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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30권, 태종 15년 11월 6일 己亥 5/7 기사 / 1415년 명 영락(永樂) 13년

진휼 받지 못한 자가 충녕 대군에게 말한 것을 대언이 아뢰다. 노비에 관해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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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언이 아뢰기를,

"걸식하는 사람이 미처 진휼을 받지 못하여 충녕 대군(忠寧大君)에게 여쭌 자가 있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서울과 외방의 굶주린 백성을 이미 유사(有司)로 하여금 자세히 물어서 진제(賑濟)하게 하였는데, 무슨 까닭으로 유사가 빠짐 없이 물어서 고루 주지 못하여 스스로 대군에게 말하게 하였는가? 대군이 다만 내가 굶주리고 추워하는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듣고 본 것이 있으면 곧 반드시 와서 고하는 것이다. 지난번에 또한 이와 같은 자가 있었는데, 내가 특별히 주라고 명하였다. 그러나 어찌 유사가 법을 받들지 못하여 요행히 한번 왕자(王子)를 보고 스스로 말하여 먹이를 구하여 진제를 얻을 이치가 있겠는가?"

하였다. 박신(朴信)이 아뢰기를,

"이것은 호조(戶曹)의 허물입니다."

하고, 정역(鄭易)은,

"대군이 마음에 굶주리고 추운 사람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에 문득 상문(上聞)한 것입니다. 만일 불가하다고 한다면 하정(下情)이 상달할 길이 없으니, 백성은 더욱 곤할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그렇지만 마땅히 주장하는 자가 있어야 한다. 대군 등은 사체(事體)가 다르니 응당 이렇게 하지 않아야 한다. 마땅히 당해 부령(部令)을 추문하여 막고 고하지 않은 죄를 힐문하라."

하였다. 일을 아뢰는 것이 장차 끝나려 하매, 임금이 여러 판서에게 눈짓하면서 말하기를,

"노비(奴婢)를 결단한 뒤에 공문(公文)을 만들지 않을 수 없으니, 마땅히 도관(都官)에 신정(新呈)한 것은 모두 중분(中分)하게 하여 속히 공문을 주겠지만, 그 중분(中分)하는 의논이 어떠한가?"

하니, 박은(朴訔)이 대답하기를,

"노비의 법은 진실로 때에 미쳐서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일 지금을 놓치고 하지 않으면 영구히 할 날이 없습니다. 또 여러 해 결절(決折)을 하고 공문을 만들지 않으면 쟁단(爭端)이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중분한다는 의논은 잘못입니다. 지난번에 변정할 때에 본래 일이 이러할 수도 저러할 수도 있어 결단하기 어려운 것을 중분하도록 허락한 것입니다. 사리(事理)가 전연 굽은 것을 또한 시비를 묻지 않고 모두 중분(中分)하게 한다면 어찌 모람(冒濫)하고 원통하고 억울한 것이 심한 경우가 없겠습니까? 이왕의 일은 다시 구제할 수 없지마는, 어찌 지난 일을 답습하여 다시 이러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도관(都官)에 새로 신정(申呈)한 것이 또한 심히 많지 않으니 속히 결단할 수 있습니다. 만일 또 중분하게 하면 민심이 장차 이르기를, ‘시비를 물을 것 없이 장(狀)만 바치면 반드시 받는 것을 얻을 이치가 있다.’하여, 미연(靡然)히 서로 따라서 쟁송(爭訟)하는 것이 날마다 일어날 것이니, 더욱 속히 결단할 수 없습니다."

하고, 박신(朴信)도 또한 중분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하였다. 임금이,

"그러면 공문(公文)을 주지 않겠는가?"

하니, 모두 대답하기를,

"지난 여름에 가뭄으로 인하여 자원하여 이를 하도록 하였으나, 사람이 모두 하고자 하지 않으니 누가 하려고 하겠습니까?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수(數)를 한정하는 데에 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수를 한정하는 법이, 나도 또한 이익됨은 없고 원망을 산다고 생각한다. 한정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하니, 모두 말하기를 대단히 좋다고 하였다.

