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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38권, 고종 35년 11월 12일 양력 4번째기사 1898년 대한 광무(光武) 2년

윤길병 등이 조병식 등 5인을 규탄하는 상소를 올리다

전 승지(前承旨) 윤길병(尹吉炳) 등이 올린 상소의 대략에,

"신 등이 익명의 투서를 당하게 된 것은 사실 신하된 사람으로서 차마 들을 수 없고 차마 말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 모함을 해명하지 못하면 죽어서도 죄지은 귀신으로 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진심을 털어놓고 성의를 다하여 우러러 폐하에게 상소를 올려 모함한 자를 데리고 재판할 것을 요구하였는데 폐하께서는 매우 명철하게 살펴 이미 그 글이 불평을 품은 자들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알았으며 또한 신 등이 결코 그럴 수 없다고 믿었습니다. 심지어는 경무청(警務廳)에 명령을 내려 불평을 품은 무리들을 염탐하여 잡아내도록 하였으니, 신 등은 이에 감격이 골수(骨髓)까지 스며 저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도 기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더구나 다시 올린 의견을 실시하도록 하고 백성들이 원하지 않는 사람을 물러가도록 하였으며 잡힌 신하들을 가벼운 법조문에 따라서 처결하도록 하니 이것은 참으로 백성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백성들이 미워하는 것을 미워한 것입니다. 자신의 몸이 다친 것처럼 백성들을 보호하는 이 성덕(聖德)은 신명(神明)이 증명할 만하니 비록 요(堯) 순(舜)의 성(聖)과 탕문(湯文)의 인(仁)으로도 반드시 이에서 지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폐하께서 이와 같이 하시니 어찌 행복을 느끼지 않겠습니까?

이치상 마땅히 즉시 물러나 있으면서 지극한 은총을 누려야 하겠으나 풀을 베는 데 뿌리를 없애버리지 않으면 양전(良田)도 다스리기 어려우며 병을 다스리는 데 원기를 돕지 않으면 사기(邪氣)가 쉽게 덮쳐들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신 등의 좁은 소견에 뿌리를 제거하고 원기를 돕는 방법이 있어 이에 감히 번거롭게 나무꾼에게도 묻는다는 것에 빙자하는 바이니, 삼가 폐하께서는 조금이나마 살펴주기 바랍니다.

폐하께서는 비록 무함한 글이 불평을 품은 무리들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서 경무청으로 하여금 염탐하여 잡도록 하였으나 사실은 조병식(趙秉式), 민종묵(閔種默), 유기환(兪箕煥), 이기동(李基東), 김정근(金禎根) 5인이 곧 불평을 품은 자들이며 그들을 잡는 데는 염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니, 신 등이 증명해 보겠습니다.

조병식으로 말한다면, 본래 간독(奸毒)하여 제멋대로 탐오하여 나라에 해를 끼치고 백성들을 병들게 하였다는 것은 온 세상이 다 아는 바인데 늙을수록 만족을 모르고 다시 중요한 권한을 잡을 것을 도모하였습니다. 그런데 스스로 평소에 나쁜 짓을 많이 한 것이 공론에서 용서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악랄하고 흉악한 마음으로 이에 충성스럽고 어진 사람을 모함할 계책을 생각해내어 폐하에게 무고하여 특별히 조칙을 내리게 하였습니다. 이 자가 곧 불평을 품은 한 사람입니다.

민종묵으로 말한다면, 본래 조병식의 심복으로서 온갖 모의를 다하여 폐하의 총명을 현혹시켜 일단 외부(外部)의 벼슬을 얻어가지고는 이에 백성을 죽일 계책으로 외국의 공사관들에 조회(照會)한 것이 이미 초본이 있으며, 자신이 직접 가서 설명하다가 도리어 나무람과 모욕을 당하였으니, 참혹하고 지독한 마음 씀씀이가 전날에 섬을 팔아먹은 것보다 심합니다. 이 자가 곧 불평을 품은 한 사람입니다.

