 명을 받들고는 그의 보좌관을 갖추고 여러 해를 외방에 머물러 있으면, 그를 접대하고 또는 맞아들이고 보내고 하는 데 어찌 폐단이 없겠습니까.

바라옵건대 전하께옵서 이 역사를 모두 정지하게 하옵시고, 백성의 힘을 아끼고 기르다가 왜구(倭寇)가 다시 일어남을 기다려서 장차 막기 어려운 사태가 있은 뒤라야 이를 쌓아도 오히려 늦지 않을 것입니다. 또 원하옵건대, 지금부터 다만 강대한 외적이 우리 지경에 임박한 〈극히〉 창황(倉皇)한 사태 이외에 평시의 공역에는 3결에 1정(丁)씩 내는 명령을 금하시와, 고인(古人)들이 백성들의 힘을 다하지 않게 하던 뜻을 살리시면 이 어찌 맑고 밝은 시대의 미의(美意)가 아니겠습니까. 또 천운(天運)이란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서, 치(治)와 난(難)은 서로 번갈아 찾아드는 법이온데, 만일 수(隋)와 당(唐)이 침입하던 것과 같은 환란이 있다면, 우리 나라 인민들은 모두 산골로 도망하고, 평지에 쌓아 포치(布置)한 성보는 모두가 적의 좋은 침략의 기지가 되고 말 것입니다. 혹시 이런 날을 당한다면 비록 만 번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오늘의 그 장원(長遠)한 계책이 도리어 뒷날의 후회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니, 이도 역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신의 좁은 소견으로는 오직 산위에 있는 옛성으로써, 큰 환란을 피할 수 있는 곳만을 이 승평(昇平)한 날을 타서 시일을 한정하지 말고 견고하게 수축하여 불우지변(不虞之變)에 대비한다면, 거의 그 장원한 계책에 부합하리라고 믿습니다. 옛 글에 이르기를, ‘군자(君子)가 조정의 높은 지위에 있으면 그 백성의 일을 근심하고, 먼 강호(江湖)에 처해 있어서는 그 임금의 일을 근심한다.’ 하였습니다. 신이 전하께서 발탁하신 후은을 받사옵고 벼슬이 2품에 이르고 보니, 천한 나이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비록 산지(散地)에 있긴 하오나, 이것이 바로 강호 사이에 있으면서 임금을 근심하는 날이 아니겠습니까. 속에 품은 바 있으면서 말하지 않는다면, 이는 전하의 은혜를 저버리고 그 임금을 근심하지 않는 자가 될 것입니다. 소견이 이와 같사옵기로 감히 기휘(忌諱)하지 않고 진달하옵니다. 천한자의 말도 성인(聖人)은 취한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전하께서 너그럽게 용납하시와 사람의 말에 즐겨 좇으시는 아름다운 덕을 보이시면, 사책(史冊) 만대(萬代)의 빛이 아니겠습니까."

하였으나,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원문

○前判羅州牧使鄭守弘上書曰:

