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실록24권, 태종 12년 10월 8일 庚申 4/4 기사 / 1412년 명 영락(永樂) 10년
사간원에서 불교의 배척과 원단 제사를 없앨 것을 주장한 사간원의 상소
국역
사간원에서 상소하였다. 상소는 이러하였다.
"이제 우리 성조(盛朝)에서 모든 시위(施爲)가 한결같이 옛것을 따르시어 생민(生民)의 이해(利害)에 관한 것을 흥제(興除)218) 하지 아니함이 없으나, 유독 신불(神佛)의 폐(弊)만은 아직도 다 개혁되지 못함이 있어 삼가 일득(一得)의 어리석음으로써 우러러 상총(上聰)을 더럽히니, 엎드려 바라건대, 성상께서 재가하여 시행하소서.
1. 부처[佛]란 군신을 버리고 부자도 없는 부탄(浮誕)한 일이라, 망령되이 보응(報應)의 설(說)에 의탁하여 혹세 무민(惑世誣民)하고 풍속을 해치니, 오도(吾道)219) 에 해(害)됨이 무엇이 이보다 더 심하겠습니까? 옛날 당(唐)·우(虞)·3대(三代)220) 때 있어서는 역년(曆年)이 많고 향수(享壽)가 길었으나, 이것은 본래부터 부처의 소치로 그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漢)나라 명제(明帝) 때에 처음으로 불법(佛法)이 있었고, 명제 이후로는 난망(亂亡)이 서로 잇따라 운수와 복조가 길지 못하였으며, 내려와 양(梁)나라·진(陳)나라·원위(元魏) 때에는 부처를 섬김에는 더욱 부지런하였으나 연대는 더욱 단축되어 지계(持戒)의 인주로 마침내 대성(臺城)의 화(禍)221) 가 있기에 이르게 하였으니, 부처를 섬겨 복을 구한다함이 과연 믿을 만하겠습니까? 굼뜨고 어리석어 무식한 자는 책망할 것이 못됩니다만, 세상에서 밝고 지혜 있다고 하는 사람도 혹하여 이것을 섬김은 무슨 일입니까?
대저 사설(邪說)이 틈을 타서 유인하게 되면 혹(惑)하기는 쉽고 깨닫기는 어려운 까닭에, 사람이 부모와 처자를 잃어 애통이 절박한 지경에 있어도 복전(福田)222) 이 무상(無常)223) 하다는 말과 이익되는 것으로 꾀어, 이를 행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그 속으로 들어가게 되어 가산(家産)을 탕진하면서 마음으로 이를 좇아 섬기게 되니, 어찌 사설(邪說)의 해가 다단(多端)하고 불씨(佛氏)의 해가 우심(尤甚)하다 아니하겠습니까?
이제 우리 전하가 영명한 자질을 가지시고 성리(性理)의 근원을 궁구하사 뚜렷하게 불씨의 망령됨을 알으시니, 사람들이 중이 됨을 금함으로써 그 근본을 끊으시고 여러 사사(寺社)를 혁파하여 그 거처를 삭제하소서. 이것은 역대 임금이 아직 행하지 못했던 것이니, 우리 전하가 독단하실 수 있다면 진실로 천재(千載)의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러나 부처에 이바지하고 중에 재(齋) 올리는 일은 인순(因循)하여 아직 개혁하지 못하여서 사람이 죽게 되면 모두 천발(薦拔)하여 칠칠재(七七齋)224) 를 올리고, 간혹 법석(法席)의 모임을 베풀어 빈소에다 부처를 걸고 중을 맞이하여 도량(道場)225) 이라 일컬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남녀가 한데 섞여서 망령되게 하늘이 낸 물건을 허비하되 일찍이 돌보아 아끼지 아니합니다. 어떤 무식한 무리는 오로지 부화(浮華)한 것을 일삼아 불공의 판비를 극도로 갖추어 남의 눈에 자랑삼아 보이니, 그것이 존망(存亡)에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가령 부처가 신령이 있어서 사람이 먹이는 것을 받아 먹고 사람의 죄를 구원해 준다고 한다면, 이것은 벼슬을 팔고 감옥을 파는 탐관오리의 일이니, 어찌 이런 이치가 있겠습니까? 또 생사(生死)는 명(命)에 있고, 화복(禍福)은 하늘[天]에 있으니, 비록 기도함이 간절하다 하더라도 부처가 어찌 그 사이에 은혜를 베풀 수 있겠습니까? 또 불경(佛經)에는 아직 재신(齋晨)에 칠칠일(七七日)의 말이 있지 아니하니, 이것은 후세의 승도(僧道)가 사람을 속여 재물을 거두는 술법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유사(攸司)에 특명하여 상제(喪祭)의 의식을 한결같이 《문공가례(文公家禮)》에 따르고 불사(佛事)를 엄금하게 하소서.