유기환으로 말한다면, 군사를 훈련하고 양성하는 것은 안을 보위하고 밖을 막는 것인데 바로 보호한다는 구실로 그 일을 사람을 죽이는 권한으로 인정하고 비밀리에 부대를 사촉하여 백성들을 위협하니, 이 자가 곧 불평을 품은 한 사람입니다.

이기동으로 말한다면, 본래 간사한 자로서 소인들을 연줄로 깊은 궁궐 내에 무난히 출입하여 백성들을 해치고 정사에 손상을 준 데 대해서는 만 사람의 눈을 가리기 어려우며, 재판할 때에 군사를 청해서 빙 둘러 세워 포(砲), 모(矛), 기(旗), 각(角)이 문득 진세(陣勢)를 이루었으니, 이것은 곧 시위하여 제압하고 억지로 굴복시켜 죽이자는 계책입니다. 그리하여 안으로는 국체를 손상시키고 밖으로는 이웃 나라의 나무람을 초래했으니, 이 자가 곧 불평을 품은 한 사람입니다.

김정근으로 말한다면, 직책이 경찰이어서 책임상 보호를 겸한 만큼 없는 죄를 꾸며서 양인을 억압하는 것은 깊이 경계해야 하는데 바로 근거 없는 글을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돌려 보여 뒷날 공술을 받을 근거를 만들려고 하였으니 불순한 마음을 품었다는 것은 불을 보듯 환합니다. 이 자가 곧 불평을 품은 한 사람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폐하는 이 5흉(凶)을 사법 관청에 넘겨 신 등과 서로 대질(對質)시켜 재판을 하여 나쁜 풀을 뽑아버리게 해서 양전으로 가꾸어 나가도록 하십시오.

신 등이 지난번에 드린 문조(文條)는 이미 백성들이 원한 바이고 조정의 신하들이 좋다고 하였고 폐하가 또 이를 받아들여 정부(政府)로 하여금 차례로 실시하도록 하였으니, 신 등은 마땅히 서둘러 물러가서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건대 경장(更張) 이후로 좋은 법과 아름다운 제도와 어질고 은혜로운 칙령이 충동(充棟)하니 비록 요전(堯典)과 우모(夏謨)라도 그보다 더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백성들의 고통이 옛날과 같고 정사와 기율은 옛날과 같이 번거로우며 상업이 흥하지 못함이 옛날과 같고 관리를 임명하는 데서 공평하지 못하며 교섭에서 믿음을 사지 못하는 것이 옛날과 같아서 그저 실시한다는 이름뿐이지 여전히 실시한 흔적은 없습니다. 옛 습관에 젖어서 편안히 즐기는 것으로 헛되이 세월을 보내니, 이것이 어찌 양약(良藥)을 상자에 두고도 시험해 보지 않는 의사와 다르겠습니까?

바라건대 6조를 온 나라의 법률로 정하여 그 일이 각 부(府)와 부(部), 지방에 관계되는 것은 해당 관리를 엄격히 신칙하여 오늘 곧 실시해서 내일에는 즉시 집행하도록 할 것이며, 그 일이 다른 나라에 관계되는 것은 각 공사관에 성명으로 알려 실행하되 네 계절이 오가는 것처럼 믿음성이 있게 하고 금석처럼 견고하게 지켜서 온 나라의 백성들로 하여금 알고서 확고히 믿도록 할 것입니다.

