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조가 공물과 어공의 폐단을 지적하고 시정하기를 청하다
호조가 아뢰기를,
"〈내섬시 제조의 계사에서 말한 ‘공물(貢物)을 납부하지 않은 수령을 파직하고, 또 작미(作米)하지 말며, 봉자전(奉慈殿)에 복정(卜定)하였다가 도로 혁파한 물품을 해사(該司)에 옮겨서 납부케 하고, 또 부족한 물품이 있을 경우에는 호조로 하여금 사들여서 쓰게 하라.’는 일에 대해서, 상께서 아뢴 대로 하라고 전교하시었습니다.〉
각사의 외공(外貢)을 난리 뒤에 상정(詳定)할 때 눈앞에 당장 쓸 것만 계산하고 뒷날에 늘어날 것은 미처 생각지 않았습니다. 이에 지금에 이르러서는 외방의 공물이 일제히 한꺼번에 올라온다고 하더라도 각사의 지용(支用)이 태반이나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해가 다 가도록 납부하지 않고 있는 자가 있는데, 〈내섬시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각사가 모두 똑같습니다.〉 이에 공문을 보내어 독촉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닌데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팔도가 모두 마찬가지이니,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내섬시 외의 다른 각사도〉 일제히 조사해서 3년이 지나도록 공물을 납부하지 않은 수령은 일일이 파직하되, 사면령을 내리기 전의 일이더라도 구분하지 말고 파직하여 뒷사람들을 징계하는 것이 마땅할 듯합니다.
〈다만 ‘내섬시에서는 스스로 마련할 길이 없으니 호조로 하여금 무역해서 진배(進排)하게 하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그렇지 않은 점이 있습니다. 본조를 설립한 것은 본디 각사의 부족한 것을 보충해 주기 위해서 설립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여러 각사를 두루 살피고 규검(糾檢)하여 거행하기 위해서 설립한 것입니다.〉 지난날에 난리가 끝난 지 얼마 안되어서 각 해사가 제대로 모양을 갖추지 못하였을 때, 마침 조사(詔使)가 나옴에 모양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게 될까 염려되어, 본조에서 각사의 공물을 모두 거두어들여서 호조로 곧장 봉입(捧入)하여 있고 없는 것을 서로 변통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분호조(分戶曹)’라고 이름하였는데, 부족한 것을 옮겨 쓰면서 그대로 설치해 두고 철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뒤로는 이른바 ‘분호조’란 것이 하나의 시장으로 되었습니다. 이에 좌아(坐衙)하고 있을 때에는 시정의 무뢰배들이 각자 물화(物貨)를 가지고 와 관아의 뜰을 가득 메운 채, 서로 이끗을 다투느라 뒤섞여서 떠들어대는데, 차마 보고 들을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런데다가 또 담당 낭관을 적임자를 뽑지 못해서, 연줄을 타고 청탁을 해 놀랄 만하고 침뱉을 만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리고 또 각사의 하인들은 공물의 수취권을 빼앗긴 뒤로는 살아갈 길이 없어서 날마다 와서 하소연하는데, 그 정상 역시 가련합니다.
성상께서 갖가지 폐단을 모두 통찰하시고 여러 차례 정파(停罷)하라는 하교를 내리셨습니다. 지난해 송순(宋諄)이 본조의 판서가 되었을 때 폐단의 정상에 대해 통렬히 진달하면서 정파하기를 청하여 입계해서 윤허를 받았는데, 그 뒤에 송순이 마침 체차당하여서 정파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신 이충(李沖)이 본조의 판서가 된 뒤에 더욱더 각사가 감당할 수 없고 하리(下吏)들이 이끗을 노리는 것을 보고는, 전에 이루어진 공사(公事)를 준행해서 각사에 소속된 물품을 하나하나 도로 내려보낸 지 이미 여러 달이 되었습니다.