1. 천자가 된 다음에야 천지(天地)에 제사하고, 제후(諸侯)가 된 다음에야 산천(山川)에 제사하는 것이니, 존비와 상하는 각각 분한(分限)이 있어 절연(截然)히 범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영전에 3묘(三苗)226) 가 천지와 신인(神人)의 의식을 혼학(昏虐)하고 잡유 독란(雜揉瀆亂)227) 함에 순(舜)임금이 곧 중려(重黎)에게 명하여 끊어져 가는 곳에서 하늘에 통하게 하니, 내려와 이르지 아니함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성인이 사전(祀典)을 수명(修明)228) 하여 상하의 분수를 엄하게 한 소이(所以)이며, 계씨(季氏)229) 가 태산(泰山)에 여(旅)230) 제사를 지내자, 공자가 말하기를, ‘일찍이 태산이 임방(林放)231) 만 같지 못하랴?’ 하였으니, 이것은 신(神)이 예(禮)가 아닌 것은 흠향하지 않음을 이름입니다. 그러므로 그 태산의 귀신이 아닌데 제사함은 심히 무익한 것입니다. 우리 전하께서는 밝게 이 뜻을 알으시니 원단(圓壇)의 제사를 정파하고, 단지 산천의 산만을 제사하게 하소서. 대저 산천의 신은 경(卿)·대부(大夫)·사(士)·서인(庶人)이 제사할 바 아닙니다. 저들이 비록 아첨하여 제사한다 하더라도 신이 어찌 이것을 흠향하겠습니까? 지금 나라 사람들이 귀신을 속일 수 없음을 알지 못하고, 산천을 제사할 수 없음을 알지 못하며, 어리석게 분분(紛紛)하여 바람에 나부끼어 쓰러지듯 쏠리는 급속을 이루어, 나라의 진산(鎭山)232) 으로부터 군현의 명산 대천(名山大川)에 이르기까지 자주 제사하지 아니함이 없으니, 그것이 예에 지나치고 분수를 넘음이 심합니다. 또 남녀가 서로 이끌고 끊임 없이 왕래하면서 귀신에게 아양부리며 곡식을 허비하는 폐단 또한 적지 아니하니, 원컨대, 이제부터는 중외의 대소 신하들이 함부로 산천에 제사지낼 수 없게 하심으로써 존비의 분수를 밝히소서. 만일 어기는 자가 있으면 통렬히 법으로 다스리시고, 인귀(人鬼)의 음사(淫祀)233) 에 이르러서도 모두 엄격히 금하여 풍속을 바르게 하소서."
- 【태백산사고본】 10책 24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51면
- 【분류】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상-불교(佛敎) / 역사-고사(故事) / 풍속-예속(禮俗) / 정론-정론(政論)
- [註 218] 흥제(興除) : 일으킬 것은 일으키고, 제거할 것은 제거함.
- [註 219] 오도(吾道) : 유교의 도(道).
- [註 220] 3대(三代) : 하(夏)·은(殷)·주(周).
