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서의 직첩을 거둘 것과 사신을 신중하게 간택할 것에 관한 사간원의 상소문
사간원(司諫院)에서 상언(上言)하기를,
"홍서(洪恕)가 사명(使命)을 받들고 입조(入朝)할 때에 싸 가지고 가던 진헌물(進獻物) 궤 속에 포물(布物)을 숨겨 두었다가 제정(帝庭)에서 발각되었고, 또 사마(私馬)를 가지고 무역(貿易)을 감행하여 상국(上國)에 웃음을 샀으니, 대신(大臣)으로서 이런 행동이 있을 수 있습니까? 만일 전하(殿下)의 사대(事大)하시는 정성(精誠)이 천심(天心)을 감격(感格)케 하지 아니하였다면 어찌 상국(上國)의 견책과 노여움을 사지 않았겠습니까? 이것은 종사(宗社)에 관계 되는 것이니 마땅히 먼저 물었어야 할 것입니다. 지난번에 지평(持平) 유빈(柳濱)이 이것은 내버려두고 논(論)하지 않고, 종자(從者)인 정교(鄭喬)·장호(張浩)·한중로(韓仲老)의 죄만을 청하였으니, 본말(本末)과 경중(輕重)의 차서(次序)를 매우 잃었습니다. 지금 헌부(憲府)에서 다시 홍서(洪恕)의 죄를 논핵(論劾)하여 두 번이나 그 청(請)을 거듭하였사온데, 전하께서 특별히 공신(功臣)이란 이유로 너그러운 법전을 가하여 자원(自願)에 따라 안치(安置)하셨으니, 신 등은 전하를 위하여 매우 실망합니다. 원하옵건대, 헌사(憲司)에서 아뢴 바에 따라 그 직첩(職牒)을 거두고, 유사(有司)에게 맡기어 율(律)에 의해 시행하소서. 그리고 지평(持平) 유빈(柳濱)의 책임을 잃은 죄[失任之罪] 또한 징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였다. 소(疏)가 올라가매 궁중(宮中)에 머물러 두었다. 사간원(司諫院)에서 또 상소하기를,
"사대(事大)의 예(禮)를 삼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차견(差遣)하는 신하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근자에 조빙 왕래(朝聘往來)가 빈삭(頻數)함으로 인하여 사신(使臣)을 보낼 때에 선택할 겨를이 없어, 무릇 재상(宰相)이 된 자는 으레 차례로 보내게 됩니다. 그러므로 그 중에 간혹 더럽고 인색하며 부끄러움이 없는 자가 전재(錢財)를 가지고 들어가서 조정(朝廷)에 웃음거리가 되기를, 홍서(洪恕)와 같은 자가 있습니다. 우리 동방(東方) 예의(禮義)의 나라로서 이 같은 오욕(汚辱)의 이름을 얻어 상국(上國)의 무시를 당하게 되니,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습니까? 원하옵건대, 이제부터 무릇 중국(中國)에 사신을 보낼 때에는 반드시 정부(政府)와 대간(臺諫)·육조(六曹)로 하여금 물망(物望)이 많은 자를 선거(選擧)하게 하고, 전하께서 다시 신중하게 간택(簡擇)하면, 거의 임금의 명령을 욕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왕래할 때에 이미 역마(驛馬)가 있으니 반드시 사마(私馬)를 가지고 상국(上國)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마땅히 엄하게 금하여 영리를 도모하는 계책을 근절(根絶)하소서."
하였다. 의정부(議政府)에 내려서 의논하게 하니, 정부에서 의논하기를,
"경사(京師)에 가는 대소 사신(大小使臣)은 전례(前例)에 의하여 차견(差遣)하고, 그 중에 만일 전대(專對)042) 하지 못할 사람이 있거든 대간(臺諫)이 임시(臨時)하여 아뢰게 하며, 사마(私馬)를 가지고 가는 것은 장신(狀申)에 의하여 일체 금지하소서."
하였다.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6책 15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1책 432면
- 【분류】사법-법제(法制) / 사법-탄핵(彈劾) / 외교-명(明)
- [註 042]전대(專對) : 독단(獨斷)으로 자유로이 응답하는 것.
○司諫院上言:
洪恕奉使入朝, 於所齎進獻櫃內, 藏匿布匹, 現於帝庭, 又將私馬, 敢行貿易, 貽笑上國。 曾謂大臣而有如此之行乎? 若非殿下事大之誠, 感格天心, 豈不爲上國之譴怒乎? 是則關於宗社, 固當先問。 向者持平柳濱, 釋此不論, 只請從者鄭喬、張浩、韓仲老等罪, 殊失本末輕重之序。 今憲府更劾洪恕之罪, 再申其請, 殿下特以功臣之故, 優加寬典, 自願安置, 臣等竊爲殿下缺望焉。 願依憲司所申, 收其職牒, 付之有司, 依律施行。 持平柳濱失任之罪, 亦不可不懲。
疏上留中。 司諫院又上疏曰:
事大之禮, 不可不謹, 故差遣之臣, 不可不擇。 近因朝聘往來之頻, 遣使之際, 未暇擇焉, 凡爲宰相者, 例以次而遣之, 故其間或有鄙吝無恥之人, 懷挾錢財, 貽笑朝廷, 有如洪恕者。 以我東方禮義之國, 得此汚辱之名, 爲上國之所侮, 寧不爲之痛心也哉! 願自今, 凡遣使於中國, 必令議政府臺諫六曹選擧, 取其望多者, 而殿下更加愼簡, 則庶不至於辱命矣。 且於往來之際, 旣有郵驛, 則不必齎持私馬, 以赴上國。 宜加痛禁, 以絶求利之計。
下議政府擬議。 政府議得: "赴京大小使臣, 依前例差遣。 其中如有不能專對者, 臺諫臨時申聞; 私馬齎持, 依狀申一禁。" 從之。
- 【태백산사고본】 6책 15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1책 432면
- 【분류】사법-법제(法制) / 사법-탄핵(彈劾)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