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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13권, 숙종 8년 4월 3일 경진 2/3 기사 / 1682년 청 강희(康熙) 21년

대신과 비국 재신을 인견하여, 군제 변통 등의 일을 논의하다

국역

대신(大臣)과 비국(備局)의 재신(宰臣)들을 인견(引見)하였다. 영의정(領議政) 김수항(金壽恒)이 말하기를,

"군제(軍制)를 변통하는 일은 해조(該曹)에서 이미 아뢰어 계하(啓下)하셨는데, 이대로 시행하면 군제가 조금 나아지고 비용을 더는 것도 많겠으나, 정초(精抄)·별대(別隊)를 통틀어 한 군(軍)을 만드는 것은 큰 변통에 관계되는 일이고, 또 금위영(禁衞營)이라 칭한 뒤에 다른 폐단이 없지도 않을까 염려되므로, 상세히 살펴서 하지 않아서는 안되겠습니다. 좌상(左相)이 봉사(奉使)하고 겨우 돌아왔으므로 미처 상의하지 못하였으니, 뒤에 일제히 의논하여 여쭈어서 정해야 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해조(該曹)의 절목(節目)은 자못 상세히 갖추어진 듯하나, 좌상(左相)과 상의하여 결정하여도 늦지 않다."

하였다. 우의정(右議政) 이상진(李尙眞)이 말하기를,

"금위영이라 칭하고 수어청(守禦廳)·총융청(摠戎廳) 두 청(廳)의 규례처럼 둔전(屯田)을 설치하면, 그 폐단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니, 병조 판서(兵曹判書) 김석주(金錫胄)가 말하기를,

"수어청·총융청 두 청은 국가에서 획급(劃給)한 것이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둔전(屯田)을 설치하였으나, 정초(精抄)·별대(別隊)에는 이미 원군보(元軍保)가 있으니, 이것은 염려할 것 없겠습니다."

하였다. 이상진이 말하기를,

"송시열(宋時烈)이 여러번 월름(月廩)을 사양하고 끝내 받지 않으니, 그 월름을 거두고 때때로 먹을 것을 내려서 그 급한 것을 도와 주는 것만 못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윤허하였다. 이상진이 말하기를,

"고(故) 판서(判書) 송준길(宋浚吉)에게는 이미 증시(贈諡)하였으나, 그 손자 송병문(宋炳文)은 집이 가난하고 녹(祿)이 적어서 영시(迎諡)에 드는 것을 장만하지 못하니, 한 고을을 맡는 직임을 제수(除授)해야 하겠습니다."

하고, 김수항이 이어서 말하고, 송병문은 이조 판서(吏曹判書) 이숙(李䎘)과 인혐(姻嫌)이 있어서 의망(擬望)할 수 없다는 연유를 아뢰자, 이상진이 상격(常格)에 얽매이지 말고 비의(備擬)093) 시키기를 청하니, 윤허하였다. 이숙이 말하기를,

"광흥 주부(廣興主簿) 김만준(金萬埈)은 선정신(先正臣) 김장생(金長生)의 봉사손(奉祀孫)인데, 전에 수령(守令)을 제수하라는 분부가 계셨으나, 그때에는 다만 6품(品)으로 천전(遷轉)하는 것으로 승전(承傳)을 받았으니, 이제 다시 하교(下敎)가 계셔야 수령에 의망할 수 있습니다."

하니, 임금이 송병문과 마찬가지로 비의하라고 명하였다. 호조 판서(戶曹判書) 윤계(尹堦)가 말하기를,

"대사헌(大司憲) 이민서(李敏敍)가 각 아문(衙門)과 여러 궁가(宮家)와 각영(各營)·각읍(各邑)에서 관장하는 어전(漁箭)·염분(鹽盆)·선척(船隻)을 낱낱이 조사해 내고, 따로 설국(設局)하여 구관(句管)하기를 바라는 뜻으로 상소하였는데, 설국하여 구처(區處)하는 것은 중대한 일에 관계될 듯하므로 본조(本曹)에서 바로 잡으려 하였으나, 따로 분부하는 일이 없으면 감사(監司)·수령(守令)이 착실히 거행하지 않을 것이니, 강명(剛明)한 차사원(差使員)을 따로 정하여 낱낱이 조사해 내어 성책(成冊)하여 올려보내게 하여 빠뜨릴 걱정이 없게 하소서."