각사의 공물을 본조에서 한 데 거두어 모을 때에는 지공하기에 부족한 각사의 모든 물품을 본조에 요청하는 것이 마땅하며, 본조에서도 사양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해사의 잡물(雜物)을 모두 도로 내려준 뒤에도 부족한 물품을 그대로 본조에 요청할 경우, 본조에서 무엇을 가지고 해사의 일을 대신 행할 수 있겠습니까. 비단 사체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단코 계속해서 시행할 만한 방법이 아닙니다. 1년 원공(元貢)의 숫자가 1년의 지공(支供)에 부족할 경우에는 긴요치 않은 공물을 줄여도 되는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더 정해도 되는 것입니다. 만약 지난해의 잘못된 규례로 인하여 도로 내려준 것을 생각지 않고 전과 같이 진배(進排)하게 한다면, 호조에서도 역시 답답하지 않겠습니까.
〈여러 각사 중에서 내섬시(內贍寺)는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나은 편인데도 오히려 이와 같이 하였으니, 내자시(內資寺)나 예빈시(禮賓寺) 등과 같이 형편없는 아문 역시 내섬시의 예에 의거하여 본조로 하여금 똑같이 진배하게 할 경우, 모르겠습니다만, 본조에서는 어느 곳을 취하고 어느 곳을 버리겠습니까. 이것은 아무리 거행하고자 하더라도 결단코 시행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본시(本寺)에서 진배하는 어공(御供)이 실제로 많은데도 원공(元貢)이 적은 듯하므로 지난해 12월에 본시에서 보고한 것을 인하여서 부족한 물품을 그대로 항공(恒貢)으로 하였습니다. 이것은 작미(作米)한 숫자에 포함되지 않아서 숫자에 준하여 더 정하여 계하받아 행이(行移)한 지 겨우 몇 달밖에 안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관서에서는 허락받지 못한 것을 얻은 지 얼마 안되어서 또다시 본조에서 도와주기를 요구하니, 역시 온당치 못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4, 5년이 지나도록 납부하지 않은 참기름과 꿀의 수효가 8백여 두(斗)나 된다고 합니다. 이 거두어들이지 못한 물품에 대해서 각도의 감사에게 각별히 하유해서 3월 안으로 남김없이 상납하게 한다면, 족히 몇 년 동안은 지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다 쓴 뒤에, 계속해서 쓰기에 부족한 것에 대해서 천천히 의논하여 시행하는 것이 아마도 마땅할 듯합니다.〉
공물을 작미(作米)하는 일에 있어서는, 이번에 본 호조에서 각사를 취사 선택해서 작미하거나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일체 전의 규정에 의거해서 하였으며, 제향(祭享)과 어공(御供)에 관계되는 것은, 성상의 분부에 따라서 작미하는 가운데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전의 규례에서 상고해 보니, 봉상시(奉常寺)·전생서(典牲署)는 제향에 관계되고, 상의원(尙衣院)·사도시(司䆃寺)·사재감(司宰監)·장원서(掌苑署) 및 장흥고(長興庫)의 공상지(供上紙)는 어공에 관계되는데, 내섬시는 어공하는 각사 중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미 초출(抄出)해서 본시에 행회(行會)하였습니다. 어공하는 각사로 논할 것 같으면, 내자시(內資寺)·사포서(司圃署)·제용감(濟用監)·의영고(義盈庫) 등 각사는 모두 어공을 진배하는 각사라고 말할 수 있으니, 만약 내섬시를 제외할 경우에는 이들 각사 역시 아울러 감해야 할 것입니다. 그럴 경우, 모르겠습니다만 아무 탈 없이 작미할 수 있는 각사가 유독 어느 각사이겠습니까. 더구나 이들 각사의 공물은, 전에 모리배들이 방납(防納)할 때에는 이른바 사주인(私主人)이라고 하는 자들이 아무말없이 있었는데, 본조가 국가의 경비가 부족해서 사유를 갖추어 입계해 우연찮게 성사시킨 뒤에 미쳐서는 떠들어 대는 바가 있으니, 몹시 온당치 않습니다.
