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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16권, 태종 8년 9월 3일 戊申 1/2 기사 / 1408년 명 영락(永樂) 6년

정비가 민제를 병문안하고 민무구와 민무질을 소환하자 대간에서 상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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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靜妃)가 여흥 부원군(驪興府院君) 민제(閔霽)의 집에 가서 문병(問病)하였다. 내관(內官) 박성우(朴成祐)를 명하여 역마(驛馬)를 타고 가서 민무구(閔無咎)와 민무질(閔無疾)을 폄소(貶所)에서 불러 오게 하니, 사헌 집의(司憲執義) 이관(李灌)이 상소하기를,

"지금 민무구와 민무질 등이 성명(性命)을 보전하여 경기(京畿) 밖에 폄출(貶出)되어, 그 거처(居處)와 연락(燕樂)이 평소와 다를 바가 없으니, 은혜가 지극히 후합니다. 위 사람들은 죄가 종사(宗社)에 관계되니, 왕법(王法)에 용서할 수 없는 것입니다. 대소 신료(大小臣僚)들이 마땅히 극형에 처해야 된다고 생각지 않는 이가 없사온데, 전하께서 너그럽게 사사 은혜[私恩]를 베푸셔서 대의(大義)로 친(親)한 것을 멸(滅)하지 않으시니, 실로 종사(宗社) 자손 만세(子孫萬世)의 계책이 아닙니다. 대저 아프고 병든 것이 지극하면 부자(父子)가 서로 만나보고 싶어 하는 것은 사람의 지극한 정리입니다. 지난번 대행 태상왕(大行太上王)의 병환이 계셨을 적에 회안군(懷安君)과 태상 전하(太上殿下)께서 어찌 서로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습니까마는, 끝내 부르지 못하였고, 승하(昇遐)하신 뒤에도 분상(奔喪)157) 하지 못한 것은 오직 공의(公義)를 사사로이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흥 부원군 민제가 하루아침에 병으로 눕게 되자, 전하께서 갑자기 그 아들 무구와 무질 등을 부르시니, 일국(一國)의 신민(臣民)들이 두려워하여 놀랍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대의(大義)로 결단(決斷)하시고 본부(本府)로 하여금 그 정상을 국문(鞫問)하게 하여, 난역(亂逆)의 죄를 바루고 신민(臣民)의 바라는 바를 쾌(快)하게 하소서."

하였다. 임금이 이관(李灌)을 불러 말하기를,

"여흥 부원군의 병이 위독하므로, 대부인(大夫人)께서 여러 아들들로 하여금 영결(永訣)할 때에 서로 만나보게 하려는 것이다. 만나본 뒤에는 곧 돌려보내겠으니 아직 둬두고 논하지 말라. 또 태상왕의 병환에 내가 회안군을 부르려고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태상왕의 승하가 너무 급작스러워서 상왕께서는 서울에 계시면서도 종신하지 못하셨다. 그러므로 회안을 부르지 못한 것이다."

하였다. 사간원(司諫院)에서 상소하기를,

"지난날에 대간(臺諫)이 무구와 무질 등의 불충한 죄를 논집(論執)하여 여러 차례 교장(交章)을 올려 법에 처치하기를 청하였사온데, 전하께서 특별히 인아(姻婭)의 연고로 인해 너그러운 법전을 가하셔서 자원 안치(自願安置)하였으니, 왕법에 어긋남이 있어 일국의 신민이 이미 실망하였습니다. 지금 또 그 부친(父親)의 병으로 인하여 가만히 중사(中使)를 보내서 무구 등으로 하여금 역마를 달려 서울로 돌아오게 하였으니, 조야(朝野)가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신 등은 생각하옵건대, 불충한 죄는 사람마다 벨 수 있어 군상(君上)이 사사로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임금이 사사로이 할 수 없다면 어찌 부친의 병으로 인해 갑자기 서울에 오게 할 수 있습니까?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대의(大義)로 결단(決斷)해서 서울에 오지 못하게 하여, 사사 은혜를 끊고 공도(公道)를 바루소서."