- [註 221] 대성(臺城)의 화(禍) : 중국 양(梁)나라 무제(武帝:肅衍)가 불교를 혹신하다가 후경(侯景)의 반란을 만나 대성(臺城:禁城)에서 굶어 죽은 고사. 대성(臺城)은 남북조(南北朝) 시대 천자(天子)의 어소(御所)를 말하는데, 양 무제(梁武帝)는 동태사(東泰寺)를 대성 안에 짓고, 대불각(大佛閣) 7층(層)을 만들어 국고를 낭비하다가 백성의 원망을 사서 대성에서 굶어 죽었음.
- [註 222] 복전(福田) : 복(福)을 낳게 하는 밭. 즉 삼보(三寶)를 공양하고 부모(父母)의 은혜에 보답하고 불쌍한 사람에게 선행(善行)을 베푼 결과로 복덕(福德)이 생긴다는 뜻에서 그 원인이 되는 삼보(三寶)·부모(父母)·빈자(貧者)를 일컬음.
- [註 223] 무상(無常) : 모든 것이 다 생멸(生滅) 전변(轉變)하여 상주(常住)함이 없다는 불가의 말.
- [註 224] 칠칠재(七七齋) : 49일 재(齋).
- [註 225] 도량(道場) : 불가에서 좌선(坐禪)·염불·수계(授戒) 등을 말함. 범어로 bodhimadau라고 함.
- [註 226] 3묘(三苗) : 중국 요순(堯舜) 시대에 강(江)·회(淮)·형주(荊州)에 자리잡고 있었던 만족(蠻族)의 이름, 사흉(四凶)의 하나.
- [註 227] 잡유 독란(雜揉瀆亂) : 뒤섞여 번거롭고 어지러움.
- [註 228] 수명(修明) : 닦고 밝힘.
- [註 229] 계씨(季氏) : 춘추 시대의 노(魯)나라 대부.
- [註 230] 여(旅) : 옛날 중국의 주(周)나라 때 상제 천신(上帝天神)이나 산천(山川)에 지내던 제사.
- [註 231] 임방(林放) : 공자의 제자.
- [註 232] 진산(鎭山) : 옛날 나라나 서울 또는 각 고울 뒤쪽에 있는 큰 산을 진호(鎭護)하는 주산(主山)으로 정하여 제사지내던 산.
- [註 233] 음사(淫祀) : 내력이 바르지 아니한 사신(邪神)에게 제사지내는 일.
원문
○司諫院上疏。 疏曰:
今我盛朝, 凡所施爲, 一遵古昔, 生民利害, 靡不興除, 獨神佛之弊, 有未盡革者。 謹將一得之愚, 仰瀆天聰, 伏惟聖裁施行。 一, 佛者, 去君臣無父子, 乃以浮誕之事, 妄托報應之說, 惑世誣民, 而傷風敗俗。 吾道之害, 孰甚於此! 在昔唐、虞三代之時, 歷年多而享壽長, 此固非佛氏之致然也。 漢 明帝時, 始有佛法, 而明帝以後, 亂亡相繼, 運祚不長, 降及梁、陳、元魏之際, 事佛尤勤, 而年代尤促, 至使持戒之主, 終有臺城之禍, 事佛求福, 果可信歟? 蠢蠢無知者, 不足爲責, 世號明智者, 亦惑而事之, 何哉? 大抵邪說乘間得誘, 則易惑而難悟, 故人有喪父母失妻子, 而哀痛迫切之間, 福田無常之說, 利益之誘, 得以行之, 則浸浸然入於其中, 蕩盡家産, 心服事之, 豈非邪說之害多端, 而佛氏之害, 尤甚耶? 今我殿下, 以英明之資, 窮性理之源, 曉然知佛氏之爲妄, 禁人爲僧, 以絶其本, 革諸寺社, 以削其居。 此歷代人主之所未能行, 而我殿下之所能獨斷, 誠千載之美事也。 然爲死者供佛齋僧之事, 因循未革, 而人死則皆欲薦拔, 而爲七七之齋, 間設法席之會, 至於殯處, 掛佛邀僧, 稱爲道場, 無間晝夜, 男女混處, 妄費天物, 曾不顧惜。 或有無識之徒, 專尙浮華, 極備供辦, 誇示人目, 其於存亡, 有何益哉? 