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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36권, 인조 16년 3월 22일 을유 1/2 기사 / 1638년 명 숭정(崇禎) 11년

지평 심대부가 신경원의 죄 등에 대해 계하다

국역

지평 심대부(沈大孚)가 아뢰기를,

"신하가 되어 병권을 쥐고 장수가 된 자로서 적이 쳐들어오는데도 알지 못해 적을 임금에게까지 이르게 하거나, 군율을 잃어 패배하거나, 포로로 잡혀 구차히 목숨을 부지하는 세 가지 중에 하나라도 있으면, 왕법이 용서하지 않고 군율이 반드시 시행되는 법입니다. 이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고친 자가 없었습니다. 신경원(申景瑗)은 한 번 거동에 이 세 가지 죄를 다 지게 되었으니, 그가 저버린 것이 어찌 김자점보다 못하겠습니까. 사로잡힌 치욕은 자점에게는 없는 죄입니다. 조정에 조금이라도 기강이 있다면 경원은 마땅히 어느 죄에 복죄되겠습니까?

언관의 책임을 맡은 신하들이 일을 논하는 것이 일관성이 없으며 일으키고 그치는 것이 일정함이 없어 그쳤다가 다시 발론하곤 합니다. 이에 경원을 놓아두고 논핵하지 않아 전하로 하여금 드디어 대죄(大罪)가 있는 자를 풀어주고 도리어 탁용해 중군(中軍)의 지휘권을 주게 하였습니다. 그런 뒤에야 다시 논의를 일으켜 떠들면서도 단지 도로 명을 거두기만을 청하고 있으니, 성상께 윤허받지 못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신이 처음 대사헌 서경우(徐景雨)와 서로 만나 신의 뜻과 합치되지 않는 합계(合啓) 한두 가지 일을 제일 먼저 말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경원에 대한 일이었습니다.

그때 신이 말한 대의는 ‘대신이 나라를 그르친 죄가 어찌 적에게 항복하고 나라를 판 죄와 같겠는가. 일을 그르친 검찰사(檢察使)에 대해서 어찌 장관이냐 차관이냐를 따지겠으며, 군율을 잃은 원수에 대해서 무슨 도원수냐 부원수냐의 차이가 있겠는가. 본체는 하나인데 죄과를 둘로 하는 것은 잘못된 논의이며, 죄는 같은데 벌을 달리 하는 것은 잘못된 형벌이다. 이렇게 논핵하여 윤허를 받고자 하니 또한 어렵지 않겠는가. 그만두려고 하면 오히려 그만둘 수 있지만, 만약 그만두려 않는다면 어찌 그 죄를 일컬어 형벌을 한결같이 하지 않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경우가 비록 승복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신의 말을 그르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에 신에게 ‘지금 궐하에 나아가니 간원과 서로 의논하는 것이 좋겠다.’ 하기에, 신이 알았다고 하고 물러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하기도 전에 갑자기 최유해(崔有海)의 혐의를 입어 다음날 다시 피혐을 하였는데, 정원의 저지를 받았으며, 곧바로 시소(試所)로 가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어제 와서 복명을 하고서야 경우가 성상의 전교로 인하여 탑전에서 인혐하였다는 것을 알고 신도 뒤따라 인혐하였는데, 성명께서 신을 내치지 않으셨습니다. 이에 신은 은혜를 받고 감격하여 나와 물론을 기다리지 않고 오늘 또 그와 만나 전의 논의를 마치려고 하였습니다.

먼저 경원의 일을 논의하게 되었는데 경우의 뜻은, 친히 성상의 전교를 받들었는데 말씀이 정녕하다는 이유로 도리어 논의를 정파하려고 하는 기색이 있었고 절대로 죄를 더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신의 고집스런 성품이 끝내 남의 의견에 따라 변화하기 어려웠으니, 신이 경우와 의견을 같이할 수 없는 것이 마치 경우가 신과 의견을 같이할 수 없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러니 신이 어찌 속에 품은 생각을 말하지 못한 채 얼굴빛을 붉히며 의견이 같지 않은데 함께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신이 그대로 무릅쓰고 있을 수 없으니 이것이 그 첫째 이유입니다.

