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례와 추향을 섭정케 하는 일, 척화한 신하들을 가자하는 일 등을 의논하다
임금이 대신과 균역청 당상 및 편집 낭청(編輯郞廳)을 소견하고, 하교하기를,
"상례(喪禮) 가운데 하교하여 줄여 없애거나 이정(釐正)한 것이 많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 《상례수교(喪禮受敎)》라 했다가 이제 또 이름을 고쳐 《국조상례보편(國朝喪禮補編)》이라 하고, 단지 《오례의(五禮儀)》 가운데서 언급한 의주(儀註) 및 옛날에는 있었으나 지금은 없는 것으로서 고금(古今)의 제양(制樣)이 다른 것만을 기록하였다. 하지만 의주 또한 반드시 뒤섞어 기록할 필요는 없고, 본래 《오례의》와 같은데 ‘벼슬은 아무 벼슬, 품계는 아무 품계’라고 주를 달도록 하라. 그리고 무릇 수교(受敎)는 그 차례에 따라 같은 부류들끼리 편입(編入)한다면 간략하고도 완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였다. 영의정 김재로(金在魯)가 추향(秋享)을 섭행(攝行)케 할 것을 청하였으나, 임금이 허락하지 않았다. 김재로가 말하기를,
"고 시직(侍直) 신익륭(申翊隆)은 곧 고 상신(相臣) 신흠(申欽)의 조카로 병자년215) 난리 때 빈궁(嬪宮)을 호종(扈從)하여 강도(江都)에 들어갔었습니다. 성이 함락되자 스스로 목을 매었는데, 효묘(孝廟)께서 손수 풀어 주시어 죽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난리 뒤에는 몸을 정결히 하여 자폐(自廢)하였고, 그 아들 신만(申曼) 또한 충효 대절이 있었습니다. 갑신년216) 에 황도(皇都)의 함락 소식을 듣자 부자가 북쪽을 바라보며 통곡하고 온 집안이 먼 곳으로 떠나 은거(隱居)하였는데, 선정신 송시열(宋時烈)은 일찍이 ‘대명 천지(大明天地) 숭정 일월(崇禎日月)’이란 여덟 글자를 써 준 적도 있었으니, 실로 기위(奇偉)·고절(高節)한 선비입니다. 이 두 사람은 특별히 높은 품계와 직질을 추증하되 오랑캐의 연호는 쓰지 않음이 마땅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윤허하였다. 또 말하기를,
"정축년217) 에 척화(斥和)한 여러 신하들을 애초에 10여 명을 초계(抄啓)했었습니다만, 필경에는 단지 삼학사(三學士)만 보냈고 나머지는 모두 삭직·찬배하였습니다. 이제 대의(大義)를 천명(闡明)하는 날을 당하였으니, 이 사람들에게 한 자급을 더 추증하여 표장(表奬)하는 뜻을 보임이 마땅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윤허하였다. 또 말하기를,
"영돈녕(領敦寧) 조현명(趙顯命)은 근자의 예에 의거해 시장(諡狀)을 기다리지 말고 시호를 내림이 마땅합니다."
하니, 임금이 윤허하였다. 또 칭경(稱慶)의 큰 은혜로 품질(稟秩) 가운데서 적소(謫所)에서 본인이 사망한 경우 및 문출(門黜)된 여러 죄인을 풀어줄 것을 청하여 누누이 진달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어찌 크게 벌려 사령(赦令)을 행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승지 신회(申晦)가 ‘이존중(李存中)의 모친이 매일 아침 저녁에 물을 떠 놓고 살아 생전 그 아들을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늘에 빈다.’고 진달하고, 이어 이존중을 적소에서 풀어줄 것을 청하니, 임금이 그가 기회를 틈타서 풀어줄 것을 청한다고 책망하면서 신회를 체직(遞職)시키라고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6책 77권 2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451면
- 【분류】왕실(王室) / 인사(人事) / 사법(司法)
- [註 215]
○庚子/上召見大臣、均堂、編輯郞廳, 敎曰: "喪禮中多有下敎減去或釐正者, 故初則命名曰《喪禮受敎》, 今又更名曰《國朝喪禮補編》, 只錄《五禮儀》中所言儀註及昔有而今無者, 古今制樣之異者。 而儀註亦不必混錄, 註之曰與本《五禮儀》同, 而官某官品某品。 凡受敎者, 因其序次, 按類編入, 則可以略而盡矣。" 領議政金在魯力請攝行秋享, 上不許。 在魯曰: "故侍直申翊隆, 卽故相欽之姪子, 而丙子亂, 扈嬪宮, 入江都。 城陷自縊, 孝廟手自解之, 而得不死。 亂後潔己自廢, 其子曼亦有忠孝大節。 甲申聞皇都陷, 父子北望痛哭, 擧家遠遯, 先正臣宋時烈, 嘗以大明天地崇禎日月八字書贈, 實是奇偉高節之士。 此兩人特贈高品職, 勿書虜號宜矣。" 上允之。 又曰: "丁丑斥和諸臣, 初則抄啓十餘人, 畢竟只送三學士, 其餘皆削職、竄配。 今當闡明大義之日, 此等人宜加贈一級, 以示表奬之意。" 上允之。 又言: "領敦寧趙顯命, 依近例不待狀賜諡宜矣。" 上允之。 又以稱慶大霈, 請放稟秩中在謫身死及門黜諸罪人, 縷縷陳達, 上曰: "何可張大行赦乎?" 承旨申晦, 以 ‘李存中母朝夕設水祝天, 願生前一見其子’ 爲達, 仍請放存中謫, 上責其乘機請放, 命遞晦職。
- 【태백산사고본】 56책 77권 2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451면
- 【분류】왕실(王室) / 인사(人事) / 사법(司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