假使佛氏有靈, 而受人之饋, 救人之罪, 則是賣官鬻獄汚吏之事也。 安有此理哉? 且生死有命, 禍福在天, 縱有祈禱之切, 佛氏安能施惠於其間哉? 且於佛經, 未有齋晨七七之說, 此必後世僧徒誑人斂財之術也。 伏望殿下特命攸司, 喪祭之儀, 一依《文公家禮》, 痛禁佛事。 一, 天子然後祭天地, 諸侯然後祭山川, 尊卑上下, 各有分限, 截然不可犯也。 是故在昔三苗, 昏虐天地神人之典, 雜揉瀆亂, 舜乃命重黎, 絶地天通, 罔有降格。 是則聖人所以修明祀典, 以嚴上下之分也。 季氏旅於泰山, 孔子曰: "曾謂泰山, 不如林放乎!" 是謂神不享非禮, 故祭非其鬼, 無益之甚也。 我殿下灼知此義, 停罷圓壇, 只祭山川之神。 夫山川之神, 非卿大夫士庶人之所當祭也。 彼雖諂祀, 神豈享之! 今國人不識鬼神之不可欺, 山川之不可祀, 泯泯棼棼, 靡然成習, 自國之鎭山, 以至郡縣名山大川, 罔不瀆祀, 其越禮踰分甚矣。 且男女相挈, 往來絡繹, 媚神費穀, 弊亦不小。 願自今, 中外大小人臣, 不得擅祀山川, 以明尊卑之分, 如有違者, 痛繩以法, 至於人鬼淫祀, 亦皆痛禁, 以正風俗。
- 【태백산사고본】 10책 24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51면
- 【분류】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상-불교(佛敎) / 역사-고사(故事) / 풍속-예속(禮俗) / 정론-정론(政論)
태종실록24권, 태종 12년 10월 8일 庚申 4/4 기사 / 1412년 명 영락(永樂) 10년
사간원에서 불교의 배척과 원단 제사를 없앨 것을 주장한 사간원의 상소
국역
사간원에서 상소하였다. 상소는 이러하였다.
"이제 우리 성조(盛朝)에서 모든 시위(施爲)가 한결같이 옛것을 따르시어 생민(生民)의 이해(利害)에 관한 것을 흥제(興除)218) 하지 아니함이 없으나, 유독 신불(神佛)의 폐(弊)만은 아직도 다 개혁되지 못함이 있어 삼가 일득(一得)의 어리석음으로써 우러러 상총(上聰)을 더럽히니, 엎드려 바라건대, 성상께서 재가하여 시행하소서.
1. 부처[佛]란 군신을 버리고 부자도 없는 부탄(浮誕)한 일이라, 망령되이 보응(報應)의 설(說)에 의탁하여 혹세 무민(惑世誣民)하고 풍속을 해치니, 오도(吾道)219) 에 해(害)됨이 무엇이 이보다 더 심하겠습니까? 옛날 당(唐)·우(虞)·3대(三代)220) 때 있어서는 역년(曆年)이 많고 향수(享壽)가 길었으나, 이것은 본래부터 부처의 소치로 그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漢)나라 명제(明帝) 때에 처음으로 불법(佛法)이 있었고, 명제 이후로는 난망(亂亡)이 서로 잇따라 운수와 복조가 길지 못하였으며, 내려와 양(梁)나라·진(陳)나라·원위(元魏) 때에는 부처를 섬김에는 더욱 부지런하였으나 연대는 더욱 단축되어 지계(持戒)의 인주로 마침내 대성(臺城)의 화(禍)221) 가 있기에 이르게 하였으니, 부처를 섬겨 복을 구한다함이 과연 믿을 만하겠습니까? 굼뜨고 어리석어 무식한 자는 책망할 것이 못됩니다만, 세상에서 밝고 지혜 있다고 하는 사람도 혹하여 이것을 섬김은 무슨 일입니까?
