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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13권, 숙종 8년 12월 22일 을미 3/4 기사 / 1682년 청 강희(康熙) 21년

집의 한태동 등이 김익훈의 일에 대하여 형률이 당연성을 잃었다고 말하다

국역

집의(執義) 한태동(韓泰東)·장령 안식·지평 유득일이 김익훈(金益勳)의 일에 대하여 형률(刑律)을 의논한 것이 당연성을 잃어, 공의(公議)로부터 배척을 당하고도 인피(引避)하여 퇴대(退待)하지 아니하고, 김익훈에게 삭탈 관작(削奪官爵)과 문외 출송(門外黜送)의 형률을 더해서, 말을 첨가하여 말하기를,

"김익훈의 옛날부터의 간특(奸慝)한 정상은 자세히 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인연을 타고 몽롱하게 변화시켜, 요행히 훈적(勳籍)에 참여하여서는, 권귀(權貴)를 의지하고 받들어, 분수에 걸맞지 않는 대장의 직임을 차지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놀라와하고 군사들은 마음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의 형세는 뿌리가 깊고 기세가 타오르는 불꽃과 같아서, 그의 마음을 건드렸다가는 밀려나게 되고, 아첨하여 붙좇으면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모두 눈을 흘기면서도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지금 공(功)을 탐내어 비뚤어진 마음을 가졌고, 공사(公事)를 핑계삼아 염치가 없다는 비방이 있으니, 국론(國論)이 들끓고 공의(公議)가 날로 격하여지고 있습니다. 만일 엄히 징치(懲治)하지 않으면, 조정의 기강을 엄숙하게 하고 백성들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답하기를,

"처음에는 아방(兒房)에서 은밀히 아뢴 것을 트집하여, 억지로 사실 무근한 말을 씌우다가, 이를 계기로 하여 차츰 과격해져서, 하나의 죄안(罪案)을 첨가시키고 방자히 깔보며 업신여기기를 종[輿儓]처럼 하고 있으니, 어찌 이다지도 집요하게 증오하며, 하는 말에 있어서도 전혀 가려서 하지 않는 것이 이다지 심하단 말이냐? ‘간특하다.’ 느니 ‘변화시켰다.’ 느니 ‘타오르는 불꽃 같다.’ 느니 ‘눈을 흘긴다.’ 느니 하는 말들은, 모두 신하로서 극형에 해당하는 죄목들이다. 더구나 지난번의 대장 직임의 천거는 대신들이 한 것인데, ‘권귀에게 의지하고 받들었다.’는 말은 더더욱 놀랄 말이다. 빨리 정지하여 번거롭게 하지 말라."

하였다. 한태동이 인피(引避)하여 말하기를,

"김익훈이 당초에 은밀히 아뢴 것은 실로 놀랄 만한 일입니다. 전익대(全翊戴) 등을 시켜 과연 그러한 일이 있었고, 김익훈이 참여하여 그 내용을 알았다면, 신하된 자로서 어찌 감히 일각(一刻)인들 묻어 두고, 사사로이 구류하여 몇 날을 숨기었다가, 끝에 이르러서 역변(逆變)을 핑계하여 대신 아뢰게 하겠습니까? 하는 짓도 옳지 않고 마음 씀도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국문(鞫問)에 이르러 여러 사람들로부터 끝내 찾을 만한 단서가 발견되지 아니하자, 속셈은 저절로 깨어지고 수족(手足)들도 모두 노출되었습니다. 여항(閭巷) 사이에는 논설(論說)이 낭자하고, 인심(人心)이 따르지 아니하며, 공의(公議)가 점점 격하여져서, 사대부(士大夫)들은 서로 만나 놀라움과 탄식을 나누며, 나라의 운명을 근심하기까지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걱정스런 상황들을 유독 전하께서만 듣지 못하고 계실 뿐입니다.