하고, 김수항이 말하기를,

"차사원을 따로 보내면 반드시 소요할 듯하니, 도신(道臣)을 시켜 조용히 조사해 신보(申報)하게 해야 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형조 판서(刑曹判書) 이익(李翊)이 말하기를,

"신명억(愼明億)이라는 자는 승중(承重)한 조모(祖母)의 상(喪)을 당하여 발인(發靷)하기 하루 전에 흑립(黑笠)을 쓰고 창기(娼妓)의 집에 가서 자다가 무뢰배(無賴輩)에게 죽었습니다. 이것은 본디 인륜(人倫)에 죄를 얻었으므로 사람마다 죽일 수 있는 것이니, 이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목숨으로 갚지는 않아야 할 것인데, 고발되어 갇힌 사람이 모두 열 두 사람이고, 한 사람은 마침내 신장(訊杖)을 맞다가 죽었으므로 억울하기가 막심합니다. 도리어 일이 살옥(殺獄)에 관계되기 때문에 해조(該曹)에서 감히 놓아 보낼 것을 곧바로 청할 수 없으니, 대신에게 물어서 처치해야 하겠습니다."

하고, 김수항이 말하기를,

"살옥(殺獄)이 중하기는 하나, 신명억은 이미 인륜(人倫)에 죄를 얻었고, 옥사(獄事) 또한 단서가 없으므로 줄곧 가두어 둘 수 없으니, 놓아 보내도 무방하겠습니다."

하고, 이상진김수항의 말과 같이 대답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신명억의 죄상은 참으로 몹시 통분하고 놀랍다. 정범(正犯)을 찾았더라도 대살(代殺)할 수 없을 듯하다. 이 때문에 갇혀 있는 자는 모두 곧 놓아 보내라."

하였다. 이익이 말하기를,

"전 참봉(參奉) 신면(申勉)애봉(愛奉)이라는 자를 장살(杖殺)하였으므로, 애봉의 아내 옥례(玉禮)가 그 분을 이기지 못하여 신면의 이마를 때려 다치게 하였는데, 다친 지 열 엿새 만에 죽자, 그 아들 신광정(申光井)이 관에 송사하였습니다. 옥례 및 애봉의 아우 애선(愛先)·애남(愛男)을 다 가두고 형신(刑訊)하였는데, 애남은 이미 형신을 받다가 죽었고, 애선도 열 두 차례 형신을 받았습니다. 일이 몹시 원통하므로 그 아비가 격쟁(擊錚)094) 함에 따라 이미 복계(覆啓)하여 석방되었는데, 옥례는 죽어야 할 사람을 마음대로 죽였으므로 본디 사죄(死罪)가 아니고, 그 지아비의 원수를 갚은 것이니, 또한 용서할 방도가 있을 것입니다."

하자, 김수항은 말하기를,

"신(臣)이 지난해에 이 일 때문에 의논을 올려 신면(申勉)이 억울하다는 꼬투리를 대략 언급하였으나, 이제 형관(刑官)의 말을 들으니 참으로 주장하는 바가 있으므로, 신이 의논 올린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다시 어찌 감히 의논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이상진은 말하기를,

"옥례신면을 때려서 다치게 한 것이 이미 지아비의 원수를 갚은 것이고 보면, 본디 죄줄 수 없는 것이니, 특별히 놓아 보내야 하겠습니다."