원문

○代言啓: "有乞食人不及受賑濟, 白於忠寧大君者。" 上曰: "京外飢民, 已令有司細問賑濟, 何故有司不能悉訪均給, 以致自言於大君乎? 大君但見予矜恤飢寒, 故有所聞見, 輒必來告。 向亦有如是者, 予特命賜之, 然安有攸司不能奉法, 而幸一見王子, 自言求食, 乃得賑濟之理乎?" 朴信啓曰: "此是戶曹之過。" 鄭易曰: "大君心恤飢寒, 輒以上聞, 儻以爲不可, 則下情無由上達, 而民尤憊矣。" 上曰: "雖然, 宜有主者, 而大君等, 事體自別, 不應如是。 宜推當該部令, 以詰壅遏不告之罪。" 啓事將畢, 上目諸判書曰: "奴婢決斷之後, 不可不(可)成公文, 宜將都官新呈, 悉令中分而速給公文, 其中分之議何如?" 朴訔對曰: "奴婢之法, 固不可不及時而爲之, 若失今不爲, 則永無可爲之日。 且累年決折而不成公文, 則爭端復起矣。 然中分之議則非也。 向者辨正之時, 本謂事可東西而難決者, 則許令中分, 而乃至事理全曲者, 亦勿問是非, 悉令中分, 豈無冒濫冤枉之甚? 已往之事, 不可復救, 豈可踵武襲迹, 復爲如此之事乎? 今都官新呈, 亦不甚多, 而可以速決。 若又令中分, 則民心將謂無問是非, 苟得投狀, 則必有得受之理, 靡然相從, 爭訟日起, 尤不可速決矣。" 朴信亦以爲不可中分, 上曰: "然則不給公文乎?" 皆對曰: "去夏因旱, 令自願爲之。 然人皆不欲, 誰肯爲之? 人之所患, 在於限數。" 上曰: "限數之法, 予亦料其無益而取怨, 不若不限之爲愈也。" 皆曰: "甚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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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30권, 태종 15년 11월 6일 己亥 5/7 기사 / 1415년 명 영락(永樂) 13년

진휼 받지 못한 자가 충녕 대군에게 말한 것을 대언이 아뢰다. 노비에 관해 논하다

국역

대언이 아뢰기를,

"걸식하는 사람이 미처 진휼을 받지 못하여 충녕 대군(忠寧大君)에게 여쭌 자가 있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서울과 외방의 굶주린 백성을 이미 유사(有司)로 하여금 자세히 물어서 진제(賑濟)하게 하였는데, 무슨 까닭으로 유사가 빠짐 없이 물어서 고루 주지 못하여 스스로 대군에게 말하게 하였는가? 대군이 다만 내가 굶주리고 추워하는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듣고 본 것이 있으면 곧 반드시 와서 고하는 것이다. 지난번에 또한 이와 같은 자가 있었는데, 내가 특별히 주라고 명하였다. 그러나 어찌 유사가 법을 받들지 못하여 요행히 한번 왕자(王子)를 보고 스스로 말하여 먹이를 구하여 진제를 얻을 이치가 있겠는가?"

하였다. 박신(朴信)이 아뢰기를,

"이것은 호조(戶曹)의 허물입니다."

하고, 정역(鄭易)은,

"대군이 마음에 굶주리고 추운 사람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에 문득 상문(上聞)한 것입니다. 만일 불가하다고 한다면 하정(下情)이 상달할 길이 없으니, 백성은 더욱 곤할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그렇지만 마땅히 주장하는 자가 있어야 한다. 대군 등은 사체(事體)가 다르니 응당 이렇게 하지 않아야 한다. 마땅히 당해 부령(部令)을 추문하여 막고 고하지 않은 죄를 힐문하라."

하였다. 일을 아뢰는 것이 장차 끝나려 하매, 임금이 여러 판서에게 눈짓하면서 말하기를,

"노비(奴婢)를 결단한 뒤에 공문(公文)을 만들지 않을 수 없으니, 마땅히 도관(都官)에 신정(新呈)한 것은 모두 중분(中分)하게 하여 속히 공문을 주겠지만, 그 중분(中分)하는 의논이 어떠한가?"