방납하는 사람들이 ‘본색(本色)의 숫자 역시 맞추어서 지급해 주지 않았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조에서는 각종 공물에 대한 대가(代價)를 한결같이 그들의 말에 따라서 맞추어서 지급해 준 뒤에, 인정(人情)과 작지가(作紙價)에 이르러서도 다 지급해 주었습니다. 그런데도 무슨 그들의 뜻에 차지 않는 점이 있기에 반드시 그들의 마음에 맞게 된 연후에 그만두려고 한단 말입니까. 이 일은 또한 해마다 그대로 시행할 규정이 아니라, 금년에만 그렇게 하고 그만둘 것입니다. 이미 거두어들여서 반 정도를 구처(區處)하였으니, 지금 다시 합하여서 도로 줄 수 없습니다. 다른 각사의 예에 의거해 시행하소서. 그리고 시급히 써야 할 부족한 물품이 있을 경우에는 상규(常規)에 의거해서 여유가 있는 다른 각사에서 차하(上下)해 주도록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어찌 그 사에 보탬이 됨이 적겠습니까.
봉자전(奉慈殿)의 제향조(祭享條)에 이르러서는, 참깨·찹쌀·꿀 등의 물품을, 이러한 물품이 항상 부족할까 걱정되는 내자시·예빈시·내섬시 등 각사에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런데도 내섬시 제조의 계사가 이와 같은데, 본시의 어공은 과연 다른 각사에 비해서 배는 됩니다. 그러니 수량 전부를 내섬시에 옮겨주도록 각도의 감사에게 다시 공문을 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윤허한다. 이번의 작미에 대한 곡절을 상세히는 알지 못하겠으나, 공물을 상납하는 것은 2백 년 동안 해내려온 규례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하루아침에 갑자기 작미하는 것이 어떠할지 모르겠다. 금년에는 하되, 내년에는 절대로 작미하지 말라. 그리고 지난해에 이미 납부한 공물과 각사의 어공은 다른 사도 아울러 작미하지 말라. 이상의 일을 착실하게 거행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9책 39권 51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572면
- 【분류】재정-전세(田稅) / 재정-공물(貢物) / 재정-창고(倉庫) / 재정-국용(國用)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사법(司法)
○戶曹啓曰: "(以內贍寺提調啓辭‘貢物未納守令罷職, 且勿作米, 奉慈殿卜定, 還罷之物, 移納其司, 又有不足之物, 令戶曹貿用’事, 傳曰: ‘依啓’事, 傳敎矣。) 各司外貢, 亂後詳定時, 只計目前之所用, 不思他日之甚繁。 式至于今, 外方貢物, 設令一齊上來, 各司支用, 則爲半不足。 而 至有經年不納者, 非獨內贍寺也, 各司同然。 行移催促, 非止一再, 專不動念, 八道一樣, 誠爲痛心。 (內贍寺外, 他餘各司,) 一齊査考, 過三年貢物不納守令, 一一罷職, 勿揀赦前, 以懲後來, 似爲宜當。 (但‘內贍無路自辦, 責令臣曹, 貿易進排’ 云者, 有所不然。 臣曹之設, 本非爲各司補不足而設立也。 只爲摠察諸司, 糾檢擧行而已。) 