하고, 김석주는 말하기를,

"옥례는 이미 원수를 갚은 것이고 보면 본디 대살(代殺)할 수는 없으나, 관에 고하지 않고 마음대로 죽인 것은 절로 그 율(律)이 있으니, 전석(全釋)할 수 없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김석주의 말에 따라 마음대로 죽인 율[擅殺之律]을 시행하라고 명하였다. 김수항이 말하기를,

"상인첨(尙仁詹)은 탐장(貪贓)이 낭자(狼藉)하므로, 대신들이 다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성상께서 사형을 감면하여 정배(定配)하라는 명이 계셨으니, 신은 장법(贓法)이 엄하지 않아서 간사한 자들이 장차 꺼리는 것이 없어질까 염려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상인첨의 죄는 윤창형(尹昌亨)과 차이가 있을 듯하다."

하자, 이상진이 말하기를,

"장물(贓物)이 많고 적은 것은 그 고을이 크고 작은 데에 따라 그 정상을 논하니, 그 처지를 바꾸어 보면 다 마찬가지인데, 어찌 윤창형과 다르다 하여 조금이라도 그 율을 가볍게 할 수 있겠습니까?"

하였으니, 임금이 답하지 않았다. 당초에 윤창형이 제주 목사(濟州牧使)이고 상인첨이 정의 현감(旌義縣監)이었을 때 섬 백성을 침학(侵虐)하고 관물(官物)을 훔치며 또 말 수십 필을 보내어 윤휴(尹鑴)·오시수(吳始壽)·민희(閔熙)와 그 밖의 권귀(權貴)의 집에 뇌물을 보냈다. 최관(崔寬)이 갈음하여 목사(牧使)가 되어서 치계(馳啓)하여 아뢰니, 국가에서 따로 어사(御史)를 보내어 안핵(按覈)하여 왔는데, 상인첨이 그 아들을 시켜 격고(擊鼓)하여 억울함을 말하므로, 판의금(判義禁) 여성제(呂聖齊) 등이 본읍(本邑)을 시켜 다시 살피기를 청하여 임금이 윤허하니, 상인첨이 갖가지[百般]로 교묘한 술책을 부리고 읍리(邑吏)에게 부탁하여 어사가 살펴서 아뢴 것을 많이 뒤집었으나, 말이 다 군색하고 사실에 어그러졌다. 이정영(李正英)이 갈음하여 판의금이 되어 상인첨의 죄는 사형에 이르지 않아야 한다고 힘껏 말하여 사형을 감면하여 정배(定配)하기를 청하므로, 임금이 대신에게 의논하자, 김수항·이상진민정중(閔鼎重)·김수흥(金壽興)이 모두 안 된다고 주장하였으나, 임금이 마침내 이정영의 말에 따라 특별히 사형을 감면하게 하였으므로, 김수항이 또 말하고, 헌부(憲府)에서도 아뢰어 쟁집(爭執)하였으나, 들어주지 않았다.

  • [註 093] 비의(備擬) : 의망(擬望)을 갖춤. 망(望:후보자)을 천거하는 데에 갖추어 넣는 것, 곧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적어 넣어 임금에게 아뢰는 것.
  • [註 094] 격쟁(擊錚) : 조선조 때 원통한 일이 있는 사람이 임금에게 하소연하기 위하여 거둥하는 길가에서 징이나 꽹과리를 쳐서 하문(下問)을 기다리던 일.