凡天下之事, 勢而已。 不量其勢, 而躁爲之, 則民受其害, 而怨讟興矣。 方今聖明御極, 群彦效職, 法令嚴明, 而備禦有策, 兵甲堅利 而士卒用命, 自有東方以來一盛際也。 是以倭寇畏縮, 藏形匿影, 略不敢動, 實百年間未易復熾之勢也。 不量此勢, 期限十年, 遠海郡縣, 亦置城堡, 是猶鹽ㆍ白州之人, 畏虎將至, 棄其家事, 而修其垣墉也。 虎不至於平曠之野, 寇不侵於平治之國, 是皆理勢之然也。 孟子曰: "地利不如人和。" 是故古之賢君, 寧重人和, 不以地利爲急。 一失人和, 雖有金城湯池, 終安用哉? 臣去秋以老病告代言司, 歸臥全州農墅, 臨陂築城之狀, 備嘗見聞。 去秋全州道甚旱, 耒耜不入地, 及至九十月之交, 雨澤一降, 民皆悅懌, 秋耕纔作, 而臨陂之役大興, 不量城之尺數, 惟務軍額之多, 所耕三結, 必出一丁, 閭閻盡空, 秋耕失時, 全州一道兩麥之田, 歲前成苗者罕矣。 又因此役, 非命夭扎者非一二也。 如此之類, 其父母妻子, 豈無痛入骨髓, 而至今怨懟者乎? 其他糧費力竭、風餐露宿細碎之弊, 不可盡擧。 臣愚臆計, 其他築城之處, 弊瘼大槪, 必如此也。 又兵法, 有示强示弱之權, 臣愚以爲此役失於示弱, 亦不爲盛朝取也。 昔秦皇築城萬里, 禦胡之策, 似乎得矣, 而大失人和, 遂爲天下後世笑, 是乃萬世之龜鑑也。 必限十年此役不休, 臣恐民不堪苦, 怨讟日增, 而人和乖矣。 又因此役, 大相銜命, 備諸僚佐, 曠年在外, 其供奉迎送之際, 亦豈無弊乎? 伏望殿下悉停此役, 休養民力, 待倭寇復興, 將有難遏之勢, 然後築之猶未晩也。 又願自今以後, 唯大敵臨境, 事勢倉皇外, 平時之役, 勑禁三結出一丁之令, 以存古人不盡人力之義, 豈非明時之美意乎? 且謂天數難測, 治亂相尋, 脫有隋、唐侵討之患, 我國人民, 皆竄山谷, 而平地所築星分碁布, 悉爲敵資。 儻値此日, 雖萬萬悔恨, 噬臍何及? 然則今日長遠之計, 反爲後日之悔, 是亦不可不慮也。 以臣管見, 唯山上古城, 可避大患之處, 及此昇平之日, 不限年月, 堅修牢築, 以備不虞, 庶乎合於長遠之計矣。 記曰: "君子居廟堂之高, 則憂其民, 處江湖之遠, 則憂其君。" 臣受殿下拔擢之恩, 官至二品, 桑楡已晩, 雖在散地, 是正處江湖憂君之日也。 有所蘊而不言, 則是負殿下之恩, 而不憂其君者也。 所見如此, 敢陳不諱。 芻蕘之言, 聖人取之, 伏望殿下優容寬咎, 以示樂從人言之美, 豈非史冊萬世之光耀乎?

不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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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51권, 세종 13년 1월 16일 辛巳 4/4 기사 / 1431년 명 선덕(宣德) 6년

