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실록 1권, 총서 97번째기사
영흥군 왕환에 대한 무망죄로 도망한 이숭인을 용서하여 직무를 보게 하다
처음에 종실(宗室) 영흥군(永興君) 환(環)이 왜적에게 사로잡혀 갔다가 수십 년이 지난 후에 돌아오니, 나라 사람들이 자못 그를 의심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숭인(李崇仁)이 환(環)의 진위(眞僞)를 변명하다가 무망(誣罔)에 좌죄(坐罪)되어 도망하니, 옥졸(獄卒)이 그 아들 이차약(李次若)을 두 손을 뒤로 합쳐 묶고는 그 아버지를 찾아내라고 등을 매질하여 피를 흘리게 하였다. 이현(梨峴)을 지나다가 마침 태조를 만나게 되매, 옥졸이 차약을 길가 집에 숨기니, 차약이 큰소리로 부르짖기를,
"영공(令公)! 나를 살려 주십시오."
하였다. 태조가 놀라서 불러 이를 묻고는 옥졸에게 이르기를,
"어찌 아들에게 책임지워 아버지를 찾게 할 수 있는가?"
하면서, 곧 명령하여 그를 석방하게 하고, 또 종자(從者) 한 사람을 시켜 차약을 집에 돌려보내게 하였다. 이에 시중(侍中) 이임(李琳)과 함께 임금에게 아뢰기를,
"왕위에 오른 초기에 마땅히 너그럽고 어진 정사를 베풀어야 될 것이오니, 원컨대, 숭인(崇仁) 등을 용서하십시오. 또 숭인이 서연(書筵)에 시강(侍講)하여 오랫동안 임금을 가르쳤으니, 원컨대, 직무를 보게 하소서."
하였다. 이에 숭인이 나오게 되었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3면
- 【분류】인물(人物) / 왕실(王室) / 역사(歷史) / 사법(司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