원문

○引見大臣、備局諸宰。 領議政金壽恒曰: "軍制變通事, 自該曹旣已啓下。 若依此施行, 則軍制差勝, 省費亦多, 而精抄、別隊通爲一軍, 事係大變通。 且旣稱禁衛營之後, 恐不無別樣弊端, 不可不詳審爲之。 左相奉使纔還, 未及相議, 從當齊議稟定矣。" 上曰: "該曹節目, 頗似詳備, 而與左相商議定奪未晩。" 右議政李尙眞曰: "若稱禁衛營, 而如守禦、摠戎兩廳之規, 設置屯田, 則其弊必不貲矣。" 兵曹判書金錫冑曰: "守禦、摠戎兩廳, 則自朝家無劃給之物, 不得不設置屯田, 而精抄、別隊則旣有元軍保, 此不必爲慮。" 尙眞曰: "宋時烈屢辭月廩終不受, 不如輟其月廩, 時賜食物, 以周其急。" 上允之。 尙眞曰: "故判書宋浚吉旣已贈謚, 其孫炳文家貧, 祿薄不能辦迎謚之需, 宜除一縣。" 壽恒繼以爲言, 仍陳炳文與吏曹判書李䎘有姻嫌, 不得擬望之由。 尙眞請勿拘常格, 使之備擬, 許之。 曰: "廣興主簿金萬埈卽先正臣金長生奉祀孫也。 曾有守令除授之敎, 而其時只以六品遷轉捧承傳。 今須更有下敎, 可擬守令。" 上命與炳文, 一體備擬。 戶曹判書尹堦曰: "大司憲李敏叙以各衙門、諸宮家、諸營、各邑所管漁箭、鹽盆、船隻一一査出, 別爲設局句管之意陳疏, 而設局區處, 似涉重大, 欲自本曹釐正。 若無別樣分付之事, 則監司、守令必不着實擧行。 別定剛明差使員, 使之一一査出, 成冊上送, 俾無遺漏之患。" 壽恒曰: "別送差員, 恐必騷擾。 宜今道臣, 從容査報。" 上從之。 刑曹判書李翊曰: "愼明億者, 遭承重祖母喪, 發靷前一日, 戴黑笠, 往宿娼家, 爲無賴輩所殺。 此固得罪人倫, 人得以誅之。 不當以戕殺此人之故, 代償人命, 而被告囚繫之人, 凡十二人, 而一人竟至杖斃, 冤枉莫甚。 顧以事係殺獄, 該曹不敢直請放送, 宜問于大臣處之。" 壽恒曰: "殺獄雖重, 明億旣已得罪於人倫, 獄事且無端緖, 不可一向滯囚, 放送無妨。" 尙眞亦對如壽恒言, 上曰: "愼明億罪狀, 誠極痛駭。 雖得正犯, 似無代殺之理。 因此囚繫者, 竝卽放送。" 曰: "前參奉申勉杖殺愛奉爲名者, 愛奉之妻玉禮不勝其忿, 打傷申勉之額, 被傷十六日而死。 其子光井訟于官, 玉禮愛奉愛先愛男盡爲囚擊施刑。 愛男則已斃於杖下, 愛先亦被十二次刑訊, 事極冤痛。 因其父擊錚, 旣已覆啓蒙放, 而玉禮則擅殺應死之人, 本非死罪, 復其夫讎, 亦有可恕之道矣。" 壽恒曰: "臣於上年, 以此事獻議, 而略及申勉稱冤之端矣。 今聞刑官言, 誠有所執, 臣始覺獻議做錯之失, 更何敢容議?" 尙眞曰: "玉禮之打傷申勉, 旣復夫讎, 固無可罪, 宜特放送矣。" 金錫冑曰: "玉禮旣爲復讎, 則固無代殺之理, 而不告官擅殺, 自有其律, 不可全釋矣。" 上從錫冑言, 命施擅殺之律。 壽恒曰: "尙仁詹貪贓狼藉, 諸大臣皆言不可容貸。 自上有減死定配之命, 臣恐贓法不嚴, 而奸細將無所顧憚也。" 上曰: "仁詹之罪, 似與尹昌亨有間矣。" 尙眞曰: "贓物之多寡, 隨其邑之大小, 論其情狀, 易地則皆然。 豈可謂異於昌亨, 而或輕其律乎?" 上不答。 初, 昌亨濟州牧使, 仁詹旌義縣監, 侵虐島民, 盜竊官物。 又送馬累十匹, 賂遺尹鑴吳始壽閔熙及他權貴之家。 崔寬代爲牧使, 馳啓以聞, 朝家別遣御史, 按覈以來。 仁詹使其子擊鼓稱冤, 判義禁呂聖齊等, 請令本邑更査, 上許之。 仁詹百般弄巧, 圖囑邑吏, 多反御史査啓, 而語皆窘遁爽實。 李正英代爲判義禁, 力言仁詹罪不當至死, 請減死定配, 上議于大臣。 壽恒尙眞閔鼎重金壽興皆執不可, 上卒從正英言, 特令減死。 故壽恒又以爲言, 憲府亦啓爭之, 不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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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13권, 숙종 8년 4월 3일 경진 2/3 기사 / 1682년 청 강희(康熙) 21년