사람의 거짓과 진실이 의심스럽고 분명하지 않은 때는, 군자의 도리로서 거꾸로 보거나 억지로 헤아려서는 절대 안됩니다. 김익훈의 이번 일은 이전 투구(泥田鬪狗)와 다를 바 없어 그 자취를 감추기 어렵고, 삼척 동자도 환히 알 수 있는 바입니다. 본부(本府)에서 하는 이러한 말들은, 근거 없는 말로써 억지로 애매하게 덮어씌우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간특’이란 두 자에 대해서도 신이 홀로 한 말이 아닙니다. 김익훈의 평생 몸가짐에 대한 일들은 사람들의 눈과 귀에 퍼져 있어, 천한 하인들까지도 다 아는 말입니다. 신은 현저하게 드러난 것 중에서 더욱 심한 것들을 대략 말씀해 올리겠습니다. 김익훈이 문벌(門閥)을 의지하고 백도(白徒)491) 로서 떨쳐 일어나, 기록할 만한 작은 선행(善行)도 없는데, 아마도 악행(惡行)이라곤 한 가지도 갖추지 않은 것이 없을 것입니다.

역적 집안의 재산에 침을 흘려 그 아내[婦]492) 까지 차지하였고, 문사(文士)의 글을 움켜쥐고 그 집안 사람들을 가두었습니다. 상신(相臣)이 타는 말에 손수 편자를 박아 주겠다고 말였으니, 천고(千古)의 아첨꾼에게 일찍이 이러한 일은 없었습니다. 경감하여 준 세금을 독촉하여 제집으로 싣고 가게 하였으니, 한 세상의 욕심꾸러기도 감히 하지 못할 일입니다. 그밖의 간음(奸淫)한 행위와 더럽고 야비한 짓들은, 사람마다 모두 그 귀를 더럽히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찌 주달(奏達)하는 글을 더럽히겠습니까? 그 중에서 더욱 분통이 터지는 일은 갑인년493) 이후의 일입니다. 간흉들이 나라의 정권을 잡으니, 한 시대의 선비들이 사방으로 달아나 숨고, 비록 하찮은 낮은 벼슬아치라 하더라도 차마 당로(當路)에 찾아가 벼슬을 얻으려 하지 못하였는데, 김익훈은 유현(儒賢)494) 의 손자로서 교목 세가(喬木世家)495) 에서 자라나, 욕된 짓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역적 허적(許積)에게 붙어 노복보다 더한 아첨을 하였고, 골육보다 더 은혜롭고 정이 깊었습니다. 이러한 인연을 타서 대장의 발탁에까지 이르렀고, 숨을 죽이고 기회를 엿보아 몽롱하게 변화시켜 추후로 녹훈(錄勳)을 차지하려 참람히 공신의 칭호를 받았습니다.

설사 김익훈에게 그 때 조그마한 작은 공로가 있었다 하여도, 팽총(彭寵)의 자밀(子密)496) 입니다.

훈반(勳班)에 두고서 그 녹이나 잃지 않게 해 주는 것으로도 충분할 일입니다. 대장의 직임이 얼마나 마음을 기울여야 하는 자리인데, 일개의 보잘것없는 간특하고 비루한 사람에게 이 자리를 역임케 하시어, 한 나라의 운명을 맡아 삼군(三軍)을 호령케 한단 말입니까? 그는 대장의 자리를 차지하고서부터 더욱 꺼리거나 뒤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장관(將官)을 임명하려면 값을 흥정하여 돈을 받고, 비청(裨廳)497) 을 핑계삼아 많은 군비(軍費)를 축냈습니다. 그러므로 군사들은 마음을 주지 아니하고 사람들의 공론이 자자합니다. 오직 그의 일가붙이들만이 꽉 들어차 세력을 형성하고 위엄을 세우고 있으므로, 온 세상이 눈을 부릅뜨며 말을 삼키고 있습니다. 한 무리의 미천하고 경박한 자들만이 그의 위풍을 바라보고 몸을 의탁하여,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그의 은택을 엿보아 특별히 발탁되거나 승진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그의 위세가 타오르는 불꽃과 같은 실상이 아니겠습니까?"

하였다. 안식(安烒)과 유득일(兪得一)도 연명(聯名)하여 인피(引避)하였으나, 임금이 사직하지 말라고 답하였다. 한태동(韓泰東) 등은 함께 퇴대(退待)하지 않았다.