또한 신이 분수에 걸맞지 않은 자리에 있으면서 20일이나 되도록 모호하게 용납한 채 할 말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아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한번 물러난 뒤에는 죽더라도 여한이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나치고 망령된 신의 생각을 성상께 한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이 이른바 윤방(尹昉)과 김류(金瑬)는 죄과가 같지 않다고 하는 것은, 김류를 논한 것이 무겁다는 것이 아니라 윤방을 논한 것이 가볍다는 것입니다. 친구의 부탁을 받고서 그의 아내와 자식들을 얼고 굶주리게 한 경우, 제 선왕(齊宣王)도 오히려 그런 친구는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전하께서 윤방에게 부탁하신 것이 어찌 필부의 아내나 자식과 같겠습니까. 그런데 윤방이 보답한 것이 단지 얼고 굶주리게 할 뿐이 아니었고 보면 윤방은 오래 전에 버렸어야 합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어찌하여 그를 버리지 않으십니까. 어찌 혼자 그를 버리겠습니까. 의당 대중과 함께 그를 버려야 할 것입니다.

지금 거북과 옥이 궤 안에서 훼손되고 있으니023) , 맡아 지키는 자는 그 죄를 면할 수 없습니다. 아, 종묘의 일을 어찌 차마 말하겠습니까. 전하께서 윤방을 주벌하시지 않으시면 조종(祖宗)에게 변명할 말이 없게 됩니다. 윤방의 죄는 하늘에까지 닿아 실로 김류보다도 더 죄가 큽니다. 그런데 오늘날 의논하는 자들이 왕왕 도리어 윤방의 죄를 가볍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는 다름이 아니라 김류보다도 윤방의 종족이 성하고 당여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상께서 죄준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걸핏하면 김류의 죄를 윤방의 죄보다 먼저 생각하시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나라 사람들이 모두 죽일 만하다고 하고, 전하께서 그것을 살피셔도 그가 죽일 만한 점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죄를 주지 않고 계십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소인의 뱃속으로 성상의 마음을 헤아리게 하니, 통탄할 만한 일입니다.

이민구(李敏求)의 명성과 재주 및 조정에서 의지하고 중히 여기는 점이 어찌 김경징(金慶徵)이 비할 바이겠습니까. 그런데도 단지 ‘유모(乳母)’라고 일컬었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 경징이 하는 짓을 바로잡았으나 경징이 들어주지 않았다는 말은 한 마디도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니 《춘추(春秋)》의 법으로 논죄한다면 민구는 마땅히 수악(首惡)이 될 것이며, 민구가 살아 있는 것은 경징의 원한이 될 것입니다.

