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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56권, 영조 18년 8월 23일 기유 1/4 기사 / 1742년 청 건륭(乾隆) 7년

박문수와 구성임이 임금 앞에서 다툰 것으로 인해 삭직시키다

국역

임금이 소대(召對)를 행하였다. 병조 판서 박문수(朴文秀)와 훈련 대장 구성임(具聖任)이 같이 입시(入侍)하였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임금이 열무(閱武) 때의 홀기(笏記)에 관한 일을 물었다. 박문수가 대답을 마치고 구성임과 절목(節目) 사이의 일을 논하였는데, 서로 자기의 견해를 내세우다가 그대로 임금 앞에서 노여움을 드러내어 너니 나니 하며 소리치고 꾸짖어 말씨가 도리에 어긋나게 되었다. 승지가 추고(推考)하기를 청하자, 임금이 두 사람을 화해시키려고 하교하기를,

"‘두 마리 범이 싸운다.’는 말이 옛말에도 있다. 혈기(血氣)가 많은 박문수와 거칠고 호기 있는 구성임이 서로 다투어 이기고자 하는데, 전(殿)에 올라서는 비록 무례(無禮)하지만 전 아래로 내려가서는 능히 서로 잊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하고, 마침내 누누이 타이르고 개석(開釋)하였다. 두 신하가 그래도 시끄럽게 다투기를 그치지 아니하자, 임금이 말하기를,

"오늘의 일은 이웃 나라에 들리게 할 수 없다."

하였다. 박문수가 말하기를,

"지금 이미 밤이 깊었으니, 청컨대 물러가고자 합니다."

하고, 이어서 장부(將符)를 풀어서 바치고 나갔다. 다음날인 경술일에 임금이 대신(大臣)과 비국 당상(備局堂上)을 불러 먼저 두 사람의 일을 언급하고 하교하기를,

"이 또한 당심(黨心)인 것이다. 그리고 조신(朝臣)이 만약 그 사이에 부억(扶抑)한다면, 그 폐단은 장차 장신(將臣)이 분당(分黨)하는 데 이르게 될 것이다. 내가 두 신하를 모두 군율(軍律)로 효시(梟示)하여 당습(黨習)을 징계하고자 한다."

하니, 이에 대신과 비국 당상 및 대간(臺諫)·승지(承旨) 등이 모두 말하기를,

"두 신하가 조정의 대체(大體)를 무너뜨리고 훼손한 죄는 진실로 엄하게 처분해야 마땅하지만, 군율은 서로 들어맞지 아니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사관(史官)에게 명하여 집에 있으면서 입대(入對)하지 아니한 영상(領相) 및 우상(右相)을 찾아가 물어 보게 하였는데, 그 말도 또한 여러 신하들과 같았다. 임금이 그래도 군율을 시행하고자 하니, 여러 신하들이 굳게 간쟁하였다. 저녁때가 되어 좌의정 송인명(宋寅明)이 말하기를,

"무릇 처분이 타당함을 얻으면 비록 가벼운 벌이라 할지라도 또한 사람을 복종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어찌 반드시 살육(殺戮)으로 사람을 징계할 것이야 있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안상(案床)을 치며 말하기를,

"마땅히 경(卿) 등을 위해 애써 따르겠다."

하고, 또 말하기를,

"내가 제갈양(諸葛亮)이 눈물을 흘리며 마속(馬謖)을 참(斬)해던 고사(古事)204) 를 본받고자 하였으나, 이제 끝내 그렇게 하질 못하였다. 그러나 만약 참으로 당습(黨習)을 부리는 자가 있다면 경들이 비록 견거(牽裾)205) 하며 다툰다 할지라도 내가 어찌 용서하겠는가?"

하고, 이어서 ‘마땅히 어떤 율(律)을 써야 할 것인가?’를 물으니, 모두 말하기를,

"삭직(削職)하고 마는 데 불과할 뿐입니다."

하니, 임금이 모두 삭직하라고 명하였다.

  • [註 204] 제갈양(諸葛亮)이 눈물을 흘리며 마속(馬謖)을 참(斬)해던 고사(古事) : 마속(馬謖)은 촉한(蜀漢)의 장수로, 자(字)는 유상(幼常)임. 뛰어난 재략(才略)으로 제갈양(諸葛亮)에게 중용(重用)되었으나, 가정(街亭)의 싸움에서 위(魏)에게 패하니, 제갈양이 눈물을 흘리며 마속을 참(斬)한 고사(古事)가 있음.
  • [註 205] 견거(牽裾) : 위(魏)나라 문제(文帝) 때 시중(侍中) 신비(辛毗)가 기주(冀州)의 사졸가(土卒家) 10만 호(戶)를 하남(河南)으로 옮기려는 문제의 결정에 대하여 불가함을 들어 그릇됨을 간하였으나, 문제가 듣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안으로 들어가려 하므로, 신비가 옷자락을 끌어 당기면서 버티고 직간하여 결국 절반만 옮겼다는 고사(古事)로, 임금이 물리쳐도 끝까지 버티고 간언하는 것을 말함.