  • [註 491] 백도(白徒) : 과거를 거치지 않은 사람.
  • [註 492] 아내[婦] : 허견(許堅)의 첩(妾)을 이름.
  • [註 493] 갑인년 : 1674 현종 15년.
  • [註 494] 유현(儒賢) : 문묘(文廟)에 배향된 김장생(金長生)을 이름.
  • [註 495] 교목 세가(喬木世家) : 여러 대로 문벌이 높은 집안.
  • [註 496] 팽총(彭寵)의 자밀(子密) : 팽총은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때 사람. 광무제를 도와 큰 공을 세워으나 내린 상이 마음에 차지 않자, 반역을 꾀해 군사를 일으켰으나 그의 노복(奴僕)인 자밀(子密)에게 살해되었음.
  • [註 497] 비청(裨廳) : 군관(軍官)의 청사.

원문

○執義韓泰東、掌令安烒、持平兪得一以金益勳事擬律乖當, 見非公議, 引避, 不退待。 仍加削奪官爵, 門外黜送之律, 添入措語曰: "益勳之舊奸宿慝, 不必縷陳, 而夤緣幻現, 倖參勳籍, 攀附承託, 濫居將任, 物情俱駭。 軍心未附, 而惟其形勢根據, 氣焰薰熾, 觸忤逢擠, 媚附見容, 故人皆側目, 莫敢開喙。 況今貪功而有不正之心; 托公而有不廉之誚, 國言沸騰, 公議日激。 若不痛加懲治, 無以振肅朝綱, 鎭服人心。" 答曰: "初因兒房密啓, 勒加情外之說, 而因此轉激, 添一罪案, 恣意凌踏, 有同輿儓, 是何偏惡, 而遣辭之全不擇發, 至此之甚耶? 奸慝、幻現、熏熾、側目等語, 罔非人臣之極罪, 而況伊時薦擬將任, 乃是大臣攀附承托之說, 尤可駭異也。 亟停勿煩。" 泰東仍引避曰: "益勳之當初密啓, 實是可駭之擧。 使翊戴等果有實狀, 而益勳得與聞知, 則爲臣子者, 何敢一刻匿置, 而私自拘留, 累日掩伏? 末乃託變代告, 擧措不正, 情態叵測。 及至鞫問諸人, 終無端緖之可尋, 肝肺自破, 手足盡露。 閭巷之間, 論說狼藉, 人心不服, 公議彌激。 士大夫相對, 則錯愕駭歎, 至以國脈爲憂, 此等爻象, 獨殿下未之聞耳。 人之情僞, 若在響像疑似之際, 則君子之道, 固不可逆探强揣。 如益勳此事, 無異泥獸之鬪, 其迹難掩, 三尺童子, 亦所覷破, 則本府此論, 元非以無據之說, 勒加於情外者也。 至於奸慝二字, 亦非臣之私言也。 益勳平生行己之迹, 布在耳目, 輿儓之賤, 亦能誦說, 臣略言最著而尤甚者。 益勳依藉門閥, 起身白徒, 無片善之可錄, 恐一惡之不備。 至於涎垂逆家之財而取其婦; 手攫文士之稿而囚其家, 相臣之騎, 躬請加鐵, 則千古諂媚之夫, 未嘗有此。 蠲減之稅, 督輸歸家, 則一世貪縱之徒, 所不敢爲。 其他奸淫之行, 汚鄙之習, 人皆不欲汚諸耳孔, 豈可瀆陳於奏達文字乎? 其益可痛者, 甲寅以後, 奸凶秉國, 一時士流, 奔逬四出, 雖微蹤末品, 亦不忍趨走當路, 以圖進取。 而益勳以儒賢之孫, 生喬木之家, 不羞忝辱, 依附賊積, 媚悅甚於僕隷, 恩情愈於骨肉。 寅緣攀援, 擢至閫任, 覘候揣息, 變幻逃閃, 追占勳錄, 冒帶功號。 設使益勳伊時有一分微勞, 亦彭寵之子密也。 置之勳班, 使不失其祿足矣。 大將之任, 何等注意之地, 而使一無狀奸鄙之人, 歷試至此, 司一國之命而令三軍之士乎? 自居將任, 益無顧憚。 差除將官, 諧價受銀, 托稱裨廳, 廣費軍貨, 士心未附, 人言藉藉, 而惟其宗黨盤據, 勢成威立, 擧世睽睽, 呑默不言。 乃如一種汚賤冒沒之倫, 望風托迹, 不識羞恥, 沾丐餘澤, 顯蒙升拔, 此非熏熾之實乎?" 烒、得一亦聯名引避, 上答以勿辭。 泰東等竝不退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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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13권, 숙종 8년 12월 22일 을미 3/4 기사 / 1682년 청 강희(康熙) 21년