아, 명나라 천자에게로 향하는 정성이 오랫동안 끊어졌고 바닷길은 가시덤불처럼 막혔습니다. 회오리바람이 부는 것도 아닌데 이처럼 마음이 상하니024) , 성상의 심정은 어떠하시겠습니까.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은 또한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천자에게 제후가 있는 것은 제후에게 대부가 있는 것과 같습니다. 제후가 위로 천자를 섬기고 아래로 신하와 백성들에게 임하는 것이 정교(政敎)를 펴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 신하로서 2백 년 동안 섬겼고 나라를 다시 일으켜 준 큰 은혜가 있는데 부득이해서 하루아침에 등지게 되었으나, 오늘날과 같이 털끝만큼의 원통한 마음도 없이 눈치를 살피며 떨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서쪽에서 오는 사신을 영접하는 데 한결같이 화려한 의식을 쓰면서도 분수에 지나친 경우도 있습니다. 백성은 돌아볼 것이 못 된다 하더라도 진기한 가발은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그만둘 수 없는 것은 그만둘 수 없더라도 그만둘 수 있는 것은 또한 그만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쌓인 시체를 묻지 못하고, 흘린 피가 아직 마르지 않았으며, 잡혀간 사람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때에 겨우 살아남은 외로운 사람들을 독촉하여 머리털을 잘라내게 하여 겉모양을 남보다 아름답게 꾸미려고 하니, 아, 그 또한 어질지 못한 일입니다. 이런 풍속이 관서 지방에서 일어나 해서(海西)와 기내(畿內)에 만연되었으며, 도성 안에서 높게 꾸미자 사방에서 본받고 있습니다. 이루어진 일은 말하지 않고 지나간 것은 허물하지 않는 법입니다. 그러나 일을 할 때 처음에 잘 생각하지 않아 무궁한 근심을 끼치는 자는, 나라의 법은 피할 수 있더라도 반드시 하늘의 형벌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상의 몇 가지 일은 모두 신이 마음 아파하며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성상께 한번 말씀드리려고 한 것인데, 지금 모두 다 진달할 수가 없습니다. 윤신지(尹新之)는 변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고 곧바로 달아날 때 처자식과 가산은 하나도 버린 것이 없으면서도 유독 제 아비만은 버리고 갔습니다. 이경(李坰)은 옆 섬에 있다가 강도(江都)가 어육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서도 7일 동안이나 희희낙락하며 떠들고 배불리 먹으면서 제 아비를 근심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마땅히 먼 변경에 귀양보내 나라 안에서 함께 살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모두 미처 논열(論列)하지 못하였습니다. 신이 하늘을 저버리고 성상을 등져 처음부터 끝까지 무상한 것이 이에 대략 갖추어졌습니다. 빨리 파척하시고, 곧바로 사패(司敗)에게 내려 생각이 있으면서도 입다물고 있어 명기(名器)를 더럽힌 죄를 다스리소서."

하니, 답하기를,

"이 피혐은 근래의 규정에 어긋남이 있다. 도로 내주고 조보(朝報)에 내지 말라."

하였다.

  • [註 023] 거북과 옥이 궤 안에서 훼손되고 있으니 : 거북과 옥은 나라의 보배를 말하는 것으로, 이를 지키는 자가 잘 관리하지 못해 손상된 것을 말함. 《논어(論語)》 계씨편(季氏篇)에 "거북과 옥이 궤 안에서 훼손되고 있으니, 이것이 누구의 잘못인가." 하였다.
  • [註 024] 회오리바람이 부는 것도 아닌데 이처럼 마음이 상하니 : 명나라가 망한 것을 슬퍼하는 말임. 《시경(詩經)》 회풍(檜風) 비풍편(匪風篇)에 "회오리바람이 부는 것도 아니요, 수레가 빠르게 질주하는 것도 아닌데, 주도(周道)를 돌아보니 마음이 슬퍼진다.[匪風發兮 匪車偈兮 顧瞻周道 中心恒兮]" 하였다.