하니, 박은(朴訔)이 대답하기를,

"노비의 법은 진실로 때에 미쳐서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일 지금을 놓치고 하지 않으면 영구히 할 날이 없습니다. 또 여러 해 결절(決折)을 하고 공문을 만들지 않으면 쟁단(爭端)이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중분한다는 의논은 잘못입니다. 지난번에 변정할 때에 본래 일이 이러할 수도 저러할 수도 있어 결단하기 어려운 것을 중분하도록 허락한 것입니다. 사리(事理)가 전연 굽은 것을 또한 시비를 묻지 않고 모두 중분(中分)하게 한다면 어찌 모람(冒濫)하고 원통하고 억울한 것이 심한 경우가 없겠습니까? 이왕의 일은 다시 구제할 수 없지마는, 어찌 지난 일을 답습하여 다시 이러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도관(都官)에 새로 신정(申呈)한 것이 또한 심히 많지 않으니 속히 결단할 수 있습니다. 만일 또 중분하게 하면 민심이 장차 이르기를, ‘시비를 물을 것 없이 장(狀)만 바치면 반드시 받는 것을 얻을 이치가 있다.’하여, 미연(靡然)히 서로 따라서 쟁송(爭訟)하는 것이 날마다 일어날 것이니, 더욱 속히 결단할 수 없습니다."

하고, 박신(朴信)도 또한 중분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하였다. 임금이,

"그러면 공문(公文)을 주지 않겠는가?"

하니, 모두 대답하기를,

"지난 여름에 가뭄으로 인하여 자원하여 이를 하도록 하였으나, 사람이 모두 하고자 하지 않으니 누가 하려고 하겠습니까?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수(數)를 한정하는 데에 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수를 한정하는 법이, 나도 또한 이익됨은 없고 원망을 산다고 생각한다. 한정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하니, 모두 말하기를 대단히 좋다고 하였다.

원문

○代言啓: "有乞食人不及受賑濟, 白於忠寧大君者。" 上曰: "京外飢民, 已令有司細問賑濟, 何故有司不能悉訪均給, 以致自言於大君乎? 大君但見予矜恤飢寒, 故有所聞見, 輒必來告。 向亦有如是者, 予特命賜之, 然安有攸司不能奉法, 而幸一見王子, 自言求食, 乃得賑濟之理乎?" 朴信啓曰: "此是戶曹之過。" 鄭易曰: "大君心恤飢寒, 輒以上聞, 儻以爲不可, 則下情無由上達, 而民尤憊矣。" 上曰: "雖然, 宜有主者, 而大君等, 事體自別, 不應如是。 宜推當該部令, 以詰壅遏不告之罪。" 啓事將畢, 上目諸判書曰: "奴婢決斷之後, 不可不(可)成公文, 宜將都官新呈, 悉令中分而速給公文, 其中分之議何如?" 朴訔對曰: "奴婢之法, 固不可不及時而爲之, 若失今不爲, 則永無可爲之日。 且累年決折而不成公文, 則爭端復起矣。 然中分之議則非也。 向者辨正之時, 本謂事可東西而難決者, 則許令中分, 而乃至事理全曲者, 亦勿問是非, 悉令中分, 豈無冒濫冤枉之甚? 已往之事, 不可復救, 豈可踵武襲迹, 復爲如此之事乎? 今都官新呈, 亦不甚多, 而可以速決。 若又令中分, 則民心將謂無問是非, 苟得投狀, 則必有得受之理, 靡然相從, 爭訟日起, 尤不可速決矣。" 朴信亦以爲不可中分, 上曰: "然則不給公文乎?" 皆對曰: "去夏因旱, 令自願爲之。 然人皆不欲, 誰肯爲之? 人之所患, 在於限數。" 上曰: "限數之法, 予亦料其無益而取怨, 不若不限之爲愈也。" 皆曰: "甚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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