대저 사설(邪說)이 틈을 타서 유인하게 되면 혹(惑)하기는 쉽고 깨닫기는 어려운 까닭에, 사람이 부모와 처자를 잃어 애통이 절박한 지경에 있어도 복전(福田)222) 이 무상(無常)223) 하다는 말과 이익되는 것으로 꾀어, 이를 행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그 속으로 들어가게 되어 가산(家産)을 탕진하면서 마음으로 이를 좇아 섬기게 되니, 어찌 사설(邪說)의 해가 다단(多端)하고 불씨(佛氏)의 해가 우심(尤甚)하다 아니하겠습니까?
이제 우리 전하가 영명한 자질을 가지시고 성리(性理)의 근원을 궁구하사 뚜렷하게 불씨의 망령됨을 알으시니, 사람들이 중이 됨을 금함으로써 그 근본을 끊으시고 여러 사사(寺社)를 혁파하여 그 거처를 삭제하소서. 이것은 역대 임금이 아직 행하지 못했던 것이니, 우리 전하가 독단하실 수 있다면 진실로 천재(千載)의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러나 부처에 이바지하고 중에 재(齋) 올리는 일은 인순(因循)하여 아직 개혁하지 못하여서 사람이 죽게 되면 모두 천발(薦拔)하여 칠칠재(七七齋)224) 를 올리고, 간혹 법석(法席)의 모임을 베풀어 빈소에다 부처를 걸고 중을 맞이하여 도량(道場)225) 이라 일컬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남녀가 한데 섞여서 망령되게 하늘이 낸 물건을 허비하되 일찍이 돌보아 아끼지 아니합니다. 어떤 무식한 무리는 오로지 부화(浮華)한 것을 일삼아 불공의 판비를 극도로 갖추어 남의 눈에 자랑삼아 보이니, 그것이 존망(存亡)에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가령 부처가 신령이 있어서 사람이 먹이는 것을 받아 먹고 사람의 죄를 구원해 준다고 한다면, 이것은 벼슬을 팔고 감옥을 파는 탐관오리의 일이니, 어찌 이런 이치가 있겠습니까? 또 생사(生死)는 명(命)에 있고, 화복(禍福)은 하늘[天]에 있으니, 비록 기도함이 간절하다 하더라도 부처가 어찌 그 사이에 은혜를 베풀 수 있겠습니까? 또 불경(佛經)에는 아직 재신(齋晨)에 칠칠일(七七日)의 말이 있지 아니하니, 이것은 후세의 승도(僧道)가 사람을 속여 재물을 거두는 술법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유사(攸司)에 특명하여 상제(喪祭)의 의식을 한결같이 《문공가례(文公家禮)》에 따르고 불사(佛事)를 엄금하게 하소서.