원문

○乙酉/持平沈大孚啓曰: "凡爲臣子, 握兵爲將, 敵來而不知, 以敵遺君父, 失律喪師, 就俘偸生, 三者有其一, 則王法所不貸, 軍律所必行, 從古迄今, 未有能改者也。 申景瑗一擧而有此三罪, 其所負, 豈下於自點, 而俘虜之辱, 自點所無。 朝廷少有紀律, 則景瑗當伏何辜? 言責之臣, 論事不倫, 作止無恒, 及其止而復發也, 捨景瑗而不論, 使殿下遽釋大罪, 而反擢任之。 畀以中堅之權, 然後起而呶呶, 而只請還收, 宜天聽之邈邈也。 臣之始與大司憲徐景雨相會也, 首言合啓等一二事, 不合臣意者, 其一則景瑗也。 言之大意以爲, 大臣誤國之罪, 豈若降敵賣國? 檢察僨事長貳, 寧論元帥失律, 都、副何間? 一體二科, 非論也; 同罪異罰, 非刑也。 以此回天, 不亦難乎? 欲已則猶可已也, 如不已則盍亦稱其罪, 而一其刑乎? 于時景雨雖不服, 然而亦不以臣言爲非。 謂臣曰: ‘今詣闕下, 可與諫院相議。’ 臣唯唯而退。 言未及發, 遽被崔有海之嫌, 翌日再避, 見阻於政院, 旋受命試所。 昨來復命, 知景雨因聖敎, 引嫌於榻前, 臣亦隨而自列, 而聖明不見斥。 臣受恩感激出, 不待物論, 今日又與之相會, 欲畢前論。 先及景瑗, 則景雨之意, 乃以親承聖敎, 天語丁寧, 反有欲停之色, 絶無加罪之心。 臣膠固之性, 卒難因人而變化, 臣之不能與景雨同, 猶景雨之不能與臣同也。 臣安得呑意含辭, 色赧赧然未同而言乎? 臣之不可仍昌, 此其一也。 且臣待罪匪據, 將浹二旬, 含糊苟容, 得其言而不言, 以至於此。 一退之後, 死有遺恨, 則狂妄之懷, 不得不一言於聖明。 臣所謂昉與瑬, 不同科云者, 非謂所論於瑬者重也, 所論於昉者已輕也。 夫受友之託, 而凍餒其妻子, 則齊宣猶知其棄之。 殿下所以托付昉者, 何如匹夫之妻子, 而昉所報效, 不啻凍餒而止, 則昉之宜棄也久矣, 殿下何不棄之也? 豈惟獨棄之, 宜與衆共棄也。 今夫龜、玉毁于櫝中, 典守者猶不能辭其過。 噫! 宗廟之事, 尙忍言哉? 殿下不誅昉, 無以有辭於祖宗也。 昉罪通天, 實浮於瑬, 今之議者, 往往反以昉爲輕。 此無他, 昉之宗族盛, 而黨與衆, 瑬所不如也, 竊未曉聖上所以罪之也。 動以瑬先昉何哉? 國人皆曰可殺, 而殿下察之, 亦可見其可殺焉矣, 然而莫之罪也, 至使小人之腹, 量聖人之心, 爲可痛已。 李敏求之名論、才器, 與朝廷所以倚重, 豈慶徵之所倫擬, 而徒聞乳母之稱, 不聞有一言, 矯慶徵之所爲, 而不見用, 則斷以《春秋》之法, 敏求當爲之首惡, 敏求之生, 慶徵之冤也。 嗚呼! 北拱久絶, 海路荊棘。 匪風心怛, 聖情如何? 其不得以爲者, 雖不得爲也, 其得以爲者, 亦不可以爲乎? 天子之有諸侯, 猶諸侯之有大夫也。 諸侯上事天子, 下臨臣庶, 所以爲敎也。 豈有臣事二百年, 有再造之大恩, 不得已一朝背之, 而無一毫分忍痛含冤, 顧瞻怵惕如今日者哉? 西使之迎, 一用華儀, 而有過之者。 民不足恤, 珍髢焉用? 不得以已者, 雖不得以已也, 其得以己者, 亦不可以已乎? 積骸未掩, 流血未乾, 掠口未返。 於是時也, 而鞭撻孑遺之孤寡, 欲以觀美而相勝, 嗚呼! 其亦不仁也哉。 唱於關西, 靡於海、畿, 高於城中, 尺於四方。 成事不說, 旣往不咎, 而事不謀始, 俑無窮之患者, 雖逃邦憲, 必有天刑。 凡此數者, 皆臣之所以痛心疾首, 欲一言於聖明之前者, 而今皆不能。 至於尹新之之聞變卽走, 妻孥、家産, 無一所棄, 而獨遺其父。 李坰之在傍島, 聞江都之魚肉, 而嬉怡言食七日, 不以父爲戚。 是宜逬諸四夷, 不與同中國, 而俱未及論列。 臣之孤天負聖, 終始無狀, 此略具矣。 亟賜罷斥, 旋下司敗, 以治有懷含默, 徒辱名器者之罪。" 答曰: "此避嫌, 有違近規。 還出給, 勿出朝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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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36권, 인조 16년 3월 22일 을유 1/2 기사 / 1638년 명 숭정(崇禎) 11년