대신과 비국 재신을 인견하여, 군제 변통 등의 일을 논의하다

국역

대신(大臣)과 비국(備局)의 재신(宰臣)들을 인견(引見)하였다. 영의정(領議政) 김수항(金壽恒)이 말하기를,

"군제(軍制)를 변통하는 일은 해조(該曹)에서 이미 아뢰어 계하(啓下)하셨는데, 이대로 시행하면 군제가 조금 나아지고 비용을 더는 것도 많겠으나, 정초(精抄)·별대(別隊)를 통틀어 한 군(軍)을 만드는 것은 큰 변통에 관계되는 일이고, 또 금위영(禁衞營)이라 칭한 뒤에 다른 폐단이 없지도 않을까 염려되므로, 상세히 살펴서 하지 않아서는 안되겠습니다. 좌상(左相)이 봉사(奉使)하고 겨우 돌아왔으므로 미처 상의하지 못하였으니, 뒤에 일제히 의논하여 여쭈어서 정해야 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해조(該曹)의 절목(節目)은 자못 상세히 갖추어진 듯하나, 좌상(左相)과 상의하여 결정하여도 늦지 않다."

하였다. 우의정(右議政) 이상진(李尙眞)이 말하기를,

"금위영이라 칭하고 수어청(守禦廳)·총융청(摠戎廳) 두 청(廳)의 규례처럼 둔전(屯田)을 설치하면, 그 폐단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니, 병조 판서(兵曹判書) 김석주(金錫胄)가 말하기를,

"수어청·총융청 두 청은 국가에서 획급(劃給)한 것이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둔전(屯田)을 설치하였으나, 정초(精抄)·별대(別隊)에는 이미 원군보(元軍保)가 있으니, 이것은 염려할 것 없겠습니다."

하였다. 이상진이 말하기를,

"송시열(宋時烈)이 여러번 월름(月廩)을 사양하고 끝내 받지 않으니, 그 월름을 거두고 때때로 먹을 것을 내려서 그 급한 것을 도와 주는 것만 못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윤허하였다. 이상진이 말하기를,

"고(故) 판서(判書) 송준길(宋浚吉)에게는 이미 증시(贈諡)하였으나, 그 손자 송병문(宋炳文)은 집이 가난하고 녹(祿)이 적어서 영시(迎諡)에 드는 것을 장만하지 못하니, 한 고을을 맡는 직임을 제수(除授)해야 하겠습니다."

하고, 김수항이 이어서 말하고, 송병문은 이조 판서(吏曹判書) 이숙(李䎘)과 인혐(姻嫌)이 있어서 의망(擬望)할 수 없다는 연유를 아뢰자, 이상진이 상격(常格)에 얽매이지 말고 비의(備擬)093) 시키기를 청하니, 윤허하였다. 이숙이 말하기를,

"광흥 주부(廣興主簿) 김만준(金萬埈)은 선정신(先正臣) 김장생(金長生)의 봉사손(奉祀孫)인데, 전에 수령(守令)을 제수하라는 분부가 계셨으나, 그때에는 다만 6품(品)으로 천전(遷轉)하는 것으로 승전(承傳)을 받았으니, 이제 다시 하교(下敎)가 계셔야 수령에 의망할 수 있습니다."

하니, 임금이 송병문과 마찬가지로 비의하라고 명하였다. 호조 판서(戶曹判書) 윤계(尹堦)가 말하기를,

"대사헌(大司憲) 이민서(李敏敍)가 각 아문(衙門)과 여러 궁가(宮家)와 각영(各營)·각읍(各邑)에서 관장하는 어전(漁箭)·염분(鹽盆)·선척(船隻)을 낱낱이 조사해 내고, 따로 설국(設局)하여 구관(句管)하기를 바라는 뜻으로 상소하였는데, 설국하여 구처(區處)하는 것은 중대한 일에 관계될 듯하므로 본조(本曹)에서 바로 잡으려 하였으나, 따로 분부하는 일이 없으면 감사(監司)·수령(守令)이 착실히 거행하지 않을 것이니, 강명(剛明)한 차사원(差使員)을 따로 정하여 낱낱이 조사해 내어 성책(成冊)하여 올려보내게 하여 빠뜨릴 걱정이 없게 하소서."

