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실록6권, 정종 2년 10월 3일 甲午 4/6 기사 / 1400년 명 건문(建文) 2년
경연에서 동지사 이첨과 유교·불교와 노자 및 신선도에 대해 문답하다
국역
경연(經筵)에 나아가서 동지사(同知事) 이첨(李詹)에게 묻기를,
"노자(老子)와 신선(神仙)의 도를 말하여 줄 수 있겠는가?"
하니, 이첨이 말하였다.
"신이 옛날에는 생각하기를, ‘노자와 신선의 도가 다를 것이 없다.’고 여겼는데, 지금 《통감강목(通鑑綱目)》을 보니, 노자의 도는 허무(虛無)로 종지(宗旨)를 삼아서 말하기를, ‘사람이 이 세상에 난 것은, 비유하면 집을 떠나서 나다니는 것과 같으니, 생사(生死)의 더디고 빠른 것을 구애하지 말고 빨리 본곳으로 돌아가라.’ 하였으니, 이것은 생사를 맡겨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귀히 여기는 것이고, 신선은 오래 살고 늙지 않는 것을 귀히 여겨, 약을 먹고 살기를 구하고 죽으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석씨(釋氏)의 도는 천당(天堂)·지옥(地獄)의 설(說)이 있는데, 착한 일을 한 자는 천당에서 살고, 악한 일을 한 자는 지옥에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과연 천당에 살고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보지는 못하였습니다."
임금이 말하기를,
"일찍이 들으니, 유도(儒道)에서는 사람이 음양(陰陽) 두 기운을 받아서 났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선도(仙道)·노자(老子)·석씨(釋氏)의 말과 유가(儒家)의 말은 어떤 것이 옳은가?"
하니, 이첨이 말하기를,
"유가의 도(道)는 묘명(杳冥)하고 혼묵(昏默)한 데에 있지 않고 사물(事物) 위에 있으니, 옛날 성현들이 대개 일찍이 논한 것입니다. 사람이 천지의 음양(陰陽)을 받아서 나는데, 음양이 곧 귀신(鬼神)입니다. 사는 것은 신(神)이고, 죽는 것은 귀(鬼)입니다. 사람의 동정(動靜) 호흡(呼吸)하는 것과 일월(日月)이 차고 이즈러지고 하는 것과 초목이 피고 떨어지고 하는 것은 귀신(鬼神)의 이치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그러면 귀신(鬼神)의 이치가 곧 천지(天地)의 이치로군! 사람이 죽으면 정신이 있는가? 또 속담에 말하기를, ‘귀신(鬼神)이 화복(禍福)을 내리고, 책(責)하고 취(取)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러한가?"
하니, 이첨이 말하기를,
"사람이 죽어서 정기(精氣)가 흩어지지 않는다면, 책(責)하고 취(取)하는 이치가 있겠으나, 이것은 천지 귀신의 정기(正氣)가 아니고 부정(不正)한 기운입니다."
하니, 임금이 그렇게 여겼다.
원문
○御經筵。 問於同知事李詹曰: "老子與神仙之道, 可得聞歟?" 詹進曰: "臣昔以爲老與仙道無異。 今見《通鑑綱目》, 老子之道, 以虛無爲宗, 謂人生此世, 比之離家而行, 不拘生死遲速, 速還本處, 是任生死以反本爲貴。 仙以長生不老爲貴, 服餌求生, 不欲其死也。 釋道則有天堂地獄之說, 爲善者生天堂, 爲惡者墜地獄。 然人未見其果生天堂墜地獄也。" 上曰: "嘗聞儒道以爲: ‘人受陰陽二氣以生。’ 然則仙、老、釋之說, 與儒家孰是?" 詹曰: "吾道不在於杳冥昏默, 在乎事物上, 古之聖賢, 蓋嘗論之矣。 人受天地陰陽以生, 陰陽卽鬼神。 其生者神也, 其死者鬼也。 人之動靜呼吸, 日月盈虧, 草木開落, 莫非鬼神之理。" 上曰: "然則鬼神之理, 卽天地之理也。 人之死也, 其有精神乎? 且諺曰: ‘鬼神有降禍福與責取之說。’ 然乎?" 詹曰: "人之死也, 精氣未散, 則有責取之理。 然此非天地鬼神之正氣, 乃不正之氣也。" 上然之。
국역
경연(經筵)에 나아가서 동지사(同知事) 이첨(李詹)에게 묻기를,
"노자(老子)와 신선(神仙)의 도를 말하여 줄 수 있겠는가?"
