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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23권, 태종 12년 6월 1일 甲寅 2/5 기사 / 1412년 명 영락(永樂) 10년

사헌부에서 박자청을 논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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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헌부(司憲府)에서 상소하여 다시 박자청(朴子靑)의 죄를 청하였다. 상소의 대략은 이러하였다.

"박자청이 죄를 형조에서 핵문하여 청하였으나 내버려두고 논하지 말라고 하였고, 신 등이 또한 재차 천총(天聰)을 번독하게 하니, 하교하기를, ‘박자청이 이중위(李中位)를 때린 정상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죄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신 등은 생각하건대, 밝은 시대에 있어서 비록 무인지경(無人之境)에서 간궤(姦宄)한 일을 하더라도 오히려 분변하거늘, 하물며 한낮에 대도(大都) 가운데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목격하여 아는 일이겠습니까? 이중위가 매를 맞지 않고 무고하였거나, 박자청이 때리고 숨겼거나 반드시 이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이에 사사로이 서로 숨기고 하늘을 가리켜 맹세하면서 천총을 속이었으니 내버려두고 묻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박자청의 구사(丘史) 박진(朴眞)·지원(池元) 등은 모두 이중위를 때렸다고 공사(供辭)를 바치었고, 이간(李暕)·조진(趙瑨)·홍선(洪善)의 무리는 때리지 않았다고 증거하였으니, 이것도 또한 분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컨대, 위의 세 사람의 직첩을 거두고, 지원·박진 등과 대변(對辨)하여 밝게 그 죄를 바로잡으소서."

임금이 윤허하지 않고, 장무 지평(掌務持平) 이하(李賀)를 불러서 말하기를,

"박자청이 항복하지 않으니, 만일 초사(招辭)를 받고자 하면 반드시 매질을 하여야 하겠는데, 작은 일로 대신을 매질하는 것이 가하겠느냐?"

하니, 이하가 대답하였다.

"일이 비록 작으나 왕지(王旨)를 받들고 묻는데, 사실대로 대답하지 않으니 매질을 한들 무엇이 해로울 것이 있습니까?"

임금이 노하여,

"너희들은 공의(公義)로 논청(論請)하는데 과인은 사정으로 결단하니, 언책(言責)이 있는 자가 그 말대로 되지 않으면 어찌 옛제도가 없느냐? 내가 들으니, 너희 헌부에서 정부의 사주(使嗾)로 굳이 청한다고 하니 참말이냐?"

하니, 대답하기를,

"어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하였다. 또 정부 사인(政府舍人) 김효손(金孝孫)을 불러,

"정부에서 헌사를 사주하여 박자청의 죄를 청한다고 하니 그런 일이 있느냐?"

하니, 대답하기를,

"신은 알지 못합니다. 만일 그런 일이 있다면 신이 어찌 알지 못하겠습니까?"

하였다. 임금이 말하였다.

"지의정부사(知議政府事) 박신(朴信)이 내게 말하기를, ‘박자청과 이중위 가운데 반드시 주상을 속인 자가 있을 것이니, 자세히 물어서 정상을 아는 것이 가합니다.’고 하였고, 대사헌이 조금 뒤에 청하기를, ‘정부에서 또한 추국하여 분변하고자 합니다.’고 하였고, 참찬(參贊) 김승주(金承霔)가 잇달아 말하기를, ‘정부의 뜻이 이와 같은 까닭으로 박신으로 하여금 아뢰게 한 것입니다.’고 하였다. 내가 이 말을 들었기 때문에 이 물음이 있는 것이다."

또 대언 등에게 일렀다.

"나라 사람들이 박자청을 미워하는 것은 토목(土木)의 역사 때문이다. 송도(松都)의 경덕궁(敬德宮)과 신도(新都)의 창덕궁(昌德宮)은 내가 거처하는 곳이요, 모화루(慕華樓)와 경회루(慶會樓)는 사신을 위한 곳이요, 개경사(開慶寺)와 연경사(衍慶寺)는 고비(考妣)092) 를 위한 곳이요, 성균관(成均館)을 짓고 행랑(行廊)을 세우는 것이 또한 국가의 그만둘 수 있는 일이겠느냐? 이러한 역사(役事)는 비록 다른 재상(宰相)에게 명하여 감독하게 하더라도 명령에 따르지 않겠느냐? 박자청이 부지런하고 삼가서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도리어 남에게 미움을 받으니 불가한 일이 아니겠느냐? 조성 제조(造成提調)를 마땅히 다시 사람을 택하여서 아뢰어라."

정부에서 아뢰었다.

"박자청이 일을 알고 또 부지런하니 고칠 수 없습니다."