지평 심대부가 신경원의 죄 등에 대해 계하다

국역

지평 심대부(沈大孚)가 아뢰기를,

"신하가 되어 병권을 쥐고 장수가 된 자로서 적이 쳐들어오는데도 알지 못해 적을 임금에게까지 이르게 하거나, 군율을 잃어 패배하거나, 포로로 잡혀 구차히 목숨을 부지하는 세 가지 중에 하나라도 있으면, 왕법이 용서하지 않고 군율이 반드시 시행되는 법입니다. 이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고친 자가 없었습니다. 신경원(申景瑗)은 한 번 거동에 이 세 가지 죄를 다 지게 되었으니, 그가 저버린 것이 어찌 김자점보다 못하겠습니까. 사로잡힌 치욕은 자점에게는 없는 죄입니다. 조정에 조금이라도 기강이 있다면 경원은 마땅히 어느 죄에 복죄되겠습니까?

언관의 책임을 맡은 신하들이 일을 논하는 것이 일관성이 없으며 일으키고 그치는 것이 일정함이 없어 그쳤다가 다시 발론하곤 합니다. 이에 경원을 놓아두고 논핵하지 않아 전하로 하여금 드디어 대죄(大罪)가 있는 자를 풀어주고 도리어 탁용해 중군(中軍)의 지휘권을 주게 하였습니다. 그런 뒤에야 다시 논의를 일으켜 떠들면서도 단지 도로 명을 거두기만을 청하고 있으니, 성상께 윤허받지 못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신이 처음 대사헌 서경우(徐景雨)와 서로 만나 신의 뜻과 합치되지 않는 합계(合啓) 한두 가지 일을 제일 먼저 말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경원에 대한 일이었습니다.

그때 신이 말한 대의는 ‘대신이 나라를 그르친 죄가 어찌 적에게 항복하고 나라를 판 죄와 같겠는가. 일을 그르친 검찰사(檢察使)에 대해서 어찌 장관이냐 차관이냐를 따지겠으며, 군율을 잃은 원수에 대해서 무슨 도원수냐 부원수냐의 차이가 있겠는가. 본체는 하나인데 죄과를 둘로 하는 것은 잘못된 논의이며, 죄는 같은데 벌을 달리 하는 것은 잘못된 형벌이다. 이렇게 논핵하여 윤허를 받고자 하니 또한 어렵지 않겠는가. 그만두려고 하면 오히려 그만둘 수 있지만, 만약 그만두려 않는다면 어찌 그 죄를 일컬어 형벌을 한결같이 하지 않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경우가 비록 승복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신의 말을 그르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에 신에게 ‘지금 궐하에 나아가니 간원과 서로 의논하는 것이 좋겠다.’ 하기에, 신이 알았다고 하고 물러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하기도 전에 갑자기 최유해(崔有海)의 혐의를 입어 다음날 다시 피혐을 하였는데, 정원의 저지를 받았으며, 곧바로 시소(試所)로 가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어제 와서 복명을 하고서야 경우가 성상의 전교로 인하여 탑전에서 인혐하였다는 것을 알고 신도 뒤따라 인혐하였는데, 성명께서 신을 내치지 않으셨습니다. 이에 신은 은혜를 받고 감격하여 나와 물론을 기다리지 않고 오늘 또 그와 만나 전의 논의를 마치려고 하였습니다.

먼저 경원의 일을 논의하게 되었는데 경우의 뜻은, 친히 성상의 전교를 받들었는데 말씀이 정녕하다는 이유로 도리어 논의를 정파하려고 하는 기색이 있었고 절대로 죄를 더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신의 고집스런 성품이 끝내 남의 의견에 따라 변화하기 어려웠으니, 신이 경우와 의견을 같이할 수 없는 것이 마치 경우가 신과 의견을 같이할 수 없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러니 신이 어찌 속에 품은 생각을 말하지 못한 채 얼굴빛을 붉히며 의견이 같지 않은데 함께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신이 그대로 무릅쓰고 있을 수 없으니 이것이 그 첫째 이유입니다.