하였으나, 소(疏)를 궁중에 머물러 두고 내리지 아니하였다. 좌사간 대부(左司諫大夫) 안속(安束)이 아뢰기를,

"무구(無咎) 형제(兄弟)는 나라에 득죄(得罪)하였으니 여흥(驪興)이 자식으로 여길 수도 없고, 전하께서 인친(姻親)으로 여길 수도 없습니다. 어찌 다시 국문(國門)에 들어올 이치가 있겠습니까?"

하니, 윤허하지 않았다. 이관(李灌)이 또 상소하기를,

"무구와 무질 등은 죄가 용서할 수 없는데, 전하께서 어지심이 지극하여 다만 안치(安置)하도록 허락하고, 자원(自願)에 따라 부처(付處)하여 그 몸을 보전케 하였으니, 실로 종사(宗社) 대계(大計)에 어긋남이 있습니다. 어제 그 아비의 병으로 인하여 비밀히 관인(官人)을 보내 소환(召還)하셨으니, 신은 두렵건대, 악한 짓을 하는 자가 징계됨이 없어서 서로 잇달아 일어날까 염려됩니다. 옛날 회안군(懷安君)의 변(變)과 이거이(李居易)의 불충한 음모를 나라 사람들이 모두 소연(昭然)하게 알고 있는데, 전하께서 특별히 너그러운 은전(恩典)을 베풀어 일찍이 죄를 가하시지 않고 각각 그 생(生)을 편안히 하게 하였습니다. 지금 무구와 무질이 두 눈으로 회안과 거이가 천주(天誅)를 요행히 면한 것을 보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비록 역란(逆亂)의 죄가 있더라도 반드시 너그러운 은전(恩典)을 입을 것이라.’ 여기고, 항상 임금을 업신여기는 마음을 품어 불충한 말을 저도 모르게 지껄였으니, 이는 전하께서 친히 보고 들으신 바이니, 그 악을 징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춘추(春秋)》의 법을 본받으시어 대의(大義)로 결단하여 한결같이 전일에 아뢴 바에 따라 유윤 시행(兪允施行)하소서."

하고, 드디어 대궐에 엎드려서 청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무구와 무질이 그 아비를 만나본 뒤에는 곧 돌려보내겠다."

하였다. 사간원(司諫院)과 사헌부(司憲府)에서 교장(交章)하여 상언(上言)하기를,

"생각하옵건대, 무구·무질 등의 죄는 용서할 수 없사온데, 지금 전하께서 그 아비의 병을 칭탁하여 서울로 소환하시므로, 신 등이 죽음을 무릅쓰고 계문(啓聞)하고 대궐에 나아가 두 번이나 청하였사온데, 유윤(兪允)을 입지 못하였으니, 운월(隕越)158) 함을 이기지 못하여 문득 광고(狂瞽)의 말씀을 드리오니 상재(上裁)하소서. 신 등은 생각하옵건대, 지난날에 무구·무질 등이 인친(姻親)의 연고로 하여 뿌리를 퍼치고 당(黨)을 만들어 가만히 불궤(不軌)를 도모(圖謀)하다가, 다행히 상제(上帝)의 권고(眷顧)를 입어 전하께서 그 마음을 밝게 아셔서, 음모가 모두 드러나 끝내 그 간계(奸計)를 이루지 못하였사온데, 전하께서 사사로운 애정(愛情)에 못이겨 전리(田里)로 돌려보내시고, 지금 그 아비 제(霽)가 하루아침에 병들어 누우매, 특별히 중사(中使)를 보내어 저들 형제(兄弟)들로 하여금 역마(驛馬)를 타고 서울로 들어오게 하였으니, 일국(一國)의 신민(臣民)이 마음을 상하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전하께서 아직도 일시(一時)의 고식적(姑息的) 사랑을 잊지 못하시고 또 신 등에게 명하시기를, ‘무구·무질 등이 그 아비를 만나본 뒤에는 곧 돌려보내겠다.’ 하셨습니다. 대저 인군(人君)을 넘보는 역적은 죄가 반드시 베어야만 마땅한 것이니, 임금이 신하로 여길 수 없고, 아비가 자식으로 여길 수 없습니다. 아비가 비록 병이 들었다 하더라도 어찌 서로 만나볼 이치가 있겠습니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은혜를 끊고 의(義)를 들어 왕법(王法)을 보이셔서, 위로 조종(祖宗)의 마음에 보답하고 아래로 신민(臣民)의 바라는 바를 위로하소서."