  • [註 092] 고비(考妣) :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

원문

○司憲府上疏, 復請朴子靑之罪。 疏略曰:

子靑之罪, 刑曹劾請, 置而勿論。 臣等亦再瀆天聰, 乃敎曰: "子靑之抶中位, 情狀未著, 不可罪也。" 臣等竊謂其在明時, 雖作姦宄於無人之境, 尙且分辨。 況白晝大都之中, 衆人所共見知者乎? 中位不受杖而誣告, 子靑抶之而隱匿, 必居一於是矣, 而乃私相隱匿, 指天爲誓, 以欺天聰, 其可置而不問乎? 子靑丘史朴眞ㆍ池元等, 皆以抶中位納辭, 而李暕、趙瑨、洪善之徒, 以不抶爲證, 是亦不可不辨。 請收上項三人職牒, 與池元、朴眞等對辨, 明正其罪。

不允。 召掌務持平李賀曰: "子靑不服, 若欲取招, 必杖之。 以小事而杖大臣可乎?" 賀對曰: "事雖小, 奉旨問之, 不以實對, 杖之何害!" 上怒曰: "爾等以公義論請, 寡人以私情斷之。 有言責者不得其言, 則豈無古制乎? 予聞爾府以政府之嗾固請, 信乎?" 對曰: "安有此理!" 又召政府舍人金孝孫曰: "府嗾憲司, 請子靑之罪, 有諸?" 對曰: "臣所未知, 若有之, 臣豈不知!" 上曰: "知議政府事朴信言於我曰: ‘子靑、中位必有欺上者, 詳問得情可也。’ 大司憲尋請之曰: ‘政府亦欲推辨之。’ 參贊金承霔繼曰: ‘政府之意如此, 故令信啓之耳。’ 我(問)〔聞〕 是語, 故有是問。" 又謂代言等曰: "國人之所以惡子靑, 以土木之役也。 若松都 敬德宮、新都昌德宮, 予所居也。 慕華樓、慶會樓, 爲使臣也。 開慶 衍慶寺, 爲考妣也。 作成均建行廊, 亦國家之得已者乎? 此役雖命他宰相監之, 其不從乎? 子靑勤謹不懈, 反爲人所憎惡, 無乃不可乎? 造成提調, 宜更擇人以聞。" 政府啓曰: "子靑料事而且勤, 不可改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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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23권, 태종 12년 6월 1일 甲寅 2/5 기사 / 1412년 명 영락(永樂) 10년

사헌부에서 박자청을 논죄하다

국역

사헌부(司憲府)에서 상소하여 다시 박자청(朴子靑)의 죄를 청하였다. 상소의 대략은 이러하였다.

"박자청이 죄를 형조에서 핵문하여 청하였으나 내버려두고 논하지 말라고 하였고, 신 등이 또한 재차 천총(天聰)을 번독하게 하니, 하교하기를, ‘박자청이 이중위(李中位)를 때린 정상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죄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신 등은 생각하건대, 밝은 시대에 있어서 비록 무인지경(無人之境)에서 간궤(姦宄)한 일을 하더라도 오히려 분변하거늘, 하물며 한낮에 대도(大都) 가운데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목격하여 아는 일이겠습니까? 이중위가 매를 맞지 않고 무고하였거나, 박자청이 때리고 숨겼거나 반드시 이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이에 사사로이 서로 숨기고 하늘을 가리켜 맹세하면서 천총을 속이었으니 내버려두고 묻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박자청의 구사(丘史) 박진(朴眞)·지원(池元) 등은 모두 이중위를 때렸다고 공사(供辭)를 바치었고, 이간(李暕)·조진(趙瑨)·홍선(洪善)의 무리는 때리지 않았다고 증거하였으니, 이것도 또한 분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컨대, 위의 세 사람의 직첩을 거두고, 지원·박진 등과 대변(對辨)하여 밝게 그 죄를 바로잡으소서."

임금이 윤허하지 않고, 장무 지평(掌務持平) 이하(李賀)를 불러서 말하기를,

"박자청이 항복하지 않으니, 만일 초사(招辭)를 받고자 하면 반드시 매질을 하여야 하겠는데, 작은 일로 대신을 매질하는 것이 가하겠느냐?"

하니, 이하가 대답하였다.

"일이 비록 작으나 왕지(王旨)를 받들고 묻는데, 사실대로 대답하지 않으니 매질을 한들 무엇이 해로울 것이 있습니까?"

임금이 노하여,

"너희들은 공의(公義)로 논청(論請)하는데 과인은 사정으로 결단하니, 언책(言責)이 있는 자가 그 말대로 되지 않으면 어찌 옛제도가 없느냐? 내가 들으니, 너희 헌부에서 정부의 사주(使嗾)로 굳이 청한다고 하니 참말이냐?"