집의 한태동 등이 김익훈의 일에 대하여 형률이 당연성을 잃었다고 말하다

국역

집의(執義) 한태동(韓泰東)·장령 안식·지평 유득일이 김익훈(金益勳)의 일에 대하여 형률(刑律)을 의논한 것이 당연성을 잃어, 공의(公議)로부터 배척을 당하고도 인피(引避)하여 퇴대(退待)하지 아니하고, 김익훈에게 삭탈 관작(削奪官爵)과 문외 출송(門外黜送)의 형률을 더해서, 말을 첨가하여 말하기를,

"김익훈의 옛날부터의 간특(奸慝)한 정상은 자세히 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인연을 타고 몽롱하게 변화시켜, 요행히 훈적(勳籍)에 참여하여서는, 권귀(權貴)를 의지하고 받들어, 분수에 걸맞지 않는 대장의 직임을 차지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놀라와하고 군사들은 마음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의 형세는 뿌리가 깊고 기세가 타오르는 불꽃과 같아서, 그의 마음을 건드렸다가는 밀려나게 되고, 아첨하여 붙좇으면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모두 눈을 흘기면서도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지금 공(功)을 탐내어 비뚤어진 마음을 가졌고, 공사(公事)를 핑계삼아 염치가 없다는 비방이 있으니, 국론(國論)이 들끓고 공의(公議)가 날로 격하여지고 있습니다. 만일 엄히 징치(懲治)하지 않으면, 조정의 기강을 엄숙하게 하고 백성들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답하기를,

"처음에는 아방(兒房)에서 은밀히 아뢴 것을 트집하여, 억지로 사실 무근한 말을 씌우다가, 이를 계기로 하여 차츰 과격해져서, 하나의 죄안(罪案)을 첨가시키고 방자히 깔보며 업신여기기를 종[輿儓]처럼 하고 있으니, 어찌 이다지도 집요하게 증오하며, 하는 말에 있어서도 전혀 가려서 하지 않는 것이 이다지 심하단 말이냐? ‘간특하다.’ 느니 ‘변화시켰다.’ 느니 ‘타오르는 불꽃 같다.’ 느니 ‘눈을 흘긴다.’ 느니 하는 말들은, 모두 신하로서 극형에 해당하는 죄목들이다. 더구나 지난번의 대장 직임의 천거는 대신들이 한 것인데, ‘권귀에게 의지하고 받들었다.’는 말은 더더욱 놀랄 말이다. 빨리 정지하여 번거롭게 하지 말라."

하였다. 한태동이 인피(引避)하여 말하기를,

"김익훈이 당초에 은밀히 아뢴 것은 실로 놀랄 만한 일입니다. 전익대(全翊戴) 등을 시켜 과연 그러한 일이 있었고, 김익훈이 참여하여 그 내용을 알았다면, 신하된 자로서 어찌 감히 일각(一刻)인들 묻어 두고, 사사로이 구류하여 몇 날을 숨기었다가, 끝에 이르러서 역변(逆變)을 핑계하여 대신 아뢰게 하겠습니까? 하는 짓도 옳지 않고 마음 씀도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국문(鞫問)에 이르러 여러 사람들로부터 끝내 찾을 만한 단서가 발견되지 아니하자, 속셈은 저절로 깨어지고 수족(手足)들도 모두 노출되었습니다. 여항(閭巷) 사이에는 논설(論說)이 낭자하고, 인심(人心)이 따르지 아니하며, 공의(公議)가 점점 격하여져서, 사대부(士大夫)들은 서로 만나 놀라움과 탄식을 나누며, 나라의 운명을 근심하기까지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걱정스런 상황들을 유독 전하께서만 듣지 못하고 계실 뿐입니다.