하고, 김수항이 말하기를,

"차사원을 따로 보내면 반드시 소요할 듯하니, 도신(道臣)을 시켜 조용히 조사해 신보(申報)하게 해야 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형조 판서(刑曹判書) 이익(李翊)이 말하기를,

"신명억(愼明億)이라는 자는 승중(承重)한 조모(祖母)의 상(喪)을 당하여 발인(發靷)하기 하루 전에 흑립(黑笠)을 쓰고 창기(娼妓)의 집에 가서 자다가 무뢰배(無賴輩)에게 죽었습니다. 이것은 본디 인륜(人倫)에 죄를 얻었으므로 사람마다 죽일 수 있는 것이니, 이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목숨으로 갚지는 않아야 할 것인데, 고발되어 갇힌 사람이 모두 열 두 사람이고, 한 사람은 마침내 신장(訊杖)을 맞다가 죽었으므로 억울하기가 막심합니다. 도리어 일이 살옥(殺獄)에 관계되기 때문에 해조(該曹)에서 감히 놓아 보낼 것을 곧바로 청할 수 없으니, 대신에게 물어서 처치해야 하겠습니다."

하고, 김수항이 말하기를,

"살옥(殺獄)이 중하기는 하나, 신명억은 이미 인륜(人倫)에 죄를 얻었고, 옥사(獄事) 또한 단서가 없으므로 줄곧 가두어 둘 수 없으니, 놓아 보내도 무방하겠습니다."

하고, 이상진김수항의 말과 같이 대답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신명억의 죄상은 참으로 몹시 통분하고 놀랍다. 정범(正犯)을 찾았더라도 대살(代殺)할 수 없을 듯하다. 이 때문에 갇혀 있는 자는 모두 곧 놓아 보내라."

하였다. 이익이 말하기를,

"전 참봉(參奉) 신면(申勉)애봉(愛奉)이라는 자를 장살(杖殺)하였으므로, 애봉의 아내 옥례(玉禮)가 그 분을 이기지 못하여 신면의 이마를 때려 다치게 하였는데, 다친 지 열 엿새 만에 죽자, 그 아들 신광정(申光井)이 관에 송사하였습니다. 옥례 및 애봉의 아우 애선(愛先)·애남(愛男)을 다 가두고 형신(刑訊)하였는데, 애남은 이미 형신을 받다가 죽었고, 애선도 열 두 차례 형신을 받았습니다. 일이 몹시 원통하므로 그 아비가 격쟁(擊錚)094) 함에 따라 이미 복계(覆啓)하여 석방되었는데, 옥례는 죽어야 할 사람을 마음대로 죽였으므로 본디 사죄(死罪)가 아니고, 그 지아비의 원수를 갚은 것이니, 또한 용서할 방도가 있을 것입니다."

하자, 김수항은 말하기를,

"신(臣)이 지난해에 이 일 때문에 의논을 올려 신면(申勉)이 억울하다는 꼬투리를 대략 언급하였으나, 이제 형관(刑官)의 말을 들으니 참으로 주장하는 바가 있으므로, 신이 의논 올린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다시 어찌 감히 의논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이상진은 말하기를,

"옥례신면을 때려서 다치게 한 것이 이미 지아비의 원수를 갚은 것이고 보면, 본디 죄줄 수 없는 것이니, 특별히 놓아 보내야 하겠습니다."

하고, 김석주는 말하기를,

"옥례는 이미 원수를 갚은 것이고 보면 본디 대살(代殺)할 수는 없으나, 관에 고하지 않고 마음대로 죽인 것은 절로 그 율(律)이 있으니, 전석(全釋)할 수 없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김석주의 말에 따라 마음대로 죽인 율[擅殺之律]을 시행하라고 명하였다. 김수항이 말하기를,

"상인첨(尙仁詹)은 탐장(貪贓)이 낭자(狼藉)하므로, 대신들이 다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성상께서 사형을 감면하여 정배(定配)하라는 명이 계셨으니, 신은 장법(贓法)이 엄하지 않아서 간사한 자들이 장차 꺼리는 것이 없어질까 염려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상인첨의 죄는 윤창형(尹昌亨)과 차이가 있을 듯하다."