원문

○己酉/上行召對。 兵曹判書朴文秀、訓鍊大將具聖任同入。 講訖, 上問閱武時笏記事。 文秀對訖, 與聖任論節目間事, 互主己見, 仍以發怒於上前, 叱罵爾汝, 辭氣悖戾, 承旨請推, 上欲兩解之, 敎曰: "兩虎共鬪, 古語有之。 以多氣之文秀, 麤豪之聖任, 互欲角勝, 上殿雖無禮, 下殿可能相忘乎?" 遂縷縷諭釋之。 兩臣猶紛爭不已, 上曰: "今日事, 不可使聞於隣國也。" 文秀曰: "今已夜深, 請退出。" 仍解納將符而出。 翌日庚戌, 上召大臣、備堂, 先及兩人事, 敎曰: "此亦黨心也。 朝臣若有扶抑於其間, 則其弊將至於將臣分黨。 予欲竝以軍律梟示兩臣, 以懲黨習。" 於是, 大臣、備堂及臺諫、承旨等皆言: "兩臣壞損朝體之罪, 固宜嚴處, 而軍律則不相襯也。" 上命史官往詢於領、右相之在家未入對者, 其言亦與諸臣同。 上猶欲施軍律, 諸臣固爭。 至暮左議政宋寅明曰: "凡處分得當, 則雖輕罰, 亦可服人。 何必以殺戮, 懲創人耶?" 上沈吟良久, 拍案曰: "當爲卿等勉從之。" 又曰: "予欲效諸葛亮垂涕斬馬謖之故事, 而今未果也。 然若有眞爲黨習者, 卿等雖牽裾爭之, 予豈貸之哉?" 仍問當用何律, 僉曰: "不過削職而止耳。" 上竝命削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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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56권, 영조 18년 8월 23일 기유 1/4 기사 / 1742년 청 건륭(乾隆) 7년

박문수와 구성임이 임금 앞에서 다툰 것으로 인해 삭직시키다

국역

임금이 소대(召對)를 행하였다. 병조 판서 박문수(朴文秀)와 훈련 대장 구성임(具聖任)이 같이 입시(入侍)하였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임금이 열무(閱武) 때의 홀기(笏記)에 관한 일을 물었다. 박문수가 대답을 마치고 구성임과 절목(節目) 사이의 일을 논하였는데, 서로 자기의 견해를 내세우다가 그대로 임금 앞에서 노여움을 드러내어 너니 나니 하며 소리치고 꾸짖어 말씨가 도리에 어긋나게 되었다. 승지가 추고(推考)하기를 청하자, 임금이 두 사람을 화해시키려고 하교하기를,

"‘두 마리 범이 싸운다.’는 말이 옛말에도 있다. 혈기(血氣)가 많은 박문수와 거칠고 호기 있는 구성임이 서로 다투어 이기고자 하는데, 전(殿)에 올라서는 비록 무례(無禮)하지만 전 아래로 내려가서는 능히 서로 잊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하고, 마침내 누누이 타이르고 개석(開釋)하였다. 두 신하가 그래도 시끄럽게 다투기를 그치지 아니하자, 임금이 말하기를,

"오늘의 일은 이웃 나라에 들리게 할 수 없다."

하였다. 박문수가 말하기를,

"지금 이미 밤이 깊었으니, 청컨대 물러가고자 합니다."

하고, 이어서 장부(將符)를 풀어서 바치고 나갔다. 다음날인 경술일에 임금이 대신(大臣)과 비국 당상(備局堂上)을 불러 먼저 두 사람의 일을 언급하고 하교하기를,

"이 또한 당심(黨心)인 것이다. 그리고 조신(朝臣)이 만약 그 사이에 부억(扶抑)한다면, 그 폐단은 장차 장신(將臣)이 분당(分黨)하는 데 이르게 될 것이다. 내가 두 신하를 모두 군율(軍律)로 효시(梟示)하여 당습(黨習)을 징계하고자 한다."