사람의 거짓과 진실이 의심스럽고 분명하지 않은 때는, 군자의 도리로서 거꾸로 보거나 억지로 헤아려서는 절대 안됩니다. 김익훈의 이번 일은 이전 투구(泥田鬪狗)와 다를 바 없어 그 자취를 감추기 어렵고, 삼척 동자도 환히 알 수 있는 바입니다. 본부(本府)에서 하는 이러한 말들은, 근거 없는 말로써 억지로 애매하게 덮어씌우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간특’이란 두 자에 대해서도 신이 홀로 한 말이 아닙니다. 김익훈의 평생 몸가짐에 대한 일들은 사람들의 눈과 귀에 퍼져 있어, 천한 하인들까지도 다 아는 말입니다. 신은 현저하게 드러난 것 중에서 더욱 심한 것들을 대략 말씀해 올리겠습니다. 김익훈이 문벌(門閥)을 의지하고 백도(白徒)491) 로서 떨쳐 일어나, 기록할 만한 작은 선행(善行)도 없는데, 아마도 악행(惡行)이라곤 한 가지도 갖추지 않은 것이 없을 것입니다.

역적 집안의 재산에 침을 흘려 그 아내[婦]492) 까지 차지하였고, 문사(文士)의 글을 움켜쥐고 그 집안 사람들을 가두었습니다. 상신(相臣)이 타는 말에 손수 편자를 박아 주겠다고 말였으니, 천고(千古)의 아첨꾼에게 일찍이 이러한 일은 없었습니다. 경감하여 준 세금을 독촉하여 제집으로 싣고 가게 하였으니, 한 세상의 욕심꾸러기도 감히 하지 못할 일입니다. 그밖의 간음(奸淫)한 행위와 더럽고 야비한 짓들은, 사람마다 모두 그 귀를 더럽히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찌 주달(奏達)하는 글을 더럽히겠습니까? 그 중에서 더욱 분통이 터지는 일은 갑인년493) 이후의 일입니다. 간흉들이 나라의 정권을 잡으니, 한 시대의 선비들이 사방으로 달아나 숨고, 비록 하찮은 낮은 벼슬아치라 하더라도 차마 당로(當路)에 찾아가 벼슬을 얻으려 하지 못하였는데, 김익훈은 유현(儒賢)494) 의 손자로서 교목 세가(喬木世家)495) 에서 자라나, 욕된 짓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역적 허적(許積)에게 붙어 노복보다 더한 아첨을 하였고, 골육보다 더 은혜롭고 정이 깊었습니다. 이러한 인연을 타서 대장의 발탁에까지 이르렀고, 숨을 죽이고 기회를 엿보아 몽롱하게 변화시켜 추후로 녹훈(錄勳)을 차지하려 참람히 공신의 칭호를 받았습니다.

설사 김익훈에게 그 때 조그마한 작은 공로가 있었다 하여도, 팽총(彭寵)의 자밀(子密)496) 입니다.

훈반(勳班)에 두고서 그 녹이나 잃지 않게 해 주는 것으로도 충분할 일입니다. 대장의 직임이 얼마나 마음을 기울여야 하는 자리인데, 일개의 보잘것없는 간특하고 비루한 사람에게 이 자리를 역임케 하시어, 한 나라의 운명을 맡아 삼군(三軍)을 호령케 한단 말입니까? 그는 대장의 자리를 차지하고서부터 더욱 꺼리거나 뒤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장관(將官)을 임명하려면 값을 흥정하여 돈을 받고, 비청(裨廳)497) 을 핑계삼아 많은 군비(軍費)를 축냈습니다. 그러므로 군사들은 마음을 주지 아니하고 사람들의 공론이 자자합니다. 오직 그의 일가붙이들만이 꽉 들어차 세력을 형성하고 위엄을 세우고 있으므로, 온 세상이 눈을 부릅뜨며 말을 삼키고 있습니다. 한 무리의 미천하고 경박한 자들만이 그의 위풍을 바라보고 몸을 의탁하여,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그의 은택을 엿보아 특별히 발탁되거나 승진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그의 위세가 타오르는 불꽃과 같은 실상이 아니겠습니까?"

하였다. 안식(安烒)과 유득일(兪得一)도 연명(聯名)하여 인피(引避)하였으나, 임금이 사직하지 말라고 답하였다. 한태동(韓泰東) 등은 함께 퇴대(退待)하지 않았다.

