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 세자의 졸곡제를 행하다
소현 세자의 졸곡제(卒哭祭)를 행하였다. 전일 세자가 심양에 있을 때 집을 지어 단확(丹艧)145) 을 발라서 단장하고, 또 포로로 잡혀간 조선 사람들을 모집하여 둔전(屯田)을 경작해서 곡식을 쌓아 두고는 그것으로 진기한 물품과 무역을 하느라 관소(館所)의 문이 마치 시장 같았으므로, 상이 그 사실을 듣고 불평스럽게 여겼다.
그런데 상의 행희(幸姬) 조 소용(趙昭容)은 전일부터 세자 및 세자빈과 본디 서로 좋지 않았던 터라, 밤낮으로 상의 앞에서 참소하여 세자 내외에게 죄악을 얽어 만들어서, 저주를 했다느니 대역부도의 행위를 했다느니 하는 말로 빈궁을 무함하였다. 세자는 본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병을 얻었고 병이 난 지 수일 만에 죽었는데, 온 몸이 전부 검은 빛이었고 이목구비의 일곱 구멍에서는 모두 선혈(鮮血)이 흘러나오므로, 검은 멱목(幎目)으로 그 얼굴 반쪽만 덮어 놓았으나, 곁에 있는 사람도 그 얼굴 빛을 분변할 수 없어서 마치 약물(藥物)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과 같았다. 그런데 이 사실을 외인(外人)들은 아는 자가 없었고, 상도 알지 못하였다.
당시 종실 진원군(珍原君) 이세완(李世完)의 아내는 곧 인열 왕후(仁烈王后)의 서제(庶弟)였기 때문에, 세완이 내척(內戚)으로서 세자의 염습(斂襲)에 참여했다가 그 이상한 것을 보고 나와서 사람들에게 말한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46책 46권 48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229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친(宗親) / 왕실-비빈(妃嬪)
- [註 145]단확(丹艧) : 고운 빨간 빛깔의 흙.
○戊寅/行昭顯世子卒哭祭。 初, 世子在瀋陽時, 作室塗以丹雘, 又募東人之被俘者, 屯田積粟, 貿換異物, 館門如市, 上聞之不平。 上之幸姬趙昭容自前日, 素不悅於世子及嬪, 日夜媒孽於上前, 以詛呪不道之說, 構誣嬪宮。 世子東還未幾, 得疾數日而薨, 擧體盡黑, 七竅皆出鮮血, 以玄幎覆其半面, 傍人不能辨, 其色有類中毒之人, 而外人莫有知者, 上亦不之知也。 時, 宗室珎原君 世完之妻, 仁烈王后之孽弟也。 世完以內戚, 與於襲斂, 見其異常, 出語於人。
- 【태백산사고본】 46책 46권 48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229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친(宗親) / 왕실-비빈(妃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