또한 신이 분수에 걸맞지 않은 자리에 있으면서 20일이나 되도록 모호하게 용납한 채 할 말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아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한번 물러난 뒤에는 죽더라도 여한이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나치고 망령된 신의 생각을 성상께 한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이 이른바 윤방(尹昉)과 김류(金瑬)는 죄과가 같지 않다고 하는 것은, 김류를 논한 것이 무겁다는 것이 아니라 윤방을 논한 것이 가볍다는 것입니다. 친구의 부탁을 받고서 그의 아내와 자식들을 얼고 굶주리게 한 경우, 제 선왕(齊宣王)도 오히려 그런 친구는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전하께서 윤방에게 부탁하신 것이 어찌 필부의 아내나 자식과 같겠습니까. 그런데 윤방이 보답한 것이 단지 얼고 굶주리게 할 뿐이 아니었고 보면 윤방은 오래 전에 버렸어야 합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어찌하여 그를 버리지 않으십니까. 어찌 혼자 그를 버리겠습니까. 의당 대중과 함께 그를 버려야 할 것입니다.

지금 거북과 옥이 궤 안에서 훼손되고 있으니023) , 맡아 지키는 자는 그 죄를 면할 수 없습니다. 아, 종묘의 일을 어찌 차마 말하겠습니까. 전하께서 윤방을 주벌하시지 않으시면 조종(祖宗)에게 변명할 말이 없게 됩니다. 윤방의 죄는 하늘에까지 닿아 실로 김류보다도 더 죄가 큽니다. 그런데 오늘날 의논하는 자들이 왕왕 도리어 윤방의 죄를 가볍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는 다름이 아니라 김류보다도 윤방의 종족이 성하고 당여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상께서 죄준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걸핏하면 김류의 죄를 윤방의 죄보다 먼저 생각하시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나라 사람들이 모두 죽일 만하다고 하고, 전하께서 그것을 살피셔도 그가 죽일 만한 점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죄를 주지 않고 계십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소인의 뱃속으로 성상의 마음을 헤아리게 하니, 통탄할 만한 일입니다.

이민구(李敏求)의 명성과 재주 및 조정에서 의지하고 중히 여기는 점이 어찌 김경징(金慶徵)이 비할 바이겠습니까. 그런데도 단지 ‘유모(乳母)’라고 일컬었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 경징이 하는 짓을 바로잡았으나 경징이 들어주지 않았다는 말은 한 마디도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니 《춘추(春秋)》의 법으로 논죄한다면 민구는 마땅히 수악(首惡)이 될 것이며, 민구가 살아 있는 것은 경징의 원한이 될 것입니다.