하자, 이상진이 말하기를,

"장물(贓物)이 많고 적은 것은 그 고을이 크고 작은 데에 따라 그 정상을 논하니, 그 처지를 바꾸어 보면 다 마찬가지인데, 어찌 윤창형과 다르다 하여 조금이라도 그 율을 가볍게 할 수 있겠습니까?"

하였으니, 임금이 답하지 않았다. 당초에 윤창형이 제주 목사(濟州牧使)이고 상인첨이 정의 현감(旌義縣監)이었을 때 섬 백성을 침학(侵虐)하고 관물(官物)을 훔치며 또 말 수십 필을 보내어 윤휴(尹鑴)·오시수(吳始壽)·민희(閔熙)와 그 밖의 권귀(權貴)의 집에 뇌물을 보냈다. 최관(崔寬)이 갈음하여 목사(牧使)가 되어서 치계(馳啓)하여 아뢰니, 국가에서 따로 어사(御史)를 보내어 안핵(按覈)하여 왔는데, 상인첨이 그 아들을 시켜 격고(擊鼓)하여 억울함을 말하므로, 판의금(判義禁) 여성제(呂聖齊) 등이 본읍(本邑)을 시켜 다시 살피기를 청하여 임금이 윤허하니, 상인첨이 갖가지[百般]로 교묘한 술책을 부리고 읍리(邑吏)에게 부탁하여 어사가 살펴서 아뢴 것을 많이 뒤집었으나, 말이 다 군색하고 사실에 어그러졌다. 이정영(李正英)이 갈음하여 판의금이 되어 상인첨의 죄는 사형에 이르지 않아야 한다고 힘껏 말하여 사형을 감면하여 정배(定配)하기를 청하므로, 임금이 대신에게 의논하자, 김수항·이상진민정중(閔鼎重)·김수흥(金壽興)이 모두 안 된다고 주장하였으나, 임금이 마침내 이정영의 말에 따라 특별히 사형을 감면하게 하였으므로, 김수항이 또 말하고, 헌부(憲府)에서도 아뢰어 쟁집(爭執)하였으나, 들어주지 않았다.

  • [註 093] 비의(備擬) : 의망(擬望)을 갖춤. 망(望:후보자)을 천거하는 데에 갖추어 넣는 것, 곧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적어 넣어 임금에게 아뢰는 것.
  • [註 094] 격쟁(擊錚) : 조선조 때 원통한 일이 있는 사람이 임금에게 하소연하기 위하여 거둥하는 길가에서 징이나 꽹과리를 쳐서 하문(下問)을 기다리던 일.