하니, 대답하기를,

"어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하였다. 또 정부 사인(政府舍人) 김효손(金孝孫)을 불러,

"정부에서 헌사를 사주하여 박자청의 죄를 청한다고 하니 그런 일이 있느냐?"

하니, 대답하기를,

"신은 알지 못합니다. 만일 그런 일이 있다면 신이 어찌 알지 못하겠습니까?"

하였다. 임금이 말하였다.

"지의정부사(知議政府事) 박신(朴信)이 내게 말하기를, ‘박자청과 이중위 가운데 반드시 주상을 속인 자가 있을 것이니, 자세히 물어서 정상을 아는 것이 가합니다.’고 하였고, 대사헌이 조금 뒤에 청하기를, ‘정부에서 또한 추국하여 분변하고자 합니다.’고 하였고, 참찬(參贊) 김승주(金承霔)가 잇달아 말하기를, ‘정부의 뜻이 이와 같은 까닭으로 박신으로 하여금 아뢰게 한 것입니다.’고 하였다. 내가 이 말을 들었기 때문에 이 물음이 있는 것이다."

또 대언 등에게 일렀다.

"나라 사람들이 박자청을 미워하는 것은 토목(土木)의 역사 때문이다. 송도(松都)의 경덕궁(敬德宮)과 신도(新都)의 창덕궁(昌德宮)은 내가 거처하는 곳이요, 모화루(慕華樓)와 경회루(慶會樓)는 사신을 위한 곳이요, 개경사(開慶寺)와 연경사(衍慶寺)는 고비(考妣)092) 를 위한 곳이요, 성균관(成均館)을 짓고 행랑(行廊)을 세우는 것이 또한 국가의 그만둘 수 있는 일이겠느냐? 이러한 역사(役事)는 비록 다른 재상(宰相)에게 명하여 감독하게 하더라도 명령에 따르지 않겠느냐? 박자청이 부지런하고 삼가서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도리어 남에게 미움을 받으니 불가한 일이 아니겠느냐? 조성 제조(造成提調)를 마땅히 다시 사람을 택하여서 아뢰어라."

정부에서 아뢰었다.

"박자청이 일을 알고 또 부지런하니 고칠 수 없습니다."

  • [註 092] 고비(考妣) :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

원문

○司憲府上疏, 復請朴子靑之罪。 疏略曰:

子靑之罪, 刑曹劾請, 置而勿論。 臣等亦再瀆天聰, 乃敎曰: "子靑之抶中位, 情狀未著, 不可罪也。" 臣等竊謂其在明時, 雖作姦宄於無人之境, 尙且分辨。 況白晝大都之中, 衆人所共見知者乎? 中位不受杖而誣告, 子靑抶之而隱匿, 必居一於是矣, 而乃私相隱匿, 指天爲誓, 以欺天聰, 其可置而不問乎? 子靑丘史朴眞ㆍ池元等, 皆以抶中位納辭, 而李暕、趙瑨、洪善之徒, 以不抶爲證, 是亦不可不辨。 請收上項三人職牒, 與池元、朴眞等對辨, 明正其罪。

不允。 召掌務持平李賀曰: "子靑不服, 若欲取招, 必杖之。 以小事而杖大臣可乎?" 賀對曰: "事雖小, 奉旨問之, 不以實對, 杖之何害!" 上怒曰: "爾等以公義論請, 寡人以私情斷之。 有言責者不得其言, 則豈無古制乎? 予聞爾府以政府之嗾固請, 信乎?" 對曰: "安有此理!" 又召政府舍人金孝孫曰: "府嗾憲司, 請子靑之罪, 有諸?" 對曰: "臣所未知, 若有之, 臣豈不知!" 上曰: "知議政府事朴信言於我曰: ‘子靑、中位必有欺上者, 詳問得情可也。’ 大司憲尋請之曰: ‘政府亦欲推辨之。’ 參贊金承霔繼曰: ‘政府之意如此, 故令信啓之耳。’ 我(問)〔聞〕 是語, 故有是問。" 又謂代言等曰: "國人之所以惡子靑, 以土木之役也。 若松都 敬德宮、新都昌德宮, 予所居也。 慕華樓、慶會樓, 爲使臣也。 開慶 衍慶寺, 爲考妣也。 作成均建行廊, 亦國家之得已者乎? 此役雖命他宰相監之, 其不從乎? 子靑勤謹不懈, 反爲人所憎惡, 無乃不可乎? 造成提調, 宜更擇人以聞。" 政府啓曰: "子靑料事而且勤, 不可改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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