아, 명나라 천자에게로 향하는 정성이 오랫동안 끊어졌고 바닷길은 가시덤불처럼 막혔습니다. 회오리바람이 부는 것도 아닌데 이처럼 마음이 상하니024) , 성상의 심정은 어떠하시겠습니까.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은 또한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천자에게 제후가 있는 것은 제후에게 대부가 있는 것과 같습니다. 제후가 위로 천자를 섬기고 아래로 신하와 백성들에게 임하는 것이 정교(政敎)를 펴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 신하로서 2백 년 동안 섬겼고 나라를 다시 일으켜 준 큰 은혜가 있는데 부득이해서 하루아침에 등지게 되었으나, 오늘날과 같이 털끝만큼의 원통한 마음도 없이 눈치를 살피며 떨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서쪽에서 오는 사신을 영접하는 데 한결같이 화려한 의식을 쓰면서도 분수에 지나친 경우도 있습니다. 백성은 돌아볼 것이 못 된다 하더라도 진기한 가발은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그만둘 수 없는 것은 그만둘 수 없더라도 그만둘 수 있는 것은 또한 그만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쌓인 시체를 묻지 못하고, 흘린 피가 아직 마르지 않았으며, 잡혀간 사람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때에 겨우 살아남은 외로운 사람들을 독촉하여 머리털을 잘라내게 하여 겉모양을 남보다 아름답게 꾸미려고 하니, 아, 그 또한 어질지 못한 일입니다. 이런 풍속이 관서 지방에서 일어나 해서(海西)와 기내(畿內)에 만연되었으며, 도성 안에서 높게 꾸미자 사방에서 본받고 있습니다. 이루어진 일은 말하지 않고 지나간 것은 허물하지 않는 법입니다. 그러나 일을 할 때 처음에 잘 생각하지 않아 무궁한 근심을 끼치는 자는, 나라의 법은 피할 수 있더라도 반드시 하늘의 형벌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상의 몇 가지 일은 모두 신이 마음 아파하며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성상께 한번 말씀드리려고 한 것인데, 지금 모두 다 진달할 수가 없습니다. 윤신지(尹新之)는 변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고 곧바로 달아날 때 처자식과 가산은 하나도 버린 것이 없으면서도 유독 제 아비만은 버리고 갔습니다. 이경(李坰)은 옆 섬에 있다가 강도(江都)가 어육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서도 7일 동안이나 희희낙락하며 떠들고 배불리 먹으면서 제 아비를 근심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마땅히 먼 변경에 귀양보내 나라 안에서 함께 살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모두 미처 논열(論列)하지 못하였습니다. 신이 하늘을 저버리고 성상을 등져 처음부터 끝까지 무상한 것이 이에 대략 갖추어졌습니다. 빨리 파척하시고, 곧바로 사패(司敗)에게 내려 생각이 있으면서도 입다물고 있어 명기(名器)를 더럽힌 죄를 다스리소서."

하니, 답하기를,

"이 피혐은 근래의 규정에 어긋남이 있다. 도로 내주고 조보(朝報)에 내지 말라."

하였다.

  • [註 023] 거북과 옥이 궤 안에서 훼손되고 있으니 : 거북과 옥은 나라의 보배를 말하는 것으로, 이를 지키는 자가 잘 관리하지 못해 손상된 것을 말함. 《논어(論語)》 계씨편(季氏篇)에 "거북과 옥이 궤 안에서 훼손되고 있으니, 이것이 누구의 잘못인가." 하였다.
  • [註 024] 회오리바람이 부는 것도 아닌데 이처럼 마음이 상하니 : 명나라가 망한 것을 슬퍼하는 말임. 《시경(詩經)》 회풍(檜風) 비풍편(匪風篇)에 "회오리바람이 부는 것도 아니요, 수레가 빠르게 질주하는 것도 아닌데, 주도(周道)를 돌아보니 마음이 슬퍼진다.[匪風發兮 匪車偈兮 顧瞻周道 中心恒兮]" 하였다.

