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를 모함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최영과의 정분을 돈독히 유지하다
태조는 최영(崔瑩)과 친밀한 정(情)이 매우 돈독하였는데, 태조의 위엄과 덕망이 점차로 성하니, 사람들 중에서 우왕에게 무함(誣陷)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최영이 노하여 말하기를,
"이공(李公)은 나라의 주석(柱石)이 되었으니, 만약 하루아침에 위급하면 마땅히 누구를 시키겠는가?"
하였다. 매양 빈객(賓客)을 연회하려 할 적엔 최영(崔瑩)이 반드시 태조에게 이르기를,
"나는 면찬(麪饌)을 준비할 것이니 공은 육찬(肉饌)을 준비하시오."
하니, 태조는 말하기를,
"좋습니다."
하였다. 어느날 태조는 이 일 때문에 휘하의 군사를 거느리고 사냥을 하는데, 노루 한 마리가 높은 고개에서 뛰어 내려왔으나, 지세(地勢)가 가파르고 낭떠러지인지라, 여러 군사들이 모두 내려갈 수가 없으므로, 산밑으로 비스듬히 따라 돌아서 달려가 모였는데, 갑자기 대초명적(大哨鳴鏑)의 소리가 위에서 내려옴을 듣고 위로 쳐다보니, 곧 태조가 고개 위에서 바로 달려 내려오는데, 그 기세가 빠른 번개와 같았다. 노루와의 거리가 매우 먼데도 이를 쏘아 바로 맞혀서 죽였다. 태조는 곧 말고삐를 당기면서 웃으며 말하기를,
"이 사람의 주먹을 보라."
하였다. 최영의 휘하 군사인 현귀명(玄貴命)이 또한 군사들 가운데서 있다가 친히 이를 보고, 그 사실을 최영에게 말하니, 최영이 감탄하여 칭찬하기를 한참 동안이나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0면
- 【분류】인물(人物) / 역사(歷史) / 왕실(王室)
○太祖與崔瑩情好極篤。 太祖威德漸盛, 人有欲構於禑者, 瑩怒曰: "李公爲國柱石, 若一朝緩急, 當使誰與?" 每將宴會賓客, 瑩必謂太祖曰: "我備麪饌, 公備肉饌。" 太祖曰: "諾。" 一日, 太祖爲是, 率麾下士獵, 有一獐自高嶺而走下。 地勢峻絶, 諸軍士皆不得下, 迤從山底, 回馳而集, 忽聞大哨鳴鏑聲, 自上而下, 仰視之, 乃太祖自嶺上直馳下, 勢若迅電, 去獐甚遠, 射之正中而斃。 太祖卽控馬而笑曰: "此兒之拳乎!" 瑩麾下士玄貴命, 亦在軍士中親見之, 以其狀言於瑩, 瑩嗟賞者久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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