頃年間, 去亂未遠, 各該司不成模樣之時, 適因詔使之來, 恐未成形, 本曹盡收各司貢物, 直捧於戶曹, 懋遷有無。 名之曰分戶曹, 推移破補, 仍設不廢。 自是之後, 所謂分戶曹者, 爲一市場。 坐衙之時, 市井無賴之輩, 各持物貨, 騈塡衙庭, 爭競毫末, 喧聒雜亂, 不忍看聽。 況且爲色郞者, 未必得人, 夤緣請托, 可駭可唾之事, 不一而足。 各司下人, 則自貢物被奪之後, 無所聊賴, 逐日來訴, 情理亦矜。 自上默燭種種弊端, 屢下停罷之敎。 上年間, 宋諄爲本曹判書時, 痛陳弊狀, 請罷事入啓, 蒙允之後, 諄適見遞, 仍不停罷。 臣沖待罪本曹後, 益見各司之難堪, 下吏之射利, 遵前已成公事, 各司所屬之物, 逐一還下, 已閱月矣。 各司貢物, 萃合本曹之時, 則各司凡干支供不足之物, 宜請於本曹, 本曹亦不得辭。 及此該司雜物盡數還下之後, 其所不足之物, 亦爲仍請於本曹, 則本曹何所資而替行該司之事乎? 不但甚非事體, 決非可繼之道。 一年元貢之數, 若或不足於一年之支供, 則不緊貢物, 減省可也, 不然則加定亦可也。 若因頃年之謬例而不思還下, 如前進排, 則爲戶曹者, 不亦悶乎? (諸各司中, 內贍爲寺, 比他稍優, 而尙且如是。 則如內資、禮賓等, 無形衙門, 亦依內贍寺例, 又令本曹, 一樣進排, 則未知本曹何取何捨乎? 雖欲擧行, 決不可得矣。 且本寺進排御供果多, 而元貢似少, 故上年十二月間, 因其寺所報不足之物, 仍爲恒貢。 此則不在於作米之數, 准數加定啓下, 行移僅數月矣。 纔得他司所不得而又欲求助於本曹, 不亦未安乎? 過四五年, 未納油、淸之數, 多至八百餘斗云。 以此未收之物, 別爲下諭于各道監司, 三月內無遺上納, 則足爲數年之支供。 用此之後, 不足繼用之事, 徐議施行, 恐或宜當。) 至於貢物作米, 今番不自臣曹取捨各司而作與不作, 一依前規, 係干祭享、御供, 則遵奉聖敎, 不入於作米之中。 而考諸前例, 則奉常寺、典牲署, 祭享也, 尙衣院、司䆃寺、司宰監、掌苑署及長興庫供上紙, 御供, 而內贍寺不在於御供各司之中。 故已爲抄出, 行會本寺。 若論以御供各司, 則如內資、司圃署、濟用監、義盈庫等司, 皆言御供進排之司, 若除內贍, 則此等各司, 亦將竝減。 未知無頉作米者, 獨何司乎? 況此等各司貢物, 在前牟利之輩防納之時, 所謂各司私主人者, 默無一言, 而及此本曹, 因國計不足, 具由入啓, 偶然作米垂成之後, 乃有所云云, 極爲不當。 防納之人, 則‘本色之數, 亦不爲准給’ 云。 而本曹則各樣貢物之價, 一從其言准給之後, 至於人情作紙, 亦爲盡給, 則有何不滿於渠意, 必欲稱其心, 然後已乎? 此事且非每年仍行之規, 不過今年而止, 旣已收捧, 爲半區處, 今不可復合還給, 依他各司例施行。 如有時急不足之物, 則依常規, 他司有裕處, 可以傳請上下, 則此豈少補於其司哉? 至於奉慈殿祭享條, 眞荏子、粘米、淸蜜, 果爲分給於內資、禮賓、內贍等, 該用常患不足之司。 而內贍提調啓辭如此, 而本寺御供, 果倍於他司。 沒數移給於內贍事, 各道監司處, 更爲行移何如?" 傳曰: "允。 此作米曲折, 雖未詳知, 而貢物上納者, 二百餘年流來舊例也。 到今一朝不意作米, 未知如何。 且今年爲之, 明年則切勿作米。 且上年已納貢物、各司御供, 他司竝勿作米事, 着實擧行。"
- 【태백산사고본】 39책 39권 51장 A면【국편영인본】 32책 572면
- 【분류】재정-전세(田稅) / 재정-공물(貢物) / 재정-창고(倉庫) / 재정-국용(國用)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사법(司法)