원문

○乙酉/持平沈大孚啓曰: "凡爲臣子, 握兵爲將, 敵來而不知, 以敵遺君父, 失律喪師, 就俘偸生, 三者有其一, 則王法所不貸, 軍律所必行, 從古迄今, 未有能改者也。 申景瑗一擧而有此三罪, 其所負, 豈下於自點, 而俘虜之辱, 自點所無。 朝廷少有紀律, 則景瑗當伏何辜? 言責之臣, 論事不倫, 作止無恒, 及其止而復發也, 捨景瑗而不論, 使殿下遽釋大罪, 而反擢任之。 畀以中堅之權, 然後起而呶呶, 而只請還收, 宜天聽之邈邈也。 臣之始與大司憲徐景雨相會也, 首言合啓等一二事, 不合臣意者, 其一則景瑗也。 言之大意以爲, 大臣誤國之罪, 豈若降敵賣國? 檢察僨事長貳, 寧論元帥失律, 都、副何間? 一體二科, 非論也; 同罪異罰, 非刑也。 以此回天, 不亦難乎? 欲已則猶可已也, 如不已則盍亦稱其罪, 而一其刑乎? 于時景雨雖不服, 然而亦不以臣言爲非。 謂臣曰: ‘今詣闕下, 可與諫院相議。’ 臣唯唯而退。 言未及發, 遽被崔有海之嫌, 翌日再避, 見阻於政院, 旋受命試所。 昨來復命, 知景雨因聖敎, 引嫌於榻前, 臣亦隨而自列, 而聖明不見斥。 臣受恩感激出, 不待物論, 今日又與之相會, 欲畢前論。 先及景瑗, 則景雨之意, 乃以親承聖敎, 天語丁寧, 反有欲停之色, 絶無加罪之心。 臣膠固之性, 卒難因人而變化, 臣之不能與景雨同, 猶景雨之不能與臣同也。 臣安得呑意含辭, 色赧赧然未同而言乎? 臣之不可仍昌, 此其一也。 且臣待罪匪據, 將浹二旬, 含糊苟容, 得其言而不言, 以至於此。 一退之後, 死有遺恨, 則狂妄之懷, 不得不一言於聖明。 臣所謂昉與瑬, 不同科云者, 非謂所論於瑬者重也, 所論於昉者已輕也。 夫受友之託, 而凍餒其妻子, 則齊宣猶知其棄之。 殿下所以托付昉者, 何如匹夫之妻子, 而昉所報效, 不啻凍餒而止, 則昉之宜棄也久矣, 殿下何不棄之也? 豈惟獨棄之, 宜與衆共棄也。 今夫龜、玉毁于櫝中, 典守者猶不能辭其過。 噫! 宗廟之事, 尙忍言哉? 殿下不誅昉, 無以有辭於祖宗也。 昉罪通天, 實浮於瑬, 今之議者, 往往反以昉爲輕。 此無他, 昉之宗族盛, 而黨與衆, 瑬所不如也, 竊未曉聖上所以罪之也。 動以瑬先昉何哉? 國人皆曰可殺, 而殿下察之, 亦可見其可殺焉矣, 然而莫之罪也, 至使小人之腹, 量聖人之心, 爲可痛已。 李敏求之名論、才器, 與朝廷所以倚重, 豈慶徵之所倫擬, 而徒聞乳母之稱, 不聞有一言, 矯慶徵之所爲, 而不見用, 則斷以《春秋》之法, 敏求當爲之首惡, 敏求之生, 慶徵之冤也。 嗚呼! 北拱久絶, 海路荊棘。 匪風心怛, 聖情如何? 其不得以爲者, 雖不得爲也, 其得以爲者, 亦不可以爲乎? 天子之有諸侯, 猶諸侯之有大夫也。 諸侯上事天子, 下臨臣庶, 所以爲敎也。 豈有臣事二百年, 有再造之大恩, 不得已一朝背之, 而無一毫分忍痛含冤, 顧瞻怵惕如今日者哉? 西使之迎, 一用華儀, 而有過之者。 民不足恤, 珍髢焉用? 不得以已者, 雖不得以已也, 其得以己者, 亦不可以已乎? 積骸未掩, 流血未乾, 掠口未返。 於是時也, 而鞭撻孑遺之孤寡, 欲以觀美而相勝, 嗚呼! 其亦不仁也哉。 唱於關西, 靡於海、畿, 高於城中, 尺於四方。 成事不說, 旣往不咎, 而事不謀始, 俑無窮之患者, 雖逃邦憲, 必有天刑。 凡此數者, 皆臣之所以痛心疾首, 欲一言於聖明之前者, 而今皆不能。 至於尹新之之聞變卽走, 妻孥、家産, 無一所棄, 而獨遺其父。 李坰之在傍島, 聞江都之魚肉, 而嬉怡言食七日, 不以父爲戚。 是宜逬諸四夷, 不與同中國, 而俱未及論列。 臣之孤天負聖, 終始無狀, 此略具矣。 亟賜罷斥, 旋下司敗, 以治有懷含默, 徒辱名器者之罪。" 答曰: "此避嫌, 有違近規。 還出給, 勿出朝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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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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