뒤미처 생각건대 당초에 협회를 설치한 것은 바로 백성들의 힘을 합하여 국권(國權)을 존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혹 학문을 토론하여 정치를 돕고 혹은 상무(商務)를 연구하여 백성들의 생업을 늘여 나가자는 것이었으니, 대체로 이와 같이 하면 국권은 튼튼해지고 외부로부터의 업신여김이 저절로 들어올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협회가 국권에 관계되는 것이 이와 같이 중요한 만큼 회의 규칙을 의논하여 정할 데 대한 조칙(詔勅)을 일단 어제 내리셨습니다. 그런데 각 회를 혁파하는 조칙을 또 오늘 반포하시어 표준이 서지 못하고 백성들의 마음이 모두 의심을 품게 되었으니, 금석과 같은 임금의 법이 이와 같이 되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혁파하라는 조칙은 원래 임금의 뜻에 의하여 결단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것은 진실로 5흉이 전하의 귀와 눈을 가린 데 기인하는 것입니다. 협회를 없애면 백성들의 마음이 분산되며 민심이 분산되면 국권이 약해지며 국권이 약해지면 외부의 업신여김을 받게 될 것이니, 우리 폐하의 5대륙과 평행하고 만국과 동등한 권력이 과연 확립될 수 있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5흉을 심리 조사하시며 6조를 실시하시고 사람을 등용하는 데서 신중하시며 협회에 대하여 살핌으로써 종사(宗社)에 행복이 있도록 하며 민심을 위로하십시오.

신 등이 지나친 생각으로 또 끝에 진달할 것이 있습니다. 대체로 외국과 관계되는 사건은 그 권한이 외부(外部)에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조병식민종묵이 권한을 잡고 있는 때에 바로 외부의 인장(印章)을 밤에 정부에 들여갔습니다. 이 2흉은 원래 나라를 팔아먹는 것을 평생의 재주로 삼고 있으니 사실 알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어떤 위기를 빚어낼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이 달 4일에 2흉이 권력을 잡은 이후로 외국과 관계된 각종 문첩(文牒)을 특별히 정부로 하여금 공포하여 보이도록 함으로써 백성들의 의혹을 풀도록 하십시오."

하니, 비답하기를,

"비답과 칙유(勅諭)로 이미 짐의 뜻을 다 말하였는데 줄곧 항명하니 이게 무슨 도리인가? 시끄럽게 굴지 말고 물러가서 처분을 기다리라."

하였다.


  • 【원본】 42책 38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3책 69면
  • 【분류】
    향촌-사회조직(社會組織) / 사법-치안(治安) / 정론-정론(政論) / 역사-고사(故事) / 인물(人物) / 사법-법제(法制) / 사법-탄핵(彈劾)

    前承旨尹吉炳等疏略:

    臣等所遭匿名書錄은 實是爲人臣者의 所不忍聞、不忍言之事이오니 此誣를 未辦이면 死且爲罪鬼이올치라。 是以로 披心瀝血하와 仰瀆崇嚴하와 以求與誣陷者裁判, 而淵鑑孔昭하사 旣知書錄之出於不逞하옵시며 又信臣等之斷無是理하옵셔 至於下詔警廳하시와 使之詗捉不逞之徒하시니 臣等於此에 感入骨髓하와 不覺喜極而繼之涕泗逬出也로소이다。 矧復所獻之議를 許其實施하시고 民所不願之人을 令其退去하시고 被逮之臣을 勘從輕典하옵시니 此誠民之所好를 好之하시며 民之所惡를 惡之하사 如傷若保之聖德이 可質神明이오니 雖之聖과 之仁도 必不能過於是라。 有君如此하시니 寧不感幸이오릿가? 理宜刻卽退伏하와 以沐至渥이오나 斬草而不除根, 則良田을 難治오 理病而不補元, 則邪氣가 易乘이니 臣等膚淺之見이 竊有除根補元之術하와 玆敢荐瀆하야 以資詢蕘하오니 伏乞聖明은 少垂察焉하소셔。 陛下雖知誣陷之書가 出於不逞之徒하사 使警廳詗捕하시오나 實不知趙秉式閔種默兪箕煥李基東金禎根五人이 卽是不逞而捕不待詗이오니 臣等이 請證之하리이다。 以趙秉式言之컨대 素以奸毒으로 肆行貪饕하야 蠧國病民은 一世之所共知어늘 老益無厭하야 復圖秉軸에 自知平日積惡이 爲公議所不容하야 慘肚凶腸이 乃生陷害忠良之計하야 誣告君父하야 至降特詔하오니 此卽不逞之一也오。 以閔種默言之컨대 本以趙秉式之心腹으로 綢繆謀議하야 眩惑聖聰하야 旣得外部之任하야는 乃以戕民之計로 外館照會가 旣有草本하고 躬往說明타가 反受譏侮하니 是其設心慘毒이 有甚於前日賣島라。 此是不逞之一也오。 以兪箕煥言之컨대 鍊兵養卒은 所以內護外禦, 而乃以保護之資로 看作戕殺之柄하야 密囑隊伍하야 威脅衆民하오니 此卽不逞之一也오。 以李基東言之컨대 本以奸細로 夤緣宵小하야 深嚴之地에 無難出入하야 害民蠧政이 萬目難掩이오며 其在裁判에 請兵環繞하야 砲矛旗角이 便成陣勢하니 是乃施威壓制하야 勒服陷殺之計라。 內損國體하고 外招隣譏하오니 此卽不逞之一也오。 以金禎根言之컨대 職在警察하야 責兼保護, 則誣罪壓良이 在所深戒어늘 乃以無稽之書로 輪示囚人하야 欲作他日取供之根據하니 其包藏禍心이 瞭如觀火라。 此卽不逞之一也로소니 伏乞陛下는 以此五凶으로 付之司敗하야 與臣等으로 對頭裁判하야 使惡草去而良田治焉하옵소셔。 至若臣等向日所獻六條는 旣爲衆民所願、廷臣所可, 而陛下又採之하사 令政府次第實施하시니 臣等固當退俟之不暇이오나 竊伏念更張以來로 良法美制와 仁詔恩勅이 足以充棟이오니 雖謨라도 無以過之然하나 民生之困瘁가 如舊하고 政紀之叢脞가 如舊하고 工商之不興이 如舊하고 任官之不公과 交涉之未孚가 如舊하야 徒有實施之名, 而尙無實施之蹟하와 因循恬嬉에 曠費歲月하오니 此何以異於良藥在笥而刀圭不試者哉잇가? 乞以六條로 定爲全國法律하야 其事關各府部及地方者는 嚴飭當該官하여 今日卽施, 明日卽行하옵고 其事關外國者는 聲明知照於各公館하야 行之信如四時하고 守之堅如金石하시와 使全國人民으로 知所確信케하옵소셔。 仍伏念當初協會之設은 所以合民力尊國權, 而或討論學問하야 以佐政治하고 或推究商務하야 以殖民業이라。 夫如是則國權固而外侮無自以入矣리니 協會之有關於國權이 如是綦重이옵거늘 會規議定之詔를 旣降於昨日하시고 各會革罷之勅이 又頒於今日하사 標準이 不立하야 民情이 胥疑하오니 王者金石之典이 恐不當如是也라。 革罷之詔는 固知非斷自聖衷, 而亶由於五凶之壅蔽로소니 協會罷則民心이 分矣오 民心이 分則國權이 弱矣오 國權이 弱則外侮至, 而我陛下平行五洲、同等萬國之權이 其果可以確立乎잇가? 伏乞審覈五凶하시며 實施六條하시며 愼於用人하시며 察於協會하사 以幸宗社하시고 以慰民心焉하소셔。 臣等이 過計로 又竊有尾陳者하노이다。 凡與外國關係事件은 其權이 在於外部, 而今於趙秉式閔種默執權之際에 乃以外部印章으로 夜入政府하얏사오니 此二凶은 素以賣國으로 爲平生伎倆이온즉 實未知何樣危機를 釀成於不知不覺之中이온지라 伏乞聖明은 特將本月四日二凶執政以後, 與外國干涉之各樣文牒하사 令政府布示하사 以解人民之疑惑焉하소셔。

    批曰: "以批以諭, 已罄朕意, 一向抗命, 是豈道理? 勿煩退去, 以待處分。"


    • 【원본】 42책 38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3책 69면
    • 【분류】
      향촌-사회조직(社會組織) / 사법-치안(治安) / 정론-정론(政論) / 역사-고사(故事) / 인물(人物) / 사법-법제(法制)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