하였으나, 모두 궁중에 머물러 두고 내리지 아니하였다.

  • [註 157] 분상(奔喪) : 멀리서 부모의 죽음을 듣고 급히 돌아오는 것.
  • [註 158] 운월(隕越) : 원하는 마음이 간절한 것.

원문

○戊申/靜妃問疾于驪興府院君 閔霽之第。 命內官朴成祐, 馳驛召閔無咎ㆍ無疾于貶所。 司憲執義李灌上疏曰:

今無咎、無疾等獲保性命, 貶於畿外, 其居處燕樂, 無異平昔, 恩至渥也。 上項人等, 罪在宗社, 王法所不赦, 大小臣僚, 罔不以爲當置極刑, 殿下寬布私恩, 不以大義滅親, 實非宗社子孫萬世計也。 大抵痛疾之極, 父子欲相見者, 人之至情也。 向値大行太上王失豫之際, 懷安君與太上殿下, 豈不欲相見, 而卒不敢召, 及其大行之後, 亦不奔喪者, 但以公義不可得而私也。 今驪興府院君 閔霽, 一朝臥疾, 殿下遽召其子無咎、無疾等, 一國臣民悚然驚駭。 伏望殿下, 斷以大義, 令本府鞫問其狀, 以正亂逆之罪, 以快臣民之望。

上召灌曰: "驪興府院君疾革, 大夫人欲令諸子相見於永訣之時, 見則便還, 姑置勿論。 且太上之疾, 予非不欲召懷安君, 然太上之薨也急, 上王在京中猶不及見終, 故不召懷安也。" 司諫院上疏曰:

曩者, 臺諫論執無咎、無疾等不忠之罪, 累次交章, 請置於法。 殿下特以姻婭之故, 曲加寬典, 自願安置, 有乖王法, 一國臣民, 旣已缺望。 今又以其父親之疾, 潛遣中使, 令無咎等馳馹赴京, 朝野罔不驚駭。 臣等竊謂不忠之罪, 人所當誅, 非君上之所得私也。 君不得而私, 則豈可以父親之疾, 遽使赴京乎? 願殿下斷以大義, 勿令赴京, 以割私恩, 以正公道。

疏留中不下。 左司諫大夫安束啓曰: "無咎兄弟得罪於國, 驪興不得以爲子, 殿下不得以爲姻親。 安有復入國門之理?" 不允。 李灌又上疏曰:

無咎、無疾等, 罪在不宥, 殿下之仁至矣, 只許安置, 自願付處, 保全其身, 實有乖於宗社大計。 昨因其父之疾, 密使官人召還, 臣恐爲惡者罔有懲戒, 相繼而起矣。 昔者懷安君之變, 李居易不忠之謀, 國人昭然共知, 殿下特布寬恩, 曾不加罪, 各安其生。 今無咎、無疾目見懷安、居易幸免天誅, 自謂雖有逆亂之罪, 必蒙寬典, 常懷無君之心, 不忠之言, 自然輒見, 殿下親所見聞, 不可不懲其惡。 願殿下法《春秋》之法, 斷以大義, 一依前日所申, 兪允施行。

遂伏闕以請。 上諭之曰: "無咎、無疾若見其父, 卽令遣還。" 司諫院司憲府交章上言曰:

竊惟無咎、無疾等, 罪在不宥, 今殿下托父之疾, 召還京師。 臣等昧死啓聞, 以至詣闕再請, 未蒙兪允, 不勝隕越, 輒貢狂瞽, 伏惟上慈。 臣等以謂向者無咎、無疾等, 以姻親之故, 根據樹黨, 潛圖不軌, 幸蒙上帝之眷, 殿下灼見其心, 陰謀畢露, 不得終濟其奸。 殿下奪於私愛, 放歸田里, 而今其父霽一朝臥病, 特遣中使, 令彼兄弟乘傳赴京, 一國臣民, 罔不衋傷。 殿下尙仍一時姑息之愛, 又命臣等曰: "無咎、無疾等見父卽還。" 大抵無君之賊, 罪不容誅, 則君不可以謂之臣, 父不可以謂之子。 父雖有疾, 何有相見之理乎? 伏望殿下, 割恩擧義, 以示王法, 上答祖宗之心, 下慰臣民之望。