하니, 이에 대신과 비국 당상 및 대간(臺諫)·승지(承旨) 등이 모두 말하기를,

"두 신하가 조정의 대체(大體)를 무너뜨리고 훼손한 죄는 진실로 엄하게 처분해야 마땅하지만, 군율은 서로 들어맞지 아니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사관(史官)에게 명하여 집에 있으면서 입대(入對)하지 아니한 영상(領相) 및 우상(右相)을 찾아가 물어 보게 하였는데, 그 말도 또한 여러 신하들과 같았다. 임금이 그래도 군율을 시행하고자 하니, 여러 신하들이 굳게 간쟁하였다. 저녁때가 되어 좌의정 송인명(宋寅明)이 말하기를,

"무릇 처분이 타당함을 얻으면 비록 가벼운 벌이라 할지라도 또한 사람을 복종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어찌 반드시 살육(殺戮)으로 사람을 징계할 것이야 있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안상(案床)을 치며 말하기를,

"마땅히 경(卿) 등을 위해 애써 따르겠다."

하고, 또 말하기를,

"내가 제갈양(諸葛亮)이 눈물을 흘리며 마속(馬謖)을 참(斬)해던 고사(古事)204) 를 본받고자 하였으나, 이제 끝내 그렇게 하질 못하였다. 그러나 만약 참으로 당습(黨習)을 부리는 자가 있다면 경들이 비록 견거(牽裾)205) 하며 다툰다 할지라도 내가 어찌 용서하겠는가?"

하고, 이어서 ‘마땅히 어떤 율(律)을 써야 할 것인가?’를 물으니, 모두 말하기를,

"삭직(削職)하고 마는 데 불과할 뿐입니다."

하니, 임금이 모두 삭직하라고 명하였다.

  • [註 204] 제갈양(諸葛亮)이 눈물을 흘리며 마속(馬謖)을 참(斬)해던 고사(古事) : 마속(馬謖)은 촉한(蜀漢)의 장수로, 자(字)는 유상(幼常)임. 뛰어난 재략(才略)으로 제갈양(諸葛亮)에게 중용(重用)되었으나, 가정(街亭)의 싸움에서 위(魏)에게 패하니, 제갈양이 눈물을 흘리며 마속을 참(斬)한 고사(古事)가 있음.
  • [註 205] 견거(牽裾) : 위(魏)나라 문제(文帝) 때 시중(侍中) 신비(辛毗)가 기주(冀州)의 사졸가(土卒家) 10만 호(戶)를 하남(河南)으로 옮기려는 문제의 결정에 대하여 불가함을 들어 그릇됨을 간하였으나, 문제가 듣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안으로 들어가려 하므로, 신비가 옷자락을 끌어 당기면서 버티고 직간하여 결국 절반만 옮겼다는 고사(古事)로, 임금이 물리쳐도 끝까지 버티고 간언하는 것을 말함.

원문

○己酉/上行召對。 兵曹判書朴文秀、訓鍊大將具聖任同入。 講訖, 上問閱武時笏記事。 文秀對訖, 與聖任論節目間事, 互主己見, 仍以發怒於上前, 叱罵爾汝, 辭氣悖戾, 承旨請推, 上欲兩解之, 敎曰: "兩虎共鬪, 古語有之。 以多氣之文秀, 麤豪之聖任, 互欲角勝, 上殿雖無禮, 下殿可能相忘乎?" 遂縷縷諭釋之。 兩臣猶紛爭不已, 上曰: "今日事, 不可使聞於隣國也。" 文秀曰: "今已夜深, 請退出。" 仍解納將符而出。 翌日庚戌, 上召大臣、備堂, 先及兩人事, 敎曰: "此亦黨心也。 朝臣若有扶抑於其間, 則其弊將至於將臣分黨。 予欲竝以軍律梟示兩臣, 以懲黨習。" 於是, 大臣、備堂及臺諫、承旨等皆言: "兩臣壞損朝體之罪, 固宜嚴處, 而軍律則不相襯也。" 上命史官往詢於領、右相之在家未入對者, 其言亦與諸臣同。 上猶欲施軍律, 諸臣固爭。 至暮左議政宋寅明曰: "凡處分得當, 則雖輕罰, 亦可服人。 何必以殺戮, 懲創人耶?" 上沈吟良久, 拍案曰: "當爲卿等勉從之。" 又曰: "予欲效諸葛亮垂涕斬馬謖之故事, 而今未果也。 然若有眞爲黨習者, 卿等雖牽裾爭之, 予豈貸之哉?" 仍問當用何律, 僉曰: "不過削職而止耳。" 上竝命削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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