전 판나주목사 정수홍의 성보공사의 폐단에 대한 상소

국역

전 판나주목사(判羅州牧使) 정수홍(鄭守弘)이 상서(上書)하기를,

"무릇 천하의 일이란 세(勢)에 달려있습니다. 그 사리와 형편을 헤아리지 않고 조급하게 진행하면 백성이 그 해를 입게 되어 원망과 비방이 이는 법입니다. 지금 성명(聖明)께옵서 위에 임어하시고, 수많은 현명한 신하들이 그 직책을 다하고 있어, 법령이 엄정 공명한데다가 외적 방어의 계책을 얻어, 병기와 장비가 견고 예리하고 장수와 군졸이 명을 받들어 행하니, 이는 이 동방이 생긴 이래의 한 성세(聖世)이옵니다. 그런 까닭에 왜구(倭寇)들이 두려워하고 위축되어 그 모습을 일체 감추고 조금도 감히 준동(蠢動)하지 못하니, 이는 실로 백년간은 저희들이 쉽사리 다시 일어나기 어려운 사세입니다. 이러한 사세를 헤아리지 않고 10년을 기한하고 먼 해변의 군현(郡縣)까지도 성보(城堡)를 설치한다는 것은 이는 마치 염백주(鹽白州)의 사람들이 호랑이가 장차 올 것을 두려워하여, 그 집의 모든 일을 버려두고 담[墻]을 수축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광막한 평야에서 호랑이가 오지 않으며, 잘 다스려지는 나라에는 외구(外寇)가 침략하지 않는 것은 이 모두가 사리를 형세로 보아 당연한 것입니다. 맹자(孟子)는 말하기를, ‘지리상의 유리함이 인화(人和)만 못하다.’ 하였습니다. 그러하옵기에 옛날의 현명한 임금은 차라리 인화를 중히 여길지언정 지리의 유리함을 얻는 것으로 급무를 삼지 않았던 것이니, 한번 인화를 잃는다면 비록 견고한 성보가 있다 하더라도 마침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신(臣)이 지난 가을에 늙고 병 있음을 대언사(代言司)에 보고하고 전주(全州)의 농막(農幕)으로 돌아가 누워 있으면서, 임피(臨陂)에서 성을 쌓고 있는 실황을 고루 들은 바 있습니다. 지난 가을 전주는 온 도내가 몹시 가물어서 쟁기로 땅을 갈아 보지 못하다가 9, 10월 사이에 이르러서야 비가 내려, 백성들이 모두 기뻐들 하다가 가을갈이가 겨우 시작되면서 임피 성보의 공사가 크게 벌어졌던 것이온데, 성의 척수도 헤아리지 않고 오직 군정이 많아야 한다는 데만 힘써, 경작지 3결(結)에 반드시 1정(丁)을 내게 하여 여염집이 다 비게 되고 가을갈이가 시기를 잃어 전주 한 도내의 양맥(兩麥)의 밭에서 세전(歲前)에 싹이 제대로 난 것이 드물었으며, 또 이 역사로 말미암아 비명(非命)에 죽은 자도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이와 같은 무리들은 그의 부모 처자가 그 아픈 마음이 골수(骨髓)까지 들어가 있을 것이니, 지금까지도 이를 원망하는 자가 어찌 없겠습니까. 그 밖에 식량의 소모와 재력의 탕진으로 풍손 노숙(風飡露宿)하는 세쇄한 폐단을 이루 다 열거(列擧)할 수 없사온즉, 신의 어리석은 억측으로는 그 밖의 축성하고 있는 곳의 폐해도 대개는 반드시 이러하리라는 것입니다. 또 병법에 강함을 보이고 약함을 보이는 권변(權變)이 있다 하였는데, 신의 어리석은 소견으로는 이 역사가 〈상대방에게〉 약세를 보이는 한 실책이며, 〈상당한〉 성조(盛朝)의 취할 바 아니라고 봅니다. 옛날 진 시황(秦始皇)이 만리(萬里)의 장성(長城)을 쌓으니, 오랑캐를 방비하는 계책을 얻은 것 같았으나, 인화를 크게 잃어 드디어 천하 후세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으니, 이는 곧 만대의 귀감(龜鑑)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반드시 10년을 한하고 이 역사를 쉬지 않고 진행한다면, 신은 아마도 백성들이 그 노고를 견디지 못하여 원망과 비난이 날로 늘어날 것이며, 인화를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봅니다. 또 이 역사로 연유하여 대신(大臣)이 명을 받들고는 그의 보좌관을 갖추고 여러 해를 외방에 머물러 있으면, 그를 접대하고 또는 맞아들이고 보내고 하는 데 어찌 폐단이 없겠습니까.

바라옵건대 전하께옵서 이 역사를 모두 정지하게 하옵시고, 백성의 힘을 아끼고 기르다가 왜구(倭寇)가 다시 일어남을 기다려서 장차 막기 어려운 사태가 있은 뒤라야 이를 쌓아도 오히려 늦지 않을 것입니다. 또 원하옵건대, 지금부터 다만 강대한 외적이 우리 지경에 임박한 〈극히〉 창황(倉皇)한 사태 이외에 평시의 공역에는 3결에 1정(丁)씩 내는 명령을 금하시와, 고인(古人)들이 백성들의 힘을 다하지 않게 하던 뜻을 살리시면 이 어찌 맑고 밝은 시대의 미의(美意)가 아니겠습니까. 또 천운(天運)이란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서, 치(治)와 난(難)은 서로 번갈아 찾아드는 법이온데, 만일 수(隋)와 당(唐)이 침입하던 것과 같은 환란이 있다면, 우리 나라 인민들은 모두 산골로 도망하고, 평지에 쌓아 포치(布置)한 성보는 모두가 적의 좋은 침략의 기지가 되고 말 것입니다. 혹시 이런 날을 당한다면 비록 만 번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오늘의 그 장원(長遠)한 계책이 도리어 뒷날의 후회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니, 이도 역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신의 좁은 소견으로는 오직 산위에 있는 옛성으로써, 큰 환란을 피할 수 있는 곳만을 이 승평(昇平)한 날을 타서 시일을 한정하지 말고 견고하게 수축하여 불우지변(不虞之變)에 대비한다면, 거의 그 장원한 계책에 부합하리라고 믿습니다. 옛 글에 이르기를, ‘군자(君子)가 조정의 높은 지위에 있으면 그 백성의 일을 근심하고, 먼 강호(江湖)에 처해 있어서는 그 임금의 일을 근심한다.’ 하였습니다. 신이 전하께서 발탁하신 후은을 받사옵고 벼슬이 2품에 이르고 보니, 천한 나이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비록 산지(散地)에 있긴 하오나, 이것이 바로 강호 사이에 있으면서 임금을 근심하는 날이 아니겠습니까. 속에 품은 바 있으면서 말하지 않는다면, 이는 전하의 은혜를 저버리고 그 임금을 근심하지 않는 자가 될 것입니다. 소견이 이와 같사옵기로 감히 기휘(忌諱)하지 않고 진달하옵니다. 천한자의 말도 성인(聖人)은 취한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전하께서 너그럽게 용납하시와 사람의 말에 즐겨 좇으시는 아름다운 덕을 보이시면, 사책(史冊) 만대(萬代)의 빛이 아니겠습니까."