皆留中不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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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16권, 태종 8년 9월 3일 戊申 1/2 기사 / 1408년 명 영락(永樂) 6년

정비가 민제를 병문안하고 민무구와 민무질을 소환하자 대간에서 상소하다

국역

정비(靜妃)가 여흥 부원군(驪興府院君) 민제(閔霽)의 집에 가서 문병(問病)하였다. 내관(內官) 박성우(朴成祐)를 명하여 역마(驛馬)를 타고 가서 민무구(閔無咎)와 민무질(閔無疾)을 폄소(貶所)에서 불러 오게 하니, 사헌 집의(司憲執義) 이관(李灌)이 상소하기를,

"지금 민무구와 민무질 등이 성명(性命)을 보전하여 경기(京畿) 밖에 폄출(貶出)되어, 그 거처(居處)와 연락(燕樂)이 평소와 다를 바가 없으니, 은혜가 지극히 후합니다. 위 사람들은 죄가 종사(宗社)에 관계되니, 왕법(王法)에 용서할 수 없는 것입니다. 대소 신료(大小臣僚)들이 마땅히 극형에 처해야 된다고 생각지 않는 이가 없사온데, 전하께서 너그럽게 사사 은혜[私恩]를 베푸셔서 대의(大義)로 친(親)한 것을 멸(滅)하지 않으시니, 실로 종사(宗社) 자손 만세(子孫萬世)의 계책이 아닙니다. 대저 아프고 병든 것이 지극하면 부자(父子)가 서로 만나보고 싶어 하는 것은 사람의 지극한 정리입니다. 지난번 대행 태상왕(大行太上王)의 병환이 계셨을 적에 회안군(懷安君)과 태상 전하(太上殿下)께서 어찌 서로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습니까마는, 끝내 부르지 못하였고, 승하(昇遐)하신 뒤에도 분상(奔喪)157) 하지 못한 것은 오직 공의(公義)를 사사로이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흥 부원군 민제가 하루아침에 병으로 눕게 되자, 전하께서 갑자기 그 아들 무구와 무질 등을 부르시니, 일국(一國)의 신민(臣民)들이 두려워하여 놀랍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대의(大義)로 결단(決斷)하시고 본부(本府)로 하여금 그 정상을 국문(鞫問)하게 하여, 난역(亂逆)의 죄를 바루고 신민(臣民)의 바라는 바를 쾌(快)하게 하소서."

하였다. 임금이 이관(李灌)을 불러 말하기를,

"여흥 부원군의 병이 위독하므로, 대부인(大夫人)께서 여러 아들들로 하여금 영결(永訣)할 때에 서로 만나보게 하려는 것이다. 만나본 뒤에는 곧 돌려보내겠으니 아직 둬두고 논하지 말라. 또 태상왕의 병환에 내가 회안군을 부르려고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태상왕의 승하가 너무 급작스러워서 상왕께서는 서울에 계시면서도 종신하지 못하셨다. 그러므로 회안을 부르지 못한 것이다."

하였다. 사간원(司諫院)에서 상소하기를,

"지난날에 대간(臺諫)이 무구와 무질 등의 불충한 죄를 논집(論執)하여 여러 차례 교장(交章)을 올려 법에 처치하기를 청하였사온데, 전하께서 특별히 인아(姻婭)의 연고로 인해 너그러운 법전을 가하셔서 자원 안치(自願安置)하였으니, 왕법에 어긋남이 있어 일국의 신민이 이미 실망하였습니다. 지금 또 그 부친(父親)의 병으로 인하여 가만히 중사(中使)를 보내서 무구 등으로 하여금 역마를 달려 서울로 돌아오게 하였으니, 조야(朝野)가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신 등은 생각하옵건대, 불충한 죄는 사람마다 벨 수 있어 군상(君上)이 사사로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임금이 사사로이 할 수 없다면 어찌 부친의 병으로 인해 갑자기 서울에 오게 할 수 있습니까?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대의(大義)로 결단(決斷)해서 서울에 오지 못하게 하여, 사사 은혜를 끊고 공도(公道)를 바루소서."