하니, 이첨이 말하였다.
"신이 옛날에는 생각하기를, ‘노자와 신선의 도가 다를 것이 없다.’고 여겼는데, 지금 《통감강목(通鑑綱目)》을 보니, 노자의 도는 허무(虛無)로 종지(宗旨)를 삼아서 말하기를, ‘사람이 이 세상에 난 것은, 비유하면 집을 떠나서 나다니는 것과 같으니, 생사(生死)의 더디고 빠른 것을 구애하지 말고 빨리 본곳으로 돌아가라.’ 하였으니, 이것은 생사를 맡겨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귀히 여기는 것이고, 신선은 오래 살고 늙지 않는 것을 귀히 여겨, 약을 먹고 살기를 구하고 죽으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석씨(釋氏)의 도는 천당(天堂)·지옥(地獄)의 설(說)이 있는데, 착한 일을 한 자는 천당에서 살고, 악한 일을 한 자는 지옥에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과연 천당에 살고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보지는 못하였습니다."
임금이 말하기를,
"일찍이 들으니, 유도(儒道)에서는 사람이 음양(陰陽) 두 기운을 받아서 났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선도(仙道)·노자(老子)·석씨(釋氏)의 말과 유가(儒家)의 말은 어떤 것이 옳은가?"
하니, 이첨이 말하기를,
"유가의 도(道)는 묘명(杳冥)하고 혼묵(昏默)한 데에 있지 않고 사물(事物) 위에 있으니, 옛날 성현들이 대개 일찍이 논한 것입니다. 사람이 천지의 음양(陰陽)을 받아서 나는데, 음양이 곧 귀신(鬼神)입니다. 사는 것은 신(神)이고, 죽는 것은 귀(鬼)입니다. 사람의 동정(動靜) 호흡(呼吸)하는 것과 일월(日月)이 차고 이즈러지고 하는 것과 초목이 피고 떨어지고 하는 것은 귀신(鬼神)의 이치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그러면 귀신(鬼神)의 이치가 곧 천지(天地)의 이치로군! 사람이 죽으면 정신이 있는가? 또 속담에 말하기를, ‘귀신(鬼神)이 화복(禍福)을 내리고, 책(責)하고 취(取)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러한가?"
하니, 이첨이 말하기를,
"사람이 죽어서 정기(精氣)가 흩어지지 않는다면, 책(責)하고 취(取)하는 이치가 있겠으나, 이것은 천지 귀신의 정기(正氣)가 아니고 부정(不正)한 기운입니다."
하니, 임금이 그렇게 여겼다.
원문
○御經筵。 問於同知事李詹曰: "老子與神仙之道, 可得聞歟?" 詹進曰: "臣昔以爲老與仙道無異。 今見《通鑑綱目》, 老子之道, 以虛無爲宗, 謂人生此世, 比之離家而行, 不拘生死遲速, 速還本處, 是任生死以反本爲貴。 仙以長生不老爲貴, 服餌求生, 不欲其死也。 釋道則有天堂地獄之說, 爲善者生天堂, 爲惡者墜地獄。 然人未見其果生天堂墜地獄也。" 上曰: "嘗聞儒道以爲: ‘人受陰陽二氣以生。’ 然則仙、老、釋之說, 與儒家孰是?" 詹曰: "吾道不在於杳冥昏默, 在乎事物上, 古之聖賢, 蓋嘗論之矣。 人受天地陰陽以生, 陰陽卽鬼神。 其生者神也, 其死者鬼也。 人之動靜呼吸, 日月盈虧, 草木開落, 莫非鬼神之理。" 上曰: "然則鬼神之理, 卽天地之理也。 人之死也, 其有精神乎? 且諺曰: ‘鬼神有降禍福與責取之說。’ 然乎?" 詹曰: "人之死也, 精氣未散, 則有責取之理。 然此非天地鬼神之正氣, 乃不正之氣也。" 上然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