1. 천자가 된 다음에야 천지(天地)에 제사하고, 제후(諸侯)가 된 다음에야 산천(山川)에 제사하는 것이니, 존비와 상하는 각각 분한(分限)이 있어 절연(截然)히 범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영전에 3묘(三苗)226) 가 천지와 신인(神人)의 의식을 혼학(昏虐)하고 잡유 독란(雜揉瀆亂)227) 함에 순(舜)임금이 곧 중려(重黎)에게 명하여 끊어져 가는 곳에서 하늘에 통하게 하니, 내려와 이르지 아니함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성인이 사전(祀典)을 수명(修明)228) 하여 상하의 분수를 엄하게 한 소이(所以)이며, 계씨(季氏)229) 가 태산(泰山)에 여(旅)230) 제사를 지내자, 공자가 말하기를, ‘일찍이 태산이 임방(林放)231) 만 같지 못하랴?’ 하였으니, 이것은 신(神)이 예(禮)가 아닌 것은 흠향하지 않음을 이름입니다. 그러므로 그 태산의 귀신이 아닌데 제사함은 심히 무익한 것입니다. 우리 전하께서는 밝게 이 뜻을 알으시니 원단(圓壇)의 제사를 정파하고, 단지 산천의 산만을 제사하게 하소서. 대저 산천의 신은 경(卿)·대부(大夫)·사(士)·서인(庶人)이 제사할 바 아닙니다. 저들이 비록 아첨하여 제사한다 하더라도 신이 어찌 이것을 흠향하겠습니까? 지금 나라 사람들이 귀신을 속일 수 없음을 알지 못하고, 산천을 제사할 수 없음을 알지 못하며, 어리석게 분분(紛紛)하여 바람에 나부끼어 쓰러지듯 쏠리는 급속을 이루어, 나라의 진산(鎭山)232) 으로부터 군현의 명산 대천(名山大川)에 이르기까지 자주 제사하지 아니함이 없으니, 그것이 예에 지나치고 분수를 넘음이 심합니다. 또 남녀가 서로 이끌고 끊임 없이 왕래하면서 귀신에게 아양부리며 곡식을 허비하는 폐단 또한 적지 아니하니, 원컨대, 이제부터는 중외의 대소 신하들이 함부로 산천에 제사지낼 수 없게 하심으로써 존비의 분수를 밝히소서. 만일 어기는 자가 있으면 통렬히 법으로 다스리시고, 인귀(人鬼)의 음사(淫祀)233) 에 이르러서도 모두 엄격히 금하여 풍속을 바르게 하소서."
- 【태백산사고본】 10책 24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51면
- 【분류】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상-불교(佛敎) / 역사-고사(故事) / 풍속-예속(禮俗) / 정론-정론(政論)
- [註 218] 흥제(興除) : 일으킬 것은 일으키고, 제거할 것은 제거함.
- [註 219] 오도(吾道) : 유교의 도(道).
- [註 220] 3대(三代) : 하(夏)·은(殷)·주(周).
- [註 221] 대성(臺城)의 화(禍) : 중국 양(梁)나라 무제(武帝:肅衍)가 불교를 혹신하다가 후경(侯景)의 반란을 만나 대성(臺城:禁城)에서 굶어 죽은 고사. 대성(臺城)은 남북조(南北朝) 시대 천자(天子)의 어소(御所)를 말하는데, 양 무제(梁武帝)는 동태사(東泰寺)를 대성 안에 짓고, 대불각(大佛閣) 7층(層)을 만들어 국고를 낭비하다가 백성의 원망을 사서 대성에서 굶어 죽었음.
- [註 222] 복전(福田) : 복(福)을 낳게 하는 밭. 즉 삼보(三寶)를 공양하고 부모(父母)의 은혜에 보답하고 불쌍한 사람에게 선행(善行)을 베푼 결과로 복덕(福德)이 생긴다는 뜻에서 그 원인이 되는 삼보(三寶)·부모(父母)·빈자(貧者)를 일컬음.
- [註 223] 무상(無常) : 모든 것이 다 생멸(生滅) 전변(轉變)하여 상주(常住)함이 없다는 불가의 말.
- [註 224] 칠칠재(七七齋) : 49일 재(齋).
- [註 225] 도량(道場) : 불가에서 좌선(坐禪)·염불·수계(授戒) 등을 말함. 범어로 bodhimadau라고 함.
- [註 226] 3묘(三苗) : 중국 요순(堯舜) 시대에 강(江)·회(淮)·형주(荊州)에 자리잡고 있었던 만족(蠻族)의 이름, 사흉(四凶)의 하나.
- [註 227] 잡유 독란(雜揉瀆亂) : 뒤섞여 번거롭고 어지러움.
- [註 228] 수명(修明) : 닦고 밝힘.
- [註 229] 계씨(季氏) : 춘추 시대의 노(魯)나라 대부.
- [註 230] 여(旅) : 옛날 중국의 주(周)나라 때 상제 천신(上帝天神)이나 산천(山川)에 지내던 제사.
- [註 231] 임방(林放) : 공자의 제자.