하였으나, 소(疏)를 궁중에 머물러 두고 내리지 아니하였다. 좌사간 대부(左司諫大夫) 안속(安束)이 아뢰기를,

"무구(無咎) 형제(兄弟)는 나라에 득죄(得罪)하였으니 여흥(驪興)이 자식으로 여길 수도 없고, 전하께서 인친(姻親)으로 여길 수도 없습니다. 어찌 다시 국문(國門)에 들어올 이치가 있겠습니까?"

하니, 윤허하지 않았다. 이관(李灌)이 또 상소하기를,

"무구와 무질 등은 죄가 용서할 수 없는데, 전하께서 어지심이 지극하여 다만 안치(安置)하도록 허락하고, 자원(自願)에 따라 부처(付處)하여 그 몸을 보전케 하였으니, 실로 종사(宗社) 대계(大計)에 어긋남이 있습니다. 어제 그 아비의 병으로 인하여 비밀히 관인(官人)을 보내 소환(召還)하셨으니, 신은 두렵건대, 악한 짓을 하는 자가 징계됨이 없어서 서로 잇달아 일어날까 염려됩니다. 옛날 회안군(懷安君)의 변(變)과 이거이(李居易)의 불충한 음모를 나라 사람들이 모두 소연(昭然)하게 알고 있는데, 전하께서 특별히 너그러운 은전(恩典)을 베풀어 일찍이 죄를 가하시지 않고 각각 그 생(生)을 편안히 하게 하였습니다. 지금 무구와 무질이 두 눈으로 회안과 거이가 천주(天誅)를 요행히 면한 것을 보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비록 역란(逆亂)의 죄가 있더라도 반드시 너그러운 은전(恩典)을 입을 것이라.’ 여기고, 항상 임금을 업신여기는 마음을 품어 불충한 말을 저도 모르게 지껄였으니, 이는 전하께서 친히 보고 들으신 바이니, 그 악을 징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춘추(春秋)》의 법을 본받으시어 대의(大義)로 결단하여 한결같이 전일에 아뢴 바에 따라 유윤 시행(兪允施行)하소서."

하고, 드디어 대궐에 엎드려서 청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무구와 무질이 그 아비를 만나본 뒤에는 곧 돌려보내겠다."

하였다. 사간원(司諫院)과 사헌부(司憲府)에서 교장(交章)하여 상언(上言)하기를,

"생각하옵건대, 무구·무질 등의 죄는 용서할 수 없사온데, 지금 전하께서 그 아비의 병을 칭탁하여 서울로 소환하시므로, 신 등이 죽음을 무릅쓰고 계문(啓聞)하고 대궐에 나아가 두 번이나 청하였사온데, 유윤(兪允)을 입지 못하였으니, 운월(隕越)158) 함을 이기지 못하여 문득 광고(狂瞽)의 말씀을 드리오니 상재(上裁)하소서. 신 등은 생각하옵건대, 지난날에 무구·무질 등이 인친(姻親)의 연고로 하여 뿌리를 퍼치고 당(黨)을 만들어 가만히 불궤(不軌)를 도모(圖謀)하다가, 다행히 상제(上帝)의 권고(眷顧)를 입어 전하께서 그 마음을 밝게 아셔서, 음모가 모두 드러나 끝내 그 간계(奸計)를 이루지 못하였사온데, 전하께서 사사로운 애정(愛情)에 못이겨 전리(田里)로 돌려보내시고, 지금 그 아비 제(霽)가 하루아침에 병들어 누우매, 특별히 중사(中使)를 보내어 저들 형제(兄弟)들로 하여금 역마(驛馬)를 타고 서울로 들어오게 하였으니, 일국(一國)의 신민(臣民)이 마음을 상하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전하께서 아직도 일시(一時)의 고식적(姑息的) 사랑을 잊지 못하시고 또 신 등에게 명하시기를, ‘무구·무질 등이 그 아비를 만나본 뒤에는 곧 돌려보내겠다.’ 하셨습니다. 대저 인군(人君)을 넘보는 역적은 죄가 반드시 베어야만 마땅한 것이니, 임금이 신하로 여길 수 없고, 아비가 자식으로 여길 수 없습니다. 아비가 비록 병이 들었다 하더라도 어찌 서로 만나볼 이치가 있겠습니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은혜를 끊고 의(義)를 들어 왕법(王法)을 보이셔서, 위로 조종(祖宗)의 마음에 보답하고 아래로 신민(臣民)의 바라는 바를 위로하소서."