원문

○引見大臣、備局諸宰。 領議政金壽恒曰: "軍制變通事, 自該曹旣已啓下。 若依此施行, 則軍制差勝, 省費亦多, 而精抄、別隊通爲一軍, 事係大變通。 且旣稱禁衛營之後, 恐不無別樣弊端, 不可不詳審爲之。 左相奉使纔還, 未及相議, 從當齊議稟定矣。" 上曰: "該曹節目, 頗似詳備, 而與左相商議定奪未晩。" 右議政李尙眞曰: "若稱禁衛營, 而如守禦、摠戎兩廳之規, 設置屯田, 則其弊必不貲矣。" 兵曹判書金錫冑曰: "守禦、摠戎兩廳, 則自朝家無劃給之物, 不得不設置屯田, 而精抄、別隊則旣有元軍保, 此不必爲慮。" 尙眞曰: "宋時烈屢辭月廩終不受, 不如輟其月廩, 時賜食物, 以周其急。" 上允之。 尙眞曰: "故判書宋浚吉旣已贈謚, 其孫炳文家貧, 祿薄不能辦迎謚之需, 宜除一縣。" 壽恒繼以爲言, 仍陳炳文與吏曹判書李䎘有姻嫌, 不得擬望之由。 尙眞請勿拘常格, 使之備擬, 許之。 曰: "廣興主簿金萬埈卽先正臣金長生奉祀孫也。 曾有守令除授之敎, 而其時只以六品遷轉捧承傳。 今須更有下敎, 可擬守令。" 上命與炳文, 一體備擬。 戶曹判書尹堦曰: "大司憲李敏叙以各衙門、諸宮家、諸營、各邑所管漁箭、鹽盆、船隻一一査出, 別爲設局句管之意陳疏, 而設局區處, 似涉重大, 欲自本曹釐正。 若無別樣分付之事, 則監司、守令必不着實擧行。 別定剛明差使員, 使之一一査出, 成冊上送, 俾無遺漏之患。" 壽恒曰: "別送差員, 恐必騷擾。 宜今道臣, 從容査報。" 上從之。 刑曹判書李翊曰: "愼明億者, 遭承重祖母喪, 發靷前一日, 戴黑笠, 往宿娼家, 爲無賴輩所殺。 此固得罪人倫, 人得以誅之。 不當以戕殺此人之故, 代償人命, 而被告囚繫之人, 凡十二人, 而一人竟至杖斃, 冤枉莫甚。 顧以事係殺獄, 該曹不敢直請放送, 宜問于大臣處之。" 壽恒曰: "殺獄雖重, 明億旣已得罪於人倫, 獄事且無端緖, 不可一向滯囚, 放送無妨。" 尙眞亦對如壽恒言, 上曰: "愼明億罪狀, 誠極痛駭。 雖得正犯, 似無代殺之理。 因此囚繫者, 竝卽放送。" 曰: "前參奉申勉杖殺愛奉爲名者, 愛奉之妻玉禮不勝其忿, 打傷申勉之額, 被傷十六日而死。 其子光井訟于官, 玉禮愛奉愛先愛男盡爲囚擊施刑。 愛男則已斃於杖下, 愛先亦被十二次刑訊, 事極冤痛。 因其父擊錚, 旣已覆啓蒙放, 而玉禮則擅殺應死之人, 本非死罪, 復其夫讎, 亦有可恕之道矣。" 壽恒曰: "臣於上年, 以此事獻議, 而略及申勉稱冤之端矣。 今聞刑官言, 誠有所執, 臣始覺獻議做錯之失, 更何敢容議?" 尙眞曰: "玉禮之打傷申勉, 旣復夫讎, 固無可罪, 宜特放送矣。" 金錫冑曰: "玉禮旣爲復讎, 則固無代殺之理, 而不告官擅殺, 自有其律, 不可全釋矣。" 上從錫冑言, 命施擅殺之律。 壽恒曰: "尙仁詹貪贓狼藉, 諸大臣皆言不可容貸。 自上有減死定配之命, 臣恐贓法不嚴, 而奸細將無所顧憚也。" 上曰: "仁詹之罪, 似與尹昌亨有間矣。" 尙眞曰: "贓物之多寡, 隨其邑之大小, 論其情狀, 易地則皆然。 豈可謂異於昌亨, 而或輕其律乎?" 上不答。 初, 昌亨濟州牧使, 仁詹旌義縣監, 侵虐島民, 盜竊官物。 又送馬累十匹, 賂遺尹鑴吳始壽閔熙及他權貴之家。 崔寬代爲牧使, 馳啓以聞, 朝家別遣御史, 按覈以來。 仁詹使其子擊鼓稱冤, 判義禁呂聖齊等, 請令本邑更査, 上許之。 仁詹百般弄巧, 圖囑邑吏, 多反御史査啓, 而語皆窘遁爽實。 李正英代爲判義禁, 力言仁詹罪不當至死, 請減死定配, 上議于大臣。 壽恒尙眞閔鼎重金壽興皆執不可, 上卒從正英言, 特令減死。 故壽恒又以爲言, 憲府亦啓爭之, 不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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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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