  • [註 491] 백도(白徒) : 과거를 거치지 않은 사람.
  • [註 492] 아내[婦] : 허견(許堅)의 첩(妾)을 이름.
  • [註 493] 갑인년 : 1674 현종 15년.
  • [註 494] 유현(儒賢) : 문묘(文廟)에 배향된 김장생(金長生)을 이름.
  • [註 495] 교목 세가(喬木世家) : 여러 대로 문벌이 높은 집안.
  • [註 496] 팽총(彭寵)의 자밀(子密) : 팽총은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때 사람. 광무제를 도와 큰 공을 세워으나 내린 상이 마음에 차지 않자, 반역을 꾀해 군사를 일으켰으나 그의 노복(奴僕)인 자밀(子密)에게 살해되었음.
  • [註 497] 비청(裨廳) : 군관(軍官)의 청사.

원문

○執義韓泰東、掌令安烒、持平兪得一以金益勳事擬律乖當, 見非公議, 引避, 不退待。 仍加削奪官爵, 門外黜送之律, 添入措語曰: "益勳之舊奸宿慝, 不必縷陳, 而夤緣幻現, 倖參勳籍, 攀附承託, 濫居將任, 物情俱駭。 軍心未附, 而惟其形勢根據, 氣焰薰熾, 觸忤逢擠, 媚附見容, 故人皆側目, 莫敢開喙。 況今貪功而有不正之心; 托公而有不廉之誚, 國言沸騰, 公議日激。 若不痛加懲治, 無以振肅朝綱, 鎭服人心。" 答曰: "初因兒房密啓, 勒加情外之說, 而因此轉激, 添一罪案, 恣意凌踏, 有同輿儓, 是何偏惡, 而遣辭之全不擇發, 至此之甚耶? 奸慝、幻現、熏熾、側目等語, 罔非人臣之極罪, 而況伊時薦擬將任, 乃是大臣攀附承托之說, 尤可駭異也。 亟停勿煩。" 泰東仍引避曰: "益勳之當初密啓, 實是可駭之擧。 使翊戴等果有實狀, 而益勳得與聞知, 則爲臣子者, 何敢一刻匿置, 而私自拘留, 累日掩伏? 末乃託變代告, 擧措不正, 情態叵測。 及至鞫問諸人, 終無端緖之可尋, 肝肺自破, 手足盡露。 閭巷之間, 論說狼藉, 人心不服, 公議彌激。 士大夫相對, 則錯愕駭歎, 至以國脈爲憂, 此等爻象, 獨殿下未之聞耳。 人之情僞, 若在響像疑似之際, 則君子之道, 固不可逆探强揣。 如益勳此事, 無異泥獸之鬪, 其迹難掩, 三尺童子, 亦所覷破, 則本府此論, 元非以無據之說, 勒加於情外者也。 至於奸慝二字, 亦非臣之私言也。 益勳平生行己之迹, 布在耳目, 輿儓之賤, 亦能誦說, 臣略言最著而尤甚者。 益勳依藉門閥, 起身白徒, 無片善之可錄, 恐一惡之不備。 至於涎垂逆家之財而取其婦; 手攫文士之稿而囚其家, 相臣之騎, 躬請加鐵, 則千古諂媚之夫, 未嘗有此。 蠲減之稅, 督輸歸家, 則一世貪縱之徒, 所不敢爲。 其他奸淫之行, 汚鄙之習, 人皆不欲汚諸耳孔, 豈可瀆陳於奏達文字乎? 其益可痛者, 甲寅以後, 奸凶秉國, 一時士流, 奔逬四出, 雖微蹤末品, 亦不忍趨走當路, 以圖進取。 而益勳以儒賢之孫, 生喬木之家, 不羞忝辱, 依附賊積, 媚悅甚於僕隷, 恩情愈於骨肉。 寅緣攀援, 擢至閫任, 覘候揣息, 變幻逃閃, 追占勳錄, 冒帶功號。 設使益勳伊時有一分微勞, 亦彭寵之子密也。 置之勳班, 使不失其祿足矣。 大將之任, 何等注意之地, 而使一無狀奸鄙之人, 歷試至此, 司一國之命而令三軍之士乎? 自居將任, 益無顧憚。 差除將官, 諧價受銀, 托稱裨廳, 廣費軍貨, 士心未附, 人言藉藉, 而惟其宗黨盤據, 勢成威立, 擧世睽睽, 呑默不言。 乃如一種汚賤冒沒之倫, 望風托迹, 不識羞恥, 沾丐餘澤, 顯蒙升拔, 此非熏熾之實乎?" 烒、得一亦聯名引避, 上答以勿辭。 泰東等竝不退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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