하였으나, 모두 궁중에 머물러 두고 내리지 아니하였다.

  • [註 157] 분상(奔喪) : 멀리서 부모의 죽음을 듣고 급히 돌아오는 것.
  • [註 158] 운월(隕越) : 원하는 마음이 간절한 것.

원문

○戊申/靜妃問疾于驪興府院君 閔霽之第。 命內官朴成祐, 馳驛召閔無咎ㆍ無疾于貶所。 司憲執義李灌上疏曰:

今無咎、無疾等獲保性命, 貶於畿外, 其居處燕樂, 無異平昔, 恩至渥也。 上項人等, 罪在宗社, 王法所不赦, 大小臣僚, 罔不以爲當置極刑, 殿下寬布私恩, 不以大義滅親, 實非宗社子孫萬世計也。 大抵痛疾之極, 父子欲相見者, 人之至情也。 向値大行太上王失豫之際, 懷安君與太上殿下, 豈不欲相見, 而卒不敢召, 及其大行之後, 亦不奔喪者, 但以公義不可得而私也。 今驪興府院君 閔霽, 一朝臥疾, 殿下遽召其子無咎、無疾等, 一國臣民悚然驚駭。 伏望殿下, 斷以大義, 令本府鞫問其狀, 以正亂逆之罪, 以快臣民之望。

上召灌曰: "驪興府院君疾革, 大夫人欲令諸子相見於永訣之時, 見則便還, 姑置勿論。 且太上之疾, 予非不欲召懷安君, 然太上之薨也急, 上王在京中猶不及見終, 故不召懷安也。" 司諫院上疏曰:

曩者, 臺諫論執無咎、無疾等不忠之罪, 累次交章, 請置於法。 殿下特以姻婭之故, 曲加寬典, 自願安置, 有乖王法, 一國臣民, 旣已缺望。 今又以其父親之疾, 潛遣中使, 令無咎等馳馹赴京, 朝野罔不驚駭。 臣等竊謂不忠之罪, 人所當誅, 非君上之所得私也。 君不得而私, 則豈可以父親之疾, 遽使赴京乎? 願殿下斷以大義, 勿令赴京, 以割私恩, 以正公道。

疏留中不下。 左司諫大夫安束啓曰: "無咎兄弟得罪於國, 驪興不得以爲子, 殿下不得以爲姻親。 安有復入國門之理?" 不允。 李灌又上疏曰:

無咎、無疾等, 罪在不宥, 殿下之仁至矣, 只許安置, 自願付處, 保全其身, 實有乖於宗社大計。 昨因其父之疾, 密使官人召還, 臣恐爲惡者罔有懲戒, 相繼而起矣。 昔者懷安君之變, 李居易不忠之謀, 國人昭然共知, 殿下特布寬恩, 曾不加罪, 各安其生。 今無咎、無疾目見懷安、居易幸免天誅, 自謂雖有逆亂之罪, 必蒙寬典, 常懷無君之心, 不忠之言, 自然輒見, 殿下親所見聞, 不可不懲其惡。 願殿下法《春秋》之法, 斷以大義, 一依前日所申, 兪允施行。

遂伏闕以請。 上諭之曰: "無咎、無疾若見其父, 卽令遣還。" 司諫院司憲府交章上言曰:

竊惟無咎、無疾等, 罪在不宥, 今殿下托父之疾, 召還京師。 臣等昧死啓聞, 以至詣闕再請, 未蒙兪允, 不勝隕越, 輒貢狂瞽, 伏惟上慈。 臣等以謂向者無咎、無疾等, 以姻親之故, 根據樹黨, 潛圖不軌, 幸蒙上帝之眷, 殿下灼見其心, 陰謀畢露, 不得終濟其奸。 殿下奪於私愛, 放歸田里, 而今其父霽一朝臥病, 特遣中使, 令彼兄弟乘傳赴京, 一國臣民, 罔不衋傷。 殿下尙仍一時姑息之愛, 又命臣等曰: "無咎、無疾等見父卽還。" 大抵無君之賊, 罪不容誅, 則君不可以謂之臣, 父不可以謂之子。 父雖有疾, 何有相見之理乎? 伏望殿下, 割恩擧義, 以示王法, 上答祖宗之心, 下慰臣民之望。

皆留中不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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