하였으나,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원문

○前判羅州牧使鄭守弘上書曰:

凡天下之事, 勢而已。 不量其勢, 而躁爲之, 則民受其害, 而怨讟興矣。 方今聖明御極, 群彦效職, 法令嚴明, 而備禦有策, 兵甲堅利 而士卒用命, 自有東方以來一盛際也。 是以倭寇畏縮, 藏形匿影, 略不敢動, 實百年間未易復熾之勢也。 不量此勢, 期限十年, 遠海郡縣, 亦置城堡, 是猶鹽ㆍ白州之人, 畏虎將至, 棄其家事, 而修其垣墉也。 虎不至於平曠之野, 寇不侵於平治之國, 是皆理勢之然也。 孟子曰: "地利不如人和。" 是故古之賢君, 寧重人和, 不以地利爲急。 一失人和, 雖有金城湯池, 終安用哉? 臣去秋以老病告代言司, 歸臥全州農墅, 臨陂築城之狀, 備嘗見聞。 去秋全州道甚旱, 耒耜不入地, 及至九十月之交, 雨澤一降, 民皆悅懌, 秋耕纔作, 而臨陂之役大興, 不量城之尺數, 惟務軍額之多, 所耕三結, 必出一丁, 閭閻盡空, 秋耕失時, 全州一道兩麥之田, 歲前成苗者罕矣。 又因此役, 非命夭扎者非一二也。 如此之類, 其父母妻子, 豈無痛入骨髓, 而至今怨懟者乎? 其他糧費力竭、風餐露宿細碎之弊, 不可盡擧。 臣愚臆計, 其他築城之處, 弊瘼大槪, 必如此也。 又兵法, 有示强示弱之權, 臣愚以爲此役失於示弱, 亦不爲盛朝取也。 昔秦皇築城萬里, 禦胡之策, 似乎得矣, 而大失人和, 遂爲天下後世笑, 是乃萬世之龜鑑也。 必限十年此役不休, 臣恐民不堪苦, 怨讟日增, 而人和乖矣。 又因此役, 大相銜命, 備諸僚佐, 曠年在外, 其供奉迎送之際, 亦豈無弊乎? 伏望殿下悉停此役, 休養民力, 待倭寇復興, 將有難遏之勢, 然後築之猶未晩也。 又願自今以後, 唯大敵臨境, 事勢倉皇外, 平時之役, 勑禁三結出一丁之令, 以存古人不盡人力之義, 豈非明時之美意乎? 且謂天數難測, 治亂相尋, 脫有隋、唐侵討之患, 我國人民, 皆竄山谷, 而平地所築星分碁布, 悉爲敵資。 儻値此日, 雖萬萬悔恨, 噬臍何及? 然則今日長遠之計, 反爲後日之悔, 是亦不可不慮也。 以臣管見, 唯山上古城, 可避大患之處, 及此昇平之日, 不限年月, 堅修牢築, 以備不虞, 庶乎合於長遠之計矣。 記曰: "君子居廟堂之高, 則憂其民, 處江湖之遠, 則憂其君。" 臣受殿下拔擢之恩, 官至二品, 桑楡已晩, 雖在散地, 是正處江湖憂君之日也。 有所蘊而不言, 則是負殿下之恩, 而不憂其君者也。 所見如此, 敢陳不諱。 芻蕘之言, 聖人取之, 伏望殿下優容寬咎, 以示樂從人言之美, 豈非史冊萬世之光耀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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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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