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의 윤광류가 무단히 종각의 종을 치므로 내치다
이때에 호서(湖西)의 윤광류(尹光瑠)라는 사람이 운종가(雲鍾街)의 종을 두들기므로, 병조에서 사문(査問)하니, ‘참외를 헌상(獻上)하려는 것이라’고 했는데, 임금이 본 고장으로 쫓아 보내도록 명했었다. 대사헌 홍양호(洪良浩)가 차자를 올리기를,
"어제 하나의 망령된 사나이가 종가의 종을 몰래 두들겨 사람들을 놀라고 현혹되게 하였음은 진실로 그전에는 없던 변괴입니다. 대저 종가의 종을 두었음은 저녁과 새벽의 동작(動作)과 휴식(休息)을 알리고 도성(都城) 문의 여닫음을 정해 주기 위한 것으로써, 국가에서 중히 여기는 바가 봉수(烽燧)에 다음 가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일정한 시각(時刻)에 치게 되고 새벽과 밤에 일정하게 치는 횟수가 있게 되어, 비록 감수(監守)하는 나졸(羅卒)이라 하더라도 시각 전에 치거나 시각 뒤에 치게 되면, 죄를 용서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이번의 그 사람은 사족(士族)이라는 어리석고 못난 미천한 백성과는 다른 사람인데도, 날이 어둑어둑 저물기도 전에 가만히 들어가 몰래 치는 짓을 하여, 길거리와 항간(巷間)이 울리게 되므로 사람들이 모두 해괴하게 여기며 놀라게 되었습니다. 연유를 들어 보면 헌근(獻芹)을 핑계한 것이지만 그가 한 말을 들어 보면 자못 전광(顚狂)과 같았습니다. 비록 은휘(隱諱)하는 심정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지마는, 그의 범한 죄를 논한다면 진실로 지극히 무거운 것입니다. 설령 언어(言語)나 용모가 거칠고 난잡하여 보통 사람과 같지 못하다 하더라도 진실로 수화(水火)를 분간하지 못하는 지경이 아니라면, 놓아 두고 불문에 부치어 한없는 폐단이 열리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하물며 오늘날 기강(紀綱)이 문란해지고 당폐(堂陛)가 엄격하지 못하여, 소민(小民)들이 조정을 두려워하지 않고서 미미한 일도 으레 상문(上聞)하려고 하고, 심지어는 봉수대(烽燧臺)에 불을 놓는 자가 있는가 하면 액문(掖門)에서 북을 두드리는 자가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준엄하게 징계하지 않다가 이번 일을 순치(馴致)하게 되었습니다. 변괴가 일어나기를 장차 하지 않는 것이 없게 될 것인데, 어찌하여 어리석고 유치한 짓이라고 용서하여 과오를 저지른 것이라 여기며 죄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신의 생각에는, 종을 두드린 사람 윤광류(尹光瑠)를 시급히 해조(該曹)에 명하여 다시 더 구문(究問)하도록 하여, 법대로 준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그전에 광화문(光化門) 종을 두드린 자가 있었는데, 성조(聖祖)께서 하교하시기를, ‘이와 같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신원(伸冤)하지 못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시고서, 이어 북을 맡은 자를 파직하도록 명하셨었다. 이는 《국조보감(國朝寶鑑)》에 분명하게 실려 있는 일인데, 대개 광화문의 종은 동가(動駕)하게 되거나 취각(吹角)하게 될 때가 아니면 간혹 사용한 일이 수가 없었으니, 성조께서 내린 처분도 종을 친 사람에게는 미치지 않은 것이다. 일전에 호서(湖西) 사람의 일은, 듣건대 떳떳한 본성(本性)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했었다. 다시 여러 번 더 구문(究問)하도록 하면 한갓 자잘은 일이 되고 말 것이다. 하물며 해청(該廳)에서 이미 준엄하게 사핵(査覈)한 것이겠느냐?"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16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45책 388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사법-재판(裁判) / 사법-행형(行刑)
○時有湖西人尹光瑠者, 撞雲鍾街鍾, 兵曹査問, 云: "欲獻瓜。" 上命逐送本土。 大司憲洪良浩上箚曰:
昨者, 一妄男子, 偸擊街鍾, 驚惑衆聽, 誠無前之變怪也。 夫街鍾之設, 所以警昏曉之作息、定城門之開閉, 有國之所重, 亞於烽燧, 故撾擊有定時, 晨夜有定數, 雖監守之卒, 先時與後時, 厥罪罔赦。 今此人, 稱以士族, 異於愚蠢賤氓, 而日未曛暮, 潛入偸擊, 聲動街巷, 人皆駭愕。 聞其由, 則托以獻(芹)〔瓜〕 ;聽其言, 則頗似顚狂。 雖未知隱情之有無, 而論其所犯, 誠至重矣。 設使言貌荒亂, 不似平人, 而苟未至於不卞水火, 則不容置而不問, 以啓無窮之弊也。 況今紀綱凌夷, 堂陛不嚴, 小民不畏朝廷, 微事輒欲上聞, 甚至於縱火烽臺者有之, 撞皷掖門者有之, 而猶不嚴懲, 馴致於此, 變怪之作, 將無所不有, 豈可恕其愚騃, 謂以過誤, 而不之罪乎? 臣謂擊鍾人尹光瑠, 亟命該曹, 更加究問, 照法嚴處宜矣。
批曰: "昔有撞光化門鍾者, 聖祖有敎若曰: ‘如此負屈不伸必多。’ 乃命罷掌皷者職。 此事昭載《寶鑑》。 蓋光化之鍾, 非動駕非吹角之時, 無或用之, 聖祖處分, 不及於撞人。 日前湖人事, 聞非常性云。 更令屢加究問, 徒近屑越之歸。 況自該廳已行嚴覈者耶?"
- 【태백산사고본】 16책 16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45책 388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사법-재판(裁判)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