- [註 232] 진산(鎭山) : 옛날 나라나 서울 또는 각 고울 뒤쪽에 있는 큰 산을 진호(鎭護)하는 주산(主山)으로 정하여 제사지내던 산.
- [註 233] 음사(淫祀) : 내력이 바르지 아니한 사신(邪神)에게 제사지내는 일.
원문
○司諫院上疏。 疏曰:
今我盛朝, 凡所施爲, 一遵古昔, 生民利害, 靡不興除, 獨神佛之弊, 有未盡革者。 謹將一得之愚, 仰瀆天聰, 伏惟聖裁施行。 一, 佛者, 去君臣無父子, 乃以浮誕之事, 妄托報應之說, 惑世誣民, 而傷風敗俗。 吾道之害, 孰甚於此! 在昔唐、虞三代之時, 歷年多而享壽長, 此固非佛氏之致然也。 漢 明帝時, 始有佛法, 而明帝以後, 亂亡相繼, 運祚不長, 降及梁、陳、元魏之際, 事佛尤勤, 而年代尤促, 至使持戒之主, 終有臺城之禍, 事佛求福, 果可信歟? 蠢蠢無知者, 不足爲責, 世號明智者, 亦惑而事之, 何哉? 大抵邪說乘間得誘, 則易惑而難悟, 故人有喪父母失妻子, 而哀痛迫切之間, 福田無常之說, 利益之誘, 得以行之, 則浸浸然入於其中, 蕩盡家産, 心服事之, 豈非邪說之害多端, 而佛氏之害, 尤甚耶? 今我殿下, 以英明之資, 窮性理之源, 曉然知佛氏之爲妄, 禁人爲僧, 以絶其本, 革諸寺社, 以削其居。 此歷代人主之所未能行, 而我殿下之所能獨斷, 誠千載之美事也。 然爲死者供佛齋僧之事, 因循未革, 而人死則皆欲薦拔, 而爲七七之齋, 間設法席之會, 至於殯處, 掛佛邀僧, 稱爲道場, 無間晝夜, 男女混處, 妄費天物, 曾不顧惜。 或有無識之徒, 專尙浮華, 極備供辦, 誇示人目, 其於存亡, 有何益哉? 假使佛氏有靈, 而受人之饋, 救人之罪, 則是賣官鬻獄汚吏之事也。 安有此理哉? 且生死有命, 禍福在天, 縱有祈禱之切, 佛氏安能施惠於其間哉? 且於佛經, 未有齋晨七七之說, 此必後世僧徒誑人斂財之術也。 伏望殿下特命攸司, 喪祭之儀, 一依《文公家禮》, 痛禁佛事。 一, 天子然後祭天地, 諸侯然後祭山川, 尊卑上下, 各有分限, 截然不可犯也。 是故在昔三苗, 昏虐天地神人之典, 雜揉瀆亂, 舜乃命重黎, 絶地天通, 罔有降格。 是則聖人所以修明祀典, 以嚴上下之分也。 季氏旅於泰山, 孔子曰: "曾謂泰山, 不如林放乎!" 是謂神不享非禮, 故祭非其鬼, 無益之甚也。 我殿下灼知此義, 停罷圓壇, 只祭山川之神。 夫山川之神, 非卿大夫士庶人之所當祭也。 彼雖諂祀, 神豈享之! 今國人不識鬼神之不可欺, 山川之不可祀, 泯泯棼棼, 靡然成習, 自國之鎭山, 以至郡縣名山大川, 罔不瀆祀, 其越禮踰分甚矣。 且男女相挈, 往來絡繹, 媚神費穀, 弊亦不小。 願自今, 中外大小人臣, 不得擅祀山川, 以明尊卑之分, 如有違者, 痛繩以法, 至於人鬼淫祀, 亦皆痛禁, 以正風俗。
- 【태백산사고본】 10책 24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51면
- 【분류】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상-불교(佛敎) / 역사-고사(故事) / 풍속-예속(禮俗)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